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시계가 IT를 품으면? 디젤온 타임 하이브리드 스마트 시계

강형석 redbk@itdonga.com

하이브리드 스마트 시계 디젤온 타임.
하이브리드 스마트 시계 디젤온 타임.

[IT동아 강형석 기자] 스마트 시계라고 하면 흔히 둥근 디스플레이에 실리콘 밴드가 떠오른다. 요즘에야 시계와 비슷한 느낌을 주겠다며 그럴듯하게 만들고는 있지만 아날로그 시계와는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이 아직 남아있다. 바로 시계 그 자체 구조에 있다. 기어들이 맞물려 분침과 시침을 돌리는 아날로그 시계와 디스플레이 액정의 화소에 빛을 켜고 끄며 분침과 시침을 돌리는 것에 차이를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는 ‘아날로그 시계에 웨어러블의 기능을 탑재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실제 일부 유명 시계 브랜드는 이런 여정에 도전하는 중이다.

파슬 그룹도 그 중 하나다. 웨어러블 브랜드 미스핏(MISFIT)을 흡수하며 시장에 뛰어든 파슬은 파슬Q를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엠포리오 아르마니와 마이클 코어스 브랜드로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흥미롭게도 디스플레이 위에 시계 이미지를 띄우는 일반적인 스마트 시계가 아닌, 정말 시계 바늘이 돌아가는 아날로그 제품에 스마트 기기 기능 일부를 넣었다는 점이다. 파슬은 이를 하이브리드 스마트 시계(Hybrid Smart watch)라고 불렀다.

파슬은 자체 시계 브랜드도 있지만 다양한 유명 패션 브랜드의 시계 생산도 한다. 앞서 설명한 엠포리오 아르마니나 마이클 코어스 외에도 토리 버치, 버버리, DKNY, 마크 제이콥스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친숙한 패션 브랜드의 시계에 웨어러블 기능을 탑재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디젤온 타임(DZT1000/1004)도 이런 생각 끝에 탄생한 하이브리드 스마트 시계다. 친숙한 패션 브랜드이면서도 시계까지 선보이는 디젤에 최신 IT 기술을 접목한 것이다.

명심하세요, 이것은 시계입니다

정말이다. 디스플레이 위에 도트(점) 노가다로 열심히 찍어낸 시계 모양의 이미지가 아니다. 정말 시계다. 안 볼 때는 꺼져 있다가 정작 시간을 봐야할 때 잠깐 멈칫한 후 시계를 보여주는 그것들과 다르다. 원하면 지연 없이 즉시 시간 확인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이것이 왜 스마트 시계의 역할을 한단 말인가. 내부에 몇몇 정보들을 주고 받을 부품을 탑재했기에 가능했다. 블루투스 통신이 큰 역할을 담당한다. 일단 스마트폰과 시계를 연결해야 하니 말이다.

하이브리드 스마트 시계 디젤온 타임.
하이브리드 스마트 시계 디젤온 타임.

디젤온 타임(DieselOn Time)은 이렇게 탄생했다. 이 제품은 스마트 시계가 아닌 하이브리드 스마트 시계(Hybrid Smart Watch)라 부르는데, 기술에 패션을 접목한 것이 아니라 패션에 기술을 접목한 형태로 접근해 지어진 이름이리라.

디자인은 기존 디젤 아날로그 시계 중 많은 사랑을 받았던 제품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굵고 강한 인상을 그대로 구현해 시계 본연의 매력을 살렸다. 크기는 지름 50mm(용두 포함), 두께 13mm다. 밴드 폭은 27mm 규격을 쓴다. 약간 크다는 느낌은 있지만 손목의 존재감을 살리기엔 부족함 없다. 무엇보다 아날로그 시계의 구조에 IT 기술을 녹인 것의 크기와 두께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긍은 된다.

기기 자체의 사양은 시계와 다르지 않다. 5기압 방수(50m)에 대응하고 있으며, 미네랄 유리로 전면을 보호한다. 케이스와 후면도 스테인리스 금속 재질이어서 탄탄한 내구성을 제공한다.

시계줄은 가죽이다. 시계만큼이나 약간 두꺼운 느낌은 들지만 든든하게 시계와 손목을 감싸준다는 인상을 준다. 줄과 고리에는 디젤(Diesel) 로고를 넣어 하이브리드 스마트 시계이지만 디젤의 일원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하이브리드 스마트 시계 디젤온 타임.
하이브리드 스마트 시계 디젤온 타임.

시계 측면을 보면 총 3개의 조작계가 있다. 용두를 중심으로 위와 아래에 각각 버튼이 하나씩 장착된 형태다. 사실 이 용두도 자세히 보면 돌려 조작하는 방식이 아닌 버튼으로 구현되어 있다. 이 중앙에 있는 버튼으로 기기간 연결(블루투스 페어링)과 모드 변경이 가능하다.

연결 이후에는 버튼을 한 번 누르는 것으로 시간과 날짜 변경이 이뤄진다. 시간은 분침과 시침을 보면 되는데, 날짜는 어떻게 볼까? 버튼을 누르면 분침과 시침이 회전하는데, 분침은 날짜로 이동하고 시침은 요일로 이동한다. 시계 안쪽 7시부터 11시까지 월~일요일 표기가 되어 있으며, 12시부터 6시까지는 1~31일이 표기되어 있다.

디젤온 타임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블루투스 연결이
필요하다.
디젤온 타임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블루투스 연결이 필요하다.

위와 아래에 있는 버튼으로는 스마트폰 조작과 활동량 확인 등이 가능하다. 상단 버튼은 마지막으로 받은 알림을 확인할 수 있고, 하단의 버튼은 기능을 사용한다. 예로 음악을 듣는 것으로 설정해 놓았다면 한 번 눌렀을 때 재생과 정지, 두 번 누르면 다음 곡, 길게 누르면 이전 곡을 재생하는 식이다.

디젤 온 애플리케이션으로 시계의 굴레를 벗어나다

이제 시계를 본격 사용해 볼 차례. 연결을 위해 기자가 가지고 있는 LG G6 스마트폰과 연결을 시도했다. 그 전에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 설치를 해야 된다. 기본적으로 스마트폰과 디젤온을 연결해도 되지만 단지 시계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하이브리드 스마트 시계로의 진화를 마치려면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동기화를 먼저 해줘야 한다.

디젤온 타임의 애플리케이션 동기화 과정.
디젤온 타임의 애플리케이션 동기화 과정.

애플리케이션은 디젤온(DieselOn)이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모두 파일을 내려 받을 수 있는데, 안타깝게도 검색을 잘 해야 된다. 한글로 ‘디젤온’하면 나오지 않고 영문으로 ‘dieselon’이라고 검색해야 나온다. 이는 국내 플레이스토어와 앱스토어 모두 확인한 결과다. 모두 검색하면 애플리케이션 설치 화면으로 이동하게 되므로 시계와 연동하기 전 미리 설치해 두자.

이후 시계와 스마트폰을 연결하자. 블루투스로 진행하는데, 연결 준비를 하려면 시계의 중앙 버튼을 5~7초 가량 눌러주면 된다. 시계에 디젤(Diesel)이라고 뜨면 터치해서 연결해 주자. 이후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면 동기화 과정이 진행된다. 가입은 페이스북, 구글, 이메일 등으로 이뤄진다. 계정이 있고 편의성을 고려하면 페이스북과 구글을 선택하자. 정말 간단히 진행된다.

이 과정까지 진행하면 애플리케이션이 어떤 종류의 장치를 갖고 있는지 묻는다. 여기에는 활동 추적기(Activity Tracker)와 하이브리드 스마트 시계(Hybrid Smartwatch)가 있다. 디젤온 타임은 후자이니 이를 선택하면 된다.

디젤온 타임의 애플리케이션 동기화 과정.
디젤온 타임의 애플리케이션 동기화 과정.

기기까지 선택하면 본격적인 연결 작업(페어링)에 돌입한다. 페어링 시작을 터치하면 기기를 찾기 시작한다. 블루투스 연결이 이뤄진 상태라면 거의 즉시 기기를 찾는다. 동기화 이후에는 다른 파슬의 하이브리드 스마트 시계나 웨어러블 기기 등을 연결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후 조정작업을 거친다. 애플리케이션의 명령에 따라 조절하면 된다. 먼저 시침이 12시 방향에 잘 있는지를 확인한다. 연결 작업 이후 시침이 틀어졌다면 스마트폰 화면에 있는 좌우 아이콘을 터치해 조정하자. 분침도 동일한 과정을 거친다. 마지막으로는 서브아이가 50에 맞춰져 있는지를 확인한다. 시계 3시 방향에 있는 원형 다이얼을 보면 된다.

디젤온 타임의 애플리케이션 설정 과정.
디젤온 타임의 애플리케이션 설정 과정.

조정이 완료되면 시계의 분침과 시침, 서브아이가 회전하면서 원래 자리로 돌아간다. 시간은 스마트폰 통신으로 조정된다. 통신사에서 전달 받는 시간을 채택하기 때문에 사용자는 따로 조정할 필요가 없다. 나중에 틀어지면 재설정을 통해 다시 맞추면 끝이다. 통신으로 받은 시간을 쓰니 시간은 정확하게 흘러간다.

이후 애플리케이션에서 간단한 신체 정보를 입력한다. 신장과 체중을 입력하자. 그리고 이어 목표를 설정해야 된다. 걸음걸이, 수면 시간에 대한 목표를 정하면 구글 핏이나 조본, 언더아머 레코드와 같은 다른 앱에도 연결할 것이냐 묻는데 사용자 의지에 따라 선택하자.

나의 행동을 잘 추적한다

디젤온 타임을 손목에 차고 신나게 돌아다녔다. 착용감은 처음에 다소 어색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릴 정도로 편하다. 대신 가죽끈이 두꺼워서인지 착용하고 벗을 때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이 끈을 조금 얇기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이 부분은 변경 가능하니 취향에 따라 선택하자.

시계는 비교적 기자의 행동을 잘 추적해 주었다. 걸음걸이와 그에 따른 칼로리 소모는 애플리케이션 내에서 자세히 보여준다. 달성도에 따라 서브아이가 점점 100에 가까워진다. 목표를 초과하면 시침과 분침, 서브아이가 한 바퀴 돌면서 다시 설정되며, 새로 0부터 채워나간다.

하이브리드 스마트 시계 디젤온 타임.
하이브리드 스마트 시계 디젤온 타임.

시계 내에서 수치를 확인할 방법은 없다. 서브 아이에 있는 달성도 수치 확인이 가능할 뿐이다. 하지만 복잡하게 조작하는 것보다 단순히 목표가 어느 정도 달성됐음을 보여주는 것이 더 직관적으로 느껴진다.

애플리케이션 연동에 따라 알림을 지원하는 기능도 갖췄다.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등 주요 애플리케이션이 문자를 수신하거나 공지사항 등을 수신하면 서브아이가 알림(ALERT)으로 회전한 다음 다시 돌아간다. 이전 알림이 있는지 보려면 시계 상단의 버튼을 한 번 눌러주면 된다.

디젤온 애플리케이션에서는 활동 추적과 소모 칼로리, 알림이나 듀얼워치 등 설정을
지원한다.
디젤온 애플리케이션에서는 활동 추적과 소모 칼로리, 알림이나 듀얼워치 등 설정을 지원한다.

알람 기능도 제공되고 디젤온 링크(DieselOn Link)를 통해 4가지 기능을 수행하도록 바꿀 수 있다. 전화통화, 음악제어, 촬영, 목표 추적이 그렇다. 이들은 하단 버튼 조작에 맞춰 기능을 수행한다. 4개 중 1개만 선택 가능하다. 예로 사진을 촬영한다면 하단 버튼을 한 번 누를 때 단일 촬영, 누르고 있으면 연속 촬영이 되는 방식이다. 목표 추적은 수분 섭취와 운동, 사용자 임의의 목표를 설정하면 된다. 설정해 두면 이를 추적해 알려준다.

움직임에 따라 측정되는 수치는 큰 오차가 없다. 차량 이동 시에는 측정되지 않았고 걸어가야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적어도 행동 추적이나 알람 등 기능의 역할은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다.

디젤온 타임은 흔히 구할 수 있는 CR2430 배터리를
쓴다.
디젤온 타임은 흔히 구할 수 있는 CR2430 배터리를 쓴다.

디젤온 타임의 큰 장점은 배터리다. CR2430 규격의 배터리를 쓰는데, 흔히 말하는 단추 배터리다. 리튬이온 전지가 아니니 일부 제품에 따라 터지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디스플레이를 쓰지 않으니 충전이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이 제품은 저전력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데, 기본 배터리로 최대 6개월 가량 쓸 수 있다고 한다. 발상을 바꿨을 뿐인데, 배터리 지속 시간은 이렇게 차이가 난다.

시계가 IT를 품었을 때

스마트 시계는 IT 기술이 시계를 품으려 한다면, 하이브리드 스마트 시계는 그 반대다. 때문에 장단점 역시 반대가 되어버린다. 일단 완전히 시계라는 점에서 보면 아쉬움이 없다. 그러나 애플리케이션 지원에 한계가 따른다. 스마트폰 연동으로 애플리케이션을 꼭 봐야 한다는 점도 그렇다. 대신 엄청난 배터리 지속 시간을 자랑한다.

반면, 스마트 시계는 빵빵한 애플리케이션 지원이 장점이다. 스스로도 스마트 기기로의 역할도 충실하지만 제대로 썼을 때 하루도 못 가는 배터리가 문제다. 시계라는 목적지는 같지만 어느 쪽이 반대쪽을 흡수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온다는 점이 흥미롭다.

하이브리드 스마트 시계 디젤온 타임.
하이브리드 스마트 시계 디젤온 타임.

소유라는 측면에서 보면 디젤온 타임이 더 유리하다. 스마트 시계는 시간이 흐르면서 계속 개선된 신제품이 등장한다. 가속장치(프로세서)를 탑재하면서 향후 애플리케이션들은 점점 높은 연산을 요구할 것이고 자연스레 구형 제품은 잊혀지게 된다. 그러나 하이브리드 스마트 시계는 기본적으로 아날로그 시계와 같다. 여기에 애플리케이션 연동이 이뤄진다. 자신은 오롯이 기억만 하고 기록은 스마트폰에 맡기는 구조다.

이 시계(DZT1004)의 가격은 39만 원. 본체를 모두 검은색으로 치장한 DZT1000은 35만 원이다. 클래식한 감성의 스마트 시계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 디스플레이와 약간의 앱 기능 차이를 제외하면 가격 차이는 없다 봐도 무방할 정도. 아날로그 시계를 선호하는가 그렇지 않은가는 소비자가 판단할 문제로 남을 듯 하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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