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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주인인 카카오뱅크와 K뱅크... 은산분리 완화 어떤 의미인가

강일용

[IT동아 강일용 기자] 1995년 이후 23년 동안 지켜져왔던 금융업계의 대원칙 '은산분리(銀産分離)'가 완화될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서울시청에서 진행된 인터넷뱅킹 규제혁신 행사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권 전체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지만, 정작 금융 시장에 정착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은산분리라는 제도가 신산업 성장을 억제하고 있다면 이를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고 은산분리 원칙을 완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은산분리라는 대원칙을 지키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을 넓혀주겠다는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는 지난 1995년 은행법을 통해 시행된 원칙으로, 일반 기업(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소유하고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을 제한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은행의 주인이 되는 것은 금융 사업을 영위하는 법인만 가능하다. 현행 은행법은 일반 기업이 의결권있는 은행 지분을 4% 이상 보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으면 최대 10%까지 보유할 수 있다.

이는 기업 또는 기업의 오너가 은행의 주인이 됨으로서 국민들이 믿고 맡긴 자금을 자신의 돈인양 유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제정된 법률이다.

은산분리의 원칙에 따라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대주주는 카카오와 KT가 아닌 한국투자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이다. 두 인터넷전문은행에서 카카오와 KT의 지분은 10%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실제 의결권은 4%만 행사할 수 있다. 이름만 주인인 셈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완화가 절실한 인터넷전문은행

인터넷전문은행의 핵심은 기술을 통한 금융혁신이다. 문 대통령은 규제혁신 행사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간단한 정보만으로 기존 은행과 같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불과 6분만에 모바일로 전월세 보증금을 대출받을 수 있는 것을 보며 감탄을 표했다. 수 많은 서류를 가지고 은행 지점에 방문에 오랜 시간 기다려야 그 결과를 알 수 있었던 기존 은행 대출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편리한 것에 대한 칭찬이다. 실제로 이러한 편리함을 바탕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은 개인신용대출 업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오프라인 지점을 내지 않고 카카오와 KT의 온라인 거래 기술을 활용해 신용 거래에 필요한 모든 시스템을 완성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문제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은산분리에 묶여 자금 조달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인터넷은행은 개인을 대상으로한 수신(예, 적금)과 여신(대출)만 진행하고 있으나, 여신 서비스에 제한이 많다. 개인 여신의 꽃으로 여겨지는 신용카드와 주택담보대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신용카드는 기존 사업자들의 반발이, 주택담보대출은 자금 부족이 그 이유다.

주택담보대출을 제공하기 위한 자금을 조달하려면 외부로부터 유상증자를 받아야한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의 2대주주인 카카오와 KT는 은산분리에 묶여 신규 주식을 인수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 참여한 금융자본이 이를 인수해야 하는데, 각 기업마다 의견이 갈려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여기서 두 은행의 문제가 갈린다. 그나마 카카오뱅크는 상황이 좋은 편이다. 한국투자금융지주라는 실질적 주인이 존재하고, 가입자수와 매출도 순조롭게 증가하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 상장 계획을 공개하는 등 자금확보를 통한 신성장 계획도 제시했다. 3번째 주주인 국민은행도 카카오뱅크에 많은 기대를 걸며 투자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기술 운영 주체이자 실질적으로 은행을 이끌어나가야 할 카카오는 정작 카카오뱅크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고 강건너 불 구경하듯 지켜만 봐야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꺼내든 카드가 '우선주(의결권이 없는 주식)'다. 배당상 이익 또는 보통주 전환을 조건으로 우선주를 발행해 자금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카카오뱅크가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인 만큼 배당은 어렵고, 실질적으로 보통주 전환을 미끼로 투자자를 끌어들여야 한다. 하지만 3대 주주 외에는 우선주에 시큰둥한 눈치다. 굳이 무리해가며 전환이 확실하지도 않은 우선주를 구매할 이유가 없다는 것.

결국 우선주를 구매하는 것은 은산분리에 묶여 보통주를 매입할 수 없는 카카오의 몫일 수밖에 없다. 카카오 입장에선 돈은 돈대로 투자하고, 의결권은 전혀 행사하지 못하는 죽은 자본이 되어버린다. 현재 카카오의 영업 이익이 그리 크지 않은 상황에서 부담이 되어 돌아올 수밖에 없다.

케이뱅크는 더 상황이 좋지 않다. 카카오뱅크처럼 지속적으로 투자를 단행할 확고한 대주주 없이 시중 금융 자본이 지분을 나눠가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카카오뱅크보다 영업 성과가 낮아 추가 투자에 대한 매력이 떨어진 상태다. 수 차례의 유상증자가 본래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고 밍밍하게 끝나버린 이유다. KT는 케이뱅크 운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지만 은산분리 때문에 실질적 도움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결국 두 인터넷전문은행이 신규 금융 서비스를 선보이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으려면 은산분리의 완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만약 은산분리가 완화되면 두 은행과 카카오, KT는 신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은산분리 완화에 대한 문 대통령의 언급이 나오자 카카오 주가가 상승곡선을 그린 이유다.

제 2의 동양증권 사태 시발점 될 수도... 반대측의 이유

하지만 문 대통령이 은산분리 완화를 언급하자 정의당과 진보 계열 시민 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은행이 기업과 재벌의 호주머니로 전락할 우려가 있고, 은행이라는 동종 산업를 진행하는 것임에도 굳이 IT 기업이라는 이유로 특혜를 줄 근거가 없으며, 무엇보다 한 번 예외를 두기 시작하면 유사 사례가 끝도없이 생겨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한국의 경우 은산분리는 비교적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다. 정부가 법으로 강력히 규제하고 있는데다가, 대부분의 시중 은행이 국책은행이었거나 국가 소유의 은행이었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의 은행인 농협도 그 근본은 300만 농민이 가입한 협동조합에 두고 있다.

반면 금산분리(일반 기업이 금융 산업을 영위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는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많은 일반 기업이 증권 등 금융업에 뛰어든 상태다. 때문에 문제가 제법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 2013년 동양증권이 동양그룹과 공모해 자사의 부실회사채를 우량주인 것처럼 속여 판 전례도 있다. 이 때문에 약 4만 명의 개인 투자자들이 1조 3000억 원의 피해를 보았다. 2011년에는 저축은행 대주주들이 차명계좌로 저축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 부동산에 무리하게 투자했다가 실패해 16개의 저축은행이 문을 닫거나 통폐합하는 저축은행 부실사태도 일어났다. 때문에 약 7만 4000명의 고객들이 2조 6000억 원의 피해를 보기도 했다.

저축은행과 증권보다 훨씬 대중적인 금융제도인 시중 은행이 일반 기업과 거리를 둬야하는 이유를 보여준 사건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물론 정부도 이러한 문제를 잘 알고 있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은산분리 완화로 대주주의 사금고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주주 자격을 제한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대주주와 거래를 금지하는 보완장치도 함께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넷전문은행

해외의 인터넷 은행과 은산분리

그렇다면 해외의 경우 인터넷전문은행의 은산분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일단 한국보다 은산겸업를 더욱 강하게 규제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시중 은행(상업은행), 투자은행, 금융사 등 금융자본이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를 겸하고 있다. 다만 미국의 경우 2000년대 초반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인터넷전문은행이 비즈니스 모델 구축 실패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으로 망하고 몇 개 되지 않은 업체들만이 특수 분야의 수신과 여신을 취급하는 형태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은산겸업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지만 일반 기업이 은행의 지분을 일정 비율 이상 취득할 때마다 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기업이 비위를 저지르지 않도록 감독하려는 것이다. 유럽연합 역시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가 금융자본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BMW 그룹이나 폭크스바겐 그룹처럼 일반 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두 기업은 자사의 차량을 구매할 때 자사의 인터넷전문은행을 이용하면 혜택을 주는 등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로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가장 활발한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의 경우 은산분리의 원칙보다는 다양한 기업의 참여를 통한 경쟁 유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SBI 그룹같은 금융 자본뿐만 아니라 소니, 라쿠텐, 세븐일레븐 등 별의별 회사가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해서 운영하고 있다. 이들이 내세우는 가장 큰 강점은 자사 제품 및 서비스와의 연동이다. 소니의 경우 소니금융 및 보험과의연동을, 라쿠텐의 경우 자사의 마일리지 시스템 라쿠텐 슈퍼포인트와 연동 및 라쿠텐 사용실적에 따른 대출 등을 내세우며 고객을 모집하고 있다. 즉, 특정 기업의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면 할 수록 더 좋은 금리와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일본이 은산분리의 원칙이 없는 것은 아니고 2010년 초 경직된 금융 구조를 개혁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정책과 기존 인터넷은행 인수나 금융 계열사를 활용한 신규 설립 등 규제의 헛점을 이용해 세운 경우가 많다.

은산분리 완화의 향후 진행 전망

기업과 재벌의 사금고화를 막는다는 은산분리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은행법 자체가 개정될 가능성은 없다. 대신 인터넷은행법 촉진을 위한 특례법을 제정해 IT 기업과 인터넷전문은행에게만 은산분리를 일부 완화할 전망이다.

현재 국회에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제정안이 3건 제출되어 있다. 일반 기업의 의결권 보유 한도를 34~50%까지 확대하자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한 인터넷전문은행뿐만 아니라 모든 은행의 은산분리 규제를 풀어 일반 기업이 은행의 의결권 보유 한도를 50%까지 취득할 수 있는 은행법 개정안도 제출되어 있는 상태다. 물론 은산분리 완화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 인터넷전문은행이 대주주에게 돈을 빌려주거나, 대주주의 주식을 매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도 제출된 상태다.

개정안이 제출된다고 해서 그것이 모두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와 국회간의 합의와 표결을 거쳐야 개정안이 발의된다. 현재 정의당 외에 다른 정당들이 모두 은산분리 완화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곧 개정안이 발의될 가능성이 높다. 50%까지 급격히 한도를 늘리는 것은 어렵고 34% 선에서 합의가 이뤄질 전망. 전 세계에서 손 꼽힐만큼 강한 규제를 하고 있던 대한민국의 은행 규제의 흐름이 어디로 흘러갈지 유심히 지켜보는 것이 비즈니스맨이 갖춰야할 덕목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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