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in IT] '제주 크립토밸리' 성공을 위한 준비가 필요

[IT동아] '크립토밸리'. 블록체인에 관심 많은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었을 단어다. 실리콘밸리가 미국의 스타트업 성지라면, 크립토밸리는 블록체인 관련 기업 육성 지역으로 볼 수 있다.

현재 블록체인은 크게 2가지 시선으로 나뉜다. 하나는 블록체인이 탈중앙화 시스템으로 기존 사회를 크게 변화시킬 것이라는 시선과, 암호화폐를 중심으로 불어난 거대한 관심으로 빚어진 거품이란 시선이다.

전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블록체인 시장에 재빠르게 진입해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자 하고, 후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암호화폐에 따른 거품을 잠재우기에 바쁘다. 때문에 앞으로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제공: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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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공: 핀다 >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 전체가 블록체인에 대한 규제를 바꾸고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기엔 위험부담이 따른다. 이에 '크립토밸리'라는 한정적인 지역에라도 우선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시스템을 도입해 그 영향을 지켜보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규제를 피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기업들을 국내에서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

글로벌 크립토밸리

가장 대표적인 크립토밸리는 스위스의 주크시다. 주크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스위스의 작은 도시지만, 현재 이더리움 재단 등 블록체인 관련 회사만 250개~300개가 위치한다. 전세계 ICO 중 절반 가량이 이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해당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법률사무소와 공공기관 등 부가적인 경제적 효과도 유발되고 있다.

이에 주크시의 인구증가율은 9.6%이며, 경제성장률은 스위스 전체보다 약 1배 높은 2.8%에 달한다. 주크시는 지난 6월 25일부터 7월 1일 동안 로컬 블록체인 기반 투표 시스템의 첫 테스트도 성공적으로 진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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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몰타, 싱가포르, 인도, 두바이, 에스토니아, 필리핀 등도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육성에 적극적이다. 몰타는 블록체인 워크팀을 구축, 암호화폐 관련 법안을 3개 승인하면서 블록체인을 국가 전략으로 삼는다. 특히, 몰타의 가상금융자산법안은 ICO를 가상금융자산으로 통칭하고, ICO 진행 시 지켜야 할 원칙 등을 규정했다. 싱가포르, 에스토니아 등은 ICO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으며, 필리핀은 루존 북부지역에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특구를 조성해 크립토밸리 구축에 힘쓰고 있다.

제주도도 크립토밸리 추진

국내에서도 크립토밸리 육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제주도다. 원희룡 제주도시자는 지난 8월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민선7기 시도지사 간담회'에 참석해 "제주도를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국내는 암호화폐 ICO가 금지되어 있지만, 제주도에서만 예외적으로 허용하기 위해서다. 세계 1위 암호화폐 채굴기업 비트메인 창업자 우지한 대표도 제주 크립토밸리에 자문으로 참여하기로 제주도와 협의했다.

제주도가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된다면, 국내 기업이나 스타트업들은 ICO를 시행하기 위해 해외로 나갈 필요가 없어 이전보다 ICO를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또한, 정부도 블록체인 기업의 해외 유출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에 나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정부가 이를 수용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국내에서 암호화폐에 대해 부정적인 눈길을 보내는 이유는, 암호화폐에 대한 투기적인 시선과 일반 투자자들의 사기 방지 방안 등이 아직 미흡하기 때문이다. 제주도에 한해서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 관련 사업을 허용해도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때문에 제주도는 블록체인 특구 조성을 만들기 위해서 이러한 해결책도 같이 제시해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

블록체인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지만, 이제 막 등장한 기술이기 때문에 아직 어느 한 국가 또는 어느 한 기업이 선도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기존 금융선진국 외에 여러 국가에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의 블록체인 특구 조성이 정치적 수사에만 그치지 않고, 실행과 긍정적인 결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점만 바라보기 보다 그 이면에 대한 방지책도 같이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정부 또는 블록체인에 대해 부정적 시선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좀더 많은 지원을 받아 '제주 크립토밸리'를 허울뿐이 아닌 제2의 주크시로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유미 / 핀다 외부 필진
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으며, 이데일리에 입사해 기업금융, IT, 국제부, 증권부 등을 담당했다. 2016년 카이스트 MBA 졸업하고, 2017년 여름부터 스타트업에서 콘텐츠 기획 및 편집 등을 담당 중이다.

정은애 / 핀다 마케팅 매니저
핀다 퍼포먼스 및 콘텐츠 마케팅 담당. 서울시립대학교 통계학과 학사.

*본 칼럼은 IT동아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글 / 핀다 이유미 외부필자, 핀다 정은애 마케팅 매니저
편집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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