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소니도 마지막 한 가닥 선을 잘랐다, WF-1000X

강형석 redbk@itdonga.com

[IT동아 강형석 기자] 선 없이 데이터 통신을 가능하게 해준 블루투스 기술은 특히 음성 관련 제품의 많은 발전을 가져왔다. 유선으로 이뤄지던 음악감상과 통화는 선 없이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되었고, 심지어 고해상 음원도 재생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다양한 기능도 추가되고 있다. 주변 소음을 줄여주는 노이즈 캔슬링 기술이 대표적이다. 또한 무선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발생했던 지연 문제도 점차 개선되는 모습이다.

이렇게 선 없이 즐거움을 누리는 가운데, 음향기기는 더욱 작아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 무선 이어폰의 상징과도 같던 마지막 케이블까지 사라지게 되었다. 애플의 에어팟이나 삼성의 기어 아이콘만 하더라도 크기는 작지만 선 없이 두 유닛을 충전해 완전 무선으로 기기간 연결 후 음악 감상과 통화가 가능하다. 정말 ‘무선’ 이어폰이 된 것이다.

소니 WF-1000X.
소니 WF-1000X.

여기에 늦었지만 소니도 가세했다.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공개한 무선 이어폰 ‘WF-1000X’를 지난 9월 21일 국내 출시했기 때문이다. 이 제품은 공개와 함께 시선을 끄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콩나물 같다는 에어팟에 비해 비교적 세련되어 보였고, 주변 소음을 억제하는 노이즈 캔슬링(Noise Cancelling) 기술도 탑재했기 때문이다. 생김새는 기어 아이콘이나 다른 유닛 분리형 무선 이어폰과 흡사하지만 기능적으로 앞서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 주효했다.

소니가 처음 선보인 유닛 분리형 무선 이어폰 WF-1000X를 충분한 시간을 들여 사용해 볼 수 있었다. 과연 기대한만큼의 소리를 들려줄까?

세련미 보다 실용성 강조된 디자인

소니 WF-1000X의 디자인은 특별하지 않지만 소니 특유의 색을 잘 담아낸 형태다. 기교를 부리는 것보다 기본에 충실한 모습이다. 심심해 보일 수는 있을지 모르나 적어도 겉모습으로 인해 착용감을 망친다거나 기능적으로 손해를 본다거나 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이어폰은 귓바퀴에 걸어 외이도로 소리를 전달하는 개방(Open)형이 아닌 외이도(흔히 말하는 귓구멍)에 꽂는 커널(Canal)형이다. 상대적으로 차음성이 좋기 때문에 음악이나 통화 등에 집중하기 좋은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소니 WF-1000X.
소니 WF-1000X.

기본적으로 소니 WF-1000X는 무선 이어폰 유닛(2개)과 이를 충전하는 케이스로 구성된다. 애플 에어팟과 같은 구성이며, 다른 동급 이어폰과 다르지 않다. 이어폰의 배터리만으로는 크기가 작아 장시간 재생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사용하지 않을 때 케이스를 사용하면 충전 및 보관 등에서 이점을 보인다.

다만 이 제품의 충전 케이스의 디자인은 다소 투박한 면이 없지 않다. ‘이게 무선 이어폰의 구성품인가?’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 애플 에어팟 충전 케이스의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더 세련된 형태로 다듬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 충전 케이스는 마치 군용 반합을 작고 길게 늘린 듯 하다.

소니 WF-1000X.
소니 WF-1000X.

각 유닛의 하단에는 버튼이 마련되어 있다. 좌측 유닛의 하단의 버튼은 전원 및 무선 연결(페어링) 역할을 하고, 우측 유닛 하단의 버튼은 소음 제어(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위한 버튼이다. 한 번씩 누를 때마다 기능이 달라진다.

소니 WF-1000X에 탑재된 노이즈 캔슬링 기술은 지난해 공개했던 1000X 시리즈에 탑재되던 센스 엔진(SENSE ENGINE)에 기반한다. 외부 소음을 인지해 그에 반대되는 음파를 보내 소음을 상쇄한다. 여기에 외부 소음을 적당히 유입시켜 자연스러운 사용이 가능하도록 돕는 기능도 있다.

여기에서는 기본적인 노이즈 캔슬링 기능 외에도 주변 소음을 모아 음악과 함께 재생하는 <주변소리 – 일반>과 음성 이외의 소음을 제거해 들려주는 <주변소리 – 음성>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소니 WF-1000X의 블루투스 연결
모습.
소니 WF-1000X의 블루투스 연결 모습.

기기 연결은 당연히 블루투스로 이뤄진다. 우선 좌측 유닛에 있는 전원 버튼을 길게 누르면 기기 연결 모드(페어링)로 전환된다. 이 때 유닛은 파란색 LED가 점멸하는 상태가 되므로 연결 시 확인하자. 한 번 연결되면 기기에 저장된 프로파일을 지우지 않는 이상 추후 다시 연결할 필요 없다. 연결은 기기를 충전 케이스에 꽂으면 끊어지고 이를 분리하면 자동 연결된다. 단일 유닛만으로도 기능이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했지만 배터리 운용 측면에서 보면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케이스 바닥에 스마트폰 바닥을 맞닿으면 알아서 무선 연결이 되는 근거리무선통신(NFC)도 지원한다. 기기 바닥에 Z 형상을 한 NFC 로고가 있으니 쉽게 확인 가능하다. 이 때 연결할 스마트폰 또는 음원재생기의 NFC 기능이 활성화된 상태여야 한다.

음악 재생 실력은 좋지만 통화 품질은 아쉬워

소니 WF-1000X의 음질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재빨리 기기와 연결해 음원 재생 및 통화 음질을 경험해 보기로 했다. 무선 연결은 기자가 보유한 LG G6를 활용했다. 아쉽게도 소니 무선 이어폰은 고음질 재생을 위한 aptX 또는 aptX HD와 같은 기술은 제공되지 않는다. 기본 블루투스 코덱(SBC)와 애플이 사용하는 고급 오디오 부호화(AAC – Advanced Audio Coding)에 대응한다.

소니 WF-1000X.
소니 WF-1000X.

먼저 음원 재생, 기자는 스마트폰에 설치한 온쿄 고음질 플레이어(ONKYO HF PLAYER)를 통해 고해상 음원을 감상하고 있다. 음원에 따라 16비트/44.1kHz 에서 24비트/192kHz 등 다양해 가급적 자연스럽게 자주 감상하는 20여 곡을 추려 배터리가 소진될 때까지 연속 재생했다.

우선 음질. apxX나 엘댁(LDAC)과 같은 고해상 음원 재생 기술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법 풍부한 소리가 강점이다. 크기가 작지만 지름 6mm 사양의 드라이버가 탑재된데다 S-MASTER와 DSEE HX와 같은 기술을 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S-MASTER는 소니가 개발한 디지털 앰프 기술로 왜곡과 잡음(노이즈) 억제가 강점이다. DSEE HX는 손실 음원의 음역과 잔향을 최대한 복원(업스케일링)해 자연스러운 음질을 구현하는 기술이다. 다른 고가 소니 오디오에 탑재된 기술과 100% 동일하지 않겠지만 부족한 출력을 보완하는데 도움을 주기에 충분하다.

소니 WF-1000X.
소니 WF-1000X.

여기에 노이즈 캔슬링 기술이 추가되면서 음원 집중력을 최대한 구현해 주는 것은 인상적이다. 작은 크기라 별 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뜻 밖의 수확을 거둔 느낌이다. 소니 WF-1000X는 외부 소음을 좌우 유닛에 있는 마이크를 통해 인식하고 이를 빠르게 분석해 상쇄 음파를 출력한다. 디지털 노이즈 캔슬링 전용 프로세서를 달아 가능한 부분이다.

착용감도 뛰어나다. 실리콘 재질의 하이브리드 이어버드는 가장 작은 SS부터 가장 큰 L까지 총 4가지 크기를 제공해 외이도 넓이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 가능하게 만들었다. 추가로 외부에는 발포 실리콘을 쓴 트리플 컴포트 이어버드도 제공한다. 마치 메모리폼 이어버드와 유사한데 가급적 이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통화 음질은 솔직히 실망스럽다. 기자와 통화한 한 지인은 “먼 옛날 휴대폰 없던 시절 쓰던 공중전화로 통화하는 듯한 느낌”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게임을 즐기기에도 버겁다. 화면과 음성간 지연이 엄청나다. ‘이게 정말 2017년 출시 제품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많은 차이가 난다.

통화보다 편안한 음악 감상에 적합

솔직히 소니 WF-1000X의 음원 재생 실력은 수준급이다. 선 없이 두 유닛만 귀에 얹는 것만으로 흥겨움이 몰려온다. 그런데 통화 품질은 참을 수 없는 수준이다. 이 제품으로 통화한 모든 이들은 “도대체 무엇으로 통화하길래 음질이 쌍팔년(욕 아니다)도 느낌이 나느냐”고 물어올 정도였다. 이 정도라면 조금 심각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소니 WF-1000X.
소니 WF-1000X.

이 외에도 불편한 점은 또 있다. 아무래도 유닛 자체가 작다 보니까 한 번 충전해서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짧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2~3회 가량 충전으로 최대 9시간 정도를 쓰는데 그 사이에 이어폰을 다시 충전하는 번거로움이 존재한다. 약 2시간 가량 사용 가능했는데 이는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참고만 하자.

물리적인 크기나 특성을 극복하지 못한 요소들은 어쩔 수 없지만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29만 9,000원(소니스토어 기준)이라는 가격표를 보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짧은 거리를 이동하면서 깔끔하게 선 없이 음악을 감상(+노이즈 캔슬링)하려는 목적으로 접근한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유닛 분리형 무선 이어폰이라 생각된다. 물론 선택은 돈줄을 꽉 쥐고 있는 소비자의 몫이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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