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컴퓨팅 10주년, 서버에서 IoT와 인공지능까지
[샌프란시스코=IT동아 강일용 기자] 세계 최초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이하 클라우드) 아마존 AWS(아마존 웹 서비스)가 등장한지 올해로 벌써 10년이 되었다. 클라우드는 많은 것을 바꿨다. 일단 기업이 사용자들에게 서비스를 한층 쉽게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수많은 서비스가 지속적인 혁신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스타트업이 아무런 인프라(기반 시설) 없이 아이디어만 있어도 창업해서 성공할 수 있는 토대도 마련해줬다. 따지고보면 지금 스타트업 창업 열풍도 클라우드가 뒷받침되지 않았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클라우드는 수많은 컴퓨터와 서버를 묶어서 하나의 거대한 컴퓨팅 자원으로 환산하는 기술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컴퓨팅 자원 가운데 일부를 가상머신(VM)의 형태로 기업과 스타트업에게 임대해주면, 기업과 스타트업은 여기에 자사의 앱과 기술을 올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오늘날 IT 시장의 보편적인 모습이다.
클라우드는 분산 컴퓨팅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CERN이 입자의 움직임을 예측하기 위해 기부자들의 PC 속 유휴자원(사용되지 않고 남아 있는 자원)을 모은 것에서 출발한 아이디어다. 기존 슈퍼 컴퓨터의 처리 능력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난제가 주어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자들에게 PC의 성능을 인터넷을 통해 기부받은 것이다. 클라우드는 사용자의 유휴자원 대신 기업의 유휴자원을 활용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기업이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컴퓨팅 자원을 타사에게 임대해 수익을 거두는 것에서 출발해, 컴퓨팅 자원 임대 자체가 하나의 사업으로 커진 것이다.
클라우드의 원조는 아마존이다. 20년 전 아마존 창립 당시부터 제프 베조스가 구상한 사업 모델이 구체화된 것이다. 2002년 베조스는 아마존 전 직원에게 이메일 보내 아마존의 컴퓨팅 인프라를 활용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니 이에 관련된 기술을 통합해 외부에 공개할 수 있게 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보너 보겔스 AWS 최고기술책임자는 "20년의 아마존 역사가 클라우드 관련 기술을 연구한 역사"라며, "10년의 연구 끝에 2006년 AWS를 선보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참고로 보겔스 CTO는 블랙 프라이데이 때 사용하고 남은 컴퓨팅 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AWS를 고안해냈다는 시중의 소문이 잘못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조스와 보겔스의 지휘 하에 처음부터 철저하게 계획되어서 출시된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AWS의 등장은 아마존의 경쟁 기업들에게도 충격으로 다가왔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IBM 등 아마존과 대등하거나 그 이상의 컴퓨팅 자원을 갖춘 인터넷/IT 기업들이 여기에 재빠르게 대응했다. 자신의 컴퓨팅 자원과 자신이 개발한 인터넷 서비스 관련 기술을 시중에 공개했다. 그것이 MS 애저, 구글 GCP(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 IBM 소프트레이어 등이다.
현재 클라우드 시장은 AWS, 애저, GCP, 소프트레이어의 4파전이다. 사실 4파전이라기에는 많이 민망하다. AWS가 압도적으로 선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애저, 소프트레이어, GCP가 이를 뒤따르고 있다. 시너지리서치그룹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작년 클라우드 시장은 매출액을 기준으로 AWS가 31%, 애저가 9%, 소프트레이어가 7%, GCP가 4%를 점유했다. 기술력과 향후 발전 가능성을 평가하는 가트너 매직 쿼드런트는 AWS와 애저를 리더(도전성이 뛰어나고 성장 가능성도 높다) 등급으로, CGP와 소프트레이어를 비저너리(도전성은 낮지만 성장 가능성은 높다) 등급로 평가했다.
AWS는 클라우드 선두주자다운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서비스를 개시하고 총 51번의 가격 인하를 단행하며 기업과 스타트업을 빨아들였다. 기업이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가 비용 절감에 있는 것을 감안하면 AWS의 공격적인 가격 정책이야 말로 가장 큰 경쟁력이다.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경쟁자들에게 출혈경쟁을 강요하고 있다. 클라우드 시장이 아마존, MS, 구글, IBM 등 안정적인 수익원이 있어서 기초 체력이 탄탄한 회사만 남은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서울 리전(데이터 센터를 설치한 클라우드 서비스 거점)을 오픈하며 국내 기업과 스타트업을 끌어들이고 있다. 총 12개의 전 세계 리전과 33개의 가용영역을 바탕으로 기업과 스타트업의 글로벌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IaaS, SaaS 등 전통적인 클라우드 서비스 뿐만 아니라 IoT 같은 신 사업 영역에도 진출하고 있다.
애저는 IaaS를 넘어 PaaS와 IoT 개발 지원을 통해 반전을 노리고 있다. 윈도우 개발 관련 지원만 충실하다는 과거의 지적을 의식했는지(한때 애저의 이름은 윈도우 애저였다), 리눅스 지원을 강화하며 클라우드 시장의 대세인 리눅스와 도커를 애저에 통합했다(이른바 MS Love Linux). 비주얼 스튜디오로 쌓은 기술력을 클라우드에 접목해 컴퓨팅 자원 임대 뿐만 아니라 서비스 개발과 관리도 클라우드 상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강력하게 지원하고 있다. 또, 기업과 스타트업이 IT 시장의 새로운 화두인 IoT에 대비할 수 있도록 IoT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클라우드 상에서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개발 도구를 속속 공개하고 있다. 애저 IoT에 관한 보다 자세한 비전은 오는 3월 30일부터 4월 1일(현지시각)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 센터에서 열리는 빌드 2016(MS의 개발자 행사)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소프트레이어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클라우드+온프레미스)'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전통적으로 IBM의 영역이었던 기업 온프레미스(자체 구축) 시장에서 얻은 노하우를 소프트레이어에 접목해 클라우드의 가격적인 이점을 누리면서, 데이터를 기업이 직접 관리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것. 또, VM웨어와 협력해 소프트웨어정의데이터센터(SDDC)를 소프트레이어에 바로 접목시킬 수 있도록 했고, 깃허브 등 오픈소스 진영과 협력해 자사의 PaaS 블루믹스를 활용한 앱 개발을 더욱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GCP는 자사의 강점인 데이터 분석과 머신러닝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구글 내부에서 개발된 수많은 데이터 분석도구와 머신러닝 개발도구를 오픈소스로 풀고, 이를 보다 효과적으로 이용하길 원하는 고객들을 GCP로 유치한다는 계획. 실제로 구글은 빅쿼리, 구글 컨테이너 등 시중의 오픈소스 기술을 클라우드 상에서 더 편하게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해 기업과 스타트업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AWS의 손님이었던 애플, 넷플릭스, 디즈니, 스포티파이 등을 GCP로 유치하는 등 기존 IaaS 사업도 성과를 내고 있다.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해 22일 도쿄 리전과 오리건 리전을 공개했고, 2017년까지 10개의 리전을 추가하겠다고 밝히는 등 클라우드 사업자 가운데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구글은 MS보다 1주일 빠른 3월 23~25일(현지시각) 샌프란시스코 피어48에서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행사를 개최하고 GCP의 차세대 성장 전략을 공개할 계획이다.
클라우드의 5가지 영역
인프라 서비스(IaaS)
기업과 스타트업의 서비스 구축을 위한 네트워크 장비, 저장장치, 서버, 가상머신을 빌려주는 클라우드 서비스. 클라우드 서비스의 가장 기초적인 형태이며, 현재 가장 보편적인 클라우드 서비스다. 필요한 즉시 인프라를 임대받을 수 있어 즉시 개발을 진행한 후 서비스를 개시할 수 있고, 사용자의 유입량에 맞춰 인프라를 유동적으로 확장하거나 줄일 수 있으며, 인프라 관리 인력을 최소화한 후 이들을 모두 서비스 개발에 투입할 수 있어 매우 경제적이다. 기업의 경비 절감에 유용하고, 스타트업 창업 열풍의 토대가 되었다.
다만 서비스 제공을 위한 기반(인프라스트럭쳐)만 임대하는 만큼 가상머신 생성, 서비스 개발 및 관리는 인프라를 임대한 기업이 직접해야 한다. IaaS를 활용해 글로벌 서비스를 구축한 대표적인 케이스로 넷플릭스, 어도비, 드랍박스 등을 들 수 있다. 넷플릭스는 자체 데이터센터가 하나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AWS를 활용해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했고, 어도비와 드랍박스는 클라우드 서비스(IaaS) 위에 클라우드 서비스(SaaS)를 올리는 독특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플랫폼 서비스(PaaS)
네트워크 장비, 저장장치, 서버, 가상머신 같은 인프라에 운영체제, 미들웨어, 런타임 등 서비스 개발 및 유지 도구까지 추가로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다. 최근에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기업의 활동에서 발생하는 데이터까지 통합 관리하는 PaaS가 각광받고 있다. 클라우드에서 제공하는 도구를 활용해 서비스 개발 관리만 전념할 수 있어 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이나 IT 인력이 취약한 기업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때문에 모든 클라우드 사업자가 자사의 서비스가 IaaS 단계를 넘어 PaaS로 구체화되었다고 강조하는 것이 현실.
다만 개발자가 플랫폼과 개발도구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과 개발도구가 개발자를 선택하는 역전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때문에 대부분의 클라우드 기업이 모든 플랫폼과 오픈소스를 지원해 개발자가 자신의 취향과 전문성에 맞는 개발도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서비스(SaaS)
인프라, 개발도구에 이어 앱과 데이터까지 모두 것을 클라우드에서 제공하는 것. 클라우드 사업자가 SaaS를 직접 제공하는 경우는 드물고, 기업과 스타트업이 IaaS 또는 PaaS를 임대하고 여기에 서비스를 구축한 후 사용자에게 제공하면 SaaS가 된다.
우리가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인터넷 서비스와 온라인/모바일 게임이 바로 SaaS다. 구글 검색, 지메일, 유튜브, 오피스365, 아마존 프라임 등 클라우드 사업자가 직접 SaaS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고(구글이 바로 세계 최대의 SaaS 제공자다),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및 마케팅 클라우드, 드랍박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처럼 타사가 SaaS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국내 기업과 스타트업의 앱과 서비스도 거의 대부분 SaaS 형태로 제공되고 있다.
사물인터넷 관리(IoT)
사물인터넷 관리는 IoT에서 생성되는 수많은 데이터를 기업이 클라우드에서 관리하고 보관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IoT 기기끼리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해주며, 생성된 데이터를 보관/분석해 더 큰 가치를 이끌어낼 수 있다. 자체 데이터 관리/보관 서버를 구축하는 것보다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것이 더 저렴하다는 점에서 IaaS의 발전형이며, 기업이 IoT 기기 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고 데이터 관리는 클라우드 서비스에 위임할 수 있다는 점에서 PaaS의 발전형이다. 아마존과 MS가 AWS와 애저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사물인터넷 관리를 선택하고, 관련 기술 개발에 막대한 R&D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삼성전자, 샤오미 등 많은 제조사가 클라우드를 활용한 사물인터넷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IoT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머신러닝과 인공지능
머신러닝과 인공지능은 말 그대로 기업과 스타트업이 머신러닝과 인공지능 관련 기술 및 인프라를 클라우드에서 임대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머신러닝과 인공지능의 상용화는 걸음마 단계다. 구글이 구글 검색, 번역, 구글 포토 등 자사의 SaaS에 머신러닝을 도입했고, '텐서플로'라는 머신러닝 오픈소스 기술을 공개한 상태다. 또한 자사의 머신러닝 기술을 클라우드에 접목한 구글 번역 API(언어 번역), 비저닝 API(이미지 인식) 등을 GCP를 통해 기업과 스타트업에게 제공하고 있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다. 구글은 머신러닝을 활용해 만들어낸 인공지능 '알파고'를 통해 우리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다만 알파고는 상용화된 서비스가 아닌, 인공지능이 사람의 능력을 따라잡았음을 세상에 알리기 위한 바둑 특화 서비스다. 알파고는 GCP의 인프라를 활용해 구축된 인공지능으로, 향후 기후예측, 의료 등의 분야로 그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알파고의 능력이 기후예측과 의료에 접목될 수 있을 정도로 확대되면 인공지능 상용화가 이뤄질 전망. IBM 역시 자사의 클라우드 플랫폼을 활용해 구축한 인공지능 서비스 '왓슨'을 의료 서비스와 접목해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아마존과 MS가 IoT를 클라우드 서비스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지정한 것과 달리 구글과 IBM은 머신러닝과 인공지능을 지목한 점이 흥미롭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