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지도 반출, 대체 어찌 하오리까
[IT동아 강일용 기자] 글로벌 기업인 구글에게 국내 지도 데이터를 반출해줘야 할까? 민감한 사안을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구글은 지도 데이터 반출 허가가 나길 기대하고 있고, 정부는 반출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도 데이터 반출이 왜 이슈가 되고 있는지, 사용자에겐 무엇이 더 이익인지 등을 하나하나 자세히 따져보자.
이번 구글 지도 반출 이슈는 지난 6월 초 구글이 국내 지도 데이터를 미국 등 해외로 가지고 나갈 수 있도록 허가해달라는 신청서를 국토교통부(국토지리정보원)에 제출하면서 시작되었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지도 반출 신청이 들어오면 국토교통부는 미래창조과학부,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 관련 기관과 협의체를 구성해 60일 이내에 반출을 허가할지 결정해야 한다. 늦어도 8월 초까지 반출 허가 여부를 구글에게 통보해줘야 한다.
현재 실정법은 허가받지 않고 국내 지도 데이터를 해외로 반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국내 지도 데이터는 반드시 국내 데이터센터에 보관해야 한다. 제법 강력한 데이터 거주(레지던시)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중국처럼 강력한 데이터 주권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해외에서 국내 데이터센터에 접속해 지도를 열람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구글은 왜 지도 데이터를 해외로 반출하길 원하는걸까? 구글 지도 서비스와 음성 안내, 안드로이드 오토(구글의 커넥티드카 솔루션) 등 지도 관련 서비스를 국내에서 정상적으로 제공하고 싶어서다. 현재 국내에서 구글 지도는 핵심 기능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반쪽짜리 서비스에 불과하다.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 자가용과 도보로 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대중 교통으로 가는 방법만 알려주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구글 지도가 핵심 기능을 제공하지 못하니 관련 기능인 음성 안내와 안드로이드 오토도 덩달아 먹통이 되어 버렸다.
지도 데이터(+ 공간 정보 데이터)가 없으면 특정 위치에 어떤 건물과 도로가 있는지 알 수 없고, 현재 도로 상황이 어떤지도 파악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제대로 된 길 안내(내비게이션) 서비스가 불가능하다.
현재 국내에는 구글 데이터센터가 없다. 그렇다면 구글은 어떻게 국내에서 (반쪽이나마) 구글 지도를 서비스하고 있는 것일까? 실상을 알면 헛웃음이 절로 나온다. 국내에 자그마한 서버 몇 대를 가져다 놓고, 여기에 지도 데이터를 배치한 후 최소한의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다. 구글의 전체 클라우드 시스템에 연결된 데이터센터가 아니라 임시변통으로 가져다 놓은 서버에 불과하다. 클라우드 시스템에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내비게이션, 음성 안내, 음성 명령, 안드로이드 오토 등 구글 지도의 핵심 기능을 하나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구글이 직접 위성 데이터를 삭제해야 vs 미국 정부에 요청하는게 더 빠르다
정부가 마냥 지도 데이터 반출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구글에게 거래를 제안했다. 구글이 보유한 위성 지도 데이터에서 정부 기관, 군사 시설, 보안 시설 등 주요 시설에 관한 데이터를 삭제하면 지도 데이터 반출을 허가해주겠다는 것. 북한 등 적성 국가와 휴전 중인 상황에서 주요 시설의 위치가 구글 지도 같은 글로벌 서비스에 노출되면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구글은 여기에 난색을 표했다. 구글은 어째서 정부의 제안을 거부하는 것일까? 구글이 반출하길 원하는 것은 '일반 지도 데이터'고, 정부가 삭제하길 원하는 것은 '위성 지도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구글이 해외로 반출하려는 지도 데이터에는 이미 주요 시설의 위치가 모두 삭제되어 있다. 구글이 해외로 반출하길 원하는 지도 데이터는 SK텔레콤(SK플래닛)이 정부의 측량 조사 결과를 토대로 만들어낸 것이다. 정부 기관, 군사 시설, 보안 시설 등을 반드시 가려야하는 실정법 하에서 만들어진 만큼 이미 관련 데이터가 삭제되어 있다. 실제로 구글 지도를 일반 지도로 실행하면 정부 기관, 군사 시설, 보안 시설 등의 위치가 전혀 표시되지 않는다.
하지만 구글 지도 속 위성 지도를 실행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구글의 위성 지도에는 정부 기관, 군사 시설, 보안 시설 등의 위치가 흐릿하나마 모두 보인다. 'google.co.kr(국내 서비스)' 대신 'google.com(글로벌 서비스)'을 통해 구글 지도를 실행하면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왜 구글의 위성 지도에선 국내 주요 시설의 위치가 다 보이는 것일까? 구글의 위성 지도는 국내에서 만들어진 데이터가 아니기 때문이다. 에어버스의 자회사인 위성 지도 촬영 업체 '아스트리움'에게 구매한 것이다.
구글의 위성 지도는 해외 업체가 촬영한 것이기 때문에 주요 시설의 데이터를 삭제해야 하는 국내 실정법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때문에 정부가 구글에게 위성 지도 속 주요 시설의 위치를 삭제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 아니라 위성 지도를 손보면 일반 지도를 내주겠다는 '거래'를 제안한 것이다.
이에 구글은 해당 위성 지도는 미국 실정법에 맞춰 만들어진 것인 만큼, 국내 주요 시설의 데이터를 삭제하고 싶으면 미국 정부에 요청해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스라엘의 경우 미국 정부에 요청해 자국내 주요 시설의 데이터를 일반 지도 뿐만 아니라 위성 지도에서도 모두 삭제시켰다.
구글은 보안 때문에 지도 데이터 반출을 거부하는 정부에게 아쉬운 속내를 드러냈다. '얀덱스(러시아의 주요 검색 서비스) 지도, 바이두(중국의 주요 검색 서비스) 지도 등 해외의 위성 지도 서비스에 접속하면 국내의 주요 시설의 위치를 모두 확인할 수 있는데, 구글의 위성 지도에서 주요 시설을 삭제한다고 해서 과연 안보에 도움이 되겠냐'는 것이다.
안보를 이유로 위성 지도에서 데이터 삭제를 요구하기엔 이미 주요 시설의 위치 데이터가 전 세계에 너무 많이 퍼진 상태이며, 진심으로 주요 시설의 위치 데이터가 모두 삭제되길 원한다면 구글, 얀덱스, 바이두 등 글로벌 지도 서비스에 위성 사진을 공급하는 위성 사진 업체(아스트리움, NSE 등)나 위성 사진 업체에게 법으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미국 정부에게 요청하는 것이 더 실효성 있다는게 구글 측의 주장이다.
최선의 해결책? 국내 데이터센터 설립이 답, 다만 시간이 너무 걸려
그렇다면 구글이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세우면 정부의 반출 허가 없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실정법은 지도 데이터를 국내에 보관하는 것만 규정하지 해외에서 지도 데이터에 접근하는 것을 막지는 않고 있다. 이른바 데이터 거주 정책이다. 때문에 구글이 국내에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세우고 여기에 국내 지도 데이터를 보관하면 실정법을 지키면서 구글 지도에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이에 구글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의 다중 백업 기능 때문에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다중 백업이란 클라우드의 핵심인 데이터의 안전한 보관을 위해 하나의 데이터를 수 없이 복사해 여러 데이터센터에 나눠서 보관하는 기술이다. 구글이 사용하는 데이터는 전 세계 곳곳에 위치한 복수의 데이터센터에 분산 저장되어야 하기 때문에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세우더라도 지도 데이터 반출 허가는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구글의 입장만을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구글과 대등하거나 그 이상의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구축한 AWS나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경우 자사의 클라우드 시스템을 고쳐서라도 각 나라의 데이터 거주 정책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 해외에 반출해도 되는 데이터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에 분산 저장하지만, 해외에 반출할 수 없는 데이터는 그 나라의 데이터센터에만 분산 저장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년에 국내 데이터센터를 개시하는 MS는 서울과 부산에 리전을 구축한 후 실정법 때문에 해외로 반출할 수 없는 데이터를 두 리전에만 분산 저장되도록 했다. AWS 역시 중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중국에서 생성된 데이터는 중국내 데이터센터에만 분산 저장되도록 서비스를 구축했다. 클라우드 시스템은 유동적이며, 각 나라의 상황에 맞춰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구글은 다른 회사는 다 하는 이러한 커스터마이징이 매우 어려운 작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구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센터 구축은 매우 오랜 시간이 들어가는 작업이다.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기까지 적어도 3년 이상이 걸린다. 특히 구글은 데이터센터의 상호 연결을 위해 데이터센터 자체 구축을 중요시 여기고 있다. 다른 클라우드 업체처럼 데이터센터를 임대해 구축 기간을 단축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당장 국내에 구글 지도, 음성 검색, 안드로이드 오토 서비스를 제공해야 겠는데, 어느 세월에 국내 데이터센터를 세우고 있는단 말인가? 일단 반출 허가를 받은 후 해외 데이터센터를 활용해 구글 지도 관련 서비스를 개시하는 것이 구글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다.
구글과 정부의 기싸움, 아쉬움은 결국 사용자와 스타트업의 몫
지도 데이터 반출이라는 구글과 정부의 기싸움 속에서 아쉬움은 결국 구글 지도를 이용하는 관광객, 사용자, 스타트업의 몫으로 돌아오고 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일단 관광객들이 반쪽짜리 구글 지도 서비스에 가장 크게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국내 사용자가 해외 여행을 나가서 유용하게 쓰는 서비스는 어떤 것이 있을까?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 구글 지도가 반드시 섞여있을 것이다. 구글 지도를 활용하면 전 세계 어디서나 현재 위치를 파악하고, 어디로 가야하는지 알 수 있으며, 무엇을 타야하는지 선택할 수 있다. 구글 지도가 제공하는 내비게이션만 있어도 차를 렌트한 후 목적지를 향해 갈 수 있다. 그야말로 관광객의 친구다. 이러한 구글 지도의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국내에선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해결책이 있기는 하다. 네이버 지도, 카카오 내비 등 국내 업체의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면 된다. 하지만 글로벌 서비스인 구글 지도에 비해 관광객들의 접근이 어렵다. 어떻게 네이버 지도, 카카오 내비 등을 모를 수 있냐고? 국내 사용자이니까 가능한 질문이다. 그렇다면 묻겠는데 이웃나라인 일본, 중국에 가면 구글 지도 외에 어떤 내비게이션을 이용할 수 있을까? 거의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모른다고 답할 것이다. 글로벌 서비스는 잘 알아도 현지 서비스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에서 구글 지도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것은 단순히 구글의 문제를 넘어 국내에 방문하는 모든 관광객들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참고로 구글 지도 대신 일본에선 야후 저팬 내비, 중국에선 바이두 지도를 이용하면 된다.)
사용자 입장에서도 구글 지도 관련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거나, 제공되더라도 반쪽짜리 서비스가 되어 버린다는 문제가 있다. 구글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안드로이드 오토가 대표적이다. 2년 전 출시된 이후 많은 자동차에 안드로이드 오토가 탑재되고 있지만, 정작 국내 사용자들은 안드로이드 오토를 구경도 해보지 못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오토의 핵심 기능인 구글 지도를 활용한 내비게이션 서비스와 음성 안내(음성 명령 포함)를 국내에서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 오토 채택에 가장 적극적인 현대자동차는 전 세계 40여개 국가에 안드로이드 오토 자동차를 출시했지만, 정작 국내에는 출시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장안의 화제 '포켓몬 GO'도 지도 데이터 반출 거부 때문에 국내에선 반쪽짜리 서비스가 되어 버렸다. 포켓몬 GO는 구글 지도 데이터를 활용해 사용자 주변의 지리와 포켓몬의 위치를 표시해준다. 하지만 구글 지도 속에 국내 지도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국내에서 포켓몬 GO를 실행하면 주변이 허허벌판으로만 보인다. 게임 자체를 즐길 수는 있지만, 모든 기능을 이용할 수는 없는 반쪽짜리 서비스가 되어버린 것이다. 비단 포켓몬 GO뿐만 아니라 구글 지도를 이용하는 모든 앱과 서비스의 상황이 이렇다.
스타트업은 이중 개발이라는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많은 스타트업이 국내용 앱과 서비스에선 네이버나 다음 지도를 이용하고, 해외용 앱과 서비스에선 구글 지도를 이용하고 있다. 구글에 국내 지도 데이터만 제대로 들어 있었다면 구글 지도 하나만 적용해도 해결되었을 문제다. 게다가 네이버, 다음 지도는 구글 지도에 비해 이용 정책이 까다롭기 때문에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문제도 있다.
구글 지도 반출은 8월 초에 최종 결정이 나올 예정이다. 중요한 것은 오직 하나다. 관광객, 사용자, 스타트업 등 구글 지도 실제 이용자들의 불편함이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구글은 서로 만나 더욱 적극적으로 입장차를 조율해야 할 것이다. 허울을 버리고 실리를 취해야 하고, 뻣뻣한 자세를 버리고 상대의 의견을 귀담아야 한다. 그래야 불편함이 사라지고, 편리함과 혁신이 생겨날 수 있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