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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 걱정된다' P&I 2018의 씁쓸한 이면

강형석

P&I 2018이 오는 4월 22일까지 코엑스에서 개최된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올해로 27번째 개최되는 서울국제사진영상전(이하 P&I) 2018이 2018년 4월 19일부터 22일까지 나흘간 서울 코엑스 A홀에서 열린다. 코엑스, 한국광학기기산업협회, 한국사진영상산업협회 등이 공동 주최하는 행사로 국내 최대 규모의 사진영상문화 전시회로 손꼽힌다. 그런데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이제 이 역사와 전통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걱정해야 할 때가 왔다.

사실 위기는 카메라 시장의 축소와 함께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2000년대 초중반, 서울국제사진영상기자재전은 제법 큰 규모를 자랑했다. 디지털 사진의 부흥과 함께 많은 제조사들과 유통사들이 모여 신제품과 관련 상품들을 전시했다. 다양한 사진들이 전시되었고 사람들의 관심도 상당했다.

2010년 초반까지 이 기조는 잘 유지되는 듯 했다. 문제는 그 이후다. 시대는 빠르게 변화하는데 전시 풍경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나빠졌고 아쉬움만 남겼다. 그리고 참여 기업은 하나 둘 줄어들기 시작했다. 올림푸스한국은 2012년까지 참가한 이후, 지금까지 행사에 불참하고 있으며, 파나소닉코리아도 2014년 이후 불참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니콘이미징코리아도 지난 2017년 이후로 P&I에서 모습을 볼 수 없다. 카메라 사업을 접은 삼성(2014년 이후 P&I 철수)은 제외하더라도 국내에서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후지필름, 라이카도 P&I에서 만나볼 수 없는 브랜드다.

P&I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국내 최대 규모의 사진영상문화 전시회다. 그런데 정작 최대 규모라고 하기엔 부끄러운 모습들이 이어지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행사를 이렇게 만든 것일까?

잔치에는 관심 없고 잿밥에만 주목했다

행사에서 늘 지목해 왔던 문제는 바로 주객전도였다. 사진영상기자재전, 사진영상전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다. 다양한 카메라와 렌즈, 관련 기기들이 전시되고 주목 받아야 하는 자리에 정작 그들은 찬밥 신세가 된다. 그리고 그 관심은 이들과 전혀 관련 없는 모델들에게 집중된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지만 행사장 곳곳에는 모델을 촬영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엄청난 장비들을 가지고 대기하다 모델이 나타나면 연신 셔터를 눌러댄다.

문제는 이들은 통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들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이동 통로를 가득 메워 관람객들의 이동을 방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체험존까지 차지해 정상적인 전시를 방해하기 일쑤다. 그들은 제품에 전혀 관심이 없고 오로지 뷰파인더 앞에 있는 모델을 어떻게 선명하게 잘 담아낼까에 집중하고 있었다.

P&I 2018 내 캐논 전시관. 체험구역은 모델을 촬영하려는 사진사들로 인해 본연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과거 행사에 비해 모델들의 수가 급격히 줄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모델을 배치한 전시관(부스)은 실로 엄청난 장비를 가지고 자리를 차지한 그들로 인해 이동이 제한되는 것은 여전했다. 이동이 수월했다 하더라도 그들을 신경 써야 하니 피곤해지는 것은 정작 이들을 피해가는 나 자신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참가사들은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특히 과거 P&I에 참가했던 니콘은 비록 늦었지만 모델 촬영을 위해서는 관람객의 장비를 반납한 후 입장하도록 유도했다. 자사의 제품 집중도를 높이고 나아가 원활한 진행을 이어가기 위함이다. 안타까운 것은 몇몇 참가사들은 여전히 모델을 모객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참가비를 회수하는 것은 좋지만...

전시의 품격이 떨어지는 것은 콘텐츠의 질적 하락에 원인이 있다. P&I 2018은 여기에 전시의 목적까지 변질되었다. 19일에 행사장을 찾은 기자는 여기가 전시장인지 시장인지 혼란을 겪었다. 사진영상전을 국제 사진영상판매전으로 바꿔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

전시장을 둘러보니 거의 대부분 유통사들은 제품을 전시 및 판매하고 있었다. 카메라 제조사 중에서는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이 상품을 판매하는 매대를 꾸리지 않았다. 이 외에 벤큐코리아나 전문가용 프린터 유통사, 일부 스튜디오 정도만이 상품을 판매하지 않고 제품 전시로만 전시관을 운영할 정도였다.

이날 찾은 관람객들의 대다수도 관람보다 '괜찮은 물건 저렴하게 판매하나' 여부를 탐색하기 위해 온 것처럼 보였다. 일부 학생들은 전시관 이곳 저곳을 둘러보는 모습이지만 일부 중장년층 관람객은 전시관을 마치 아웃렛 쇼핑하듯 돌아다니며 카드를 연신 인식기에 꽂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P&I 2018에 참가한 한 기업. 전시관인지 판매장터인지 분간이 어려울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시가 먼저인지 판매가 먼저인지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된다. 어떤 전시관은 중앙에 판매를 위한 상품들을 당당하게 쌓아놓고 있었는데, 마치 도떼기 시장을 연상케 했다.

고가의 참가비에 대한 부담을 최대한 줄이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 같은 행태는 결국 시장의 왜곡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행사장에서만 특별 가격에 판매한다면 지방에 거주하며 행사에 참가하지 못한 소비자들은 어떻게 한단 말인가? 또 같은 상품이어도 행사 가격과 실제 판매 가격에 큰 차이가 존재한다면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정가에 구매한 소비자들은 말 그대로 '호구'가 되는 셈이다.

이벤트 성격으로 일부 상품에 대해 특별 가격으로 판매한다면 이해해 줄 이들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특정 장소에서 전 상품을 대상으로 할인 판매한다면 이를 이해해 줄 소비자들은 얼마나 될까?

행사의 씁쓸한 이면, 달라질 수 있을까?

비단 P&I 뿐 아니라, 국내 진행되는 많은 전시는 이런 형태를 띈다. 특수한 목적을 가지고 정말 기업간 거래와 기술 전시에 초점을 맞춘 행사라면 모를까,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다면 열에 아홉은 시장 같은 풍경과 모델을 촬영하기 위해 진을 친 촬영자들과의 조합이 늘 함께해 왔다. 업계가 스스로 자정의 노력을 기울이거나 추최측에서 이를 감시하거나 둘 중 하나라도 이뤄지면 모르겠지만 둘 다 없는 현재 시점에서는 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점차 규모가 축소되고 있는 P&I. 아마 2019년에도 행사는 열릴 것이다. 하지만 정말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이 행사가 품은 역사와 전통은 그 의미가 다 할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앞으로도 꾸준히 국내 최대 규모의 사진영상문화 전시회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주최와 참가사들이 함께 노력을 기울여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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