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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흥망사] 인터넷 여명기를 개척하고 사라진 웹 브라우저, 넷스케이프

김영우

[IT동아 김영우 기자] 1991년은 사실상 현대적 인터넷의 원년이다. 현재 우리들이 흔히 쓰고 있는 월드 와이드 웹(WWW, World Wide Web) 서비스가 탄생한 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터넷 세계를 탐험하기 위한 필수 소프트웨어인 ‘웹 브라우저(web browser)’ 역시 같은 시기에 탄생했다. 최초의 웹 브라우저인 '월드와이드웹(WorldWideWeb)’은 텍스트 정보만 표시 가능했지만, 1993년에 첫 출시된 ‘모자이크(Mosaic)’ 웹 브라우저는 그래픽 데이터를 표시할 수 있어 한층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넷스케이프
<넷스케이프 로고>

인터넷 관련 사업이 급속이 주목받으면서 웹 브라우저 역시 다양해 졌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주목을 받으며 절대적인 인기를 구가하던 웹 브라우저가 바로 ‘넷스케이프(Netscape)’다. 넷스케이프 웹 브라우저는 모자이크의 개발자이기도 한 마크 앤드리슨(Marc Andreessen), 그리고 업무용 컴퓨터 전문업체인 실리콘 그래픽스의 창업자인 짐 클라크(James Clark)가 주축이 되어 개발했다. 이들은 손을 잡고 1994년, 웹 브라우저 서비스 전문업체인 넷스케이프 커뮤니케이션스(Netscape Communications)를 설립하기도 했다.

현대적 웹 브라우저의 확립, 넷스케이프의 승승장구

넷스케이프 웹 브라우저의 첫 베타 버전은 1994년 9월에 ‘모자이크 넷스케이프(Mosaic Netscape)’라는 이름으로 출시되었다. 모자이크의 개발자인 마크 앤드리슨이 참여하기도 했고, 모자이크가 당시에는 웹 브라우저의 대명사나 다름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점차 개발이 진척되고 소프트웨어의 완성도가 높아지면서 모자이크와는 자못 다른 소프트웨어가 되었다. 때문에 1994년 11월에 출시된 0.94 베타 버전부터 소프트웨어의 이름을 ‘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Netscape Navigator)’로 바꿨으며, 12월에는 첫번째 정식 버전(1.0)을 출시하기에 이른다.

넷스케이프
<1994년 출시된 넷스케이프 1.0 버전. 현대적 웹 브라우저의 형태를 정립했다>

넷스케이프 웹브라우저는 단순히 웹 페이지를 표시하는 기능 외에 다양한 이미지나 동영상, 음성 등의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재생하는 기능도 지원했으며, 각종 플러그인(plug-in)을 통해 기능을 확장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 네티즌의 이용 패턴에 적합한 그래픽 인터페이스를 갖추고 있어 사용이 편했다. 사실상 현대적인 웹 브라우저의 기본 틀을 확립한 것이 넷스케이프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넷스케이프는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것에 비해 시스템 자원을 적게 점유했기 때문에 저사양 PC를 쓰는 사용자에게도 환영을 받았다. 또한, 넷스케이프 웹 브라우저는 유료 버전과 무료 버전을 동시에 출시했는데, 양쪽의 기능 차이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사실상 넷스케이프를 무료 소프트웨어로 인식했다. 우수한 기능에 세련된 인터페이스, 높은 효율성까지 갖추고 비용부담까지 없는 넷스케이프는 엄청난 인기를 끌며 1990년대 웹 브라우저 시장을 거의 독점하기에 이른다. 특히 1996년 전후의 웹 브라우저 시장에서 넷스케이프의 점유율은 거의 90%에 이를 정도였다.

웹 브라우저 전쟁의 시작

비슷한 시기에 다른 업체들도 다양한 웹 브라우저를 출시했지만 넷스케이프의 입지는 굳건했다. 특히 1995년에 출시된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Internet Explorer)가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넷스케이프의 아성에 도전했으나 당시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이를 외면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기능이나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넷스케이프와 상당부분 유사했으나, 구동 속도가 느린 편이었고 대부분의 웹 사이트들이 넷스케이프에 맞춰 개발되었기 때문에 호환성 측면에서도 유리하지 못했다.

넷스케이프
<초창기 인터넷 익스플로러.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넷스케이프를 상당부분 참조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운영체제 시장을 지배한 마이크로소프트의 힘은 무시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PC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운영체제를 이용하는 상황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의 운영체제에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끼워 넣는 것 만으로도 넷스케이프를 견제할 만한 바탕을 마련할 수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995년 8월에 출시한 윈도우95의 기능 확장용 소프트웨어 모음집인 마이크로소프트 플러스! 포 윈도우95(Microsoft Plus! for Windows 95)부터 인터넷 익스플로러 1.0 버전을 포함해서 배포하기 시작했으며, 1997년에 출시한 윈도우95 OSR2 버전부터는 아예 운영체제 자체에 인터넷 익스플로러 3.0 버전을 기본 탑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넷스케이프를 선호하는 사용자가 더 많았지만, 전문 지식이 없는 일반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사용 빈도는 조금씩 상승하기 시작했다. 일단 PC에 기본적으로 설치된 웹 브라우저가 있다면 일단은 이를 이용해 볼 수 밖에 없는 것이 사람의 심리이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웹 브라우저 전쟁’이 발생했다며 주목하기 시작했다.

‘끼워팔기’와 ‘운영체제 혁신’이라는 동전의 양면

하지만 이러한 웹 브라우저 전쟁은 1998년 6월, 마이크로소프트가 최신 운영제체인 ‘윈도우98’을 출시하면서 급속도로 인터넷 익스플로러 쪽으로 기울었다. 윈도우98은 인터넷 익스플로러 4.0 버전을 기본 탑재하고 있었는데, 이는 단순한 인터넷 서핑용 웹 브라우저가 아니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 4.0은 아예 윈도우 운영체제와 한 몸처럼 융합되어 있었다. 이를테면 바탕화면을 웹 페이지로 설정할 수 있고, PC 내부의 파일을 탐색하다가 주소창에 URL을 입력하면 곧장 해당 웹 페이지로 이동하는 등, 당시 급성장하던 인터넷 산업에 적합한 기능도 다수 갖추고 있었고, 사용자 인터페이스도 한층 세련되게 변했다.

넷스케이프
<윈도우98은 끼워 넣기에 그치지 않고 아예 운영체제와 웹 브라우저를 융합시켰다>

이러한 윈도우 운영체제와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융합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는 운영제체 혁신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인터넷 익스플로러 4.0는 단점도 만만치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운영체제의 인터페이스 전반에 관여하다 보니 시스템의 속도를 크게 떨어뜨린다는 점이었다. 더욱이 윈도우98에서는 이전의 윈도우 운영체제와 달리, 시스템에서 인터넷 익스플로러 4.0을 제거하는 것도 불가능했기 때문에 이에 불만을 제기하는 사용자도 상당히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를 즈음해 넷스케이프의 웹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은 급속도로 하락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 4.0을 기본 탑재한 윈도우98 운영체제가 PC 시장을 빠른 속도로 점령하기 시작한데다, 당시의 느린 인터넷 속도 및 부족한 PC의 저장공간 때문에 상당수의 이용자들은 넷스케이프와 같은 별도의 웹 브라우저를 시스템에 추가적으로 설치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했다.

급속히 무너지는 넷스케이프, 결국은…

넷스케이프 자체의 판단 착오도 없지 않았다. 당시 높은 웹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이 도취된 넷스케이프 커뮤니케이션스는 인터넷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이메일 송수신 소프트웨어, 메신저 소프트웨어, 웹 편집 소프트웨어 등의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기 시작했는데, 정작 가장 중요한 웹 브라우저 자체의 성능향상은 미미했다. 이는 넷스케이프의 장점(가벼움, 효율성)을 상당부분 무색하게 했다,

더욱 치명적인 점은 윈도우98 및 인터넷 익스플로러 4.0의 호조와 함께, 웹 사이트 개발자들 역시 인터넷 익스플로러에 최적화된 웹 페이지를 주로 제작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는 정장적으로 표시되는 웹 페이지가 넷스케이프에서는 오류를 일으키는 빈도가 잦아졌는데, 이 역시 사용자들이 넷스케이프를 떠나게 되는 요인이 되었다.

1998년 3월, 넷스케이프는 소스 코드 공개 정책을 통해 웹 브라우저의 성능향상을 노리는 모질라(Mozilla) 재단을 출범시켰으나, 프로젝트의 진척은 지지부진했다. 결국 1998년 11월, 넷스케이프 커뮤니케이션스는 미국의 인터넷 서비스 업체인 AOL에 매각되어 자회사가 되었다.

넷스케이프
<2008년에 출시한 넷스케이프의 마지막 버전인 9.0.0.6>

이후에도 넷스케이프는 새로운 버전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는 등 안간힘을 썼으나, 1998년을 전후해 넷스케이프의 웹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은 50%대로 떨어졌으며, 1990년 즈음에는 40%대, 2000년 전후에는 20%로 떨어지는 등, 추락을 막을 수는 없었다. 2002년 이후부터 넷스케이프의 시장 점유율은 한자릿수로 떨어지는 등, 사실상 존재감을 상실했다. 결국, 넷스케이프는 2008년 2월, 마지막 버전인 9.0.0.12 버전을 출시한 후 업데이트를 종료했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넷스케이프, 그들이 남긴 유산

넷스케이프는 인터넷의 여명기에 혜성처럼 등장, 업계를 거의 완벽하게 지배했던 웹 브라우저 시장의 최강자였다. 오늘날 웹 브라우저의 기본적인 형태는 이 때 거의 완성되었고, 이후 각종 인터넷 서비스의 기반이 된 기술의 상당수를 정립하기도 했다. 다만,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세계는 이들의 힘 만으로는 제어가 불가능 할 정도로 빠르고 거대하게 발전했다는 점이 뼈아픈 점이다.

또한, 이들이 정면으로 상대해야 했던 마이크로소프트는 너무나 크고 강력한 존재였다. 다만, 이후 마이크로소프트는 1998년 5월에 미국 법무부로부터 독점금지법 위반으로 소송을 당해 2000년에는 위반 판결을 받기도 했고, 2013년에는 소비자의 웹 브라우저 선택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EU(유럽연방)으로부터 5억 6,000만 유로의 벌금을 부과 받는 등의 곤란을 겪기도 했다. 또한 2010년대부터 IT 시장의 중심이 PC에서 모바일로 이동하면서 구글의 크롬(Chrome) 웹브라우저가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점유율을 추월하는 등, 시장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넷스케이프
<넷스케이프의 간접적 후속작인 파이어폭스의 로고>

비록 넷스케이프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그들의 유산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넷스케이프로부터 비롯된 모질라 재단은 지금도 남아 파이어폭스(Firefox) 웹브라우저를 지속적으로 개발, 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그들이 초장기에 개척했던 인터넷이라는 세계가 지금도 끊임없이 확대, 발전하고 있다는 점은 참으로 고무적인 일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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