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그래픽카드 시장의 다크호스, AMD 라데온 RX 470
[IT동아 김영우 기자] 뉴스나 광고에는 100만원대에 달하는 플래그십급 그래픽카드가 자주 등장하지만, 실제 PC 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건 20~30만원대 사이의 이른바 퍼포먼스급 그래픽카드다. 사실 상위 1%의 게임 매니아나 그래픽 전문가가 아니라면 이 정도급의 그래픽카드로도 대부분의 콘텐츠는 만족스럽게 구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가격대 성능비를 중시하는 PC방 시장에서도 이런 그래픽카드를 선호한다.
한동안 엔비디아의 지포스 시리즈가 거의 독주하던 이 시장에 AMD가 라데온 RX 470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특히 라데온 RX 470은
일반인들도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이면서도 상위급 제품에 적용되던 최신 기술을 다수 적용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라데온 RX 470의 해외
가격은 179달러이며, 국내에선 20만원대 중~후반에 팔리고 있다. 지금은 20만원대 후반에 팔리는 곳이 많지만 아직 출시 초기인 만큼 시세
조정의 가능성도 크다.
최신 공정 적용하고 차세대 기술도 온전히 지원
AMD의 2016년 주력 제품인 라데온 RX 시리즈, 코드명 폴라리스(Polaris)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역시 4세대 GCN(Graphics Core Next) 아키텍처(기반기술), 그리고 기존의 28nm 공정보다 훨씬 정교해진 14nm 제조 공정을 작용했다는 점이다. 공정이 미세화되면 성능과 소비전력, 발열 등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다이렉트X 12(DirectX 12), 벌칸(Vulkan) 등을 온전하게 지원한다는 점도 라데온 RX 470의 잠점 중 하나다. 특히 다이렉트X12를 구현하기 위한 핵심 중 하나인 비동기식 쉐이더까지 지원한다. 이를 통해 시스템 전반의 성능 자원을 병목현상 없이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경쟁사인 엔비디아의 제품도 명목상 다이렉트X12를 지원하기 하지만 비동기식 쉐이더 지원 부분에서 불완전하다는 평가가 많다.
리뷰에 이용한 XFX의 제품은 디스플레이포트(DP) 3개와 HDMI 1개, DVI 1개 등 다양한 영상 출력 포트를 갖췄다. 높은 대역폭(데이터가 지나가는 통로)을 소화하는 DP 1.4 규격 및 HDMI 2.0 규격을 지원하므로 초고해상도의 4K UHD(3840x2160)급 콘텐츠, 한층 깊고 선명한 색감을 표현하는 HDR(High Dynamic Range) 콘텐츠도 표시가 가능하다.
물론 2D 콘텐츠나 동영상이 아닌 게임까지 4K UHD급으로 부드럽게 구동하려면 이보다 상위 제품인 라데온 RX480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AMD에선 라데온 RX 470이 1080p~1440p급 해상도의 게임에 적합한 제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높아진 전력 효율, 소음 수준도 양호
탑재된 라데온 RX 470 GPU는 2048개의 스트림 프로세서를 갖췄으며 레퍼런스(표준) 사양에선 기본 926MHz, 최대(부스트) 1206MHz로 구동한다. 참고로 리뷰용 XFX 제품은 1256MHz로 약간 오버클러킹 된 상태다. 메모리는 4GB(GDDR5, 256bit)가 표준 규격이지만, 제조사에 따라 8GB 제품을 출시하는 경우도 있다.
TDP(열설계전력)는 120W다. 시중에서 흔히 쓰는 표기 출력 500W, 정격출력 400W 남짓의 파워서플라이가 달린 PC라면 무리 없이
구동이 가능할 것이다. 이전세대 제품인 라데온 R9 380의 TDP가 190W였으니 소비전력 대비 성능은 제법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
리뷰 제품도 6핀의 보조전원 1개만 꽂아 구동한다.
소비전력의 감소에 따른 발열 감소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리뷰에 이용한 XFX 제품의 경우, 현재 그래픽카드 온도에 따라 냉각팬의 회전속도가 변하며, 부하가 적은 상황에선 회전이 완전히 멈춘다. 인터넷 서핑이나 문서 작업 정도의 상황에선 어지간해서 무소음이며, 게임을 구동해도 그다지 소음이 거슬리는 수준이 아니다.
지포스 GTX 960, 970과의 비교 테스트
제품의 대략을 살펴봤으니 이제는 직접 구동하며 성능을 살펴보자. 테스트 시스템은 인텔 코어 i7-6700K(스카이레이크) CPU에 아벡시아 DDR4 메모리 16GB를 기반으로 한 윈도우10 64비트 PC다. 그래픽 드라이버는 현재 최신 버전인 라데온 소프트웨어 16.8.1 및 지포스 게임 레디 368.81을 이용했다.
첫 번째 비교 대상은 기존의 인기 제품인 엔비디아의 지포스 GTX 960(4GB)이다. 현재 20만원대 중반에 팔리고 있어 라데온 RX 470(4GB)과 가격대가 겹친다. 또 하나의 비교 대상은 지포스 GTX 970(4GB)다. 라데온 RX 470이나 지포스 GTX 960보다 좀더 상위 제품이긴 하지만 최근 30만원대 중반 정도로 값이 떨어진 상태다. 저렴한 라데온 RX 470이 고가 제품인 지포스 GTX 970에 어느 정도 근접한 성능을 낼 지가 관건이다.
벤치마크 프로그램을 이용한 성능 테스트
첫 번째 테스트는 시스템의 전반적인 게임 성능을 측정해 점수를 매기는 3DMark 벤치마크다. 가장 일반적인 테스트 모드인 Fire Strike를 이용해 성능을 가늠해봤다. Fire Strike는 최신 기술인 다이렉트X12를 지원하지 않지만, 기존 기술 기반의 게임 성능을 가늠하고자 할 때 아직도 유용하다.
테스트 결과, 라데온 RX 470은 가격대가 비슷한 지포스 GTX 960을 훨씬 앞섰고, 고가 제품인 지포스 GTX 970과 비교해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점수를 기록했다.
다이렉트X12에 대응하는 테스트 모드인 Time Spy(데모)도 구동해봤다. 참고로 Time Spy 데모 테스트는 기본 설정 값에서 비동기식 쉐이더 기능이 비활성화된 상태다. 이 점을 고려해 결과값을 확인하자.
Time Spy 모드에선 라데온 RX 470이 지포스 GTX 970까지 앞서는 결과를 기록했다. 비동기식 쉐이더 기능까지 활성화 되었다면 더욱 격차가 커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게임 구동 테스트
다음 테스트는 직접 게임 몇 가지를 구동해봤다. 모두 화면 해상도 1920 x 1080에 그래픽 품질을 최상으로 높이고 테스트를 진행했다. 다만, 그래픽카드의 최대 성능을 제한하는 수직 동기화 옵션은 비활성화했다. 초당 평균 프레임이 약 30프레임 내외라면 큰 불편없이 플레이가 가능하며, 60프레임 이상이라면 더할 나위가 없는 수준이다.
처음으로 테스트한 게임은 최근 절대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오버워치'다. 약 20여분 정도 플레이하며 초당 평균 프레임을 체크했다. 테스트 결과, 지포스 GTX 970이 가장 우수한 성능을 발휘했으며, 라데온 RX 470과 지포스 GTX 960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지포스 GTX 970은 화면 상태가 빠르게 전환되는 상황에서도 프레임 변화폭이 적어 가장 안정적인 플레이가 가능했다.
다음으로 테스트한 게임은 '검은사막'이다. 이번 테스트도 양상은 오버워치와 비슷했다. 지포스 GTX 970이 가장 나은 성능, 약간의 차이로 라데온 RX 470이 그 뒤를 이었으며 지포스 GTX 960은 제법 큰 차이로 가장 낮은 성능을 기록했다.
마지막으로 테스트해본 게임은 비동기식 쉐이더 기능을 비롯한 다이렉트X12 기술을 매우 적극적으로 도입했다고 하는 '애쉬스 오브 더 싱귤러리티(Ashes of the Singularity)’다. 게임 내에서 제공하는 벤치마크 기능을 이용했다. 테스트 결과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 라데온 RX 470이 경쟁제품 대비 확연히 우수한 결과를 나타냈다. 아직 다이렉트X12를 지원하는 게임이 많지 않은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시스템 소비전력 비교
소비전력은 어떨까? 시스템 전체의 소비전력을 실시간으로 표시하는 파워서플라이를 이용, 3DMark 구동 시 가장 높은 부하가 걸리는 구간에서의 수치를 기록해봤다.
측정 결과, 라데온 RX 470은 지포스 GTX 970과 비슷한 수준의 전력을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포스 GTX 960은 성능이 낮은만큼 소비전력도 적은 편이었다. 라데온 RX 470이 이전 세대의 라데온 시리즈에 비해 소비전력이 크게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경쟁사 제품보다 확연한 우위를 보이지 못한 점은 약간 아쉽다.
주목받지 못한 다크호스, 실력은 기대 이상
AMD에서 라데온 RX 시리즈를 발표하면서 가장 많이 내세운 제품은 라데온 RX 480이었다. 때문에 소비자들의 관심 역시 그 쪽으로 집중되었다. 하지만 실제로 출시된 제품을 직접 테스트해보니 상대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한 라데온 RX 470이 오히려 더 '진국'이 아닌가 싶다.
물론 라데온 RX 480 역시 나쁜 제품은 아니다. 가격만큼의 성능을 충분히 발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데온 RX 470은 단순히 돈 값을 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기대를 한층 뛰어넘는 면모를 보여주었다. 특히 다이렉트X12와 같이 최신 기술을 적용한 콘텐츠에선 경쟁사의 상위급 제품마저 능가하기 때문에 잠재력도 크다.
물론 변수가 없는 건 아니다. AMD과 그래픽카드 제조사에서 라데온 RX 470의 물량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을지, 그리고 경쟁사인 엔비디아에서 어떻게 대응할지가 관건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지금 시점에서 20만원대 그래픽카드를 산다면 라데온 RX 470는 확실히 추천할 만한 물건이라는 점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