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리포트] 드론 전성시대... 전세계 드론 시장 70% 장악한 기업은 중국 업체 DJI

강일용 zero@itdonga.com

[IT동아 강일용 기자] 무인항공기의 일종인 '드론(Drone)'의 활용 영역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군사용 무기에서 시작된 드론은 이제 건설, 에너지, 물류, 재난구조, 교통관측, 과학연구, 농업, 환경오염 제거, 취재, 취미 등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다.

드론은 과거 비행기와 헬리콥터만의 영역이었던 하늘을 빠른 속도로 장악하고 있다. 이렇게 드론이 각광받는 이유는 뭘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크게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안정성, 경제성, 정숙성이다. 1) 드론은 사람이 탑승하지 않고 멀리서 원격으로 조작하기 때문에 매우 안전하다. 사고가 일어나더라도 재산상의 피해만 있을 뿐 인명 피해가 없다. 제품 자체가 가볍기 때문에 추락하더라도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는다. 2) 비행기나 헬리콥터는 한 번 비행시 소모되는 비용이 매우 크다. 유지 보수비용도 천문학적이다. 반면 드론은 비행시 소모되는 비용이 매우 적고, 유지 보수비용도 저렴하다. 3) 비행기와 헬리콥터는 연료를 이용한 제트엔진으로 운행되기 때문에 주변 도시와 생태계에 영향을 줄만큼 큰 소음을 유발한다. 반면 드론은 보통 전기모터로 운행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음이 적고 도시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

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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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DJI>

바야흐로 드론의 시대

아직까지 드론의 가장 큰 활용처는 군사 영역이다. 전 세계 드론의 80% 정도가 군사용 무기로 이용되고 있다. 드론을 이용해 적의 동태를 감시하고 때로는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고 있기도 하다. 이 분야의 선두주자는 미군이다. 2000년대에 들어 미군은 드론에 공격용 무기를 장착해 군인을 투입하지 않고 적을 사살하는 전과를 올리고 있다. 파키스탄, 예멘, 이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 등 전 세계 주요 분쟁지역에서 드론을 사용 중이며, 특히 파키스탄에서는 드론 공습으로 사살한 사람이 1500명이 넘는다. 이 가운데 민간인 사망자도 많이 섞여 있어 군사용 무기로 드론의 사용을 두고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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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콜 오브 듀티: 블랙옵스2’에서 나온 드론 /출처 액티비전>

하지만 2010년대에 들어 드론은 사람을 죽이는 무기를 넘어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새로운 도구로 각광받고 있다. 농업용 드론은 GPS를 이용해 농작물과 최대한 가까운 높이를 유지하면서 농약과 비료를 골고루 살포할 수 있다. 또한 드론에 장착된 카메라로 특정 지역의 일조량이나 토양 상태 등을 파악하고 대처해 넓은 경작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농업 생산량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고 있다. 농업용 드론 강국으로 평가받는 일본의 경우 전체 농경지 가운데 40%를 드론을 활용해 관리할 정도로 농업용 드론이 보편화된 상태다. 특히 고령화에 따른 일손 부족 해결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건설 현장과 항공 촬영에서도 드론은 맹활약하고 있다. 벡텔, SK건설 등 국내외 대형 건설업체들은 드론을 활용해 건물에서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의 상황을 손쉽게 확인하고 정보를 축적하고 있다. 작업자들이 안전 수칙과 안전 장구를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확인하는데에도 쓰인다. 이를 통해 사고율으 크게 낮추고 인명을 지킬 수 있었다. 과거 항공 촬영시 주로 헬리콥터를 이용했다. 하지만 헬리콥터는 유지와 이륙에 굉장히 많은 비용이 든다. 드론을 이용하면 헬리콥터보다 수십에서 수백 배 저렴한 비용으로 항공 촬영을 할 수 있다. 헬리콥터에 비해 소음이 적고 건물이나 피사체에 좀 더 가까이 접근해서 촬영을 할 수 있는 것도 드론이 갖추고 있는 장점이다. 때문에 스포츠 경기를 중계할 때에도 드론이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사람을 죽이는 무기였던 드론은 이제 사람을 살리는 도구로 그 사용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응급 구조 드론이다. 앰뷸런스와 의료진이 응급 환자에게 접근하는데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응급 구조 드론은 제세동기, 의료장비, 카메라, 마이크, 스피커 등을 탑재하고 환자에게 신속하게 날아간다. 드론이 환자에게 도착하면 주변인들은 카메라와 마이크로 병원에 있는 의사의 설명을 들으며 응급처치를 진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골든 타임’을 최대한 늘려 환자의 생존률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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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픽사베이>

한국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드론을 이용한 차세대 행정 서비스를 추진 중이다. 부산시 해운대구와 경남 남해군은 2014년 드론을 활용해 산림 보호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산불 감시나 소나무 재선충 방제 등에 드론을 투입해 시도내 넓은 임야를 감시, 관리하고 있다. 한국국토정보공사(대한지적공사)는 드론을 활용해 좀 더 정밀한 국토 측량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드론이 가장 각광받는 분야는 ‘취미 생활’이다. 드론은 30~40대 남성의 새로운 취미 생활로 떠오르고 있다. 야외에서 혼자즐길 수도 있고, 가족이나 자녀와도 함게 즐길 수도 있다. 드론을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초기 투자 비용은 조금 많이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골프, 낚시 등보다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것도 강점. 하늘을 날고 싶고,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싶다는 어린 시절의 꿈을 만족시켜주는 드론은 이제 ‘키덜트’ 문화를 이해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 되었다.

최근들어 드론은 군사, 공공, 취미를 넘어 직업의 영역에도 발을 내딛고 있다. 드론의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드론을 효율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현장에 많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2017년말 국토교통부에 신고된 드론의 수는 3849대에 이르고,. 드론 조종자 수도 4254명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80%, 220%씩 늘어난 수치다. 드론 조종법을 배우려는 사람들은 보통 제 2의 인생을 준비하는 퇴직 예정자들, 업무 영역을 확대하려는 직장인들, 취업을 위한 자격증을 따려는 학생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민수용 드론 시장의 절대 강자는 중국업체

이러한 민수 드론 시장에서 매우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기업이 있다. 바로 ‘DJI(Da-Jiang Innovations science and technology)’다. DJI는 전세계 민수 드론 시장에서 7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드론 시장의 2위 업체인 패럿(프랑스)뿐만 아니라 중국내 경쟁자인 유닉, 이항, 샤오미 등을 모두 합쳐도 DJI 영향력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6년 DJI는 본사가 있는 중국 선전시 외에 해외 최초로 서울 홍대입구역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내며 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플래그십 스토어만 최초로 한국에 낸 것이지, 일반 오프라인 매장은 미국, 유럽 등 다른 국가에도 많다)

나날이 경쟁이 치열해지는 드론 시장에서 지난 2년 동안 많은 드론 기업들이 수익성 악화를 극복하기 위해 드론 연구개발 인력과 생산 인력을 해고해야만 했다. 2017년 초 패럿은 전체 직원 840여명 가운데 1/3인 290여명을 내보냈고, 한때 드론 업계 3위 업체였던 3D로보틱스는 드론 생산 중단을 선언했다. 액션카메라로 유명한 고프로 역시 야심차게 드론 시장에 진출했다가 쓴잔을 들이키고 시장에서 철수해야만 했다.

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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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드론 시장이 침체되어서는 결코 아니다. 중국 산업자원부는 민수용 드론 시장의 규모가 2020년까지 매년 40%씩 성장하고, 그후에도 25%씩 성장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드론 업체들이 흔들리는 가장 큰 이유는 1위 업체인 DJI다. DJI가 민수용 드론 시장의 점유율뿐만 아니라 영업이익까지 독식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DJI의 2017년 매출액은 약 180억 위안(28억 달러 내외, 약 3조 원)에 달한다. 2016년과 비교해 65% 성장한 수치다. 민수용 드론 시장에서 발생하는 전체 이익의 80%에 달하는 수치다. 중국 내수에 기대는 경우가 많은 다른 중국 기업과 달리 DJI는 전체 매출의 8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한다. 화웨이 등과 함께 진정한 글로벌 기업이라고 부를 수 있는 몇 안되는 사례다.

이러한 매출을 바탕으로 DJI는 지속적인 제품 가격 인하로 경쟁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한예로 DJI는 최근 농업용 드론의 가격을 12% 인하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농업용 드론에서 DJI의 점유율이 떨어질 기미가 보이자 진행한 움직임이다. 경쟁자들은 DJI 드론의 다양함, 성능, 저렴한 가격을 따라잡는 것조차 버거워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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