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체제를 향한 티맥스의 두 번째 도전
[IT동아 강일용 기자] '티베로', '제우스' 같은 DBMS(데이터베이스관계소프트웨어)나 WAS(웹 애플리케이션 서버)에 주력하던 SW기업 티맥스소프트(이하 티맥스)가 운영체제 시장에 '다시' 출사표를 냈다. 유닉스 기반의 독자 운영체제를 개발한 후 여기에 사무용 오피스 SW와 웹 브라우저를 더한 3 in 1 패키지로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것. 티맥스는 오는 20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티맥스OS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언론, 개발자, 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티맥스가 개발한 컴퓨터용 운영체제 '티맥스OS' 베타버전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운영체제 시장을 향한 티맥스의 구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9년 '티맥스 윈도우9'이라는 독자 운영체제를 공개한 바 있다. 결과는 다들 아는대로 영 좋지 않았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티맥스 윈도우9을 위한 SW가 없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인 'MS 윈도우용 프로그램 호환 기능'이 독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티맥스 윈도우9은 프리BSD(UNIX-LIKE한 오픈소스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제작되었고, 여기 위에 MS 윈도우용 프로그램을 실행하기 위해 WINE과 리액트OS의 기술을 더했다. 프리BSD를 이용한 것은 관련 라이선스만 준수하면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 대용량 서버부터 소니 플레이스테이션4까지 우리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많은 기기에 프리BSD가 이용되었다. 문제는 WINE과 리액트OS를 접목한 것이다. 일단 WINE과 리액트OS 기술을 이용하면서 관련 라이선스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다. 다만 이부분은 티맥스 윈도우9가 상용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진짜 문제는 지금도 불완전한 기술인 WINE과 리액트OS를 무리하게 자사 운영체제에 접목하다 보니 최적화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있다. 티맥스 윈도우9은 일부 윈도우용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실행할 수 있었지만, 매우 느리게 실행되거나 오류가 발생해 실행이 중단되기 일쑤였다. 거의 대부분의 윈도우용 프로그램은 실행조차 할 수 없었다. 느린 시스템 실행속도, 앱의 부재 등의 문제로 티맥스 윈도우9 프로젝트는 결국 빛을 보지 못하고 폐기처분되고 만다.
티맥스 윈도우9의 실패와 차세대 DBMS의 지연 때문에 티맥스는 결국 워크아웃을 신청하고 만다. 다행히 DBMS, WAS 관련 기술 덕분에 티맥스는 워크아웃을 탈출해 정상궤도로 돌아왔다. 일반적인 회사라면 여기서 운영체제 개발은 포기하고 웹앱이나 서비스 같은 다른 방향을 알아봤을 것이다.
하지만 티맥스는 운영체제를 향한 두 번째 도전을 선택했다. 왜 그런걸까. 2009년의 컴퓨터 환경과 2016년의 컴퓨터 환경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윈도우와 설치형 프로그램의 시대가 지고, 모바일과 웹 서비스의 시대가 열렸다. 굳이 윈도우용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아도 웹 브라우저만 있으면 사용자와 기업이 원하는 모든 작업을 처리할 수 있다. 구글 크롬북이 이러한 시류를 겨냥한 운영체제다. 때문에 티맥스는 윈도우와의 호환성을 과감히 포기할 수 있게 되었다. 윈도우와의 호환성은 티맥스 윈도우9이 내세운 가장 큰 강점이었지만, 티맥스 윈도우9의 발목을 붙잡은 가장 큰 벽이기도 했다. 2016년에도 윈도우와 완벽히 호환되는 운영체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한 것을 2009년에 구현하려 했으니 제대로 될리 만무했다.
티맥스OS는 윈도우와의 호환성 대신 자체 웹 브라우저와 오피스(문서관리도구)를 택했다. MS 윈도우가 아니라 구글 크롬OS 같은 웹 서비스와 생산성 위주의 운영체제를 지향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윈도우처럼 모든 곳에 이용되는 범용 운영체제가 아니라 교육, 관공서, 망분리 시스템 같은 특수한 환경을 위한 전용 운영체제를 목표로 한다는 것. 가장 큰 타깃은 역시 망분리 시스템이다. 티베로, 제우스와 함게 티맥스OS의 삼각편대가 완성되면 망분리 시스템 시장이 요구하는 모든 수요를 한 번에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망분리 시스템 구축자 입장에서도 DBMS, WAS, OS 등 SI 패키지를 한꺼번에 제공받을 수 있는데다가, 라이선스 비용과 유지/보수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티맥스OS가 어떤 기술로 개발되는지 공개된 것은 아직 없다. 20일이 되어야 자세한 기술적 사양이 공개된다. 티맥스OS는 기존 티맥스 윈도우9처럼 프리BSD 기반의 UNIX-LIKE 운영체제일 것으로 예상된다. 웹 브라우저는 웹킷이나 블링크를 활용한 자체 개발 웹 브라우저 또는 크로뮴 프로젝트를 활용한 오픈소스 웹 브라우저일 가능성이 높다. 오피스는 오픈오피스 등의 기술을 활용한 오픈소스 오피스가 아니라 자체 개발 오피스라고 알려진 상태다.
티맥스OS와 함께 티맥스OS용 앱 개발을 위한 '티맥스 원 플랫폼'도 함께 공개된다. MS 비주얼 스튜디오를 활용해 윈도우 앱을 개발하는 것처럼 티맥스 원 플랫폼을 활용해 티맥스OS용 앱을 개발할 수 있다. 티맥스OS는 일반 사용자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으나, 기업이나 관공서는 사용에 따른 라이선스비를 내야 한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