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R3 메모리 가격이 도통 내려가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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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를 어느 정도 다룰 줄 아는 사람(최소한 PC 부품 하나 정도는 구입해서 컴퓨터에 직접 끼워 본 사람)이라면 최근 DDR3 메모리 가격에 거부감을 느낄만하다. 1년 전만 해도 2GB DDR2 메모리 가격이 15,000원이었던 것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필자도 요즘 들어 2GB DDR3 메모리 가격표를 볼 때마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6만 원에 육박하는 가격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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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의 DDR2 메모리 가격

DDR2 메모리와 DDR3 메모리의 가격을 비교하는 것이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직접 그 부품을 사려는 소비자로서는 비슷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1년 전에 컴퓨터를 살 때는 컴퓨터 메모리로 DDR2를 써야 했지만, 지금 컴퓨터를 사려면 DDR3 메모리를 써야 하니까 이런 볼멘소리도 나올 법하다. “누가 DDR3 메모리 필요하다고 했어? 난 DDR2 메모리로도 충분하다고!”

2010년 4월 현재, 인텔 코어 i 시리즈 및 AMD의 신형 CPU는 DDR2 메모리와의 호환을 거부하고 있다. 신형 CPU를 탑재한 컴퓨터에서는 오로지 DDR3 메모리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원치 않아도 사야만 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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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DDR3 메모리 가격

물론 DDR3 메모리의 성능이 DDR2 메모리의 성능보다 2배나 뛰어나다고 하니 가격이 비싼 것을 이해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왠지 억울하다. 마치 어제까지 5천 원 내고 먹던 김치찌개가 갑자기 신기술로 더욱 맛있게 끓였다는 이유로 만 원이 된 것 같은 상황이라고나 할까. ‘그래. 당연히 그래야지’하고 순순히 납득할만한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사실, DDR3 메모리 출시 초기에는 가격이 이처럼 지속적으로 고공행진 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PC 부품의 세대교체가 있을 때에는 보통 바로 전 세대의 제품 가격이 올라가고, 새로운 제품은 비싸게 출시되었다가 점점 가격이 내려가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체 왜 DDR3 메모리의 가격은 계속 올라가는 것일까?

…혹시 이런 말 들어보았는지 모르겠다. ‘반도체 치킨 게임’이라고.

반도체 치킨 게임

치킨게임(chicken game)이란,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자동차 게임의 이름이다. 이는 한밤중에 도로 양쪽에서 두 명의 경쟁자가 자신의 차를 몰고 정면으로 돌진하다가, 먼저 핸들을 꺾는 사람이 지는 경기에서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요즘 치킨 게임이라는 말은 ‘경쟁 관계의 두 사람 혹은, 기업과 같은 단체가 자신들이 자멸할지도 모르는 극한까지 몰고 가는 현상’을 이르는 말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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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현상이 최근 반도체 시장에서도 있었다. 그것이 이른바 ‘반도체 치킨게임’이다. 국내의 대표적인 D램 메모리 생산 업체로 삼성과 하이닉스가 있다. 삼성이 세계 1위, 하이닉스가 세계 2위 기업이다(3위는 일본의 엘피다, 4위는 미국의 마이크론이며, 5위 업체였던 독일의 키몬다는 결국 파산을 했다). 사실 DDR2 메모리 가격이 계속 하락을 했었던 결정적 이유가 바로 이 D램 생산 업체들 간의 치열한 경쟁 때문이었다. 자사에 불이익이 있더라도 가격 하락 경쟁을 계속했던 것. 결국 D램 반도체 업체 중 삼성전자만이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하였으며, 최근에 들어 하이닉스도 흑자로 전환했다고는 하나 그동안의 출혈로 꽤 타격을 입은 듯하다(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긴 하지만 하이닉스는 작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매각을 추진하는 중이다).

통계 수치를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2009년 4분기 세계 D램 시장의 점유율을 보면, 삼성이 34.8%, 하이닉스가 21.6%로 이 두 회사의 점유율만 56.4%에 이른다. 결국 세계 반도체 D램 시장의 경쟁에서 삼성과 하이닉스를 제외한 기업들은 적자의 상태에서 이제 두 손을 들기 일보 직전이라는 의미이다. 이것이 현재 DDR3 메모리 가격이 왜 비싸졌는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열쇠이다. 승리를 거둔 일부 업체(사실, 삼성 혼자 살아남았다고 보는 것이 옳다)가 예전처럼 제품 가격을 떨어뜨릴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IT 제품의 가격은 제품의 성능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IT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어차피 그것을 판매하여 이윤을 얻고자 하는 회사가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최종적인 가격 결정은 기업의 손에 달렸다.

DDR3 메모리의 성능에 주목하자

그리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메모리 가격이 올랐다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것은 투정에 가깝다. 현상만 놓고 보면 DDR3 메모리 가격이 비싼 것이 아니라, DDR2 메모리 가격이 비상식적으로 쌌던 것이니까 말이다. 반도체 치킨 게임이 끝나고 이제 정상적인(?) 가격으로 돌아오는 상황이라고나 할까.

게다가 DDR3 메모리가 DDR2보다 높은 성능을 지닌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또한 앞으로 몇 년간은 DDR3 메모리와 호환되는 제품이 꾸준히 늘어날 것이다. 현재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코어 i 시리즈와 호환되는 것을 비롯해, 앞으로 나올 여러 컴퓨터 제품들은 DDR3 메모리의 높은 성능을 십분 활용해 줄 것이다.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한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가격이 비싸더라도 그로 인해 충분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면, 그만한 대가를 치를 가치가 있을 것이다.

DDR2 메모리의 가격이 과거 ‘반도체 치킨게임’ 때문에 많이 내려가 있던 것만 생각하고 지금의 DDR3 메모리 가격은 대체 왜 이렇게 비싸냐고 한탄만 하지 말자.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것이 인생 아니겠는가. 하지만 그저 한 사람의 소비자로서 이렇게 생각하는 것까지는 누가 말릴 수 없겠다. ‘메모리 업계에 혜성처럼 또 다른 기업이 등장해 DDR3 메모리 가격이 DDR2 메모리 가격만큼 내려가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말이다.

글 / IT 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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