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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에서 제조로, 국산 PC 기업 '트리엠'의 변신

강일용

[IT동아 강일용 기자] 유통과 제조는 전혀 다른 산업 영역이다. 때문에 기업에게 요구하는 능력이 전혀 다르다. 때문에 오늘도 많은 중소기업이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다. 자사가 무엇을 잘하는지 파악한 후 유통과 제조 가운데 무엇에 집중할지 선택하는 것이다. 선택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외주를 주기 마련이다.

'트리엠(http://www.treem.co.kr/)'은 이런 경향에서 살펴보면 조금 독특한 사례다. 16년 동안 PC와 IT 제품 유통에 집중하던 업체가 직접 PC와 워크스테이션을 생산하며 제조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트리엠은 왜 이렇게 변화를 시도하는 것일까? 김동수 트리엠 대표를 만나 트리엠이 어떤 회사이고, 왜 변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향후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나갈 것인지 자세히 들어봤다.

김동수 트리엠 대표<PC 부품의 품질을 확인 중인 김동수 트리엠 대표>

트리엠은 어떤 회사인가?

- 한 단어로 정의하기는 힘들지만, 종합 IT 유통기업에서 IT 기기 제조사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올해로 설립 16년차를 맞이했다. 나(김동수 대표)는 원래 KT 인터넷 사업팀에서 IDC 센터를 설계하거나 기업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업무를 담당했었다. 이러한 업무를 담당하던 도중 1차 벤처 창업붐을 맞이했다. 주변에서 창업을하는 것을 보고 나 역시 36살의 나이에 창업을 결심했다.

처음 트리엠을 세우고 1년 동안은 시스템 구축 사업(SI)를 진행했다. 나름 괜찮게 사업을 진행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창업 2년차가 되었을때 문제가 생겼다. 매우 큰 시스템 구축 사업을 수주했는데, 이 사업에 대한 보증보험을 받지 못해서 회사가 흔들리게 되었다. 힘든 시기였다. 대기업이라는 울타리 속에 있었을 때에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실제로 필드에 나와보니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많은 창업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냉혹한 비즈니스 환경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 앉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생각을 바꿨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했다. 큰 돈을 쫓지 않고 작은 돈을 차곡차곡 쌓아서 기업을 단단하게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시스템 구축 사업 대신 유통 사업에 진출했다.

처음 진행한 유통은 HP에서 생산한 스캐너를 조달청을 통해 공공시장에 납품하는 것이었다. 그때가 2001년이었는데,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기준으로도 스캐너는 이미 한 물간 시장이었다.

공공시장 거래의 가장 큰 특징은 신의와 성실함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당시 구매 담당자들이 트리엠이라는 회사를 모르는 것이 아쉬워 회사를 알리고자 담당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렸다.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담당자들에게 일일이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렇게 열심히 회사를 홍보하자 반응이 나타났다. 유통업에 진출하고 첫 달에 주문이 5~6대 밖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 100대 넘게 주문이 들어올 정도로 성장할 수 있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당시 스캐너를 판매하면 판매할 수록 회사는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계속 판매를 진행했다. 그 덕분에 공공기관 스캐너 판매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어떤 분야에서든 1위를 하면 달라지는 것이 생기기 마련이다. 스캐너도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1위를 차지하자, 기존에 납품하던 스캐너 업체 대신 다른 스캐너 업체에서 우리에게 연락을 해왔다. 그 덕분에 HP 제품 뿐만 아니라 엡손의 제품도 유통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납품하는 업체가 많아지자, 우리는 공공시장 스캐너 분야에서 큰 입지를 다질 수 있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델 등 다른 회사 제품 유통에도 진출할 수 있게 되었다.

유통을 하는 회사라고 해서 물건을 판매하는 것에만 집중해서는 곤란하다. 언제나 서비스가 수반되어야 한다. 궁극적으론 서비스를 갖춘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8년 전부터 서비스와 사후지원에 최선을 다했다. 그 덕분에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가 인정한 서비스품질우수 기업이 될 수 있었다. 유통과 서비스가 결합되자 공공시장에 납품 중인 6000개 회사 가우데 거래 건수 4위를 달성할 수 있었다.

신의와 성실함은 거래 금액보다는 거래 건수에서 나온다. 이렇게 자리를 잡자 1년 매출의 60~70%를 연초에 계약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덕분에 직접 제조도 하지 않는데 공공시장 매출 상위에 올라갈 수 있었다. 현재 교육 시장의 90%는 우리 고객이라고 자부한다.

유통에서 제조 기업으로 변화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 솔직히 말하자면 공공시장 환경이 변화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우리는 원래 델의 PC와 노트북을 공공시장에 납품해 점유율을 확보했었다. 델 PC가 공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0.5%에서 5%까지 확대시켰다. 그런데 정부의 중소기업 보호정책 때문에 해외 기업의 제품을 납품하는 것이 어렵게 되었다.

때문에 우리가 직접 PC와 모니터를 제조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유통 기업이 제조 기업으로 변화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제조업에 뛰어들겠다는 결정에만 2년이 걸렸다. 실제로 제조업에 뛰어들기로 결정한 후에도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유통사로서 여러 PC 제조사의 공장을 견학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우리 제품 제조에 접목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제품 제조를 위해 R&D 센터를 세우고 2년 동안 투자와 연구를 진행했다.

3년 전부터 직접 PC와 모니터를 생산해 공공시장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트리엠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기본에 충실하다는 것이다. 좋은 부품을 활용해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고객들은 바보가 아니다. PC 부품에도 등급이 있다. 단가를 낮추기 위해 낮은 등급의 제품을 이용하면 고객이 먼저 이를 느끼고 알아서 제품을 외면한다. 제품 생산은 기본에 충실해야 하고, 정직해야 한다.

때문에 부품 하나를 고르는데에도 신중을 기하고 있다. PC 내부 부품부터 케이스까지 최고의 부품을 이용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원가절감을 생각하지 않고 제일 좋은 부품을 가져와서 PC를 생산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PC를 조립하는 것과는 다른 작업이다. 조립이 아니라 설계에 더 가깝다. 부품을 조립하고 6개월 동안 제품에 문제가 없는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문제 없이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확인된 후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결국 핵심은 QC(품질관리)다. 트리엠은 제품을 생산하고 품질을 확인하기 위해 다양한 환경에서 QC를 진행하고 있다. QC는 길면 길수록 좋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2016년 기준 2만 대의 PC를 판매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전체 사업에서 제조의 비율이 5%에 불과했는데, 작년에는 전체의 40%로 확대되었다. 올해 목표는 제조의 비율이 50%를 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유통 기업에서 제조 기업으로 새롭게 태어날 계획이다.

트리엠의 제품<트리엠의 일반 PC, 모니터, 슬림 PC>

트리엠만의 노하우가 담긴 제품이 있는가?

- 당연히 존재한다. 바로 '워크스테이션(하이 퍼포먼스 컴퓨팅)'이다. 트리엠은 공공시장에서 유일하게 워크스테이션을 생산해서 납품하는 업체다. 과거 델의 서버와 워크스테이션을 납품했던 노하우를 십분 활용해 워크스테이션 제조 및 유통에 뛰어들었다. 워크스테이션은 발열을 효과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설계가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24시간 가동하며 최상의 성능을 낼 수 있다. 트리엠이 직접 설계해서 만든 워크스테이션은 발열 처리 면에서 결코 외산 워크스테이션에 비해 떨어질 것이 없다.

사실 공공시장 납품항목에는 워크스테이션이라는 품목 자체가 없다. 때문에 트리엠의 워크스테이션은 데스크탑 가운데 하이엔드 컴퓨팅으로 등록되어 있다. 제품이 등록되자 대학교 연구소를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했다. 연구를 위해 워크스테이션급 고성능이 꼭 필요한데, 공공시장에서 구매할 수 있는 기존 PC로는 이러한 성능을 만족시켜주지 못한 것이다. 트리엠은 작년에만 400대의 워크스테이션을 판매했고, 올해에도 주문이 또 들어오고 있다. 생산이 수요를 못따라갈 정도다. 사후 서비스를 위해 구매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려서 우리 제품을 잘 사용하고 있는지, 무엇을 개선해야하는지 등을 확인한 후 추후 생산 제품에 지속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트리엠이 서버를 직접 생산했으면 좋겠다는 지적도 있다. 아쉽지만 서버는 발열 처리 등을 위한 제조 난이도가 워크스테이션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아직은 (제조를) 고려 중이다. 조금 더 기술력을 쌓은 후 서버 제조에 뛰어들지 결정할 것이다.

트리엠의 향후 목표는?

- 트리엠의 궁극적인 목표는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한 후 이에 관한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다품종 소량생산 기업이 되는 것이다. 사용자, 관공서, 학교 등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해서 이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전국 6개 지사를 통해 고객과 정보를 주고받아서 수요를 파악한 후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공공시장을 위한 제품을 생산하면서 특별히 느낀 점은 없는가?

- 공공시장에 납품을 하면서 느낀 것이데, 관공서도 변화에 빨리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PC용 운영체제로 여전히 윈도우7 프로를 고집하는 것이다. 윈도우10 프로라는 새로운 시스템이 나오고, 외부 환경도 이에 맞춰 변화하고 있는데 공공기관은 여전히 윈도우7 프로를 찾고 있다. 이러면 우리도 답답하다. 세상은 앞으로 가고 있는데, 예전 방식만 고집해서는 곤란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10을 통해 유무선 통합과 안전한 PC 환경을 이끌고 있다. 우리 공공시장 환경도 이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 흐름을 보고 이를 빨리 쫓아가야 한다.

작년에는 윈도우7 탑재 PC와 윈도우10 탑재 PC의 판매 비중이 8:2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에는 100% 윈도우10 탑재 PC만 공급할 것이다. 이미 교육시장은 윈도우10으로의 전환을 마친 상태다. 다만 관공서 가운데 지자체는 내부 시스템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아직 윈도우7만을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고객들에겐 볼륨 라이선스를 활용해 윈도우10을 윈도우7으로 다운그레이드해서 제공하고 있다.

윈도우10으로의 전환을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예전에 윈도우 XP가 윈도우7으로 대체된 것처럼 윈도우7도 윈도우10으로 대체될 것이다. 2017년이 그렇게 공공시장에 윈도우10이 확산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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