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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리뷰] 구글이 처음 하드웨어 디자인한 스마트폰 '구글 픽셀'

김태우

[IT동아 김태우 기자] 2016년 10월 구글은 스마트폰을 하나 발표한다. 이 스마트폰의 가장 큰 특징은 온전히 구글이 디자인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만 구글이 관여했고, 하드웨어는 제조사가 맡는 협업 방식으로 레퍼런스폰을 만들어왔다. 픽셀은 레퍼런스폰이 아닌 구글폰이다. 구글이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하드웨어까지 모두 설계했다. 아직 한국에는 판매하지 않는 이 제품을 뒤늦게 구입해 몇 주 사용해 봤다.

구글픽셀

아이폰 닮은 줄 알았는데

픽셀폰은 2가지 화면 크기로 나온다. 5인치와 5.5인치다. 큰 화면을 좋아하지 않다 보니 5인치 모델을 쓰고 있다. 처음 공개 당시 사진으로만 봤을 때 픽셀은 아이폰과 많이 닮아 보였다. 하지만 실물을 만나보니 그렇지는 않다. 그냥 아이폰과 완전 다른 스마트폰이다.

외형은 전반적으로 깔끔한 인상을 주지만, 아이폰처럼 예쁘고 세련된 맛은 없다. 전반적으로 2016년에 나온 HTC 10을 닮은 구석이 많다. 구글 픽셀은 제조를 HTC가 맡긴 했지만, 하드웨어 설계와 디자인은 구글이 했다. 딱히 HTC 10과 모양새가 비슷할 이유는 없어 보이는데,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물론 뭔가 개발자다운, 아니 구글다운 느낌은 난다.

구글픽셀

소재는 알루미늄을 쓴다. 다만 후면 상단은 유리를 적용했다. 아이폰처럼 안테나 라인이 있긴 하지만, 유리 소재로 인해 전파 수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문 인식 기능은 여느 안드로이드폰처럼 후면에 적용되어 있으며, 전면 물리 홈버튼은 없다.

G6와 같은 두뇌

AP는 스냅드래곤 821을 쓴다. 올해 상반기에 발표한 LG전자의 G6와 같은 프로세서다. 4개의 두뇌를 사용하는 쿼드코어로 2개는 고성능, 2개는 저전력을 담당하는 빅리틀 방식이다. 스냅드래곤 821은 작년에 나온 프로세서다. 올해 퀄컴은 스냅드래곤 835를 내놓았으며, 갤럭시 S8에 쓰이고 있다. G6는 LG전자가 전략 제품으로 내놓은 스마트폰으로 스냅드래곤 835가 들어가야 했지만, 여러 사정으로 821이 쓰였다. 821은 820에서 클럭만 소폭 올린 제품이다.

작년에 나왔긴 하지만, 여전히 현역에서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프로세서다. 특히 구글이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까지 모두 맡았기 때문에 최적화에서는 그 어떤 제조사보다 믿을 수 있다. 과거 제조사 제품은 최적화를 제대로 하지 못해 버벅대기 일쑤였을 때에도 구글이 OS를 맡은 레퍼런스에서는 무척 부드러운 작동을 보여줬다. 

구글은 넥서스 시리즈에서 최소 24개월의 OS 업그레이드를 지원했다. 픽셀 또한 최소 2번의 안드로이드 버전 업데이트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2년 후에도 작동은 매끄러울 것으로 생각한다. 최소 2019년까지는 구글의 최신 안드로이드 경험을 픽셀에서 문제 없이 누릴 수 있을 테다. 

구글 픽셀

디스플레이는 AMOLED를 쓴다. 제조는 삼성전자인데, 픽셀에서 가장 실망한 부분이다. 2016년에 나온 스마트폰임에도 색 정확도가 낮고, 채도도 떨어진다. 프리미엄 제품을 표방하고 나온 픽셀임에도 중저가 제품보다 못한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듯하다.

카메라는 전면 800만, 후면 1230만 화소다. 디스플레이가 픽셀에서 가장 실망한 부분이라면, 카메라는 픽셀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빛을 자연스럽게 처리하고, 선예도도 상당히 좋다. 카메라 앱을 더 빠르게 불러오고, 촬영과 저장의 모든 과정이 빠릿빠릿하게 작동한다. 그동안 아이폰 카메라를 다소 맹신해 왔는데, 픽셀을 손에 쥔 이후로는 오히려 아이폰으로 사진을 덜 찍고 있다. 그만큼 픽셀의 결과물이 아이폰보다 더 마음에 든다는 이야기다.

구글 픽셀▲ 픽셀로 촬영한 샘플 사진

앱 서랍의 존재 이유 부여

안드로이드와 iOS는 언제부턴가 서로 영향을 끼치며 발전해 왔다. 그래서 비슷한 기능도 다수 제공하고 있다. 방해 금지 모드, 화면 깨우기, 위젯, 나이트 시프트 등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상대 진영의 좋은 부분을 가져와 접목해 왔다. 모바일에서 양대 운영체제이다 보니 서로 경쟁하면서 자연스럽게 발전하고 있는 것.

픽셀은 안드로이드 7.0 누가를 채용하고 있다.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는 이미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과거 안드로이드가 더는 상상이 되지 않는다. 누가에서 가장 큰 특징은 구글 나우의 진화형인 구글 어시스턴트가 운영체제 전반에 깊숙이 자리 잡아 서비스들과 연결된다는 점이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구글이 자랑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한 음성 비서 서비스다. 음성으로 지명을 찾아달라고 하면 구글 지도로 연결되어 내비게이션이 작동하며, 스포티파이 같은 써드 파티에서 원하는 음악 재생할 수 있다. 다만 아직 한국어가 지원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100% 활용은 어렵다.

사실 스마트폰에서 음성 서비스 사용 비중은 그리 높지 않다. 구글 나우보다 더 똑똑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이용자가 사용하는 빈도는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글 어시스턴트의 한국어 지원은 올해 말 예정되어 있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홈버튼을 꾹 눌러 실행할 수 있지만, 음성으로 ‘OK Google’이라고 해도 호출된다.

아이폰의 포스터치를 활용한 기능도 구현했다. 설치된 앱을 길게 누르면, 특정 행동을 바로 할 수 있는 메뉴가 뜬다. 아이폰에서는 디스플레이에 압력을 감지하는 기술을 도입해 제공하고 있는데, 안드로이드는 그런 기술과 관계없이 길게 누르는 행동으로 처리했다. 기능 면에서는 그리 차이가 없지만, 기술적으로 훨씬 수월하게 만들었다. 

구글 픽셀

개인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사용자 경험은 앱 서랍에 접근하는 방식이다. 안드로이드는 iOS와 달리 홈 화면과 앱 서랍으로 나누어 관리한다. 앱 서랍은 설치한 앱을 모두 볼 수 있는 영역이다. 사실 그동안의 앱 서랍은 존재 이유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냥 iOS처럼 홈 화면만 있는 것이 사용성에서 더 좋았다. 이 때문에 안드로이드 제조사 중에서는 앱 서랍을 없애고 홈 화면만 남겨 놓기도 한다.

픽셀의 앱 서랍은 홈 화면 어디서나 화면 약간 아래쪽에서 위로 슬라이드를 하면 튀어 올라온다. 이전보다 접근성이 훨씬 좋아졌다. 그러다 보니 굳이 지저분하게 홈 화면에 앱 바로 가기를 설치할 필요성이 낮아진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통합의 첫걸음

구글 레퍼런스 모델은 가격으로 승부를 보는 경향이 있었지만, 구글 픽셀은 다르다. 5인치 모델인 픽셀은 649달러, 5.5인치 픽셀 XL은 769달러부터 시작된다. 가격으로 보면 프리미엄 스마트폰이라고 볼 수 있다. 플레이 뮤직 3개월 제공과 픽셀로 찍은 사진은 원본 그대로 클라우드 저장소에 무료로 제공되는 정도가 덤으로 제공되는 정도다.

구글 픽셀

구글 픽셀의 등장은 앞으로 레퍼런스 모델을 만들지 않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레퍼런스 제품은 그 역할을 충분히 했다. 제조사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배울 기회였고, 구글은 스마트폰 하드웨어에 대해 경험할 수 있었다. 그리고 구글은 마침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경험을 통합할 첫 제품으로 픽셀을 내놓았다.

아직 아이폰만큼은 아니지만, 첫 제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통합은 꽤 긍정적인 점수를 주고싶다. 갤럭시 S8이 출시되기 직전 몇주동안 사용하면서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사용자 경험때문에 적잖이 당황했었는데, 구글 픽셀에서는 한층 성숙한 사용자 경험이 담겨있다. 국내에서 판매하지 않는다는 점이 그저 아쉬울 뿐이다.

글 / IT동아 김태우(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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