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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님, 구글 크롬 말고 MS 엣지는 안될까요?"

권명관

[IT동아 권명관 기자] 어제였습니다. 평소 일상처럼 노트북으로 기사를 작성하던 순간, 윈도10 오른쪽 하단 알림 창에 숫자 '3'이 표시되어 있더군요. '또 업데이트 알림인가?'라며, 마우스로 클릭하니 아래와 같은 메시지가 떴습니다.

윈도10 엣지 알림

'크롬이 배터리를 빠르게 소모하고 있습니다.'
'엣지가 크롬보다 더 안전합니다.'
'구글 벤치마크를 기반으로 엣지가 크롬보다 더 빠릅니다.'

메시지를 확인한 순간, 이게 뭔가 싶어 멈칫하고, 씁쓸하게 웃고 말았죠. 마치 한 남자가 마음에 둔 여자 앞에서 상대 관심을 끌기 위해 머뭇거리다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아… 안녕?"하고 인사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거든요. '나 정말 괜찮은 남자인데, 넌 왜 자꾸 다른 남자에게만 관심을 두고 있어?'라는 조용한 물음과 '야! 날 좀 봐 달라고!'라는 절규를 동시에 느꼈습니다. 어쩌다가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가 이렇게 눈치를 살피는 걸까요? 그 천하의 MS가 말이죠.

MS 엣지, 전세계 시장 점유율 2.06%

2017년 11월 기준, 인터넷 이용자들의 정보로 다양한 통계를 산출하는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전세계 데스크탑, 노트북, 모바일 등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모든 기기에서 사용하는 웹브라우저 점유율은 아래와 같습니다.

2017년 11월 기준 전세계 웹브라우저 점유율, 출처: 스탯카운터
< 2017년 11월 기준 전세계 웹브라우저 점유율, 출처: 스탯카운터 >

1위는 구글의 크롬으로 55%, 2위는 애플의 사파리로 14.76%, 3위는 알리바바의 UC브라우저로 7.99%, 4위는 모질라의 파이어폭스로 6.1%, 5위는 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이하 IE)로 3.88%입니다. 엣지는 2.06%로 8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심지어 삼성이 스마트폰과 태블릿PC용으로 개발한 모바일용 웹브라우저 삼성 인터넷(2.97%)보다도 순위가 낮습니다. 아, 참. MS는 웹브라우저 IE와 엣지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지요. 둘을 더한 수치는 5.94%입니다. 음… 그래도 4위 파이어폭스 점유율에는 미치지 못하는군요.

같은 기간, 전세계 시장이 아닌 국내 시장은 어떨까요? 지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국내 인터넷 시장은 MS의 웹브라우저, 특히 IE에 치중되어 개발되어 왔기에, 전세계 점유율과 많이 동떨어져 있었습니다. 크롬이 조금씩 점유율을 늘려 오던 시기에도 국내 웹브라우저 점유율은 IE가 90% 이상 차지하기도 했죠.

2017년 11월 기준 국내 웹브라우저 점유율, 출처: 스탯카운터
< 2017년 11월 기준 국내 웹브라우저 점유율, 출처: 스탯카운터 >

역시 1위는 크롬입니다. 절반이 넘는 51.7%를 차지했네요. 그리고 IE가 2위(23.42%), 사파리가 3위(10.23%), 삼성 인터넷이 4위(9.4%), 엣지가 5위(1.7%)입니다. IE와 엣지를 더한 점유율은 25.12%네요. 그래도 전세계 점유율에 비하면, 국내 시장만큼은 선방한 편입니다. 예상외로 사파리와 삼성 인터넷 점유율이 높은데요. 맥북, 아이폰 사용자 증가와 삼성 스마트 사용자가 많은 이유 때문이겠네요.

IE 사용자는 엣지 사용할 줄 알았어요

격제지감입니다. 국내 웹브라우저 점유율만큼은 그래도 MS가 아닐까 싶었지만, 결과는 처참하기만 합니다. 25.12%라는 수치. 분명 낮지만은 않은데, 그래도 초라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한편으로 마음이 짠합니다.

MS가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몰락한 이유는 크게 2가지로 꼽을 수 있습니다. '세대 교체 실패'와 '모바일 시대'입니다. 먼저 세대 교체 실패. MS는 2015년 1월부터 IE 최신 버전인 IE 11만 남겨놓고, 8, 9, 10 버전 지원을 종료했습니다. 특히, 보안 업데이트를 더 이상 지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죠. 어쩔 수 없이 IE 11로 업그레이드해야만 했습니다. MS도 적극적으로 이전 버전 사용자에게 IE 11로 업데이트하라고 안내했지요.

그런데, 이때부터 사용자들은 '웹브라우저 = IE'라는 인식을 깨기 시작합니다. 마침 웹브라우저에 대해서 잘 모르는 일반인들도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인터넷 환경에 관심을 가지던 시기였죠. 자연스럽게 IE 11로 사용자들이 넘어올 것이라는 MS 예상과 달리, 사용자들은 다른 웹브라우저를 선택하기 시작합니다.

통계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2015년 평균 IE 점유율은 50%, 크롬은 20%였거든요. 그리고 2015년말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크롬 점유율이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바로 IE 구형 버전 업데이트를 종료한 시점이지요. IE 사용자의 이탈이 시작된 것이죠.

엣지는 윈도10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단점으로 작용했습니다. IE 사용자 이탈이 본격적이던 2015년 11월, PC 운영체제 윈도 점유율 중 1위는 윈도7(57.4%)이었거든요. 윈도8.1과 윈도8, 윈도XP 점유율도 각각 15.16%, 3.45%, 9.9%였구요. 엣지를 사용하고 싶어도, 사용할 수가 없었던 겁니다. 그리고, 윈도10 사용자라고 무조건 엣지를 사용하지도 않았죠.

2015년 11월, 전세계 PC 운영체제 윈도 점유율, 출처: 스탯카운터
< 2015년 11월, 전세계 PC 운영체제 윈도 점유율, 출처: 스탯카운터 >

모바일 시대에 대한 대응도 늦었습니다. MS의 모바일 웹브라우저는 엣지가 유일합니다. 그런데, iOS용과 안드로이드용으로 내놓은 엣지 정식 버전 출시일이 언제인지 아시나요? 바로 2017년 12월 1일입니다. 지난 10월부터 일부 사용자를 대상으로 베타 테스트를 시작했죠. 아, 아직 국내에서는 정식 버전을 사용할 수 없으니 행여나 스마트폰으로 검색하지 마세요. iOS용 엣지는 미국, 중국, 프랑스, 영국에 안드로이드용 엣지는 미국, 호주, 캐나다, 중국, 프랑스, 인도, 영국에만 출시했거든요.

과거 PC용 운영체제 윈도로 절대강자 위치에 있던 지위를 이용해 소위 말하는 '끼워 팔기' 전략으로 윈도는 IE 공식을 성립했던 MS가, 모바일 시대에 접어들면서 상황이 역전되어 버린 것이죠. 오히려 MS의 웹브라우저 끼워팔기 전략을 경쟁사들이 사용하는 판국입니다. iOS는 사파리, 안드로이드는 크롬,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삼성 인터넷이니까요.

엣지를 바라보는 MS의 고민은 깊습니다. 마땅한 탈출구도, 상황을 역전시킬 한방도 크게 보이지 않는 상황이구요. 기자의 한 지인은 앞서 언급한 윈도10 알림 메시지를 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MS의 절규'라고요.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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