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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QLED TV 띄우기, 전략일까? 자충수일까?

강형석

삼성전자가 QLED와 OLED를 비교하는 과정에서 타사 제품명을 그대로 노출했다. (출처=유투브 영상)

[IT동아 강형석 기자] 삼성이 유투브에 게재한 한 영상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바로 자사 QLED TV와 타사 OLED TV를 비교하는 과정에서 타 TV 모델을 여과 없이 노출, 비방 마케팅이라는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영상이 삼성의 공식 유투브 채널(삼성 TV)을 통해 배포되었다는 점이다.

삼성 TV 유투브 채널은 지난 8월, QLED와 OLED를 비교하는 'QLED vs OLED : The 12-Hour Image Retention Test'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간단히 설명하면 QLED와 OLED 디스플레이를 놓고 12시간 동안 작동시켜 이미지 유지가 되는지 시험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이미지 유지는 기존 출력된 영상 또는 이미지가 얼룩처럼 보이는 번인(Burn-In) 현상을 말한다.

실제 삼성전자는 테스트를 위해 12시간 동안 '블레이드 앤 소울'이라는 온라인 게임을 실행하고 각 디스플레이에 잔상이 남았는지 여부를 확인한다. 그 과정에서 QLED는 잔상 없이 깨끗한 반면, OLED는 게임 내 기술창이나 일부 아이콘들이 희미하게 남아 있다. 이렇게 보면 OLED가 QLED 대비 품질이 낮은 것처럼 보이는데. 여기에는 몇 가지 함정이 숨어 있었다.

OLED에 불리할 수 밖에 없는 테스트 환경

영상에서는 12시간 동안 쉬지 않고 게임을 실행해 번인 현상을 재현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게이머 한 명이 12시간 계속 게임을 진행하는 것은 무리이기에 6명의 게이머가 교대로 실행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채웠다. 평균 1인당 2시간이다.

가장 먼저 떠오른 궁금증은 12시간 또는 그 이상 콘텐츠를 시청하는가 여부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공개한 2016 방송매체이용행태조사 중 TV 이용 시간을 보면 대한민국 국민은 하루 평균 2시간 46분 가량 TV에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일에는 2시간 33분, 주말은 3시간 20분 가량을 쓴다. 이는 지난 2015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치다.

적게는 2시간 30분, 많게는 약 3시간 20분 가량을 디스플레이 감상에 쓰는데 OLED TV에 번인이 발생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당장 OLED를 채택한 스마트 기기들만 봐도 환경에 따라 증상이 발생할 수 있지만 사용자 다수는 문제를 인지하지 못한다. 그만큼 사용 시간이 짧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12시간 게임을 실행하고 난 이후의 결과. OLED는 잔상이 있지만 QLED는 잔상이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출처=유투브 영상)

이는 유투브 영상에서도 잘 드러난다. OLED에 표시된 것은 게임 내에 고정되어 있던 아이콘이 전부였다. 게임 내에 움직이던 캐릭터나 화면은 번인 현상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반대로 말하면 워드나 액셀 같은 문서 편집 애플리케이션이 동일한 시간 활성화되어도 동일한 현상이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번인은 영상이 오랜 시간 고정되어 출력 됐을 때 발생한다. OLED는 각 화소의 수명이 상대적으로 짧으며, 특히 이 중에서 파란색(B) 화소의 수명이 비교적 더 짧다. 소자의 수명이 소모되면 해당 영역에 다른 색이 표시되어 얼룩이 생기는데, 이런 이유에서 일반적인 게임/업무용 디스플레이 패널로 OLED를 쓰지 않는다. 고정 화면이 많아 번인 현상에 의한 몰입감 저하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효과를 두드러지게 보여주기 위해 극단적인 테스트 방법을 선택할 수는 있다. 하지만 조금 더 다양한 환경에서 테스트를 시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QLED는 번인에서 자유로운가?

OLED 디스플레이에 번인 현상이 있어 원활한 사용이 불가능하다면 QLED는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까? 영상에서는 그런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확인해 보면 QLED 역시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여럿 노출하고 있다. 바로 제조사가 제시하는 보증이 대표적 사례다.

지난 2016년 8월, 삼성전자는 보도자료를 통해 퀀텀닷 SUHD TV를 영국에서 번인 10년 무상 보증을 확대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자료를 보면 2017년 3월까지 8개월간 19개 모델을 대상으로 진행했고, QLED TV는 2017년 3월 1일부터 2018년 11월 30일까지 등록된 제품에 대해 보증을 진행한다. 국내에서도 이와 같은 기간의 번인 관련 보증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내에서 QLED TV의 번인 10년 보증을 받기 위한 조건 중 일부. 이 외에도 9가지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영국의 예를 보자. 보증을 받기 위해서는 삼성 영국 홈페이지에 접속해 프로그램 등록 관련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후 10년 보증 스티커를 발부 받아 디스플레이에 붙이면 끝이다. 문제는 조건이다. 일부 내용을 보면 매우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해야 10년 보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해놨다.

먼저 정보를 등록해야 한다. TV의 일련번호와 영수증 등을 반드시 구입 90일 이내에 증빙해야 된다. 보증은 말 그대로 번인에 대해서만 적용되고, 상업 용도로 활용하면 보증이 이뤄지지 않는다. 프로모션이므로 정해진 판매점에서 구매해야 혜택이 적용된다.

상업 용도에 대한 정의도 내려져 있다. 지속적이거나 의도적으로 장시간 디스플레이가 켜져 있는 경우가 해당된다. 클럽, 바, 식당 등이 대상이다. 뿐만 아니라, 상업적 용도가 아니더라도 TV 화면에 고정된 방송사 로고나 자막 등으로 인해 발생한 번인도 보증에서 제외되는 점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다.

이는 번인이 발생할 요소들을 철저히 배제하고 말 그대로 일반적인 환경에서 생길 번인에 대해서만 책임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QLED는 구조상 액정(LCD) 패널과 후방 조명 사이에 양자점 필름을 추가한 형태로 OLED와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진짜 QLED는 양자점이 크기와 전압에 따라 스스로 다양한 빛을 내지만 삼성의 QLED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시판 중인 QLED TV의 설명서에도 특정한 번인은 보증에서 제외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국내라고 사정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삼성 QLED TV Q7F의 사용자 설명서를 보면 60페이지에 4:3 화면 비율로 너무 오래 시청하지 말라고 기술되어 있다. 이는 화면의 상, 하, 좌, 우에 표시되는 경계선이 오래 노출되면 화면 열화(번인)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또한 이 문제가 발생하면 보증되지 않는다는 점도 분명히 하고 있다.

영상에서는 번인이나 잔상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지만 QLED TV 사용설명서 내에는 관련 증상에 대한 언급이 있다.

71페이지에는 화면 잔상 방지에 대한 언급도 있다. 여기에는 자동 보호 시간 기능 활성화를 통해 2시간 동안 정지된 영상이 지속되면 화면 보호 기능으로 잔상을 방지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정지 화면은 영화와 증권 자막, 비디오 게임, 방송국 로고, 컴퓨터 화면, 4:3 화면비 시청 등이 포함된다.

결국 삼성 QLED TV도 시간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 번인 현상이 존재함을 내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반응이 빠른 OLED TV에 없는 잔상까지 걱정해야 된다. 유투브를 통해 자신 있게 QLED에는 잔상이 남지 않는다는 분위기를 풍겼던 것과 분명히 다른 시각이다.

왜 자충수를 두었을까?

자충수라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는 바로 삼성전자 스스로가 OLED를 채택하고 있어서다. 바로 주력 스마트폰 갤럭시에 탑재되는 아몰레드(AMOLED – 능동형 유기 발광 다이오드)가 그것이다.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되어 설계됐지만 작동 방식은 OLED와 다르지 않다. QLED를 내세우며 OLED를 깎아내리는 모습은 요즘 말로 팀킬(Team Kill – 아군사살)과 유사하다.

왜일까? 이는 시장 상황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2,500달러 이상 가격대의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23% 점유율에 그쳤다. 25.2% 점유율을 기록한 소니보다 낮은 수치다. 2015년 54%를 차지했던 분위기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그 사이 LG전자는 2016년 점유율이 43% 수준으로 뛰었다. 프리미엄 TV 시장의 주도권을 잃어가는 것이다.

2017년 상반기 프리미엄 TV 시장(2,500달러 이상)에서도 삼성전자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OLED TV를 앞세운 LG전자와 소니는 각각 36% 가량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QLED TV를 내세운 삼성전자는 15%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TV 시장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삼성전자가 선택한 카드는 불문율을 깨고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OLED, 그리고 특정 브랜드를 저격하는 것이었다. 의도는 단순했을지도 모른다. 그저 QLED TV는 번인에 유리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을 테니까. 그러나 이것으로 QLED가 OLED의 성장세를 뒤집을 수 있을지 여부는 두고 볼 일이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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