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보니] 카카오택시 블랙
[IT동아 강일용 기자] 카카오가 고급택시 서비스 카카오택시 블랙을 선보인지 한 달이 지났다. 카카오택시 블랙은 우리 삶에 얼마나 스며들었을까. 카카오택시 블랙을 직접 이용해본 소감과 운전 기사가 직접 밝힌 카카오택시 블랙의 현황에 대해 자세히 정리했다.
카카오택시 블랙이란?
카카오택시 블랙은 지난 9월 국토교통부의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택시 외부의 부착물 등의 규제가 완화됨에 따라 카카오가 새로 출시한 고급택시 서비스다. 기존의 택시는 택시임을 의미하는 색상과 외부 부착물이 있어야 운행할 수 있었고, 요금도 법에 정해놓은 해당 범위 내에서만 받을 수 있었다. 반면 이번 시행령 개정을 통해 '배기량 2,800cc 이상의 대형 차량에 요금 미터기, 결제 기기, 차량 외부 택시 표시 부착물 등을 설치하지 않고 호출 및 예약제로만 운영하는 택시 서비스'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요금제 역시 임의 책정 후 신고하는 형태로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다.
카카오택시 블랙은 이러한 변화에 맞춰 카카오가 선보인 고급 택시 호출 서비스다. 벤츠 E클래스 등 3,000cc 급 고급 차량 100여 대와 전문 교육 과정을 수료한 200여 명의 택시 기사와 함께 서비스를 개시했다. 사용자가 카카오택시 블랙을 통해 차량을 호출하면 즉시 사용자의 앞으로 고급 차량과 전문 기사가 도착한다. 전문 기사들은 승객 맞이, 승/하차 위치 안내 등 리무진 서비스에 버금가는 고품격 서비스를 사용자들에게 제공하고, 차량 내부에는 생수, 휴대폰 충전기 등 승객을 위한 다양한 편의 물품이 비치된다.
카카오택시 블랙은 우버의 한 서비스와 그 콘셉트가 유사하다. 바로 '우버 블랙'이다. 우버 블랙이란 사용자가 고급 차량으로 이동하고 싶을 때 (미리 계약을 진행해 놓은) 고급 리무진 업체의 리무진과 운전 기사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카카오택시 블랙은 바로 이 우버 블랙을 국내의 실정법에 맞게 개량한 서비스다. 택시 영업이 불가능한 리무진 업체 대신 택시 운송 업체와 계약을 맺은 후 고급 택시 차량과 운전 기사를 사용자들에게 제공하겠다는 것. 고급스러움과 3,000cc 이상의 고급 세단을 상징하는 '검은색'을 이름에 붙인 점에서 우버 블랙을 의식하며 서비스를 설계한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카카오택시 블랙은 현행 택시 사업의 구조상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문제 한 가지를 해결했다. 바로 '승차거부'다. 카카오택시 블랙은 그 시스템 구조상 승차거부가 발생하지 않는다. 승차거부는 택시 기사가 이익을 극대화하고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시내로 돌아 올때 손님을 태울 수 없는 외진 지역'으로 가는 손님을 거부하는 것에서 발생한다. 실적에 따른 보상과 사납금이라는 국내 택시 업계의 근본 구조를 고치지 않는 이상 '승차거부'는 만연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승차거부는 카카오택시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승차거부보다는 '콜 거부'라고 부르는게 옳겠다. 카카오택시는 사용자가 자신의 위치와 가고 싶은 목적지를 입력하면 이를 본 택시 기사가 해당 사용자의 콜에 응해 사용자를 태우고 목적지로 가는 방식이다. 이 때 사용자의 목적지가 '시내로 돌아 올때 손님을 태울 수 없는 외진 지역'일 경우 콜을 일부러 무시하고 다른 콜을 찾는 것이다. 결국 사용자는 '시내로 돌아 올때 손님을 태울 수 없는 외진 지역'에 갈 택시 기사가 나타날 때까지 콜을 반복할 수 밖에 없다. 기존 콜 택시 업체의 경우 승객의 콜을 3번 넘게 무시하는 택시에게 패널티를 주는 형태로 '콜 거부'를 방지하고 있지만, 카카오택시는 이러한 패널티가 없기에 '콜 거부'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카카오택시 블랙은 승차거부와 콜 거부를 해결하기 위해 카카오가 내놓은 대안이다. 카카오택시 블랙은 택시 업체가 기사를 정식 고용해 완전 월급제 형태로 운영한다. 월 300만 원 정도의 정해진 월급을 받는 카카오택시 블랙 택시 기사들은 실적과 사납금으로부터 자유롭다. 당연히 승차거부 및 콜 거부를 할 이유가 없다. 사용자의 목적지가 어디든 간에 친절하고 정성껏 데려다 준다.
물론 이처럼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카카오택시 블랙은 기존 택시 서비스보다 이용 요금이 많이 비싸다. 기본 요금은 8천 원 수준이며, 카카오 자체 개발 미터기를 통해 요금이 최종 부과된다. 일반 택시보다 약 2.5배 더 비싸다고 이해하면 된다.
결제는 오직 카카오페이 자동결제 모듈로만 가능하다. 기존 택시나 카카오택시처럼 현금과 신용카드를 이용해서 현장에서 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제의 다양성이라는 점에서 아쉬운 부분. 카카오택시 앱에 택시 요금 결제에 이용할 신용카드를 미리 등록해 두면 하차 시 해당 카드에서 요금이 자동 결제되는 구조다. 카카오택시 블랙은 현재 서울시가 출발지일 경우에 한해서만 호출할 수 있다. (도착지가 경기도인 것은 관계 없다)
승차거부가 만연하는 밤 11시 종로, 카카오택시 블랙을 부르다
설명이 너무 길었다. 이제 직접 타본 소감을 말해보자. 얼마 전 종로에서 간단한 저녁 모임을 다녀왔다. 11시경 모임이 끝나고 집에 가고자 길가에 서있는 택시에 다가갔다. 하지만 문이 잠겨있어 승차를 할 수 없었다. 앞 창문이 열리고 택시기사가 목적지를 물어봤다. 목적지는 서울시 강북구 수유역. 하지만 목적지를 들은 택시기사는 고개를 절래 흔들더니 창문을 닫고 택시를 출발시켰다. 종로, 명동, 강남, 논현 등에서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승차거부다.
피곤한데 더이상 참을 여유가 없었다. 소문의 카카오택시 블랙을 부르기로 결정했다. 카카오택시 앱을 설치한 후 카카오 아이디로 로그인했다. 그 다음 카카오페이에 가입했다. 카카오페이는 생각보다 쉽게 가입할 수 있었다. 문자 메시지로 본인 인증 후 신용카드 번호, CVC 번호, 비밀번호 네 자리 가운데 앞의 두 개를 입력하면 가입이 마무리 된다. 여기까지 총 3분이 소요됐다.
이러한 절차를 거치자 택시를 호출할 수 있는 메뉴가 나타났다. 현재위치(자동입력)와 목적지(수동입력)를 입력하고 카카오택시 블랙을 호출하자 바로 가장 근처에 있는 카카오택시 블랙이 나타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카카오택시 블랙 기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손님. 현재 위치가 종로 YMCA 건물 앞이지요? 바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택시가 도착하기까지 약 5분 정도 걸렸다. 택시가 도착할 때가 되니 스마트폰에 알람이 나타났다. 택시가 곧 도착하니 준비하라는 메시지였다. 알람에는 택시의 차종(벤츠 E 클래스)과 등록번호가 적혀있었다. 혹시 다른 차에 탑승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다.
도착한 택시는 고급 외제차였다. (벤츠 E 클래스) 외관 상으론 일반 차와 아무런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택시 특유의 부착물도, 주황색 도색도 없었다. 다만 번호판은 영업용 택시의 것과 동일한 노란색이었다.
차량이 멈춘 후 정장을 갖춰입은 택시기사가 직접 뒷문을 열어줬다. 고급 리무진과 같은 서비스다. 종로 거리 같이 차량 통행이 많은 곳에서 이렇게 과도하게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는지 조금 의문이 들었다. 택시기사가 차량에서 내릴 때 교통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택시기사가 맨 처음 한 말은 안전벨트를 매라는 것이었다. 이어 목적지가 수유 역이 맞는지 물어본 후 차량 내부에 생수와 스마트폰 충전기가 준비되어 있다고 안내했다. 이제 카카오의 서비스가된 '김기사' 앱을 통해 운전경로가 정해졌다. 사용자가 직접 목적지까지 가는 길을 말해주지 않아도 되어 편리했다. 김기사 앱이 완전한 것은 아닌지 시내에서는 조금 헤매는 모습을 보여주는 점이 아쉬웠다. 대체 왜 그 복잡한 삼청동 길을 가로지르라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차가 출발하니 내 스마트폰에 설치된 카카오택시 앱은 미터기로 변신했다. 현재 이용 요금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지인들에게 현재 내 위치와 탑승한 차량의 차량번호를 전송할 수 있었다. 늦은 밤 홀로 택시를 탑승하는 사용자들을 위한 안심 서비스다. (참고로 카카오택시 블랙은 차량 내부에 미터기가 없다)
집으로 가면서 블랙 택시기사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를 통해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카카오택시 블랙은 시작한지 한 달 정도 된 서비스다. 아직 사용자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탓일까. 택시기사는 하루 평균 3~4번, 최대 10번의 손님을 태웠다고 밝혔다. 카카오택시 블랙 기사들의 월급이 300만 원 내외(고정)인 점, 차량 유지 비용이 상당한 점 등을 감안하면 아직 카카오택시 블랙 서비스가 이익이 날 만큼 안착한 것은 아니란 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서울에서 안성까지 가길 원하는 사용자도 있었다는 것이었다. 서울에서 안성까지 가겠다고 길거리에서 택시를 잡아보자. 그 시간이 저녁 11시라고 가정해보자. 과연 어떤 택시가 이 제안에 순순히 응하겠는가. 하지만 블랙 택시기사는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목적지까지 사용자를 데려다 줬다고 강조했다. 돌아오는 길에 손님이 없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설명을 곁들여서(물론 카카오택시 블랙은 서울에서만 영업하기 때문에 돌아올 때 태우는 것은 불법이다). 서울에서 안성까지 가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10만 원 내외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저녁 늦게 멀리 반드시 가야하는 경우 카카오택시 블랙이 제법 쓸만한 교통수단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택시기사는 사용자가 갑자기 목적지를 변경하거나, 지금 바로 내려 달라고 해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즉시 응한다는 얘기도 들려줬다.
창문 밖을 보면서 한 가지 사실을 더 깨달을 수 있었다. 철저한 신호준수다. 외진 길, 아무도 건너지 않는 횡단보도라도 빨간색 신호에서 칼 같이 정차하고 녹색 신호가 떠야만 출발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약 2만 8,000원 정도의 비용이 청구됐다. 일반 택시를 타면 1만 원이 약간 넘는 요금이 나오는 구간이다. 2.5배 정도 더 비싸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결제는 카카오페이를 통해 내 신용카드로 자동 청구됐다. 지갑에서 따로 카드를 꺼낼 필요는 없었다.
카카오택시 블랙은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서비스다. 서비스의 품질, 이용 가격 모든 것이 일반 택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서비스의 품질은 뛰어나지만, 오래 타봤자 1시간인 서비스를 두고 이 비싼 가격을 지불하자니 망설여 지는 것이 사실. 하지만 적어도 국내 택시 업계의 병폐인 승차거부는 없다. 연말 잦은 회식으로 지친 직장인에게 승차거부는 짜증스러운 요소다. 비싼 가격 때문에 자주 이용할 수는 없겠지만, 승차거부가 만연한 서울 번화가에서 카카오택시 블랙은 기존 택시의 훌륭한 대안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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