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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한의 미디어 세상] 무너진 '쇼미', 캐나다는 넷플릭스로 천하통일?

강일용

[IT동아] 8. 무너진 '쇼미', 캐나다는 넷플릭스로 천하통일?

캐나다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쇼미(Shomi)'를 아시나요? 사실 이제는 몰라도 됩니다. 곧 없어지니까요.

한국에는 푹(Pooq)이 있고, 미국에는 훌루(Hulu)가 있다면, 캐나다에는 쇼미가 있습니다. 지상파 방송을 볼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라는 점과 JV(Joint Venture - 합작사)로 설립되었다는 점에서 유사성을 찾을 수 있습니다. 모회사가 힘들어지면 지원이 끊기는 구조입니다.

다른 점도 있습니다. 푹과 훌루는 콘텐츠 라잇이 있는 회사들이 모회사인 반면, 쇼미는 유료방송사업자(케이블 TV 컴퍼니)들이 만든 회사라는 점입니다.

쇼미는 캐나다 1등 케이블 TV 업체인 쇼(Shaw - 30.4%, 2015년 기준), 로저스(Rogers - 24.7%)의 합작사로 시작했습니다. 55%의 마켓셰어를 가지고 있는 업체가 자신들 만큼 성장하고 있는 넷플릭스를 견제하기 위해서 내놓은 서비스입니다. 쇼와 로저스는 각각으로 보면 이미 넷플릭스에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미국과 다를바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지요. 물론 IPTV 업체로 성장 중인 벨(Bell)을 견제하기 위해서이기도 하고요.

김조한의 미디어 세상
<2014년 11월 넷플릭스는 캐나다에서 36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했습니다>

아니야 늦었더라도 붙어 보자

쇼미는 2014년 11월 말에 오픈을 했습니다. 1,200여 개의 영화와 1만 시간이 넘는 티브이 시리즈 등을 보유한 쇼미는 캐나다에서 넷플릭의 유력한 경쟁자로 떠올랐습니다.

FX, FXX, Starz originals, BBC 주요 방송 채널의 TV 시리즈와 할리우드 영화들도 제공했습니다. 캐나다에서 인기 있는 바이킹,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손즈 오브 아나키, 셰임리스 2, 2 브로크 걸즈, 다빈치 데몬스 등 넷플릭스가 미국에서 서비스하고 있던 콘텐츠를 선점해서 제공했지요.

김조한의 미디어
<쇼미는 미국 훌루와 비슷한 콘텐츠 리스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TV Series에 좀더 집중을 했지요>

선점한다는 것은 정말 좋은 이야기지만, 돈도 많이 듭니다. 기본 가입자가 없다면, 정말 깨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넷플릭스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기존의 디스크 대여 사용자들도 많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트위터를 인수하려는 디즈니도 같은 입장이지요. 서비스를 이용할 고객들이 많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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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스와 쇼의 번들 상품과 함께 판매를 시작한 쇼미, 월 8.99 달러로 개별 가입도 가능했다>

캐나다는 땅덩어리는 크지만, 한국보다 유료방송 시장 가입 가능한 인구가 적습니다. (캐나다 1100만 명, 한국 2700만 명으로, 한국은 절대 작은 시장이 아닙니다)

부익부 빈익빈을 멈출 수가 없더라

이미 넷플릭스에 가입한 인구만 해도 캐나다 유료 방송 인구의 44%(510만 명, SNL Kagan 기준)에 달한 상태였었는데, 쇼미에 가입할 사용자가 얼마나 남아있었겠습니까.

게다가 3위 사업자인 벨(Bell Media)은 같은 해, 같은 달 크레이브 TV(Crave TV)라는 넷플릭스와 똑같아 보이는 자사의 On Demand 서비스를 발표했습니다. 쇼미는 자사 시장(Captive Market) 외에는 가입할 사람이 없었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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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미디어의 크레이브TV(Crave TV)>

실제로 파이낸셜 타임스의 6월 자료에 따르면, 엄청난 돈을 쏟고 있는 두 서비스(크레이브 TV, 쇼미)의 가입자의 수는 70만 명 수준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넷플릭스는 가입자 수 500만 명을 돌파했는데 말이죠.

쇼미와 크레이브 TV가 출시됐을 때에는 넷플릭스 가입자가 350만 명 수준이었습니다. 넷플릭스가 150만 명의 추가 가입자를 유치하는 동안, 쇼미의 서비스 가입자는 70만 명 수준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넷플릭스 대항마 쇼미, 11월 30일 이후 서비스 클로징

9월 28일 외신에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로저스는 2016년 3분기에만 약 1,2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사실, 로저스의 케이블 매출은 지난 4년 동안 계속 하락하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손실을 막아야 할 때입니다. 손실도 막고 손익도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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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았습니다. 돈이 안되서 닫는 겁니다>

11월 30일 론칭 2주년 만에 쇼미는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결국 넷플릭스와의 경쟁에서 패배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호주의 같은 방식의 경쟁자인 스탠(Stan)도 힘들다는 이야기가 계속 들려오는데, 이 나라들의 특징은 로컬 콘텐츠가 매우 강하지 않은 국가이고 일부 강한 콘텐츠들은 넷플릭스가 이미 계약을 한 상태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컨티넘이 대표적인 사례가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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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대표 히트 SF TV 시리즈 컨티넘(CONTINUUM)>

게다가 콘텐츠 독점을 하기 위해 많은 돈을 지불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넷플릭스를 방어하기 위한 수급 비용 이슈가 지속적으로 발생한 것이죠. 라져스의 경우 최근 실적이 안 좋아진 것은 이러한 수급비용의 누적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했던 쇼가 미국 컴캐스트라는 케이블 1위 사업자의 플랫폼 (셋톱, 리모컨 디자인, UI/UX)을 그대로 라이센싱 하겠다는 발표를 하게 됩니다. 투자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죠.

컴캐스트의 엑스피니티의 플랫폼을 그대로 라이센싱 했기 때문에 넷플릭스를 쓰는데도 문제가 없을 듯하고요. (미국 컴캐스트도 넷플릭스와 라이센싱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래서, 로저스 입장에서도 굳이 쇼미를 끌고 갈 이유가 점점 없어졌던 것입니다.

나비효과의 시작, 쇼미 사용자를 모두 넷플릭스 가입자로 돌리는 로저스

쇼미 가입자의 상당수가 로저스의 이그나이트 번들 패키지(미국에선 트리플 플레이라고 합니다. 인터넷, 티브이, 전화가 합쳐진 번들 상품입니다) 가입자들입니다.

로저스 이그나이트 약정 가입자들에게 쇼미는 2년간 무료, 넷플릭스는 1년간 무료로 제공되었습니다. 쇼미의 서비스가 없어지니 로저스는 고객들에게 넷플릭스를 6개월간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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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 : 모바일시럽>

70만 명 중에 절반 가량인 고객들이 다시 넷플릭스로 편입될 가능성이 생긴 것입니다. 캐나다 쇼미의 실패가 넷플릭스의 반사이익으로 돌아왔습니다. (넷플릭스가 알았을까요? 예측한 부분은 아니었을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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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비효과가 생각납니다. 고전하고 있는데 자꾸 외부에서 도와주는군요>

이제는 크레이브 TV만 남았습니다. 크레이브만 무너진다면, 캐나다는 더 이상 넷플릭스의 경쟁자가 존재하지 않게 됩니다.

캐나다는 의외로 콘텐츠가 풍부하지 않습니다. 아마존 프라임도 없고 훌루도 없습니다.

예전 VPN을 통해서 미국 콘텐츠를 보던 고객들도 이젠 미국 현지에서 막아버려서 접근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넷플릭스는 얼마 전 캐나다에서 월정액 비용을 올려서, 고객의 불만 및 일부 가입자 이탈을 가져왔는데, 유료방송 사업자에서 넷플릭스를 1년 무료로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하니 그걸 메울만한 호재가 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그래서일까요? 넷플릭스 주식은 이틀간 약 4프로가량 올랐습니다.

IT칼럼니스트 김조한

넥스트미디어를 꿈꾸는 미디어 종사자. 미디어 전략을 담당하고 있으며, Tivo(Rov)i Asia Pre-sales/Business Development Head, LG전자에서 스마트TV 기획자를 역임했고 Youshouldbesmart.com 블로그, 페이스북 페이지 NextMedia를 운영 중. 미국과 중국 미디어 시장 동향에 관심이 많으며, 매일 하루에 하나씩의 고민을 풀어내야 한다고 믿는 사람

글 / IT칼럼니스트 김조한(kim.zohan@gmail.com)

*본 칼럼은 IT동아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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