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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평가우량주' 엔비디아 테그라, 닌텐도 덕에 빛 보나

김영우

[IT동아 김영우 기자] 그동안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에서 '저평가우량주'로 평가받긴 했지만 정작 인기는 그다지 없던 것이 바로 엔비디아의 테그라(Tegra) 시리즈다. 하지만 이런 테그라 시리즈가 그간의 설움을 씻고 드디어 빛을 볼 것 같다. 돌파구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이 아닌 게임기다.

지난 20일, 닌텐도는 자사의 차세대 게임기인 '닌텐도 스위치(Nintendo Switch)'를 2017년 3월에 출시한다고 밝혔는데, 그와 거의 같은 날 엔비디아에서는 자사의 테그라 프로세서가 닌텐도 스위치의 SoC(system on chip, 통합칩)으로 탑재된다고 밝혔다.

닌텐도 스위치

사실 엔비디아 테그라 시리즈는 첫번째 모델(2008년)이 발표된 지 벌써 8년이 지났다. 성능 면에서는 괜찮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실적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2011년, 테그라2가 세계최초의 듀얼코어 스마트폰이라는 점을 강조했던 LG전자 '옵티머스 2X'에 탑재되었고, 뒤이어 모토로라 '아트릭스', 삼성전자 '갤럭시탭 10.1'등에 탑재되며 잠시 유명세를 타긴 했지만 이 때만 '반짝'이었다.

이후, 일부 제품에 테그라 시리즈가 탑재된 사례는 있었지만 그다지 히트하지는 못했다. 퀄컴의 스냅드래곤 시리즈나 삼성의 엑시노스 시리즈가 거의 싹쓸이 하다시피 한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에서 엔비디아 테그라 시리즈가 발 붙일 곳은 많지 않았다. 엔비디아 자체에서 출시한 게이밍 태블릿인 ‘실드’ 시리즈에 탑재되어 우수한 그래픽 처리능력을 과시하기도 했지만, 이 역시 크게 성공하진 못했다.

그리고 테그라 시리즈의 일부 제품은 동영상 구동성능이나 애플리케이션 호환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고, 대부분의 테그라 시리즈는 통신 기능을 내장하고 있지 않아 제품의 크기를 줄이는데 불리하다는 단점도 있었다. 이 때문인지 테그라 시리즈는 스마트폰 보다는 태블릿에 탑재되는 경우가 더 많았고 최근에는 방향성을 바꿔서 모바일 시장보다는 자동차(스마트카) 시장에 더 걸맞는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도 있다.

이런 와중에 세계 최대의 비디오 게임기 업체인 닌텐도의 차세대 게임기에 테그라가 탑재되는 것이 확정되면서 이제서야 이 프로세서는 제대로 활약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아직 닌텐도 스위치의 온전한 제원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지만, 업계에선 테그라 X1(맥스웰 아키텍처)이나 테그라 X2(파스칼 아키텍처) 계열의 프로세서가 탑재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었다.

여담이지만, 24일 엔비디아에서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닌텐도 스위치에 '파스칼' 아키텍처 기반의 테그라 프로세서가 탑재된다고 하여 테그라 X2 계열 프로세서의 탑재가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불과 3시간 후 다시 배포된 엔비디아 수정 보도자료에선 '파스칼' 아키텍처라는 단어가 사라지고 '지포스 그래픽 카드와 동일한 GPU 아키텍처'로 수정되었다. 참고로 파스칼 아키텍처는 한 세대 전의 PC용 그래픽카드인 지포스 900 시리즈에 적용된 바 있다.

엔비디아 테그라 X1

이미 게임 개발사들에게 배포된 닌텐도 스위치용 개발킷에 맥스웰 아키텍처 기반 테그라가 탑재되어 있었다는 소문도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닌텐도 스위치에 탑재될 프로세서는 테그라 X1을 기반으로 한 커스터마이징 버전일 가능성이 크다.

테그라 X1은 대략 0.5~1 TFLOPS(테라플롭스, 1초당 1조 회의 부동소수점 연산처리) 남짓의 처리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수치만 봐선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4(PS4, 1.84 TFLOPS)와 같은 현 세대 거치형 게임기 보다는 떨어지지만, 플레이스테이션3(PS3, 0.36 TFLOPS)와 같은 전 세대 거치형 게임기보다는 나은 수준이다.

현재까지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닌텐도 스위치는 평소에는 휴대용 게임기로 쓰다가 사용자가 원하면 전용 TV 연결용 독에 장착, 거치형 게임기처럼 TV를 통해 게임을 즐길 수도 있는 디자인을 갖췄다. 휴대용 게임기로서는 아주 좋은 성능이며, 거치형 게임기로도 어느정도 쓸 만한 기기를 계획하고 있다면, 테그라 X1은 적절한 선택일 수도 있겠다.

닌텐도 스위치는 전용 독에 꽂아 TV로 즐길 수 있다

남은 관건이라면 휴대용 기기로서 중요한 전력 효율이 어느정도일지, 그리고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의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 지 등이다. 내년 3월 출시 예정이라는 닌텐도 스위치가 성공적으로 시장에 자리잡는다면 엔비디아 역시 모바일 프로세서 제조사로서의 입지를 한층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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