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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in IT] 나는 왜 개발자가 되었는가

권명관

얼마 전 수능이 끝났다.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몇 년간 고생한 모든 수험생에게 박수를 보낸다. 필자는 한국에서 고등학교 1학년까지 다니고, 외국에서 생활해 수능 점수의 무게를 피부로 실감하지 못한다. 다만 매년 이맘 때면 재수 학원이 붐비고, 심지어 극단적인 선택의 학생에 대한 뉴스를 보며 가슴이 아프다. 더 이상 이런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에 모두 공감할 것이다.

굳이 국내 고등학교 이야기로 글을 시작한 이유는, 여전히 존재하는 '문과'와 '이과' 시스템을 말하기 위해서다. 큰 이변이 없는 한 대부분의 문과 학생은 어문/사회 계열 대학으로 진학하고, 이과 학생은 자연/과학 계열로 진학한다. 수년 전, 이공계 기피 현상이 기억난다. 많은 고등학생이 경영학, 외국어 전공 등을 선택해 치열하게 경쟁했지만, 이로 인해 공대 진학율은 턱없이 부족했다.

이공계 기피 현상으로 인해 2000년대 초반 IT 강국 이미지를 굳혔던 한국의 경쟁력을 조금씩 떨어뜨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행히 코딩 열풍이 불면서 컴퓨터공학에 대한 관심은 조금씩 회복되고 있지만, 그간의 공백기가 아쉽다. 미국과 중국 등 한때 IT 산업만큼은 한국보다 한 수 아래라고 평가되었던 나라에게 뒤쳐진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조금씩 개발자(기계, 화학 등을 포함한 엔지니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예전과 비교해 나아지고 있다. 공대 학위를 취득한 취업준비생은 '취업깡패'로 불린다. 특히,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춘 개발자는 업계에서 영입하기 위해 서로 경쟁한다.

인공지능 전문 기업 스켈터랩스에는 'DevRel' 팀이 있다. 'DevRel'은 'Developer Relations'의 줄임말로, 사내 개발자들을 위한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목표다. 또한, 기술을 내/외부에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 고민한다. 때문에 개발자이지만,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함께 일정 수준의 비즈니스 마인드도 갖춰야 한다.

스켈터랩스 휴식 공간
< 스켈터랩스 휴식 공간 >

이에 스켈터랩스 'DevRel'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3명의 개발자(호석, 홍주, 규홍)와 함께 이들이 생각하는 국내 교육 시스템과 개발자가 갖춰야 할 역량은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눴다.

질문. 왜 공대 그리고 컴퓨터공학을 선택했는지?

호석: 나의 선택보다 운명(?)이 결정했다. 학창시절, 다른 친구들과는 다르게 진로에 대해 고민이 없었다. 컴퓨터 개발자 이외에 다른 직업은 생각조차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대학교 진학할 때 먹고 살 궁리를 하다가 컴퓨터 대신 전자공학을 선택했다. 하지만, 원래 관심 없던 전공이었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학점은 비참해지더라. 그래서 운명을 따랐다. 대학원에 진학하며 전산학으로 돌아가서, 지금에 이르렀다.

홍주: 뭔가 거창한 이유는 없다. 물리와 수학을 좋아했고, 이를 활용한 전공을 찾았던 기억이다. 당시에는 (스스로의 선택이) 어느 정도 벌이로 이어질지 알 수 없어, 처음에는 전기공학을 선택했다. 이후에도 컴퓨터에 대한 관심은 많지 않았다. 사실 1학년 때 들었던 수업 중 컴퓨터 관련 수업은 유독 못 했다. 1학년을 마치고 국가의 부름에 다녀온 뒤 복귀하였을 때, '자신감 찾기'용으로 못 했던 컴퓨터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자 컴퓨터 수업을 다시 들었다. 신기하게 그 때부터 성적이 잘 나오더라. 마침 적성에도 맞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규홍: 호석님과 비슷하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친구가 선물해준 만화책에 'GW-BASIC' 코드가 적혀 있었다. 이걸 실행해보자, 노력해 방법을 알게 되면서 몹시 신기했던 기억이다. 컴퓨터라는 녀석이 내가 시키는 일이라면 뭐든 척척 해낸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일본의 'COMPILE'이라는 업체가 만드는 게임에 푹 빠지면서, 이 회사에 취직해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가졌었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정보올림피아드 대회를 알게 되었고, 학교 선생님이셨던 어머니께서 'QBASIC' 문제를 풀 수 있는 고등학교 교과서를 주셨다. 이후 알고리즘, 자료구조 분야의 스승님을 만나면서 프로그래머 인생은 사실상 확정되었다.

KAIST를 택한 이유는 특별히 따로 있다. 2006년 당시 자주 방문하던 위키백과와 같은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눈에 띄는 4명의 대학생이 있었는데, 그들 모두가 KAIST 전산학과 학생이었다. 이들과 친해지고 싶었다(웃음). 실제로 절반 정도와는 어느 정도 친해졌다. 나름의 작은 꿈을 이룬 셈이다.

스켈터랩스 사무 공간
< 스켈터랩스 사무 공간 >

질문. 과거와 지금 고등학교를 비교하면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호석: 수능문제를 간단히 훑어봤는데, 이제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 현 수능 문제는 혼자 교과서만 열심히 본다고 해결될 것 같지 않다. 대한민국이 급성장하던 80년대 젊은 인생을 사셨던 어르신들의 인생이 가끔 부러운 것처럼, 지금 내 삶도 누군가에겐 부러운 시대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종종 생각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경쟁은 심화되고 삶은 팍팍해지는 것을 실감한다.

홍주: 나 때는 정시만 준비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요즘 정시만 노리면 힘들지 않을까?

규홍: 2013년~2014년 때였던 것 같다. 대전광역시 대표로 한국 정보올림피아드에 출전하는 선수들을 가르친 적이 있다. 당시 학생들에게 들은 바로는, 정보올림피아드같은 과목은 대학 진학에 도움되지 않는다더라. 과거에는 한 분야에 재능이 있으면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상대적으로 보장이 안 되는 것 같다.

고등학교 때 과학이나 수학을 정말 못 했다. 오직 국어, 영어, 컴퓨터만 잘 했다. 그럼에도 대학 진학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고등학생들을 보면 상당히 불안해하는 것 같다. 불안을 넘어 '이렇게까지 노력했으니, 사회로부터 어느 정도 대접 받아야 하는 것 아냐?'라는 생각에 빠져드는 듯 하다. 너무 걱정된다.

질문. 취업할 때 어려움은 없었는지.

호석: 첫 취업은 전문 연구 요원이었기에 갈 수 있는 곳이 제한적이었다.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을 한 것 같지만, 당시에는 가고 싶은 곳에 지원조차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답답하고, 조급했던 것 같다.

질문. 다른 업체와 스켈터랩스의 개발 문화를 비교한다면?

호석: 흔히 역할 조직과 위계 조직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한국 IT 업계도 위계 조직 문화는 일반적이다. 반면, 스켈터랩스는 두 문화를 적절히 섞어 효율을 높이고, 각 구성원들의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개인의 실력 향상은 결국 스캘터랩스의 기술력 향상이라는 문화가 마음에 든다.

홍주: '코드리뷰' 문화가 좋다. 코드를 자세하게 리뷰한다는 것은, 결국 코드의 품질만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개발자로서 좋은 습관을 들이는 것이고, 발전을 더 빨리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규홍: 동료들의 탁월함이 그 어느 회사보다 빛난다. 동료들 모두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의지가 강하다. 함께 일하면서 함께 코드리뷰하는 것만으로 많은 것을 배운다. 훌륭한 개발자들은 때로 '자만심', '독선' 등에 빠지기 마련인데 스켈터랩스는 그것 조차 토론으로 해결한다. 아, 비(非)개발자 직원도 개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도 만족스럽다.

직원 각 개인의 역량을 우선시하는 스켈터랩스
< 직원 각 개인의 역량을 우선시하는 스켈터랩스 >

질문. DevRel팀의 좋은 점과 힘든 점은?

홍주: 좋은 점인지 힘든 점인지 굳이 구분할 수 없지만, 대외 자료를 검토하다 보니 스켈터랩스의 현재 상태에 대해서 다시 돌아보게 된다.

규홍: 대부분의 직장인이라면 공감하겠지만, 외부 홍보용 문건에 대한 검토를 자신의 'R&R(Role and Responsibilities)'이라고 할 수 있을까? 회사의 목소리와 내 목소리가 같다고 말할 수 있는 직장인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DevRel팀에서 스캘터랩스의 대외적인 발언에 내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좋다. 힘든 점은 크게 두 가지다. 스스로 개발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과 여전한 시행착오다.

질문. 개발자를 꿈꾸는 후배에게 한 마디 해준다면?

호석: 작년에 한 공부는 이미 과거의 업적일 수 있다. 당장 눈 앞에 보이는 것보다 평생 공부할 각오를 해야 한다. 그게 개발자다.

홍주: 열심히 한다고 능사가 아니다. 바른 방법으로 공부해야 한다. 그리고 이야기를 많이 나눠야 한다. 다른 개발자의 코드를 분석하고, 스스로 틀린 부분은 인정하며 받아들여야 한다. 협력, 협업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규홍: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안다'라는 말이 있다. 개발자의 기본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모르는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과거 유능했던 프로그래머와 겪었던 일이다. 그를 처음 만난 날, 그는 '내가 만든 프로그램은 버그가 없습니다"라며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의 우수성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15분 정도 프로그램을 사용하며 테스트한 결과, 내가 생각하기에 버그라고 의심되는 동작들을 찾았다. 하지만, 그는 '일반적인 사용자라면 그렇게 동작하지 않는다'라며 버그가 아니라고 답했다.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자신이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 들일 수 있어야 한다. 개발자로서 한 차원 높은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스켈터랩스 직원 사진

이호진, 스켈터랩스 마케팅 매니저

조원규 전 구글코리아 R&D총괄 사장을 주축으로 구글, 삼성, 카이스트 AI 랩 출신들로 구성된 인공지능 기술 기업 스켈터랩스에서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본 칼럼은 IT동아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글 / 스켈터랩스 이호진 마케팅매니저
편집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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