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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CPU+AMD GPU' 이 혼종의 목적과 가능성은?

강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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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강형석 기자] 미국 현지 시각으로 2017년 11월 6일, 인텔은 새로운 코어 프로세서 라인업인 H-시리즈를 공개했다. 크리스토퍼 워커(Christopher M. Walker) 인텔 클라이언트 컴퓨팅 그룹 수석 매니저(부사장)는 “코어 H-시리즈를 통해 노트북은 더 얇고 가볍지만 강력한 성능을 제공하게 되었다”고 언급했다. 이를 위해 새 프로세서(CPU)에는 강력한 성능의 그래픽 프로세서(GPU)가 탑재되었다는 점도 덧붙였다.

이 강력한 그래픽 프로세서의 출처는 어디일까? 놀랍게도 인텔의 경쟁자로 다시 부활의 날개를 펼치는 중인 AMD, 정확히 말하면 AMD에서 독립된 형태(자회사)로 운영되는 라데온 테크놀로지 그룹(Radeon Technologies Group)의 라데온 그래픽 프로세서다. 이것만 놓고 보면 엄청난 소식임에 틀림 없다. 인텔과 비록 자회사지만 AMD가 협력해 혼종을 빚었기 때문이다.

코어 H-시리즈의 공개로 시장은 들썩이고 있다. 라이벌이라면 라이벌인 두 반도체 기업이 손을 잡고 제품을 선보일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래서인지 업계는 이 일을 두고 경쟁사인 엔비디아를 견제하기 위함이라거나 인공지능 패권을 손에 쥐기 위한 한 수라는 등 여러 의견을 내놓고 있다. 타당한 내용이다. 하지만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인텔의 고민 – 성능과 휴대성, 배터리 효율

인텔은 노트북 PC 시장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상태다. 선택권도 상당하다. 내가 얼마를 손에 쥐고 있건 그에 상응하는 사양의 제품들이 유혹하고 있다. 이렇게만 보면 굳이 AMD(라데온 그룹)와 협력해 새로운 프로세서를 선보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바로 노트북의 발목을 잡는 3대 요소 때문이다.

노트북은 특성상 성능과 휴대성, 배터리 사이의 관계가 밀접하게 묶여 있다. 성능을 포기하면 배터리와 휴대성을 얻고, 반대로 배터리와 휴대성을 포기하면 화끈한 성능을 얻는다. 모두를 얻기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코어 H-시리즈 프로세서는 문제를 극복하겠다는 인텔의 의지를 조금이나마 보여준다.

AMD 라데온 GPU를 품은 인텔 코어 H-시리즈 프로세서.

코어 H-시리즈 프로세서는 기존 인텔 프로세서처럼 한 공간(실리콘 다이)에 코어와 그래픽 프로세서가 합쳐진 형태는 아니다. 한 기판에 프로세서와 그래픽 프로세서가 있는 통합 구성으로, 붙어만 있을 뿐이지 엄밀히 말하면 다른 고성능 노트북처럼 칩이 분리되어 있다.

하지만 이렇게 통합된 형태의 칩으로 두 프로세서를 연결하면 크기는 더욱 줄일 수 있다. 현재 게이밍 노트북을 구현하려면 기판 위에 프로세서와 그래픽 프로세서, 그리고 메모리를 장착하기 위한 공간을 충분히 확보해야 된다. 그리고 이들 장치는 별도의 냉각장치를 구성해 발열을 억제하는 설계도 이뤄져야 한다. 통합 칩은 이를 단순화함으로써 적어도 성능과 휴대성을 동시에 만족할 수 있다.

칩을 통합하면 기판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 무게와 발열, 배터리 효율 등에서 이점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조율만 잘하면 전체적인 전력 소모를 낮춰 배터리 효율을 높이는 것도 가능하다. 일반적인 고성능 프로세서(HQ) 라인업은 45W의 열설계전력(TDP) 구조를 갖는다. 하지만 15W TDP를 갖는 저전력 프로세서에 고성능 그래픽 프로세서를 통합한다면? 그만큼 전력 효율에 대한 이점을 얻게 된다.

8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이전 세대와 비교해 코어가 2개씩 증가했다. 이는 모바일 프로세서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존 듀얼코어였던 코어 i7 저전력 프로세서는 쿼드코어가 되었다. 더 많은 작업을 처리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인텔이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마 이 부분이 아니었을까 예상해 본다.

AMD의 고민 – 라데온의 저변을 늘려야 하는데...

라이젠으로 분위기를 살린 AMD. 하지만 그래픽 프로세서 시장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RX 시리즈는 그나마 빈틈을 찾아 공략하는데 성공했지만 야심차게 준비한 베가(Vega)는 여러모로 한계에 봉착해 있다. 특히 모바일 시장은 엔비디아가 거의 장악한 상태여서 뚫고 들어갈 틈이 없다.

AMD는 라데온을 모바일 영역에 진출시키기 위해 결국 자신의 플랫폼을 활용할 수 밖에 없다. 인텔+라데온 조합을 선택하는 노트북 제조사의 수와 제품 라인업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 저변을 넓히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돌파해야 한다. 인텔의 제안은 어떻게 보면 솔깃했으리라.

소니 플레이스테이션4

AMD(라데온 테크놀러지) 입장에서 보면 그렇게 자존심을 세울 일도 아니다. 이미 플레이스테이션4와 엑스박스 등에서 그들의 입맛에 맞는 자체 설계 프로세서를 내놓은 경험이 있다. 수요가 꾸준히 존재한다면 자연스레 라데온 그래픽 프로세서의 입지를 확대할 수 있다.

물론 AMD와의 조합이 영원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특별한 설계가 아니라 단지 프로세서와 그래픽 프로세서 사이를 빠르게 연결하는 내부 연결 라인(Embedded Multi-Die Interconnect Bridge)을 두는 것이므로 얼마든지 이와 호환하는 그래픽 프로세서가 개발된다면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가능성이 낮은 이야기다.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아서다.

울트라북의 변신 기대되지만 최대 수혜자는 맥북이 될지도

인텔은 코어 H-시리즈 프로세서를 2018년 1분기 내 출시 예정하고 있다. 이 프로세서는 1,200~1,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노트북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계획대로 출시가 이뤄진다면 노트북 시장의 흐름에 변화가 올 가능성이 높다. 3D 가속이 가능한 뛰어난 성능의 노트북이 얇고 가벼워진다면 마다할 소비자가 있을까? 가격이 변수지만 지금 당장 고민할 문제는 아니다.

맥북프로

오히려 최대 수혜자는 애플이 될지도 모른다.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 애플은 다른 노트북 제조사들과 달리 라데온 그래픽 프로세서를 적극 채용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라인업이 아닌 일부에만 이를 적용하고 있다. 여기에 코어 H-시리즈 프로세서가 적용된다면 애플 입장에서는 성능과 효율을 모두 앞세울 수 있는 제품을 대거 선보일 잠재력이 열린다.

LG 그램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나 LG 그램, 삼성 시리즈 9와 같은 투인원(2-in-1) 또는 초슬림 노트북에서도 잠재력이 충분하다. 동일한 크기를 유지하면서도 배터리 용량을 더 늘릴 수 있다거나 얇게 설계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성능은 자연스레 오르지만 그 외 만족도를 주는 요소들에 변화를 줘 기기의 특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 노트북의 가능성이 확대되는 셈이다.

'인텔+라데온' 조합은 새로운 모빌리티 시대의 대응 유연성 확보

인텔과 라데온의 조합은 새로운 모바일 컴퓨팅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연합의 결과물이다. 여기에 인공지능 시장의 주도권을 잡고 공공의적 엔비디아까지 견제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나중 일이다. 지금 당장은 정체된 노트북 기술을 극복해야 된다. 여전히 소비자들은 애매한 제품들을 강요 받고 있으며 점점 지쳐가고 있다.

시대는 변화하고 있다. 인텔이 적과의 동침을 선언한 것도 변화에 따른 위기감 때문일지도 모른다. 스마트 기기의 성장은 노트북을 위협하고 있으나 인텔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스스로 개발 중인 내장 그래픽 프로세서들은 기대에 못 미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2007년부터 준비해 온 라라비(Larrabee)는 날개를 펴보지도 못하고 사라졌다. 기술의 정체, 하지만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는 경쟁자들이 상당하다. 코어 H-시리즈 프로세서는 적과 손을 잡더라도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 해도 무방하다.

인텔은 이 기술을 더 갈고 닦을 것이다. 당장 9세대 코어 프로세서가 될 캐논레이크(Cannon Lake)는 10nm 미세공정을 적용해 발열 및 전력소모를 낮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내부 연결 라인(인터커넥트)의 대역폭을 충분히 높이는 작업을 병행한다면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이 혼종이 가져올 나비효과는 무엇일까? 2018년이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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