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당신의 여유로운 삶을 위한 셋탑박스, 구글 넥서스 플레이어

강일용 zero@itdonga.com

[IT동아 강일용 기자] 구글의 서비스는 우리의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다. 유튜브, 플레이스토어, 지메일, 검색 등 구글의 서비스가 없는 삶은 이제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구글의 서비스가 이렇게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뭘까. 여러가지를 들 수 있겠으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다. 우리 손에 들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통해 구글의 서비스는 우리 삶의 일부분이 됐다.

구글의 야심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우리의 손을 넘어 우리의 거실까지 진출하려 하고 있다. 구글의 서비스가 '우리 삶의 일부분'을 넘어 '우리 삶 그 자체'가 되길 원하고 있는 것. 이번에도 그 첨병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다. 이를 위해 모바일 운영체제였던 안드로이드를 거실의 주인 TV를 위한 운영체제로 확대했다. 바로 '안드로이드TV'다.

'구글-에이수스 넥서스 플레이어(Google-ASUS Nexus Player)'는 안드로이드TV를 탑재한 기기다. 정체성은 조금 모호하다. 셋톱박스로 볼 수도 있고, 비디오 게임기로 볼 수도 있다. 미니PC로 볼 수도 있겠다. 거실에서 보다 편리하게 동영상과 게임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것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다.

넥서스 플레이어
넥서스 플레이어
<구글 넥서스 플레이어>

작은 크기와 간단한 설치

넥서스 플레이어는 매우 작다. 크기는 어린이 손바닥 만하고, 두께도 엄지 손가락 정도다. 시중의 셋톱박스나 미니PC 가운데 이보다 작은 제품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이속에 인텔 아톰 Z3560 프로세서(무어필드), 1GB 메모리, 8GB 저장공간 등이 들어 있다. 인텔 Z3500 시리즈는 셋톱박스나 스마트TV 등을 목표로 설계된 프로세서로, 발열이 적어 무소음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넥서스 플레이어
넥서스 플레이어
<넥서스 플레이어의 뒷면>

확장성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전원, HDMI, 마이크로 USB(x1) 등 총 세 개의 단자를 갖추고 있다. PC, NAS 등 다른 기기와는 유선 보다 블루투스나 와이파이 같은 무선으로 연결하는 것이 더 편하다. 넥서스 플레이어에 외장하드, USB 메모리, 마우스, 키보드 등을 유선으로 연결하고 싶다면 '마이크로 USB - USB 젠더'가 반드시 필요하다. 구글코리아도 이점을 잘 알고 있기에 넥서스 플레이어를 구매하면 '마이크로 USB - USB 젠더'를 함께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기본 구성품은 매우 단촐하다. 본체, 리모콘, 전원 케이블 등 세 가지다. HDMI 케이블이 없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데, 이를 의식한 것인지 구글코리아는 넥서스 플레이어를 구매하면 HDMI 케이블도 함께 제공한다.

넥서스 플레이어는 쉽게 설치할 수 있다. HDMI 케이블을 통해 TV와 연결한 후 전원 콘센트만 꽂으면 알아서 전원이 켜진다. 이후 리모콘을 통해 와이파이에 연결한 후 사용자의 구글 계정을 입력하면 사용을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난다.

넥서스 플레이어
넥서스 플레이어
<넥서스 플레이의 단자 구성. HDMI, 마이크로 USB 단자, 전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TV에 최적화된 사용자 환경

넥서스 플레이어의 운영체제는 원래 안드로이드TV 5.1 롤리팝이었으나 얼마 전 6.0 마시멜로로 업데이트되었다. 사용법은 스마트폰 속에 들어있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같다. 단지 사용자 환경만 다를 뿐이다. 일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사용자환경을 제공한다. 반면 안드로이드TV는 TV에 최적화된 사용자환경을 제공한다.

넥서스 플레이어
넥서스 플레이어
<안드로이드 TV의 기본 화면>

사용자는 리모콘과 음성을 활용해 넥서스 플레이어를 조작할 수 있다. 리모콘의 방향키를 활용해 커서를 움직이거나 앱을 선택할 수 있고, 음성을 통해 콘텐츠를 검색한다.

방향키를 활용한 조작 방식은 타이젠, 웹OS 등 기존의 스마트TV용 운영체제와 유사하다. 큼지막한 아이콘 속에서 원하는 앱과 콘텐츠를 찾으면 된다. 음성을 활용하면 좀 더 빠르게 원하는 앱과 콘텐츠를 찾을 수 있다. 리모콘의 음성키를 누르고 앱이나 콘텐츠의 이름을 말하면 해당 앱과 콘텐츠를 찾아서 실행해준다. 음성인식 능력은 제법 뛰어나다. 발음이 조금 부정확하더라도 알아듣고 정확한 검색 결과를 보여준다.

넥서스 플레이어
넥서스 플레이어
<넥서스 플레이어용 주변기기와 갤럭시S6(갤럭시S6는 넥서스 플레이어 리모콘을 설치한 상태)>

넥서스 플레이어는 전원 버튼이 없다. 제품에 파워를 공급하면 3초만에 부팅이 완료되고, 일정 시간 동안 제품을 조작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유휴 상태에 들어간다. 리모콘 버튼 하나만 누르면 즉시 깨어난다. 크롬캐스트와 유사한 사용방식이다.

동영상 재생 능력은 매우 충실

먼저 사용자들이 셋톱박스에 기대하는 동영상 재생능력을 살펴보자. 시중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안드로이드용 동영상 재생기 MX 플레이어 프로를 설치하고 모바일에 최적화된 720P 해상도의 MP4, AVI 파일을 재생했다. 두 동영상 모두 쾌적하게 재생되었다. 가장 보편적으로 이용되는 1080P 해상도의 MP4, AVI 파일은 어떨까? 이 역시 정상 재생되었다. 이정도면 셋톱박스로서 합격이다.

다만 UHD 해상도의 MP4 파일의 경우 24프레임 영상만 간신히 화면과 소리의 싱크가 맞았고, 30프레임 영상의 경우 제대로된 감상이 힘들었다. UHD 해상도의 AVI 파일은 화면이 심하게 끊겨서 감상이 불가능했다.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넥서스 플레이어 내부 저장공간은 5.9GB에 불과하다. 앱과 동영상을 몇 가지 집어넣으면 바닥난다. 때문에 동영상을 쾌적하게 감상하려면 넥서스 플레이어에 USB 메모리 또는 외장하드를 연결해야 한다. 동봉된 마이크로 USB - USB 젠더를 이용해 넥서스 플레이어와 USB 메모리를 연결한 후 설정화면에서 해당 저장장치를 마운트해주면 저장장치 속 동영상 파일을 불러올 수 있다.

외부 저장장치를 연결할 때 두 가지 문제를 주의해야 한다. 일단 넥서스 플레이어는 파일형식이 NTFS와 FAT32로 되어 있는 USB 메모리와 외장하드를 인식할 수 있다. EXFAT는 여러 번 연결해도 인식하지 못했다. 다른 안드로이드 기기가 FAT32와 EXFAT만 인식하고 NTFS를 인식하지 못하는 점을 감안하면 흥미로운 부분이다. 4GB 이상의 동영상 파일을 지원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또, USB 메모리는 대부분 정상 인식하지만, 외장하드의 경우 인식하지 못하는 제품이 있었다. 본체에서 전원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기 때문인 듯하다. 되도록 USB 메모리를 넥서스 플레이어용 외부 저장장치로 선택할 것을 추천한다.

생각보다 괜찮은 게임 성능

넥서스 플레이어는 안드로이드용 스마트폰용 게임 가운데 일부를 실행할 수 있다. 단순히 실행하는 것 만이 전부는 아니다. TV의 대화면과 게임 콘트롤러에 맞게 게임 속 사용자 환경이 변경된다. 넥서스 플레이어는 별매인 블루투스 게임 콘트롤러 '넥서스 플레이어용 게임패드'를 연결해 비디오 게임기처럼 이용할 수 있다. 넥서스 플레이어에서 실행되는 게임은 모두 이 콘트롤러에 대응된다. 넥서스 플레이어용 게임패드의 가격은 5만 8,000원이다. 콘트롤러의 품질에 비해 비싼 가격인 듯하다.

넥서스 플레이어
넥서스 플레이어

생각보다 넥서스 플레이어를 지원하는 게임이 많다. 길건너 친구들, 컴투스 골프스타, 염소 시뮬레이터, 파이널판타지 5~6, 레오스포춘, 소울칼리버 등 게임성을 검증받은 게임을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게다가 모두 한국어화되어 있다). 혼자 즐겨도 재미있고, 친구나 가족과 함께 즐기면 더욱 재미있다. 다만 국내 게임보다 해외 게임 위주로 넥서스 플레이어를 지원하니 참고하자.

넥서스 플레이어
넥서스 플레이어
<기대 이상으로 많은 게임이 준비되어 있다>

안드로이드 폰과 연결하면 활용성이 두 배

넥서스 플레이어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연동된다. 사용자는 자신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넥서스 플레이어의 리모콘을 설정할 수 있다. 연결법도 간단하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넥서스 플레이어 리모콘 앱을 설치한 후 넥서스 플레이어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같은 와이파이에 연결하면 된다.

리모콘이 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커서 이동, 음성 입력 등 기존 리모콘의 역할 뿐만 아니라 키보드의 역할도 수행한다. 넥서스 플레이어에 번거롭게 키보드를 연결하지 않아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만 있으면 편리하게 문자를 입력하고 원하는 콘텐츠를 찾을 수 있다. 문자 입력에 한세월이 걸리는 기존 스마트TV와 차별화된 부분이다.

넥서스 플레이어
넥서스 플레이어

없는 동영상 앱은 크롬캐스트 기능을 해결

넥서스 플레이어는 유튜브가 기본 설치되어 있고, 플레이 스토어를 통해 넷플릭스와 트위치를 추가할 수 있다. 인터넷에 올라온 동영상을 편리하게 감상할 수 있다는 뜻. 하지만 많은 국내 사용자가 시청하는 아프리카TV가 보이지 않는다. 넥서스 플레이어로 아프리카TV를 감상할 수 없는걸까?

당연히 해결 방법이 있다. 넥서스 플레이어는 크롬캐스트의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앞에서 설명한 방법으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넥서스 플레이어를 연결하면, 크롬캐스트와 동일한 방법으로 아프리카TV 같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감상할 수 있다. 연결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아프리카TV 앱을 실행한 후 동영상을 실행하고 화면 오른쪽 상단의 '크롬캐스트로 송출'(넥서스 플레이어가 출시된 이후 '구글캐스트로 송출'이란 이름으로 변경) 버튼을 누르면 넥서스 플레이어를 통해 아프리카TV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아프리카TV 뿐만 아니라 다른 국내 동영상 서비스도 같은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넥서스 플레이어
넥서스 플레이어
<넥서스 플레이어에는 크롬캐스트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웹 브라우저는 없어요

넥서스 플레이어에는 웹 브라우저가 없다. 안드로이드 브라우저도 없고, 크롬도 없다. 웹 서핑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구글은 "TV로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용자가 드물기 때문에 넥서스 플레이어용 웹 브라우저를 개발하지 않았다"며,"서드파티 개발자들이 넥서스 플레이어용 웹 브라우저를 개발하는 것을 막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때문에 넥서스 플레이어로 웹 서핑을 하고 싶은 사용자들은 플레이 스토어에 접속해 별도의 웹 브라우저를 내려받아야 한다.

목표는 당신의 삶에 여유를 더해주는 것

넥서스 플레이어는 정체성이 모호한 기기다. 비디오 게임기로 보자니 기존 비디오 게임기보다 게임의 종류가 적고, 거실용 PC라고 하자니 기능이 많이 부족하다. 결국 넥서스 플레이어의 목적은 하나로 귀결된다. 거실에서 유튜브, 넷플릭스, 트위치, 아프리카TV 같은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를 보다 편하고 즐겁게 감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기다. 여기에 사용자가 보유 중인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한다. 크롬캐스트의 발전판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넥서스 플레이어는 퇴근 후 재충전을 위해 근심 걱정을 접어두고 TV를 보는 것을 즐기는 당신을 위한 기기다. 사실 반드시 구매해야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거실에 하나 가져다 두면 제법 즐겁고 유용하게 쓸 수 있다. 12만 9,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이 넥서스 플레이어의 이러한 포지션을 뒷받침해준다. 크롬캐스트는 구글 플레이 온라인 스토어에서 구매할 수 있고, 에이수스 코리아를 통해 A/S를 받을 수 있다.

넥서스 플레이어
넥서스 플레이어
<사실 넥서스 플레이어용 앱 대부분이 동영상 관련 서비스다. 넥서스 플레이어의 포지션을 엿볼 수 있는 부분>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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