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황사, 침수를 대비하라, 방수/방진의 기준 - IP등급
[IT동아 권명관 기자] 침수 사고. 아찔한 단어다. 혹자는 침수 사고를 여름 휴가철 물놀이 시즌만 조심하면 되는 것 아니냐 말한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화장실 변기나 세면대에 빠트리거나, 노트북이나 키보드 위에 물컵을 쏟는 일은 흔히 일어난다. 다급한 마음에 물을 탈탈 털며 A/S 센터를 찾아가도 돌아오는 답변은 수리비 몇 십만 원이다. 허탈할 수밖에. 가끔 가방 속에 넣은 태블릿PC나 노트북, 스마트폰 침수 사고도 발생한다. 급작스럽게 쏟아진 소나기에 젖어 버린 제품을 보면, 원망할 대상을 찾기도 힘들다.
이에 제조사들은 방수/방진 기능을 갖춘 제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간단한 생활 방수, 예를 들어 물방울이 조금 튀는 것을 막아내는 수준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샤워기 물줄기 속이나 얕은 수심 정도는 거뜬하다. 특히 스마트폰, 태블릿PC, 스마트시계와 같은 휴대용 IT 제품은 방수/방진 기능을 지원하면서 사용자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 방수/방진 기능을 지원하는 화웨이 '미디어패드 M3 라이트 WP' >
화장실에서 샤워하며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고, 욕조에 누워 반신욕을 하며 태블릿PC로 영화를 감상한다. 찰랑거리는 수면 아래에서 연인 또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은 일반적인 사진과 다른, 그 무언가를 담는다. 스마트폰 제조사 A는 폭우 속에서 자전거를 타며 스마트폰으로 네비게이션을 실행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또다른 사용자 경험을 내세울 수 있는 하나의 무기로 장착한 셈이다.
< 방수/방진 기능을 지원하는 화웨이 '미디어패드 M3 라이트 WP' >
방진, 방수의 기준 - IP등급(IP Code)
방수 기능을 지원하는 제품은 이를 보증하기 위한 수단으로 'IP등급(Degree of Ingress Protection, IP Code)'을 표기한다. IP등급은 'IEC(국제전기표준회의, International Electrotechnical Commission)'가 제정한 규격으로, 'IEC60529'에 의거해 고체(방진)와 액체(방수)의 침투에 대한 보호 수준을 규정하는 기준이다. 앞서 언급한 카메라, 스마트폰 등 휴대용 IT 제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용 기기에 이르기까지 적용되는 보편적인 기술 기준이다.
< IP등급 표기 >
IP등급은 IP67, IP68 등 보통 뒤에 두 자리 숫자가 따라붙는다. 앞의 숫자는 고체(먼지)의 압력으로부터 얼마나 제품을 보호할 수 있는지(방진 기능), 뒤의 숫자는 액체(물 등 수분)의 압력으로부터 얼마나 제품을 보호할 수 있는지(방수)를 나타낸다. 숫자가 크면 클수록 보호 등급이 높은 것을 뜻하며, 방진은 0~6등급까지, 방수는 0~8등급으로 구분한다.
방진은 0부터 6등급으로 구분한다. 0등급은 아무 보호 기능이 없는 것을 뜻하며, 1등급은 크기 50mm의 고체, 예를 들어 손바닥만한 물건이 침투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2등급은 크기 12.5mm의 고체, 사람 손가락만한 물건이 침투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뜻이며, 3등급은 크기 2.5mm의 고체나 두꺼운 전선, 도구 등이 침투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4등급은 크기 1mm, 얇은 전선이나 나사, 철사 등의 침투를 것을 막는다.
< IP등급 - 방진 >
일반적으로 5등급부터 '방진 기능을 지원한다'라고 말한다. 5등급은 외부 먼지 유입을 완전히 막을 수 없지만, 제품 사용에 문제 없다는 것을 뜻하며, 6등급은 외부 먼지 유입을 완전히 차단한다는 뜻이다.
방수는 0부터 8등급으로 구분한다. 1등급부터 3등급은 분사하는 액체(스프레이 등)에 제품을 해당 시간만큼 조금씩 압력을 높여 테스트하는 방식이다. 실상 4등급 이상은 되어야 '생활방수 기능을 지원한다'라고 말할 수 있다. 생활방수는 일상 생활 속에서 물이 튀거나 비를 맞아도 괜찮은 정도. 7등급부터 방수 기능을 지원한다고 언급할 수 있다.
< IP등급 - 방수 >
다만, 이점을 꼭 명심해야 한다. 방수 기능 지원을 침수로부터 온전하게 보호된다고 확대해석하는 것은 금물이다. 예를 들어, IP67 등급의 삼성전자 갤럭시 S5 설명서를 보면, 수심 1m가 넘는 깊이에 잠기게 하거나 물 속에 30분 이상 넣지 말라고 권고한다. IP68 등급의 삼성전자 갤럭시 S7도 마찬가지다. 수심 1m 이상에서도 방수를 지원하지만, 방수 기능을 지원하는 최대 수심은 제조사가 표기하도록 되어 있다(갤럭시S7의 경우, 최대 1.5m 수심 이내에서 30분 방수 지원으로 표기되어 있다). 즉, IP등급을 너무 맹신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참고로 IP등급을 표기하는 숫자 뒤에 A, B, C, D, F, H, K, M, S, W 등의 문자를 표기하는 경우도 있다. A부터 D는 사람이 접근했을 때 위험한 수준을 표기한 것이며, K는 방수 등급에서 고압의 액체를 분사해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6K와 9K가 주로 사용된다). F는 기름이나 석유 등으로 부터, H는 고전압으로부터, M은 방수 테스트 중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을, S는 방수 테스트 중 테스트 장치를 가만히 세워 준 것을, W는 기상 조건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