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A18] 성장하는 유럽 '인공지능 가전' 시장, 치열한 주도권 경쟁

강형석 redbk@itdonga.com

[베를린=IT동아 강형석 기자]

"음악 재생해줘."
"어떤 음악을 재생할까요?"
"음... 발라드가 좋겠어."
"네, 발라드를 재생합니다."

한 관람객이 TV 앞에서 음악을 재생해달라고 말하니 이를 듣고 원하는 음악을 재생해낸다. 사진을 보여 달라거나 현재 방영 중인 프로그램 혹은 유튜브,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실행해 달라고 말하니 직접 조작하지 않아도 알아서 실행해 준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TV에 음성인식 기반 인공지능 기술이 탑재됐기 때문이다.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은 기본이고 심지어 잔디깎는 기계까지 인공지능 기술이 접목되고 있다. 음성을 인식해 필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기본, 필요하다면 없는 물품의 구매까지 제안한다. 정말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고도 많은 일을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8월 31일부터 9월 5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되는 국제가전박람회(IFA) 전시장 내의 모습이다. 올 초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바 있는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도 인공지능이 주를 이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그간 인공지능 기술은 상품에 접목하기 위한 시도를 알리는 수준에 그쳤다면 IFA 내에 전시된 상품들은 본격적인 활용이 가능한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인지 전시장 내 상품 경쟁은 다른 전시회 못지 않게 치열했다.

인공지능 기술 '자체'이거나 '구글·아마존'의 힘을 빌리거나

IFA 행사장 내에 마련된 가전 브랜드들의 전시관에는 다양한 인공지능 기술이 접목된 상품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그 중 TV와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전기 오븐 등 생활에 필요한 가전제품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거의 대부분 브랜드가 '인공지능'을 내세우고 있다. 단순히 음성인식을 통해 기능을 수행하는 것부터 가정 내에 모든 기기와 연동하며 필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능동적인 형대도 많다.

LG전자는 인공지능 플랫폼 '씽큐'를 활용한 스마트 가전 라인업을
제안했다.
LG전자는 인공지능 플랫폼 '씽큐'를 활용한 스마트 가전 라인업을 제안했다.

LG전자는 이 분야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며 관련 제품들을 선보여 왔다. CES에 이어 IFA에서도 인공지능 플랫폼인 '씽큐(ThinQ)'를 접목한 다양한 상품을 공개했다. 올레드(OLED) TV부터 에어컨, 세탁기, 스타일러, 공기청정기 등 LG전자가 다루는 제품 대부분에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이를 통해 단순히 개인의 편의성을 넘어 스마트홈(Smart Home) 구축에 한 발 더 다가간 상태.

씽큐는 자체 플랫폼이지만 구글의 인공지능 서비스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와도 호흡을 맞춘다. 다른 인공지능 플랫폼과도 얼마든지 연동할 수 있는 유연함을 가진 점이 특징이다.

로봇 기술을 앞세운 것도 스마트홈, 나아가 스마트시티(Smart City)를 구현하는데 믿거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자, 집 안에서 안내로봇이 나의 업무 일정과 오늘 하루 날씨를 안내해주고, 스타일러는 내 옷 상태를 관리하며 최적의 코디를 제안한다. 주방에서는 내 건강을 고려한 식단이 제안되고 필요한 레시피를 알려준다. 로봇은 짐을 옮겨주거나 가정이나 건물 상황을 감시하며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일부는 실현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삼성전자도 패밀리 허브 및 스마트 가전 라인업을
선보였다.
삼성전자도 패밀리 허브 및 스마트 가전 라인업을 선보였다.

삼성전자도 스마트싱스(SmartThings)를 앞세워 다양한 가전 제품에 인공지능 서비스를 접목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빅스비(Bixby)가 있다. IFA 전시관 내에는 이를 구체적으로 구현한 패밀리 허브(Family Hub)를 제안했다. 인공지능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공기청정이나 세탁, 식음료 관리, 내부 보안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이는 모습이다.

자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지만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삼성이 선택한 것은 처리 성능의 고도화인 것 같다. 전시관 내에는 자체 개발한 엑시노스(Exynos) 프로세서를 볼 수 있었는데,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에 필요한 기계학습, 사물 인식 등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이얼(좌)과 보쉬(우)도 스마트 가전을 제안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하이얼(좌)과 보쉬(우)도 스마트 가전을 제안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하이얼(Haier)도 본격적인 스마트 시스템을 도입하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전시관 내 많은 부분을 스마트 시스템에 할애했을 정도다. 여기에는 세탁, 공기청정, 요리 등 스마트홈에 필요한 대부분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보쉬(Bosch)도 스마트 주방을 전면에 내세우며 다양한 관련 제품을 선보였다. 냉장고 내 식음료의 신선도 유지 및 관리하고, 오븐은 조리 시 최적의 온도와 사고를 막기 위한 기능이 적용되어 있다. 하이얼은 구글 어이스턴트, 보쉬는 홈 커넥트라는 자체 플랫폼을 적용했다.

베스텔(좌)과 일렉트로룩스(우)의 스마트 가전
전시관.
베스텔(좌)과 일렉트로룩스(우)의 스마트 가전 전시관.

베스텔(Vestel), 일렉트로룩스(Electrolux)도 스마트 가전을 통해 관람객을 만났다. 구글 어시스턴트, 아마존 알렉사를 활용하는 제품들은 요리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돕거나 식음료를 관리하는 등에 쓰이는 방식이다. 이렇게 보면 타 제조사들 기술과 다르지 않기 때문인지 고급화를 함께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파나소닉은 구글 어시스턴트와 아마존 알렉사 등 인공지능 플랫폼을 활용한 다양한 기기를 공개했다. 스마트홈 시스템을 공개한 것은 타 가전 브랜드들과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기능을 적극 활용해 필요한 영상을 시청하고 식음료를 관리하며 최적의 실내환경을 유지한다.

파나소닉도 스마트홈 구축을 위한 가전 라인업을 제안하는
모습이다.
파나소닉도 스마트홈 구축을 위한 가전 라인업을 제안하는 모습이다.

성장하는 가전시장을 잡아라

시장조사기관 GfK의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주요 가전제품 시장은 2016년 대비 2.6% 성장했고, 올해는 상반기 기준 2.2%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올 상반기에는 러시아와 남미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고. 두 지역의 성장세는 11%(러시아)와 9%(남미)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66% 성장했는데, 그 중 베트남이 21%로 가장 가파른 성장 수치를 기록했다.

스마트 가전에 대한 수요도 증가 추세를 보였다. 특히 독일을 포함한 동서부 유럽 지역에서는 올 상반기에만 50% 성장했을 정도. IFA 2018 내에서 여러 가전 브랜드들이 '인공지능'을 전면에 내세운 이유이기도 하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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