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신상공개] 합리적인 여친렌즈의 등장, 삼양옵틱스 AF 85mm f/1.4 EF
[IT동아 강형석 기자] DSLR 카메라 혹은 미러리스 카메라를 쓸 때 누구는 그냥 구매할 때 함께 들어 있는 번들렌즈를 쓰겠지만 다른 누군가는 제대로 된 사진을 기록하기 위해 좋은 렌즈를 찾아 머나먼 여정을 떠난다. 여기에서 업그레이드되면 장비병(장비만 모은다는 의미)으로 확산될 조짐이 있지만 그래도 성능 좋은 렌즈가 좋은 사진을 담아줄 가능성을 열어 준다는 것에는 변함 없다. 물론, 좋은 사진을 기록하기 위한 끈기와 센스가 더 중요하지만.
아무튼 렌즈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좌절을 맛보곤 하는데, 이유는 단 하나다. 매우 비싸기 때문이다. 최근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카메라들이 이미지 센서의 화소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성능을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이런저런 좋은 렌즈들을 탑재하고, 코팅 역시 엄마손 파이 저리 갈 정도로 다양하게 씌울 정도다. 그러니 자연스레 가격이 오를 수 밖에.
부르주아만 덥석 구매할 것 같은 고성능 렌즈 바닥에 나름 한 줄기 빛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삼양옵틱스다. 사진 좀 아는 사람들은 '삼자이즈'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나름 합리적인 가격에 성능 좋고 사진 잘 뽑아주니 '삼양옵틱스+칼자이즈'라는 이름을 합성해 불러주는 것이다. 흔히 카메라 제조사들이 자사 호환 렌즈를 생산하는데, 이런 외부 기업들을 서드파티(Third Party)라고 부른다.
삼양옵틱스는 줌렌즈가 없고 단일 초점거리를 지원하는 단렌즈를 중심으로 라인업을 제공한다. 게다가 대부분 자동이 아닌 수동렌즈만 출시했었다. 초점을 수동으로 맞춰줘야 하니 자동에 익숙한 사람들은 적응하지 못하고 낙오하게 되지만 꿋꿋하게 버티면 나름대로 노하우를 터득하며 실력을 쌓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에 삼양옵틱스도 소니 미러리스 카메라 기반으로 자동초점 렌즈를 선보이더니 이제는 캐논 카메라에서도 쓸 수 있는 자동초점 렌즈가 나왔다. 'AF 85mm f/1.4 EF'가 그것이다.
세상에 이제 캐논 DSLR 카메라에서도 자동 초점, 그것도 수동의 대명사였던 삼양옵틱스 렌즈를 쓰게 될 날이 올 줄이야. 중요한 것은 이것이 7번째 렌즈라는 것이다. 그 동안 무려 6개나 있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기자도 어지간히 삼양옵틱스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었구나 싶은 생각도 함께 들었다. 결과적으로 카메라 사용자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부분이라 하겠다.
삼양옵틱스의 AF 85mm f/1.4 EF는 준망원에 속하는 85mm 초점거리를 제공한다. 소위 여친렌즈라고 부른다. 왜냐고? 특유의 초점거리로 인해 피사체를 프레임 안에 담으면 적절한 배경날림과 함께 집중도를 높일 수 있어서다. 잡다한 배경 정리해 주고 여자친구는 쨍하게 잘 나와줘 좋아하니까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초점거리가 되었다.
여기에 이 물건은 최대 개방 조리개 f/1.4로 제법 밝다. 조리개 수치가 낮으면 낮을수록 빛을 많이 통과시킬 수 있는데 그만큼 배경날림 효과가 극대화된다. 기자 개인적으로 극대화라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지만 정말 최대 개방 f/1.4라면 초점이 맞은 곳을 중심으로 많은 영역이 뭉개져 그럴듯한 느낌을 전달한다. 배경날림 효과를 좋아한다면 한 번 경험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렌즈는 캐논 카메라에서 자동초점을 지원하는데 성능을 높이기 위해 이중 선형 초음파 모터(Dual type Linear Supersonic Motor)를 썼다. 여기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상관 없이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방수실링 처리도 이뤄졌다. 무게는 485g 정도로 조금 묵직하다 느껴질 수 있지만 대부분 이 정도 사양이면 1kg 가까운 무게를 자랑하므로 사용에 어려움 없는 수준이라 하겠다.
사양도 사양이지만 가격도 인상적이다. 삼양옵틱스는 7월 판매 예정으로 렌즈 가격을 74만 9,000원에 책정했다. 동일 초점거리에 조리개 값을 갖춘 소니 A-마운트(DSLT용) 199만 원대, FE-마운트(미러리스)용이 224만 원대, 캐논 180만 원, 니콘은 197만 원이다. 절반 이하 가격으로 f/1.4 조리개 준망원 렌즈를 손에 넣을 수 있다. 이 정도면 왜 삼양옵틱스가 '삼자이즈'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