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카리조 기반 멀티미디어 노트북, HP 파빌리온 15-ab129AX
[IT동아 김영우 기자] 요즘 나오는 노트북 중에 상당수는 톡톡 튀는 개성만 중시하는 것 같다. 이를테면 극단적으로 얇거나 가벼운 제품, 혹은 데스크탑 뺨치는 큰 화면과 고성능을 갖춘 고가 제품, 혹은 사양과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춘 초저가 제품이 많이 나오고 있다. 다만, 그러다 보니 다양한 영역에서 무난하게 쓸 수 있는 제품이 오히려 눈에 띄지 않는다. 이를테면 적당한 두께에 적당한 성능을 갖추면서 가격도 그럭저럭 납득할 만한 수준인 이른바 '올라운드' 노트북을 원하는 사용자도 분명 존재할 텐데, 이런 경우에 어떤 제품을 추천해야 할지 딱히 떠오르지를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HP의 파빌리온(Pavilion) 15-ab129AX는 제법 반가운 존재다. 다양한 상황에서 편하게 쓸 수 있는 15.6인치의 풀HD급 화면에 ODD(CD/DVD 드라이브)까지 탑재한 제품 치고는 얇은 2.52cm의 두께를 갖췄다. 그리고 AMD의 최신 프로세서인 A10 쿼드코어(코드명 카리조) APU에 라데온 R7 M360 GPU를 조합해 게임을 비롯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 대응할 수 있는 성능도 제공하는 것이 눈에 띈다. 모든 면에서 평균 이상의 쓰임새를 기대할 수 있는 이 제품의 면모를 살펴보자.
ODD까지 갖춘 15인치급 데스크탑 대체용 노트북
본래 15인치급의 화면 기반의 노트북은 휴대용이라기보단 데스크탑을 대체하는 거치용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HP 파빌리온 15-ab129AX도 그러한 점을 느낄 수 있다. 제품 무게는 2.29kg으로, 동급 15인치급 노트북과 비슷한 수준이다. 늘 휴대하긴 좀 부담스럽겠지만 평소에 거치해서 쓰다가 간혹 이동하기에는 문제가 없다.
15.6인치의 제법 큰 풀HD급 화면 외에도 노트북 키보드에선 종종 생략되곤 하는 우측의 숫자패드까지 빠짐 없이 갖추고 있다. 각 키의 면적은 데스크탑용 못지 않으며 누르는 감각도 적절하게 절도가 느껴진다. 그리고 외국산 노트북답지 않게 한국인들이 자주 쓰는 오른쪽 shift 키도 큰 것이 맘에 든다. 터치패드의 경우, 터치면과 클릭버튼이 일체화가 되어있다. 터치면을 넓게 쓸 수 있는 건 장점이지만, 버튼을 누를 때의 감각이 다소 어색한 것은 조금 아쉽다.
측면 인터페이스의 구성을 살펴보면 최근 노트북답지 않게 ODD(CD/DVD 멀티 드라이브)를 탑재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CD나 DVD의 쓰임새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아예 없다면 가끔씩 아쉬워지는 것이 바로 ODD다. 데스크탑 대용의 노트북이라면 이 역시 갖추고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터페이스 구성은 평범, B &O 오디오 솔루션에 눈길
그 외의 인터페이스 구성은 평범하다. 3개의 USB 포트 외에 각각 1개씩의 HDMI 포트 및 유선랜 포트, 그리고 음성 입출력 통합 포트 및 SD카드 슬롯을 탑재했다. USB 포트 3개 중 2개는 고속 데이터 전송을 지원하는 USB 3.0 규격이다. 아쉬운 점이라면 유선랜 포트가 10/100Mbps 규격이라 최근 보급이 시작된 기가 인터넷(1,000Mbps)의 속도를 온전하게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내장된 무선랜은 최신 규격인 802.11ac 모델이다. 디링크 DIR-850L 공유기를 이용해보니 433Mbps 속도로 와이파이 접속이 가능했다.
HP 파빌리온 15-ab129AX에서 강조하고 있는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오디오 품질이다. 고급 오디오브랜드인 B&O(뱅앤올룹슨)의 기술이 적용되었다고 하며, 키보드 우측 상단에 있는 B&O의 로고로 확인할 수 있다.
초기 상태에서 본체에 탑재된 스테레오 스피커가 들려주는 음질은 평범한 수준이지만, 본체에 기본 탑재되는 음질 향상 소프트웨어인 B&O Play를 실행시키면 고음과 저음의 구분이 또렷해지고 입체감이 한층 향상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출력이나 저음의 묵직함이 다소 부족한 노트북 스피커 특유의 한계는 여전히 느껴지지만, 소프트웨어적인 튜닝으로 이를 상당부분 극복했다는 점이 포인트다.
AMD 카리조 APU + 라데온 R7 GPU 탑재로 성능 강화
외형과 부가기능도 이상으로 파빌리온 15-ab129AX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역시 내부 사양이다. AMD의 CPU(중앙처리장치) + GPU(그래픽처리장치) 통합 프로세서인 APU 시리즈, 그 중에서도 최신 제품인 ‘카리조’ 계열의 대표 제품인 A10-8700P를 두뇌로 탑재하고 있다. A10-8700P APU는 기본 1.8Ghz, 최대 3.2GHz로 구동하는 쿼드코어 CPU. 그리고 CPU 통합형 GPU 중에서도 상위권의 성능을 갖춘 라데온 R6로 구성되었다.
그리고 여기에 또 하나의 별도 GPU인 라데온 R7 M360(2GB)을 추가했다. 내장 GPU와 별도 GPU를 함께 탑재한 노트북의 경우, 일상적인 작업을 할 때는 전력 소모가 적은 내장 그래픽으로, 게임과 같이 부하가 많이 걸리는 작업을 할 때는 고성능을 발휘하는 별도 GPU로 구동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파빌리온 15-ab129AX의 경우, 이에 그치지 않고 2개의 GPU의 성능을 합쳐 크로스파이어(CrossFire) 모드로 작동해 한층 더 나은 성능을 기대할 수 있는 라데온 듀얼 그래픽스(Radeon Dual Graphics) 기술도 지원한다. 본래 크로스파이어 모드는 2개의 그래픽카드를 별도로 꽂는 고급형 데스크탑에서나 적용되는 구성인데, 노트북에도 적용된 것은 이색적이다. 라데온 듀얼 그래픽스 옵션은 카탈리스트(라데온의 그래픽 드라이버) 그래픽 등록정보 메뉴에서 활성화 여부를 지정할 수 있다.
4K 동영상 가속 및 프리싱크 기능도 기본 탑재
AMD 카리조 APU는 기존의 카베리 APU에 비해 기본적인 성능이 향상된 것 외에 HEVC 동영상 가속 기능이 탑재된 것도 특징이다. 덕분에 파빌리온 15-ab129AX에서도 4K UHD급(3,840 x 2,160 해상도) 동영상이 끊김 없이 구동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4K UHD급은 기존의 풀HD급(1,920 x 1,080)에 비해 4배의 정밀도를 가지고 있어 제대로 구동하려면 상당한 시스템 성능을 요구한다. 물론 파빌리온 15-ab129AX에 달린 디스플레이가 풀HD급이기 때문에 4K UHD급 동영상을 구동하더라도 노트북 화면에선 딱히 차이를 느끼기 힘들겠지만 HDMI를 통해 외부 디스플레이를 연결하고 쓴다면 유용할 수 있다.
또 한가지의 특징은 AMD 프리싱크(Freesync) 기술을 기본 탑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GPU에서 출력하는 영상의 초당 프레임이 모니터의 주사율(초당 화면 전환수)를 초과하면 화면 일부가 갈라지는 테어링(tearing) 현상을 억제하는 기술이다. 게임 내의 그래픽 옵션인 수직동기화(V-Sync)를 활성화해도 테어링 현상을 방지할 수 있지만 이는 GPU의 최대 성능을 임의적으로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에 급격한 프레임 변화가 있는 화면에선 입력이 지연되거나 프레임이 갑자기 튀기도 했다.
하지만 프리싱크 기능이 지원되면 GPU의 프레임과 모니터의 주사율을 실시간으로 동기화 하기 때문에 수직동기화 적용 없이도 테어링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 이는 초당 60프레임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은 저사양 게임을 플레이 할 때, 혹은 빠른 반응 속도가 중요한 FPS 게임을 플레이 할 때 유용하다. 데스크탑PC에서 프리싱크 기능을 이용하려면 이를 지원하는 라데온 그래픽카드와 프리싱크 모니터를 별도로 구비할 필요가 있으나 파빌리온 15-ab129AX 노트북에선 이미 이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도 장점일 것이다. 프리싱크 기능은 라데온 듀얼 그래픽스 옵션과 마찬가지로 카탈리스트 메뉴에서 활성화 할 수 있다.
SSD 부재의 아쉬움
그 외의 사양은 평범하다. 윈도우10 운영체제에 4GB의 DDR3 메모리, 그리고 1TB의 HDD를 탑재하고 있는데, 좀 더 고성능을 원한다면 메모리 4GB를 추가해서 8GB 구성을 하거나 기존의 SSD를 HDD로 교체하고자 하는 사용자도 제법 있을 것 같다. 다만, 노트북 하단의 구조를 살펴보니 분해가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성능 업그레이드를 원한다면 무리해서 분해하지 말고 일단 서비스 센터에 먼저 문의하는 것이 좋겠다.
게임 구동을 통해 살펴본 성능
앞서 말한 대로 HP 파빌리온 15-ab129AX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신형 APU(카리조) 및 라데온 GPU의 탑재다. 그 성능을 가늠해 보기엔 역시 게임을 구동해 보는 것이 적절하다. 일반적으로 초당 프레임이 평균 30 프레임 내외라면 무난하게 게임을 구동할 수 있는 수준, 평균 60 프레임 이상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쾌적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듀얼드라이브 옵션을 활성화하여 테스트를 진행했다.
가장 먼저 구동해 본 게임은 이른바 국민 게임이라고 불리는 리그오브레전드(LOL)이다. 화면 해상도 1,920 x 1,080에서 모든 그래픽 품질을 가장 높음으로 맞췄으며, '뒤틀린 숲' 맵에서 20여분 정도 3: 3으로 대전을 진행하며 성능을 측정했다.
테스트 결과, 유닛의 수가 적을 때는 평균 80프레임 내외, 화면에 다수의 유닛이 등장해 전투를 벌일 때는 평균 60 프레임 내외로 구동이 가능했다. 이 정도 성능이면 대부분의 상황에서 무리 없이 원활한 게임 진행이 가능할 것이다.
MMORPG인 '파이널판타지 14'도 구동해봤다. 이 역시 화면 해상도 1,920 x 1,080에 모든 그래픽 품질을 가장 높음으로 맞추고 20여분 정도 플레이를 진행했는데, 이 경우 평균 30프레임 전후로 구동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 상태에서도 플레이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좀 더 쾌적하게 플레이를 하고 싶다면 해상도나 그래픽 품질을 다소 낮추는 것도 좋을 것이다.
배터리 유지 시간 테스트
마지막으로 해 본 테스트는 배터리 유지시간 측정이다. 15인치급 노트북은 데스크탑 대용으로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경량 노트북에 비하면 배터리 유지시간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노트북인 이상, 배터리가 오래 간다면 금상첨화다.
전원 옵션을 초기값인 'HP 권장'으로 둔 상태에서 배터리를 완전 충전한 후, HD급 동영상을 반복 구동하여 전력을 소모시켰다. 테스트 결과, 약 4시간 20분이 지난 상태에서 배터리가 10% 남았다는 메시지가 뜨는 것을 확인했다. 사용자가 어떤 작업을 하느냐에 따라 배터리 소모량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이 정도면 쓸만한 수준이다.
범용성 높은 멀티미디어 노트북
HP 파빌리온 15-ab129AX의 가장 큰 매력은 높은 범용성이다. 늘 휴대하고 다니기엔 적합하지 않지만, 평소에 거치형으로 쓰다가 가끔 작업 장소를 바꾸기 위해 들고 이동하는 정도로 쓰기엔 좋다. ODD까지 탑재한 노트북 치고는 두께도 납득할 만한 수준이다. 그리고 탑재된 AMD의 신형 APU인 카리조의 성능도 이전의 APU에 비해 한층 나아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고가의 게이밍 노트북 수준의 성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중적인 온라인 게임을 원활히 구동하는데 문제가 없으며, 동영상 구동 능력을 비롯한 다양한 멀티미디어 작업에 두루 활용할 만하다.
다만, SSD가 아닌 일반 HDD를 탑재한 탓인지 부팅이나 프로그램 구동 속도는 그다지 만족스러운 편이 아니었다. 분해가 쉬운 구조도 아니라 사용자가 직접 SSD 교체 작업을 하는 것도 여의치 않을 것 같다. 제품 가격이 약간 더 올라가더라도 SSD를 기본 탑재하거나 사용자가 편하게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설계를 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2015년 10월 현재 HP 파빌리온 15-ab129AX의 인터넷 최저가는 약 80만원 정도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