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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U 임의 분해'한 노트북 앞세운 한성컴퓨터, 정말 괜찮을까?

강형석

[IT동아 강형석 기자] 한성컴퓨터는 2016년 2월 6일, 보도자료를 통해 자사 최고급 하이엔드 게이밍 노트북 라인업 3종(보스몬스터 EX56S, EX76S, EX76XS)에 대해 CPU IHS 튜닝을 적용하겠다고 했다. 여기에서 IHS는 통합 열 분산장치(Integrated Heat Spreader)를 의미하는데, CPU에서는 제품 중앙에 위치한 쇳덩이를 말한다. 흔히 히트 스프레더라고 부른다.

인텔 CPU

히트 스프레더는 구리 재질(니켈 도금)의 덮개로 이 밑에는 제품의 핵심인 CPU 코어가 있다. 그 사이에는 공간을 메워 열을 외부로 전달하는 열전도 물질이 도포되어 있다. 과거 이 부분이 노출되어 판매됐지만 장착 및 보관 과정에서의 손상이 우려되는 점도 있고, 더 효과적인 발열 처리를 구상하다가 지금의 형태가 제안되어 쓰이는 중이다.

하지만 한성컴퓨터는 이 덮개를 임의로 열어 코어를 노출시킨 다음, 사이에 도포된 열전도 물질을 제거하고 사제 열전도 물질을 재도포 후 절연 실리콘으로 다시 봉인하는 작업을 거친 CPU를 노트북에 장착해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전체적인 발열 억제 효과를 얻고 안정적인 PC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한성컴퓨터 측 설명이다.

아무나 열 수 없는 CPU 덮개, 그들은 열었다

먼저 왜 덮개를 열어야 하는지 알아 볼 필요가 있다. 히트 스프레더는 펜티엄 4 이후로는 보편적으로 쓰인 방식이다. 그러나 지금은 미세 공정 적용에 따른 이점을 전혀 누릴 수 없는 상황. 흔히 미세 공정이 적용되면 전력대 성능비가 개선되는 효과를 얻는다. 같은 성능이어도 더 낮은 전력을 쓸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동시에 발열을 낮출 수 있음을 말한다. 전력을 조금 쓰는 만큼, 발열 억제도 가능해서다.

최근 인텔이 내놓은 고성능 프로세서들은 이 부분에 대한 이점을 살리지 못했다. 효율은 좋아졌다는데 뛰어난 성능을 갈구하는 마니아들의 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한 것이다. 발열 때문이었다. 이들은 프로세서 구조를 확인했고 3세대 코어 프로세서 이후부터 코어와 금속 덮개를 접합하는 숄더링 방식이 아닌 코어와 금속 덮개 사이의 공간을 열전도 물질로 채우는 방식으로 변경됐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이후 최고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일부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덮개를 제거해 쓰는 일명 '뚜따(뚜껑따기)'를 시도했다. 이 작업은 덮개를 열고 그 위에 도포된 열전도 물질을 제거한 다음, 성능이 뛰어난 열전도 물질을 다시 바르는 식으로 진행한다. 흔히 성능이 좋은 것으로 리퀴드 프로라는 제품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히트 스프레더를 분리한 CPU

한성컴퓨터가 이야기 하는 IHS 튜닝도 이와 동일한 작업을 거치는데, 다른 점은 CPU 덮개를 다시 절연실리콘으로 봉인해 제공한다는 부분이다. 이를 위해 작업 숙련도가 높은 업체와 손을 잡았으며, 두 번에 걸친 테스트(제거 후 1회, 노트북 장착 후 1회)를 통과해야 소비자에게 제공된다.

그런데 문제는 사후 서비스(A/S)다. 본래 누구이건 CPU 임의 변경은 보증에서 제외된다. 한성컴퓨터 관계자는 CPU 장착부에 부착된 봉인 스티커가 훼손되지 않았다는 전제 하에서 1년 서비스를 보증한다고 설명했다. 선택적으로 2년 서비스를 신청한 소비자는 해당 기간 내에 서비스 가능하다는 점도 덧붙였다. CPU가 고장이 잘 나지 않는 부품이라는 이유에서다.

노트북에 '뚜따'가 필요하단 말인가?

한성컴퓨터의 CPU IHS 설명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고성능 작업 시 발생되는 CPU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CPU의 히트 스프레더 분리, 리퀴드 프로 및 절연실리콘 튜닝 작업을 통한 CPU 내 쿨링효과를 극대화 하여 보다 안정적이고 높은 성능으로 리빌드(Rebuild)하는 최고급 튜닝 공정입니다"라고. 노트북에 이 작업이 필요할 정도란 말인가?

한성컴퓨터 관계자는 "뚜따 작업을 통해 CPU 온도를 약 20도 가량 낮출 수 있다. 해당 작업 대상 노트북들은 고성능 그래픽 프로세서도 같이 포함되어 있는데, 두 칩을 같이 연결해 냉각하는 구조로 인해 CPU 온도가 낮아지면 시스템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성컴퓨터가 CPU를 임의 분해해 냉각 성능을 높인 게이밍 노트북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예로 기존 5개 작업 만으로 엄청난 발열이 발생했던 상황이라면, 뚜따를 통해 7~8개 정도 작업을 동시에 해도 버틸 수 있다는 의미다. 기자는 이 설명보다 시간의 문제로 봤다. 설명하자면 방열판이 30분 정도 이후 최고 발열에 도달했던 상황이라면 뚜따를 통해 이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언젠가 발열이 최고 시점에 도달한다는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CPU만 혼자 있는 상태라면 가능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그래픽 프로세서가 탑재된 게이밍 노트북이라면 상황은 다르다. 분명히 CPU와 그래픽 프로세서를 '같이' 냉각 처리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중요한 부분은 해당 제품들이 노트북임에도 CPU는 일반 데스크탑 PC에 쓰는 CPU를 채택했다는 것이다. 대상 제품을 확인해 보니, 모두 데스크탑용 인텔 코어 i7 7700K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있었다. 최대 4.5GHz까지 작동하기 때문에 노트북으로 얻기 힘든 성능을 누릴 수 있지만, 열설계전력(TDP)는 91W로 가장 높다. 노트북용 고성능 프로세서가 45W 정도를 쓰니까 이보다 2배 높은 셈이다. 당연히 발열이 높은 CPU를 노트북에 탑재한 것부터가 잘못된 만남일지도 모른다.

고가에 구매할 고성능 게이밍 노트북, 선택은 신중히

최근 게이밍 노트북 성능은 동급 데스크탑 못지 않다. 하지만 노트북이라는 장르의 한계상 성능이 데스크탑과 100% 같다 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제조사들은 고성능 프로세서와 저장장치 등을 조합해 제품을 선보이는데, 당연히 가격은 높다. 한성컴퓨터의 보스몬스터 일부 라인업은 타 고성능 게이밍 노트북 대비 합리적인 가격에 데스크톱 프로세서 탑재로 매력을 키운 제품으로 주목 받은 바 있다.

반면, 최근 출시된 보스몬스터 일부 라인업에는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는 문제가 발견된 바 있다. 한성컴퓨터 측도 이를 인지했고, 펌웨어 제공으로 이를 해결했다고 언급했다. 덮개를 임의 분해해서 판매하는 이들 제품까지 영향이 없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문제다.

한성컴퓨터 CPU 무상 IHS 대상 제품들. 200만~300만 원대 전후로 판매 중이다.

소비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CPU가 불량이 적은 부품이라도, 숙련된 작업자가 덮개를 임의 분해해서 재조립 한 뒤 문제가 없었다 하더라도 앞으로 계속 문제가 없다는 보장은 어렵다는 것이다. 한성컴퓨터 측이 최대 2년(기본 1년) 보증을 약속했지만 보증기간 종료 이후에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뚜따는 안정적인 열효율을 바탕으로 성능을 높이는 오버클럭을 위해 시도되는 작업이다. 노트북에 이 작업이 필요할까? 위험을 무릅쓰고 뚜따를 해야할 정도로 발열 처리가 문제라면 노트북의 냉각 구조 자체를 재검토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향후 또 다른 소비자 분쟁의 씨앗이 되는게 아닌지 우려된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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