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2018] 누구나 쉽게 콘텐츠를 만든다, 어도비가 말하는 '창의성의 민주화'
[로스앤젤레스=IT동아 이상우 기자] 어도비가 미국 로스앤젤레스 컨벤션 센터에서 '맥스 2018 컨퍼런스'를 통해 포토샵, 프리미어 프로 등의 업데이트를 발표하고, 향후 출시할 신규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맥스 컨퍼런스는 전세계에 있는 디자인 및 콘텐츠 제작 종사자와 관계자들이 모여, 대표적인 콘텐츠 창작 소프트웨어인 포토샵, 프리미어 프로, 애프터 이펙트, 일러스트레이터 등의 신기능과 미래 콘텐츠 창작에 대한 청사진을 공유하는 행사다.
이번 행사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소프트웨어 사용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고, 아이패드 등 모바일 기기를 통해 사용할 수 있는 편집 도구의 기능 및 성능 강화를 통해 모든 사용자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겠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번 어도비 맥스 2018의 테마는 '창의성의 민주화'다.
어도비 샨타누 나라옌(Shantanu Narayen) CEO는 "창의성의 황금기(Creativity's Golden age)가 왔으며, 미래는 창작자에 의해 이뤄진다며, 누구든 스토리 텔링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변화시킬 수 있다. 가령, SeaLegacy라는 해양자원 보호 단체는 아름다운 바다 생물의 모습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전하며 자연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창의성은 단순히 전문가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며, 누구나 차별점을 가진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고 말했다.
<어도비 샨타누 나라옌 CEO가 기조연설을 통해 누구나 콘텐츠 창작자가 될 수 있는 시대를 소개하고 있다>
어도비가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발표한 주요 내용의 공통점은 콘텐츠 창작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춘 점이다. 사실 지금까지 포토샵이나 프리미어 프로 등의 소프트웨어는 전문가용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오늘날 콘텐츠 제작이라는 분야는 전문가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나 도전해볼 수 있는 영역이 됐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라는 표현을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으며, 스마트폰이나 액션캠으로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상을 촬영하고, 소셜 미디어나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전세계 사람과 콘텐츠를 공유한다. 1인 콘텐츠 창작자를 새로운 직업군으로 보기 시작했으며, 취미로 노래를 부르던 일반인에게 하루 아침에 수백만 명의 팬이 생기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와 달리, 어도비를 포함한 기존의 주요 소프트웨어 개발사는 전문가의 눈높이에 맞춘 제품만을 제작해왔다. 화면에 보이는 창이나 숫자는 따로 배우지 않은 사람이라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다. 규모가 있는 콘텐츠 창작자는 별도의 촬영/편집 전문가와 함께 하지만, 대부분의 1인 창작자는 스스로 모든 작업을 해야 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성능이 떨어지지만, 기능이나 사용법이 단순한 소프트웨어를 찾게 된다.
실제로 고프로 같은 액션캠 기업도 자사의 기기로 촬영한 동영상을 터치 몇 번만으로 이어 붙여 편집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제공해 접근성을 낮추고 있는 반면, 어도비 등 기존 기업은 모바일 및 소셜 미디어 시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액션캠 브랜드 고프로가 선보인 무료 동영상 편집 앱으로, 최근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을 자동으로 모아 한 편의 동영상을 완성한다>
때문에 어도비는 신규 사용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는 기기의 장벽을 허무는 등 사용 편의성과 접근성 향상에 초점을 맞췄다. 앞서 말한 것처럼 오늘날은 전문 스튜디오뿐만 아니라 개인이 직접 콘텐츠를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인 만큼, 이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공급해 사용자 저변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우선 어도비는 기존의 동영상 제작 도구인 프리미어 프로보다 기능을 간소화하고, 사용 편의성을 높인 '프리미어 러시'를 공개했다. 프리미어 프로는 대표적인 비선형 편집 프로그램으로, 영화나 드라마 등 전문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주로 쓰인다. 1인 콘텐츠 창작자 역시 이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용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고급 편집 기능 대신 단순히 동영상을 이어 붙이고 전환 효과를 넣는 정도로만 사용하고 있다.
이와 달리, 프리미어 러시는 복잡한 기능을 모두 제거하고, 단순히 터치나 클릭 몇 번만으로 동영상을 제작할 수 있게 해준다. 시퀀스나 프로젝트 같은 복잡한 용어를 몰라도, 창에 표시되는 동영상 목록 중 필요한 것을 선택하기만 하면 여러 개의 동영상이 하나로 연결된다. 여기에 간단한 음악을 삽입하고, 자막 디자인을 선택해 필요한 문구만 넣으면 편집을 마무리할 수 있다. 또한, 소프트웨어 자체에서 페이스북, 유튜브 등의 계정으로 로그인하고, 동영상 작업이 완료되면 즉시 여러 소셜 채널에 게시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프리미어 프로(위)와 프리미어 러시(아래)의 시작 화면으로, 프리미어 러시는 일반적인 편집 기능만 남겨 더 쉽고 단순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데스크톱용 포토샵 등 주요 소프트웨어도 튜토리얼 기능을 통해 각각의 도구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소개하는 기능이 더해졌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러한 소프트웨어는 별도로 배우지 않으면 어떻게 활용할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전문가용 제품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소프트웨어가 갖춘 기능과 사용 방법만 알면 접근성을 높일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일반인 역시 새로운 사용자가 될 수 있다.
포토샵의 경우 사진 자르기, 보정하기, 합성하기 등 각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을 사용자가 보기 좋은 위치에 노출시켜 쉽게 찾아볼 수 있게 했으며, 튜토리얼을 실행하면 내장한 사진 예제를 즉시 불러와 실제로 도구를 써보며 사용법을 익힐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포토샵 튜토리얼 기능을 이용하면 소프트웨어에 내장된 예제를 활용해 여러 기능을 직접 사용해보며 배울 수 있다>
UX 디자인 소프트웨어인 어도비 XD는 디자이너가 개발자의 도움 없이도 애플리케이션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보고,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사전에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됐다. 자동 애니메이트 기능은 디자이너가 코딩 작업 없이도, 앱 내 UI나 콘텐츠가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화면이 전환되는 데모를 만들어볼 수 있게 도와준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음성인식 기반 서비스 디자인도 내장한 음성인식 엔진을 통해 어느 정도 구현할 수 있다. 과거 이러한 형태의 앱의 프로토타입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시안을 만드는 디자인 툴과 함께 음성 인식을 위한 인공지능 툴이 별도로 필요했다. 당연히 디자이너 혼자서는 프로토타입 제작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어도비 XD는 이러한 기능을 자체적으로 내장했으며, 인공지능 관련 기술이 없더라도 디자이너가 직접 이를 미리 적용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볼 수 있다.
<어도비 XD에 추가된 음성인식 프로토타입 제작 기능으로, 디자이너는 개발자 도움 없이도 이러한 서비스를 디자인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클라이언트에게 제안하거나 개발자에게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팀을 꾸릴 수 있다>
모바일 기기와의 연동성 강화는 사용자가 어디서 어떤 기기를 사용하든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전략이다. 콘텐츠 제작에는 키보드와 마우스 그리고 데스크톱을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우리가 언제나 데스크톱 앞에만 앉아있는 것은 아니다.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거나 침대에 누웠을 때 갑자기 영감이 떠오른다면 이를 잊기 전에 기록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어도비는 완전한 아이패드에서 작동하는 완전한 버전의 포토샵을 공개했다. 어도비 스콧 벨스키(Scott Belsky) 최고 제품 책임자(CPO)는 "지금까지 많은 모바일 기기와 앱을 통해 포토샵의 기능을 구현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기기의 성능 한계나 신뢰성 때문에 탁상공론에 그쳤다. 하지만 우리는 애플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지난 30년간 쌓아온 포토샵의 코드를 아이패드에 그대로 옮겨 담았다"고 말했다.
<어도비 스콧 벨스키 CPO가 아이패드용 포토샵(Photoshop on iPad)을 소개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에 공개된 아이패드용 포토샵은 포토샵 믹스 등 일부 기능만 있는 기존 앱과 달리, 포토샵과 완전히 동일하게 작동한다. PSD 포맷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포토샵의 주요 기능인 레이어나 색 보정 등의 편집 기능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언제 어디서든 사진 편집이나 디지털 합성 등의 창작 활동을 할 수 있으며, 클라우드를 통한 동기화 기능으로, 아이패드에서 시작한 작업을 데스크톱에서 마무리 짓는 것도 가능하다.
샨타누 나라엔 CEO는 "교육, 기술력, 디지털 문명 등의 차이가 창의력을 발현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 전문가, 일반인, 학생 등 어떤 사람이 어떤 환경에 있든 창작의 한계를 느껴서는 안되며, 어도비는 창작자를 위해 더 나은 콘텐츠 제작 도구를 제공하고 이들의 요구를 채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이상우(sw@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