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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강의실] OLED의 고질병, 번인 현상

이상우

[IT동아 이상우 기자] OLED 디스플레이가 등장한 이후 디스플레이 기기의 형태도 더 다양하게 바뀌었다. LCD와 달리 백라이트가 필요 없는 자발광 소재이기 때문에 화면 두께를 더 얇게 제작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은 CD 케이스보다 얇아졌고, 올해 초에는 두께가 3mm도 안되는 TV가 시장에 등장하기도 했다. 또, 곡면형 디스플레이를 제작하는 데도 유리하다. 뿐만 아니라 휘어지는 기판에 OLED 소자를 넣는 것도 가능해, 국내 한 스마트폰 제조사는 실제로 화면이 어느 정도 휘어질 수 있는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스마트폰을 출시하기도 했다.

올해 초 공개된 3mm 두께의 디스플레이

OLED 디스플레이의 장점은 단순히 화면 두께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검은색을 표현할 때도 조명을 켜는 LCD와 달리, OLED는 검은색을 만들 때 소자의 빛을 꺼버리면 되기 때문에 깊고 진한 검은색을 표현할 수 있다. 여기에 전력 소모량을 줄일 수 있는 점은 덤이다.

하지만 OLED 디스플레이는 LCD와 비교해 수명이 짧은 편이다. 특히 화면에 표시됐던 장면이 마치 얼룩 처럼 남는 '번인' 현상은 OLED 디스플레이의 고질병과도 같은 존재다.

번인 현상은 과거 CRT 디스플레이에도 존재했다. CRT 디스플레이는 내부에 있는 전자총을 이용해 전파를 쏘고, 이 전파가 화면 전면(유리 안쪽)에 발린 형광물질에 자극을 주면서 색상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런 자극이 특정 영역에서 특정 색상만 오래 표현하도록 지속하면 형광물질의 수명이 떨어지고, 결국 다른 화면을 표시할 때도 이 자국이 남아있게 된다.

CRT 디스플레이에 나타난 번인 현상

이 때문에 과거 CRT 모니터에서는 장시간 화면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다시 말해 화면이 정지된 상태로 켜져있을 경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국이 남는 것을 막기 위해 '화면 보호기(스크린 세이버)'를 켠다. 화면 보호기는 계속해서 움직이는 화면을 표시해, 특정 영역의 수명만 떨어지는 것을 막아준다. 즉 모든 화면 영역의 수명을 골고루 소모시키는 셈이다.

LCD로 넘어오면서 화소 자체의 수명은 크게 늘었다. 물론 후방 조명으로 쓰는 음극관이나 발광 다이오드의 수명이 떨어져 화면이 어두워질 수는 있지만, CRT 디스플레이에서 나타나던 화면 얼룩(번인)은 아주 드문 현상이 됐다.

CRT에서 LCD로 넘어오면서 번인 현상은 크게 줄었다

OLED 디스플레이가 등장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OLED는 이름 처럼 발광 다이오드(LED)에 유기물(Organic)을 입혀 색(빛)을 표현한다. 그런데, 이 유기물을 입힌 LED가 오랜 시간 빛을 내면 더 이상 특정 색상을 내지 못하게 된다.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것처럼 빛은 빨강(R), 파랑(G), 초록(B) 삼원색의 비율에 따라서 색이 달라진다. RGB의 빛을 모두 비추면 백색(무색) 빛이, R과 B를 1:1로 비추면 자홍색(마젠타) 빛이 비춰진다. 디스플레이가 화면에 여러 색상을 표현하는 원리도 이와 같아서, 화소(픽셀)에 포함된 3개(R, G, B)의 보조화소(서브픽셀) 밝기 비율에 따라 여러 색을 표현한다.

빛의 삼원색

그런데 OLED의 경우 각 화소의 수명이 상대적으로 짧으며, 특히 이 중에서도 파란색(B) 화소의 수명이 비교적 더 짧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화면을 밝은 색(특히 흰색)으로 장시간 켜면 소자의 수명이 떨어져 제대로 된 색상을 표현할 수 없고, 특히 파란색의 수명이 먼저 소모되는 만큼 노란색(R과 G 빛이 더해지면 노란색 빛이 나온다) 얼룩이 생긴다. 흔히 번인 현상을 화면이 탔기 때문에 생기는 얼룩이라고 부르지만, 정확히 표현하면 청색 소자의 수명이 다 돼 올바른 색 대신 노르스름한 색상으로만 표시되는 현상이다.

번인 현상 예시로, 실제 번인 현상이었다면 화면 스크롤을 올려도 같은 자리에 이 글씨가 계속 얼룩처럼 남아있다

위 이미지는 번인 현상을 표현하기 위해 가상으로 제작한 것으로, 원래는 완전한 흰색을 표현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사진 속 문구가 있는 자리의 파란색 소자 수명이 다돼 노란색 얼룩처럼 남게 된다.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각 소자의 수명이 골고루 소모되도록 화면이 계속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디스플레이 기기에서는 화면에 고정적으로 표시되는 부분이 있는 만큼, 이 현상을 완전히 억제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상단에는 통신사 로고, 신호 강도 표시, 배터리 잔량 등이 항상 같은 위치에 표시된다. 이 때문에 영화 감상 처럼 화면 전체를 사용하는 콘텐츠를 볼 때, 기존의 스마트폰 상단 부위에 노르스름한 색상으로 이러한 모양의 얼룩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 보인다. 게다가 최근에는 스마트폰 화면이 커지고,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가 확산되면서 스마트폰을 이용한 콘텐츠 소비 시간도 늘어났고, 자연스럽게 OLED 스마트폰에서 번인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장시간 같은 장면을 표시한 화면(왼쪽)과 번인 현상이 나타난 화면(오른쪽)

OLED TV의 경우 영상을 보는 용도로 많이 사용하는 만큼 이런 현상이 드물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의외로 OLED TV에서도 고질적으로 나타나는 번인 현상이 존재한다. 바로 방송사 로고다. 대부분의 방송은 우측 화면 상단 양쪽에 프로그램 이름과 해당 방송사 이름을 표시하며, 특정 채널을 오래 켜면 이 로고 부분의 수명이 빠르게 떨어져 결국 얼룩이 생긴다. TV는 스마트폰과 비교해 교체 주기가 길고, 특히 OLED TV의 경우 TV 중에서도 고급형 모델에 많이 포진해 있는 만큼 이러한 번인 현상은 소비자가 OLED TV 구매를 꺼리게 되는 요인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미 해외 커뮤니티 OLED의 수명과 번인에 관한 이슈가 일고 있는 만큼, OLED 스마트폰이나 TV를 생산하는 기업 역시 구체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물론 OLED TV 제조사도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기술을 개선해 일반적인 사용 환경에서 최대 10년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수명을 개선해 출시했다고 강조하기도 하며, 고정된 화면만 표시되지 않도록 화면을 눈에 띄지 않게 조금씩 움직이는 알고리즘도 적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OLED가 처음 디스플레이에 적용됐을 때는 LCD의 다음 세대를 이을 차세대 디스플레이 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OLED의 장점이 명확한 것처럼, 수명이라는 단점 역시 존재한다. 특히 최근 LCD 역시 기술 개선을 통해 어두운 색 표현력, 전력 소모, 두께 등 다양한 부분에서 개선을 이루고 있는 만큼 OLED 역시 시장을 안정적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수명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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