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책상 위를 여유롭게, HP 엘리트데스크 705 G2 미니PC

김영우 pengo@itdonga.com

[IT동아 김영우 기자] '작지만 강하다'라는 광고 문구는 정말 흔하지만, 필자는 저런 말을 그다지 믿지 않는다. 크기를 줄이느라 상당수의 성능이나 기능을 생략하거나 축소한 제품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특히 초소형 데스크톱의 일종인 미니PC 중에 그런 경우가 많았다.

HP 엘리트데스크 705 G2
HP 엘리트데스크 705 G2

하지만 이번에 소개할 HP의 엘리트데스크(EliteDesk) 705 G2(V2D92PA, 이하 705 G2)는 예외로 두어야 할 것 같다. 신형 프로세서 및 고용량 메모리, 그리고 빠른 SSD까지 갖추고 있어 어지간한 데스크톱에 뒤지지 않는 성능을 발휘한다. 그렇다고 해서 미니PC 특유의 작은 사이즈를 포기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시중에 팔리는 미니PC 중에서도 가장 작은 편에 속한다. 최소의 공간에서 의외의 성능을 발휘하는 이 제품의 면모를 살펴보자.

여러 미니PC 중에서도 돋보이는 공간활용성

HP 엘리트데스크 705 G2
HP 엘리트데스크 705 G2

HP 705 G2의 너비와 길이는 17.5cm 남짓, 두께는 3.4cm 정도로, 성인 손바닥에 올려 놓을 수 있을 정도로 작다. 무게 역시 1.3kg으로 소형 노트북 수준이다. 데스크톱 대용으로 쓰는 제품이기 때문에 이를 가지고 다닐 일은 별로 없겠지만, 사무실을 자주 이동하는 사용자라면 환영할 만하며, 무엇보다 공간활용성이 높아서 책상 위를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 그리고, 본체 크기는 작지만 측면과 상단, 하단을 구성하고 있는 철판이 제법 두껍고 견고하다.

3개 화면 동시 출력 가능한 포트 구성

본체 전면에는 USB 3.0 포트와 음성 포트가 2개씩 달려있다. 스피커나 헤드셋을 연결하는 음성 출력 포트가 후면에 있지 않고 전면에만 2개가 있는 것이 특이하다. 하나는 음성 출력 전용, 또 하나는 입/출력 겸용 포트다. 스피커를 전면에 연결하려면 좀 거추장스러울 수도 있는데, 이는 후면에 2개 달린 DP(디스플레이포트)에 포함된 음성 전송 기능을 더 적극적으로 이용하라는 의미 같다. 스피커 내장형 모니터와 HP 705 G2를 DP 케이블로 연결하면 바로 모니터 스피커로 음성 출력이 가능하다.

제품 전면
제품 전면

본체 후면에는 2개의 DP 외에 1개의 VGA(D-Sub) 포트가 달려있다. 총 3대의 디스플레이 기기를 동시 연결할 수 있으므로 그래픽 디자인이나 주식 투자와 같이 여러 화면이 필요한 작업에서 유용할 것이다. 만약 DP가 없는 모니터를 연결할 때는 본체에 동봉된 3개의 변환 젠더(DP-HDMI, DP-DVI, DP-VGA)를 이용하자. DP-HDMI 젠더를 이용하는 상태에서도 모니터에 달린 스피커로 음성 출력이 가능하다.

제품 후면
제품 후면

후면에는 그 외에도 4개의 USB 포트 및 각 1개씩의 유선랜 포트 및 전원 입력 포트가 달려있다. 4개의 USB 포트 중 2개는 USB 3.0 규격이다. 그리고 유선랜 포트는 기가비트(1Gbps)를 지원하며, 본체 내부에 일명 기가와이파이라고 불리는 802.11ac 무선랜 기능도 포함하므로 최근 보급되고 있는 기가인터넷 환경에 대응하기에도 문제가 없다.

본체 내장 스피커, 무선 키보드와 마우스도 포함

그 외에 특이한 점이라면 HP 705 G2 본체에 소형 스피커가 내장되어 있다는 점이다. 덕분에 별도의 외부 스피커나 헤드폰 연결 없이 자체적인 음성 출력이 가능하다. 음량이나 음질은 휴대폰 스피커 수준이라 멀티미디어 감상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별도로 스피커를 연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 꼭 음성을 들어야 한다면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동봉된 무선 키보드와 마우스
동봉된 무선 키보드와 마우스

본체와 함께 동봉된 키보드와 마우스는 무선 방식이다. PC 본체 크기와 달리 본격적인 데스크탑용 사이즈라 각종 작업을 편하게 할 수 있다. HP 705 G2 본체에 블루투스 기능이 내장되어 있어서 키보드와 마우스 역시 블루투스 방식일 것으로 생각했으나, 의외로 USB 수신기를 꽂아 접속하는 RF 방식이다. 키보드와 마우스용 수신기를 따로 이용할 필요 없이 1개만 꽂아 사용한다.

최신 카리조 기반 APU와 8GB 메모리, 256GB SSD 탑재

외부 디자인만큼이나 눈에 띄는 건 역시 내부 사양이다. HP 705 G2의 메인 프로세서는 AMD Pro A12-8800B APU다. 2.1(기본)~3.4(최대) GHz로 구동하는 신형 카리조(Carrizo) 기반 쿼드코어 CPU, 그리고 내장형 그래픽 중에서 상위급의 성능을 내는 라데온 R7 GPU를 하나의 칩으로 만든 것이다. AMD Pro A12-8800B는 2016년 1월 현재 팔리는 AMD의 노트북용 APU 중에 최상위급 제품이기도 하다.

AMD PRO 프로세서
AMD PRO 프로세서

프로세서 외의 사양도 제법 볼만하다. 8GB의 넉넉한 메모리(RAM)를 기본 탑재하고 있으며, 저장장치 역시 속도와 용량 면에서 균형이 좋은 256GB의 SSD를 내장했다. 메모리 슬롯의 경우, 1개의 여유가 있으므로 8GB DDR3 메모리(노트북용)를 추가로 꽂아 16GB 환경을 구축할 수 있으며, 초소형 SSD를 추가로 달 수 있는 M.2. 슬롯도 있다. 본체 크기와는 달리, 확장성이 제법 괜찮은 편이다.

전작 대비 효율성과 활용성 강조

PC의 성능을 측정해 수치로 나타내는 PASSMARK의 퍼포먼스테스트(PerformanceTest)를 구동해 보니 메인 프로세서인 AMD Pro A12-8800B APU의 CPU 성능은 4604점으로 측정되었다. 경쟁사 모델과 비교해보면 인텔 코어 i7-6600U과 비슷하다. 중상급형 노트북 수준, 혹은 보급형 데스크톱 수준의 성능은 기대할 수 있다.

AMD Pro A12-8800B APU의 CPU-Z
정보
AMD Pro A12-8800B APU의 CPU-Z 정보

다만, 1년 전에 나온 HP 705 G2의 이전 모델인 HP 705 G1은 동일한 테스트에서 4,900점 가량을 기록한 바 있다. 체감적으로 차이가 느껴질 정도는 아니지만, 신형 제품이 오히려 약간 성능 수치가 낮아진 점은 이색적이다. 참고로 HP 705 G1은 데스크톱용 프로세서인 AMD A8 PRO-7600B를 탑재하고 있었다. 본래 데스크톱용 프로세서는 노트북용 프로세서에 비해 전력 효율이 낮은 대신, 최대 성능은 좀 더 높다. 그리고 HP 705 시리즈는 구형 데스크톱 프로세서가 신형 노트북 프로세서로 바뀐 것이다.

다만, HP 705 G2는 전작에 비해 SSD 용량이 2배로 커진 점과 블루투스 기능이 추가된 점, 그리고 프로세서의 TDP(열설계전력)가 65W에서 15W로 줄어들어 발열이나 소음 면에서 이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할 만하다. 전작이 최대 성능을 강조했다면, 이번 제품은 효율성과 활용성 측면을 좀 더 강조했다고 볼 수 있다.

전반적으로 쾌적한 구동감각, 업무용으로 최적

실제로 HP 705 G2를 이용해보니 쿼드코어 CPU와 넉넉한 메모리, 빠른 SSD 덕분에 전반적인 콘텐츠 구동 속도가 빠른 편이고 제법 매끄러운 동시 작업도 가능했다. 풀HD급(1,920 x 1,080) 동영상 2~3개 정도를 띄우고 인터넷 서핑을 하며 이미지 편집을 하더라도 그다지 불편하지는 않다. 물론, 전문가용 PC의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풀HD급 동영상을 4개 이상 동시 구동하거나 4K UHD급(3,840×2,160) 동영상을 구동하는 등의 작업에선 다소의 성능저하가 있긴 하지만 일상적인 멀티미디어 활용이나 사무용으로는 쓰기엔 대단히 쾌적하다.

3개 화면을 통한 동시 작업
3개 화면을 통한 동시 작업

게임도 구동해봤다. 액션 RPG인 '디아블로3'의 경우, 화면 해상도 1,920 x 1,080, 그래픽 품질 '높음' 설정에서 평균 30프레임 내외로 비교적 원활한 플레이가 가능했다. 이 정도 수준이면 디아블로3 외에 리그오브레전드(LOL) 정도의 대중적인 온라인 게임 정도는 무리 없이 할 수 있겠다. 참고로 HP 705 G2는 출고 시에 윈도우 8.1 운영체제가 탑재되어 있으나 윈도우 업데이트 기능을 통해 윈도우10으로 무료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디아블로3 구동
디아블로3 구동

만듦새 좋고 높고 개성도 확실, 판매 가격이 관건

HP 엘리트데스크 705 G2는 시중에서 팔리는 여느 미니PC와 확실히 구분되는 제품이다. 시중에 팔리는 태반의 미니 PC는 일반적인 미니 ITX 규격 메인보드에 단순히 케이스만 씌워 구성한 경우가 많다. 그런 제품은 크기를 줄이는데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딱히 특색도 없었다. 하지만 HP 엘리트데스크 705 G2는 확실히 다르다. 이 제품을 위해 설계된 전용의 메인보드 및 케이스로 구성되어 있어 제법 완성도가 높다. 무난한 성능에 한층 작은 크기를 갖추고 있으며, 안정성 측면에서도 딱히 문제를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유일하게 걸리는 점이라면 역시 가격이다. 이 제품은 2016년 1월 현재, 인터넷 쇼핑몰에서 70만원 대의 가격에 팔리고 있다. 제품의 전반적인 만듦새를 고려해 본다면 납득 못한 수준은 아니지만, 단순히 사양 대비 가격만 중시하는 소비자라면 다소 비싸게 느껴질 것이다. 이 제품의 경쟁력은 이른바 '가성비'가 아니라 이 정도의 크기와 활용성, 그리고 성능을 균형감 있게 제공하는 유사 데스크톱 PC 플랫폼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이를 알아보는 소비자는 분명 있을 것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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