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한의 미디어 세상] 애플 아이튠즈 비디오, '취미'로 하겠다는 생각을 버려라
[IT동아] 5. 애플 아이튠즈 비디오, '취미'로 하겠다는 생각을 버려라
한국에서는 아직 서비스하지 않는 분야입니다. 일단 미국을 중심으로 이야기 드리겠습니다.
애플의 아이튠즈(비디오) 3위도 힘들어, 아마존 비디오의 절반 수준만 사용
애플 아이튠즈 비디오는 애플TV만의 전유물은 아닙니다.
아이튠즈 비디오는 다양한 플랫폼(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애플 TV, 심지어 윈도 PC에서도)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애플TV에서 가장 이용하기 편리한 서비스입니다. 그래야 하고요.
아이튠즈 비디오는 TVOD(Transaction Video On Demand - 단품 구매/대여 비디오 서비스) 모델에 속합니다. 디스크를 구매하듯이 디지털 단품을 구매하거나, 예전에 비디오테이프를 빌렸던 것처럼 2일 동안 콘텐츠를 디지털 대여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한국의 케이블 VOD, IPTV에서도 유사한 서비스를 하고 있지요.
<아이튠즈 비디오에서 판매되고 있는 디즈니의 정글북, 20달러를 내면 구매, 6달러를 내면 대여할 수 있다>
전 세계 8,8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유명 OTT 서비스인 넷플릭스의 경우 SVOD(Subscription Video On Demand - 구독형 비디오 서비스)라고 부릅니다. 한 달에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한 달 내내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지요. 한국에선 왓챠 플레이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국 IPTV 사업자들도 이런 서비스 모델을 가지고 있습니다. SK브로드밴드의 경우 '프리미어'라는 이름의 구독형 비디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정해진 금액만 내면, 한 달 동안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감상할 수 있다>
또한 미국은 유튜브, 크랙클(Crackle), 투비TV(Tubi TV), 온디멘드 코리아(OnDemandKorea) 등 광고만 시청하면 무료로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AVOD(Advertisement Video On Demand - 광고 기반 비디오 서비스) 서비스도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크랙클은 소니에서 운영하고 있는 서비스다. 미국 및 중남미, 일부 유럽 국가에서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유독 미국에선 TVOD 시장만이 감소 추세를 그리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TVOD 시장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것에 대해 설명 드리기 위해 미국에서 추천 솔루션으로 유명한 디지털 스미스(DigitalSmith)의 2016년 2분기 보고서를 인용하도록 하겠습니다.
미국 내 2016년 2분기 비디오 대여/구매 시장의 순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위, 아마존 비디오(Amazon Video) : 16.3%
<아마존 비디오, 프라임이라는 구독 모델도 있지만 최신영화와 TV는 단품 구매/대여할 수 있다>
아마존은 연/월정액 모델뿐만 아니라 단품을 결제하여 시청할 수 있는 TVOD 모델도 함께 제공합니다.
시장점유율은 작년 15.6%에서 올해 16.6%로 상승했습니다. 연/월정액 구독형 시장에서 넷플릭스를 맹렬히 추격하고 있는 아마존은 구매/대여 시장에서도 1위를 차지했습니다.
2위. 레드박스(RedBox): 15%
미국 월마트(Walmart)나 베스트바이(BestBuy) 입구 앞에 가면 볼 수 있는 빨간 박스. 바로 레드박스입니다. 자판기처럼 영화를 디스크로 빌린 후 시청 후 우체통에 반납만 하면 되는 서비스입니다. 상당히 구식이지만, 여전히 월마트, 베스트바이에 자주 들르는 미국인에겐 좋은 접근 방법입니다.
시장점유율은 작년 동기 대비 대폭 하락한 15%입니다. 최근 스트리밍 서비스를 준비한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지요. 작년에는 1위였는데 아마존에게 자리를 빼앗겼습니다.
3위. iTunes: 8.3%
<애플 TV는 여전히 렌털/디지털 판매 중심>
차세대 애플TV가 나와도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애플TV를 통해 아이튠즈를 쓰는 사용자보다 넷플릭스, HBO Now 등을 이용하는 사용자가 더 많았습니다.
애플TV, 아이패드, 아이폰과 같은 캡티브 제품이 있어도 트렌드를 거스를 수는 없는 모양입니다.
시장점유율은 8.3%입니다. 성장해도 부족할 지경인데, 아마존의 1/2 수준으로 전락했습니다. 심지어 아마존은 애플TV를 지원하지 않는데도 말이죠. 아마존과 달리 애플은 TVOD 시장에서만 비디오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거기서도 밀려 버렸으니 큰일입니다.
그럼 왜 아마존의 점유율이 상승한 것일까요? 아마존은 프라임이라는 월/연 구독형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프라임 시청(SVOD) 도중 최신 콘텐츠를 보길 원하는 사용자에게 아마존 인스턴트(TVOD)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는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4위. 5위. 구글 플레이 비디오: 5.6% /유튜브 무비즈: 2.5%
<유튜부에서 판매된 소니의 영화 '인터뷰'>
재미난 수치인데요. 구글 플레이 무비와 유튜브 무비즈, 두 서비스를 합쳐 8.1%입니다. 애플은 서비스가 안 나와서 문제인데, 구글은 여전히 구글 플레이와 유튜브 무비로 파편화 되어 있습니다. 구글은 꼭 비슷한 서비스를 여러 개 출시하더라고요. 행아웃과 듀오처럼 말이에요. 구글 플러스도 있는데 유튜브에 소셜 기능을 넣는다는 발표도 있었지요.
TVOD 시장은 레드박스와 애플의 아이튠즈만 역성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 전체의 규모도 줄어 들고 있습니다.
한 번 이상 TVOD를 시청한 사용자가 39%에서 36%로 감소했습니다(작년 동기 대비). 시장 규모 자체가 계속 감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저가의 콘텐츠를 선호하는 트렌드가 지속되고 있는 듯합니다. 심리적 마지노선인 10달러 이상을 지불하기보다는 넷플릭스와 같은 SVOD를 선택하는 사용자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지요. (전체 사용자 가운데 47%가 1~8 달러 사이의 저가 콘텐츠만 구매한다고 합니다.)
최근 넷플릭스의 영화 홀드백(영화 상영 후 2차 시장으로 콘텐츠가 소개되는 기간) 기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지요. 9월 중순에는 주토피아도 넷플릭스로 나온다고 합니다. (2016년 개봉한 디즈니 영화들이 넷플릭스에서 독점으로 공개되지요.)
그렇다면 매출 부분은 어떨까요?
매출도 구독형, 광고형 비디오 시대, 잡스의 유산과는 안녕을 고해야 할 때인가?
<스트래터지 애널리틱스가 발표한 미국 내 홈 비디오 그리고 OTT 시장 예측 자료>
매출은 어떻습니까? 스트래터지 애널리틱스의 자료를 보면 눈에 띄는 것이 SVOD와 광고 영역(Advertising)에서 매출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광고 매출은 주로 유튜브(YouTube), 고 나인티(Go90 - 버라이즌), 크랙클(Crackle - Sony), 튜비TV (Tubi.tv - 파라마운트) 등에서 발생합니다.
최근 아마존도 무료 광고 서비스형 모델을 내놓았습니다.
SVOD의 경우는 넷플릭스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전체 80억 달러(약 9조 원)의 매출 가운데 50% 이상이 넷플릭스의 것입니다.
반면 아마존 비디오, 부두, 아이튠즈가 이끌고 있는 비디오 대여(TVOD) 시장의 매출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모양새입니다. 그 작은 파이를 나눠가져야 합니다. 올해 TVOD 시장 규모는 22억 달러(약 2.5조 원) 정도로 추산됩니다.
한국에서는 소장용이라고 불리는 디지털 구매(Digital Sell Through)가 따로 분리가 되어 있는데, 작년을 기점으로 대여 시장을 넘어섰습니다. (앞의 디지털 스미스의 조사 결과는 TVOD에 판매 부분도 포함시켰습니다.) 스트래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TVOD는 전체 VOD 시장의 5%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SVOD와 구매의 공통점은 고객은 언제든지 보고 싶을 때 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것인데요.
SVOD와 같은 월정액형 상품은 한 달에 한번 비용을 내면 그 기간 동안은 구매한 것처럼 마음대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향후 SVOD, AVOD(광고형 비디오)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단품 대여 매출은 점점 줄겠지만, 떨어지는 만큼 구매에 대한 비율은 성장할 것으로 보이고요.
반면 TVOD 시장은 성장의 한계에 부딪쳤습니다. 그 시장에서 조차 3위에 불과한 애플 아이튠즈의 전망이 어두운 이유입니다.
애플, 아마존을 벤치마킹해라
애플은 잡스가 잘 만들어 놓았던 아이튠즈 비즈니스에서 첫 번째 주자였던 뮤직을 그래도 나름 성공적으로 스트리밍으로 전환시킨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서비스 자체의 성공은 아직 갈길이 멀어 보이긴 합니다. 유료 가입자가 경쟁자인 스포티파이와는 차이가 많이 나니까요.)
미국 콘텐츠 시장은 보다시피 구독형 스트리밍(SVOD – 넷플릭스) 시장으로 빠르게 개편되고 있습니다. 더 이상 바라보기만 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때문에 애플이 넷플릭스와 같은 기존 SVOD 업체를 인수를 할 것이라는 소문부터, 유튜브 레드(YouTube Red)처럼 애플 뮤직에 오리지널 비디오를 추가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는 소식까지 들려옵니다.
<유튜브 레드는 무제한 뮤직 서비스와 유튜브에서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다. 광고 삭제는 덤이다>
개인적으로 애플은 기존의 아이튠즈 비디오를 레버리지(Leverage - 지렛대 효과)할 수 있는 아마존 비디오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리지널 콘텐츠와 독점 배급할 콘텐츠는 애플 뮤직과 같이 구독형 월정액 서비스(SVOD)로 제공하고, 다른 곳에서 제작된 최신 콘텐츠는 지금처럼 아이튠즈 비디오(TVOD)에서 제공한다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아마존은 다양한 VOD 서비스를 채널처럼 활용할 수 있는 아마존 스트리밍 파트너 프로그램을 작년 말에 런칭했다>
이를 통해 TVOD와 SVOD 서비스의 장단점을 서로 보완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향후 AVOD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아마존은 키즈 콘텐츠의 경우 AVOD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의 스트리밍 파트너 프로그램(개별적으로 가입하여 채널처럼 사용하는)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습니다.
애플 뮤직이 스포티파이(Spotify – 스웨덴의 뮤직 스트리밍 서비스, 전 세계 50개국에 1억 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를 벤치마킹한 것처럼, 넷플릭스와 경쟁하고 싶다면 아마존을 벤치마킹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입니다.
<아마존의 비디오 서비스, 프라임 태그가 붙어있는 콘텐츠는 구독형(SVOD), 없는 것은 단품형(TVOD)>
물론 언제나 그랬듯이 애플은 자신들만의 해법을 찾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너무 늦어선 곤란합니다. 다른 친구들은 죽자 살자하고 있거든요.
애플 TV, 취미로 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애플TV는 취미에 불과하다던 스티브 잡스, 당신이 그립습니다>
애플은 오는 9월 7일 아이폰7과 차세대 맥북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작년에는 차세대 애플TV가 나왔죠.
차세대 애플TV의 출시 영상을 프랑스 출장 중 공항에서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터치 리모컨과 시리를 내장해 충격을 주었던 애플TV>
작년 차세대 애플TV가 음성 비서 서비스 시리(Siri)를 탑재한다고 하자 경쟁자들도 앞다투어 음성 인식 솔루션을 자사의 기기에 탑재하더군요.
심지어 차세대 애플TV와 함께 출시할 것이라던 애플의 실시간 방송 서비스는 유료 방송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 인터넷TV 기능은 여전히 논의(?) 중입니다. 기약이 없지요. 더 이상 취미로 만든 제품이 아니라던 애플TV는 애플이 전지전능한 회사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물건이 되고 말았습니다.
애플TV가 취미로 만든 제품이 아니라는 것을 애플이 증명해 주길 기대해봅니다.
SK브로드밴드 김조한 매니저는?
넥스트 미디어를 꿈꾸는 미디어 종사자. SK브로드밴드에서 미디어 전략을 담당하고 있으며, Rovi Asia Pre- sales/Business Development Head, LG전자에서 스마트TV 기획자를 역임했고 Youshouldbesmart 블로그, 페이스북 페이지 NextMedia를 운영 중. 미국과 중국 미디어 시장 동향에 관심이 많으며, 매일 하루에 하나씩의 고민은 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
글 / SK브로드밴드 김조한(johan.kim@sk.com)
*본 칼럼은 IT동아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