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석-오세득의 요리로 세상 바꾸기, '플레이팅' (2)

안수영 syahn@itdonga.com

[IT동아 안수영 기자] 2015년 트렌드 중 하나는 바로 '쿡방(요리+방송의 합성어)'이다. JTBC의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를 필두로, TV 채널 곳곳에 요리사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시청자들도 멋진 요리, 따라하기 쉬운 요리들을 보며 즐거움을 맛보았다. 그러한 요리를 선사한 쉐프들을 향한 관심과 인지도도 높아졌다. 이처럼 쿡방과 쉐프들은 우리 생활 속에 자리잡으며 식문화 흐름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현재 방송에 출연하는 최현석, 오세득 등의 유명 쉐프들은 방송인이 되기 위함이 아니라, 요리를 바탕으로 세상에 의미 있는 일을 펼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과거에는 쉐프라는 직업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낮아 많은 일을 하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이들 쉐프는 요리를 바탕으로 교육과 봉사활동, 식문화 개선을 위해 하나의 사업체로 뭉쳤다. 그것이 바로 '플레이팅'이라는 기업이다.

플레이팅은 어떻게 탄생했고, 플레이팅에서 쉐프들은 어떤 일을 할까. 지난 5일 엘본 더 테이블에서 '플레이팅'의 주역인 최현석 쉐프, 오세득 쉐프, 그리고 플레이팅의 김진표 총괄이사(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이 요리를 통해 궁극적으로 꿈꾸는 바와 이를 위해 준비해 온 것들은 무엇일까?

최현석-오세득의 요리로 세상 바꾸기, '플레이팅' (1)-http://it.donga.com/23253

플레이팅
플레이팅

<왼쪽부터 오세득 쉐프, 최현석 쉐프, 김진표 대표>

쉐프 매니지먼트, 쉐프라는 직업에 힘을 싣다

김 대표는 '쿡방'이 트렌드로 자리잡기 전부터 쉐프들과 인연을 맺어왔다. 그렇다면 그가 알고 있던 쉐프들이 어떻게 방송 출연까지 하게 되었을까. 사실 여기에는 김 대표의 숨겨진 노력이 있었다.

김진표: "제가 본격적으로 외식사업을 하기 전부터 쉐프 분들이 간간히 방송에 출연을 해 왔습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쉐프들의 방송 비중이 낮았지요. 그 때 쉐프들은 방송에 요리를 노출하기 위해 필요한 사람에 가까웠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방송가의 트렌드가 '먹방', '쿡방' 등 식문화로 옮겨갔습니다. 실제로 미국, 영국, 일본만 보더라도 약 5~6년 전부터 이러한 트렌드 기류가 있었고, 관련 프로그램이 흥행했었는데요. 이러한 흐름이 국내로 넘어온 셈입니다.

당시 저는 회사(엘본 더 테이블)에 소속된 마케팅 총괄이다 보니, 회사를 알려야 했습니다. 레스토랑을 대중적으로 알리는 방법 중 하나는 방송이지요. 그래서 쉐프들을 방송에 출연시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더구나 몇 년 동안 외식업계가 굉장히 어려웠어요. 프랜차이즈 식당은 잘 됐지만,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식당이나 다이닝 업체 등은 상대적으로 위축이 됐던 것이지요. 더구나 질병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일어날 때마다 식음료 분야는 늘 힘들었습니다. 결국 이분들이 종사하는 외식 시장이 살아나려면 대중적으로 알려질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방송에 대한 니즈가 있었던 것이지요"

실제로 김 대표는 약 8개월 가량 쉐프들의 프로필을 들고 혼자서 방송국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모두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 거의 포기할 즈음에 <냉장고를 부탁해>의 제작진들이 쉐프들의 출연을 요청한 것이 시발점이 됐다. 아무래도 <냉장고를 부탁해>의 콘셉트가 쉐프들 간의 대결이다 보니 섭외가 어려웠던 것이다. 그러던 제작진들이 김 대표의 소식을 듣고 그를 찾아왔다.

김진표: "방송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저는 쉐프 대결도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쉐프들을 알릴 수 있는데다, 쉐프들의 순위를 매기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쉐프들을 설득했지요"

그 이후는 많은 이들이 알다시피, 방송은 큰 인기를 끌었다. 물론, 방송으로 화제가 되다 보니 조심스러운 부분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방송 출연 여부에 관계없이 중요한 것은 요리다. 김 대표는 "본질은 언제나 요리"라고 강조했다. 방송에 출연한 것도 레스토랑과 식문화를 살리기 위한 것이었고, 방송에 출연하는 쉐프들의 목적도 언제까지나 요리를 바탕으로 일을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플레이팅은 소속 쉐프들의 매니지먼트를 자연스레 담당하게 됐다.

김진표: "일반 연예 매니지먼트 회사에서 쉐프들을 고용하려고 한 경우는 있었습니다만, 아무래도 연예 매니지먼트 회사와 쉐프 매니저먼트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우선 쉐프들은 연예인이 아니고, 요리를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분들의 삶을 파악해야 합니다. 또한 요리에 대한 이해, 요식업에 대한 필드 경험이 있어야 쉐프들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연예 매니지먼트의 경우 인재를 키워서 방송에 내보내는 구조이지만, 저희는 요리라는 분야에서 이미 완성이 된 분들을 모셔서 방송에 등장시키는 일을 합니다. 따라서 요식업계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분들을 모시고, 노하우가 없는 분들과는 계약을 하지 않는 등 엄격한 기준이 있습니다"

최현석: "만약 저희가 엔터테인먼트라면 잘생긴 요리사를 찾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요리를 잘 하는 사람들만 모여 있습니다. 그저 소속이라는 것은, 요리를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교육을 하고 식문화와 관련된 일을 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함입니다"

일각에서는 '요리사가 왜 연예인 행세를 하느냐', '연예인도 아닌데 왜 TV에 나오느냐' 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쉐프들에게 매니지먼트가 왜 필요한지 묻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쉐프들이 방송에 출연하면서 방송에서 요리를 대하는 시선이 변화했다. 또한 외식업계 및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이들에 대한 인식도 차츰 변화하고 있다. 플레이팅 역시 서비스업, 자영업 종사자들과 식문화 향상을 위해 필요한 회사가 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진표: "약 2~3년 전에는 담당 작가나 PD들이 쉐프들을 만나면 '무슨 요리가 필요하다'라고 제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쉐프들이 '이렇게 요리하면 안 되는데'라고 하면 '방송에 예쁘게 나와야 하니까 이렇게 해야 해요'라는 대답이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그렇게 해 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것은 과거 방송계에서 쉐프라는 직업에 대한 이해도가 너무 낮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쉐프라는 직업 자체가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인 것이지요"

하지만 최근에는 쉐프라는 직업에 대한 인지도가 올라간 만큼, 쉐프들도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방송계에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식으로 음식을 만드는 것이 좋다, 이러한 방향은 어떠한가, 단지 예쁘게 보이기 위한 것은 안 될 것 같다' 등의 의견을 내며 방송을 조율하고 있는 것이다.

김진표: "실제로 저희 쉐프들이 방송에서 만드는 음식은 그대로 드셔도 무방합니다. 스텝들도 직접 드십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보여주기용으로 음식을 만들고 버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간혹 '어차피 방송용인데 어때'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저희는 그런 분들과는 일을 하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차차 변화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최현석 쉐프
최현석 쉐프

방송에 출연하는 쉐프들의 처우도 개선되고 있다. 플레이팅과 같은 쉐프 매니지먼트가 필요한 이유는, 방송 출연 시 쉐프들을 관리하고 돕기 위함이다.

최현석: "요리사가 광고를 찍거나 사업을 할 때, 매니징이 안 되어 있으면 손해를 보거나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요리사는 기술직이기 때문에 방송이나 계약에 대한 것을 잘 몰라요. 방송에서 받아야 할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요. 플레이팅은 이러한 관리를 해 주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회사에서 비용을 빼 가는 것은 아니에요. 회사에서는 기본적으로 쉐프를 관리하고 네이밍해주는 비용만 사용하고요, 쉐프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도모해 교육 사업 등을 펼치고, 그것을 수익 기반으로 삼습니다"

최근에는 쉐프들이 세간의 화제가 되다 보니, 여기저기서 많은 연락을 받는 것이 일상이 됐다. 다만, 당혹스러운 연락이 오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몇 가지 당부를 했다.

김진표: "간혹 '내가 쉐프들을 컨트롤을 하는 사람이다'라는 식으로 허위 정보를 유포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만약 이러한 분들이 있다면 반드시 매장에 문의해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얼마 전에는 레스토랑 대표를 사칭한 분이 있어 확인 전화가 오기도 했는데요, 사실 무근으로 판명이 났습니다. 심지어 저를 사칭한 분도 있어 매장으로 연락이 오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현재 과도기인 만큼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한편, 푸드 테크 분야에서도 연락이 자주 온다. 연락을 취하는 곳들은 대부분 스타트업이다. 푸드 테크 사업이 성장할수록 식문화도 발전할 수 있는 만큼, 이러한 일이 일어나는 것은 고무적이다. 다만, 푸드 테크 사업은 기술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잘 되는 것은 아니다. 김 대표는 외식업계의 문화와 생태계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진표: "푸드 테크 사업은 식문화 현장을 잘 알지 못하면 기술과 아이디어만으로는 성공을 장담하기가 어렵습니다. 예를 들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좋은 것 같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쉐프들에게 필요하지 않은 기술일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생각보다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입니다. 물론 쉐프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늘려가며 업계를 알아가는 분들도 있지만, 아직은 소수입니다. 보다 현장을 이해하는 분들이 늘어나서 함께 호흡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쉐프들도 그러한 업체들이 나오길 바라고 있습니다"

매스미디어를 바탕으로 쉐프라는 직업의 인지도가 올라가고 영향력이 발휘되자, 이로 인해 변화하는 일들도 생기고 있다. 눈에 띄는 변화는 직업에 대한 인식 개선이다. 예를 들면 남성지 아레나 옴므 플러스와 남성 브랜드 몽블랑 코리아가 공동 주최하는 '제10회 에이어워즈'에 최현석 쉐프가 포함되기도 했다.

최현석: "그 동안 에이어워즈 등에 선정되는 직업군은 연예인, 영화감독, 소설가 등이었는데요, 이제는 요리사들도 그 반열에 올라갔습니다. 사실 요리사들의 처우가 그리 좋지 않은 편인데요, 최근에는 조금씩 개선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것을 바탕으로 후배 요리사들이 겪을 환경이 더욱 나아지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쉐프들과 플레이팅, 식문화를 가꾸어 나가다

2015년은 '쿡방'과 외식 문화에 대한 관심이 수면 위로 솟아오른 한 해였다. 과연 이러한 트렌드는 향후 어떻게 변화할까. 김 대표에게 이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김진표: "저희가 생각하기에 외식, 식문화라는 것은 국내에 어느 정도 정착이 된 것 같습니다. 향후에는 방송 프로그램이 지금처럼 뜨겁지는 않겠지만, 계속해서 관심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내년 방송 편성을 보더라도 그럴 것 같습니다. 다만, 일반 음식에서 베이커리 분야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고급 음식도 보여주겠지만, 실질적으로 공감을 이끄는 프로그램이 좀 더 많이 나올 것 같습니다.

또한, 그 동안 대부분의 요리 방송이 레시피를 위주로 진행됐는데요, 레시피가 나오려면 식재료가 중요한데, 정작 식재료에 대한 정보는 시중에 잘 검색되지 않습니다. 이에 재료의 원리를 따지는 프로그램이 점차 등장할 것입니다. 향후에는 이처럼 좀 더 심화된 내용이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플레이팅
플레이팅

이처럼 식문화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외국 방송국에서 쉐프 매니지먼트 문화가 자리한 것처럼, 한국에도 이러한 문화가 점차 안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식문화가 자리를 잡아가는 흐름에 따라, 플레이팅은 식문화 개선 및 한식문화 알리기 프로젝트도 꿈꾸고 있다.

김진표: "최근에는 다소 개선됐지만, 과거에는 요식 업계에서 한국 음식 명칭을 말도 안 되는 영문으로 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음식이라면 본래 명칭을 고스란히 알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합니다. 실제로 최현석, 오세득 쉐프의 경우 '김치', '장아찌' 등을 영문으로 표기할 경우 'zzangazzi' 등의 영문으로 그대로 표기합니다. 또한, 외국에서 손님이 오면 최현석 쉐프는 한국에서 유명한 토종 식재료를 이탈리안으로 만들고, 외국 식재료를 한국 음식처럼 보이도록 '페이크 푸드'를 만들기도 합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한식을 알리는 것이지요"

외국인들에게 '한식을 사랑해 주세요'라고만 외친다면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다. 한국 식재료 자체를 먼저 알려야 한식이 점차 알려질 수 있다는 견해다. 또한, 우리나라 시민들의 식문화 수준이 올라가야 한식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도 뒷받침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식문화 개선을 위해 현재 진행하는 것 중에 하나가 '노쇼 캠페인'이라고 설명했다.

최현석: "플레이팅의 목적은 요리사들이 세상에 보탬이 되는 일, 식문화 발전을 위한 긍정적인 일들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일환으로 처음으로 실행되는 대외적인 활동이 '노쇼 캠페인'입니다. 현재 몇몇 언론사에 영상으로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노쇼(No-Show)란, 고객이 예약을 해 놓고 예약취소 연락도 없이 식당에 나타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고객이 말없이 노쇼를 할 경우, 식당들은 음식을 팔지 못하고 새로운 손님도 받지 못하게 된다. 더구나 예약으로 인해 준비해 둔 식재료까지 낭비되어 손해를 보게 된다. 이러한 금전적 피해는 영세한 식당일수록 더욱 치명적이다. 다른 손님들은 예약을 하고 나타나지 않은 사람 때문에 식당에 갈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긴다. (본 기자가 인터뷰를 한 날에도 신동민 쉐프는 7명의 노쇼가 났다)

최현석: "요리사들이 오래 전부터 '노쇼는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큰 피해가 되고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말해 왔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다만 요즘에는 인지도를 갖춘 쉐프들이 뜻을 함께하니, 노쇼 캠페인도 널리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향후에는 식재료에 대한 좋은 일, 청결에 대한 중요성 강조 등, 요리사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더욱 많이 시도할 것입니다"

오세득: "노쇼와 같은 문제를 개선하려면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필요하고, 힘이 실려야 합니다. 저는 몇 년 전에 '추노: 노쇼를 쫓는 사람들'과 같은 기획을 하기도 했는데요, 당시에는 제가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다 보니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제는 쉐프들이 어떤 애환을 겪는지 아는 분들이 늘어났습니다"

김진표: "과거에는 쉐프, 요리사라는 직업이 다소 등한시되거나, 외식업계를 가볍게 보는 경향이 존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쉐프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니, 이분들의 입지도 좋아졌지만 쉐프라는 직업에 대한 가치가 많이 올라왔어요. 다만, 이제는 외식 문화도 향상되어야 할 차례인데, 아직은 갈 길이 남아서 이러한 캠페인을 실시하게 됐습니다. 노쇼 캠페인은 레스토랑뿐만 아니라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분들의 생계를 위해서도 중요합니다"

최현석: "특히 작은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업주들에게는 노쇼가 큰 피해가 됩니다. 테이블이 6개 이하로 작은 가게의 경우, 노쇼가 발생하면 하루 매출이 다 날아가기도 합니다. 알고 보니 미용실, 병원, 클럽에서도 이러한 일이 일어난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저희가 서비스업이니 고객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기가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물론 노쇼가 아예 안 날수는 없어요. 고객 입장에서도 불가피한 사정이 생길 수 있지요. 하지만 미리 연락을 해 주신다면 조치를 취할 수 있겠습니다"

오세득: "정말 필요한 분들이 식당에 방문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인 것 같아요. 다른 분들의 기회를 빼앗는 일이 줄어들어야겠지요."

특히 크리스마스 등 공휴일이 되면, 소위 '예약 쇼핑'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한 사람이 여러 레스토랑을 예약하고 연인에게 좋아하는 곳을 고르게 한 뒤, 한 군데만 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나머지 업체들은 모두 손해를 보게 된다. 최 쉐프는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40~70% 가량 노쇼가 나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예약 쇼핑은 로맨틱한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쉐프들은 노쇼 발생에 따른 업계의 고충을 지속적으로 호소했다. 식문화 개선을 위해서는 쉐프들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시민들이 식문화에 대한 약속을 지켜주는 것도 중요하다.

후배 요리사들을 위한 조언, 요리에 대한 철학

오세득 쉐프
오세득 쉐프

플레이팅은 요리를 진정으로 꿈꾸는 이들을 위해 다양한 일들을 염두하고 있다. 실무 교육을 통한 쉐프 양성, 요리를 통한 봉사활동 등이 그것이다. 쉐프들이 단순히 방송 노출을 통해 인지도를 올린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일들을 실천하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고 바라본다면 어떨까.

오세득: "최근 전문분야 중 가장 커진 시장이 바로 요리라고 합니다. 저는 이 세상이 좀 더 맛있게 변하도록 소금을 치는 요리사가 되고 싶어요. 소금과 같은 직업인이 되고 싶어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어떤 선배들은 '내가 배운 게 없어서', 또는 '먹고 살려고' 일을 했다고 말씀하시기도 했어요. 물론 이 일이 잘 맞는 분들이 많지만, 대부분은 힘들게 올라왔어요.

어떤 분들은 요리사를 '부엌데기'라고 인식하기도 하는 등, 고급스러운 직업이 아니라는 인식이 있었어요. 하지만 저희도 하나의 직업군이고,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직업을 갖든 자신이 끝까지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저희가 성공을 했다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조금 소외된 분들과 함께하고 다시 사회에 나오고 싶은 분들에게 힘이 되고 싶어서, 이러한 꿈을 좀 더 증진해보려고 합니다"

최현석: "잘 되어야죠. 플레이팅이 잘 되면 요리사들도 좋아지고, 요리사들이 좋은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는 세상이 열릴 것입니다. 그 동안 요리사들이 움직여서 무언가 할 수 있는 일의 폭이 좁았는데, 이제는 좀 더 다양한 분야에서 구석구석 요리를 통한 봉사, 건설적인 업을 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어요.

오세득 쉐프는 재소자들의 교화에 관심이 많아요. 과거에 이러한 봉사활동을 하려고 했지만, 아무런 인지도가 없어서 할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이름이 알려졌으니 좋은 일들을 할 수 있게 됐지요. 이처럼 요리사들이 요리를 통해 좋은 일을 하도록 지원해주는 것이 플레이팅입니다"

김진표: "플레이팅은 식문화를 통해 교육과 봉사를 실천하고, 식음료 업체들과 좋은 일을 함께하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러려면 저희도 매출이 나와야 하는데요, 이를 위한 프로세스를 마련하고 있고, 현재 사회공헌 기업과 같은 포부를 갖고 있습니다. 향후에는 아시아에서 요리를 배우려면 플레이팅을 가야 한다는 식으로 명문으로 자리잡길 바라고 있습니다. 플레이팅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저 곳 덕분에 식문화가 선도되고 많이 바뀌었다' 하는 인정을 받길 바라고 있습니다. 응원 부탁 드립니다"

우리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의, 식, 주다. 삶을 살아가면서 먹고 사는 것이 중요한 만큼, 식문화 발전에 관심을 갖는 이들도 많다. 또한 요리하는 것을 꿈꾸는 학생들도 점차 늘어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오세득, 최현석 쉐프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오세득: "저는 진심으로 요리를 좋아하고, 요리를 목표로 한 친구들에게 요리를 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사실 대학 입시에서 조리과의 시험 점수가 높지는 않아요. 하지만 가끔은 '커트라인도 낮으니 요즘 트렌드를 따라 진학해볼까?' 하는 학생들도 있어요. 물론 목표를 뚜렷하게 결정하기 어려울 수 있는 나이이지만, 정말 요리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 분들이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남들이 대학에 진학하고, 최근에 쉐프가 인기 많다고 해서 선택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고, 무엇보다 본인에게 힘들 것 같아요"

최현석: "요리는 멋진 일이에요.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서비스이기도 하고, 자신만의 생각을 펼치는 예술적인 요소도 있지요. 그러나 그 멋진 요리를 하려면, 거칠고 힘들고 몸으로 때우는 시간을 오랫동안 견뎌야 해요. 이러한 사실을 잊지 마세요. 만약 '스타 쉐프'를 꿈꾼다면 아무것도 안 될 거예요. 요리사의 기본은 요리를 잘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그 기본기를 예상보다 훨씬 오랫동안 잘 다져야 해요. 그 긴긴 기간을 참고 견뎌야 비로소 꽃을 피우는 것이 요리사입니다. 또한, 요리는 연습한다고 해서 얼른 실력이 좋아지지 않으니, 인내해야 해요"

(본 기사의 1부 내용은 다음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http://it.donga.com/23253)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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