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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강의실] 사고의 경위를 분석하는데 쓰인다 - 블랙박스

김영우

[용어로 보는 IT 2015년 개정판] 항공기의 추락을 막기 위한 최저안전고도경보장치(Minimum Safe Altitude Warning System), 급히 제동하는 자동차의 쏠림을 방지하는 ABS(Anti-lock Brake System) 등 교통수단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는 점차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천재지변이나 갑작스러운 기계 고장, 사용자의 실수 등으로 말미암은 사고는 여전히 일어나고 있어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블랙박스
<항공기 사고는 인명 피해가 크기 때문에 사고 경위의 정확한 조사가 중요하다 <출처 : Jelle Vandebeeck>>

사고는 예방이 최선이나, 이미 일어난 사고는 원인 분석이 중요

사고는 물론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이미 일어난 사고의 원인을 정확히 조사, 분석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렇게 해야 사고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릴 수 있으며, 나중에 같은 상황에 부닥칠 때를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목격자나 CCTV가 없는 경우라면 사고 원인을 밝혀내는데 큰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기체의 파편이나 타이어 자국, 그리고 주변 정황 등을 조합해 결론을 도출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블랙박스(Black Box)는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나온 장치다. 블랙 박스는 본래 항공기용으로 개발된 것으로, 해당 항공기의 상태(고도, 항로, 속도, 엔진 상황 등) 및 교신 내용을 기록하는 역할을 한다. 때문에 사고 후 이를 회수하여 분석하면 해당 항공기의 사고 경위를 정확하게 알아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블랙 박스의 아버지, 데이비드 워런

블랙박스
<데이비드 워런과 그의 첫번째 플라이트 데이터 레코더>

항공기 사고 분석에 쓰이는 블랙박스의 개발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인물은 호주의 항공 과학자인 ‘데이비드 워런(David Warren, 1925~2010)’이다. 데이비드 워런은 어린 시절에 항공기 추락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경험이 있어 항공 사고 예방 기술의 개발에 관심이 많았다. 그가 호주의 항공과학기술연구소에 근무하던 1953년 당시, 세계 최초의 제트 여객기인 코멧(comet)이 원인 불명(후에 기체 결함으로 밝혀짐)의 추락 사고를 연달아 일으켜 세계적인 파문을 일으켰다.

데이비드 워런은 이를 보면서 항공 사고의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는 장치의 필요성을 통감하게 되고, 1956년에 현재 사용하는 블랙박스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플라이트 데이터 레코더(FDR: Flight Data Recorder)’를 발명하게 된다. 그것은 항공기의 고도 및 속도 등을 분석해 이를 금속 테이프에 기록하는 방식이었다. 이후, 교신 내용 및 조종석 내부의 대화를 녹음할 수 있는 장치인 콕핏 보이스 레코더(CVR: Cockpit Voice Recorder)가 더해지면서 오늘날 사용하는 블랙박스의 일반적인 형태(FDR + CVR)가 확립되었다.

초기의 아날로그 방식 블랙박스는 4시간 분량 정도의 데이터만 기록할 수 있었으나, 1980년대를 전후하여 디지털 기술이 더해진 결과, 현재의 항공기에 탑재되는 블랙박스는 400시간 이상의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다.

블랙박스는 검은(black)색이 아니다?

블랙박스라는 명칭은 본래 공학 용어로서, 사용법이나 역할은 잘 알려져 있지만 내부의 구조나 작동 원리가 숨겨진 장치를 일컫는 말이다(실제로 항공기용 블랙박스는 소수의 국가 기관이나 전문 기업에서만 내용 해독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있다). 때문에 ‘블랙’ 박스라고 하더라도 장치 외관은 검정색이 아닌 오렌지색이나 노란색, 혹은 빨간색을 칠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항공기가 산지나 바다에 추락한 경우에도 블랙박스만은 최대한 눈에 잘 띄어야 하기 때문이다.

블랙박스
<현대 항공기에 쓰이는 블랙박스의 모습>

항공기용 블랙박스는 추락에 의한 충격이나, 침수, 화재에도 견딜 수 있도록 강도 및 밀폐성이 높은 특수 합금으로 제조된다. 또한, 내부에 위치 발신기가 내장되어 있어 사고 후에 탐지기를 사용해 블랙박스를 수색하기도 한다. 다만 경우에 따라서는 충격이 너무 심해 블랙박스 자체가 파손되는 경우도 있으며, 블랙박스 내부의 위치 발신기는 배터리로 작동하기 때문에 추락 후 시간을 너무 오래 끌면 위치 발신기의 작동이 멈춰버려 수색에 곤란을 겪기도 한다.

보급이 본격화되고 있는 차량용 블랙박스

오늘날에는 항공기뿐 아니라 자동차에도 블랙박스가 설치되곤 한다. 차량용 블랙박스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페달(액셀레이터, 브레이크)이나 스티어링 휠(핸들)의 조작 여부, 차량의 속도 등 차량의 운행에 관련한 정보를 디지털 데이터로 기록하는 장치인 ‘EDR(Event Data Recorder)’ 형식의 제품, 두 번째는 차량 내부의 룸 미러 근처나 대시 보드 등에 설치해 영상 데이터를 촬영, 동영상으로 기록하는 카메라 형식의 제품이다. 카메라 형식의 차량용 블랙박스는 북미에선 대시보드 카메라(dashboard camera), 혹은 대시캠(dashcam)으로 부르곤 한다.

두 가지 방식의 차량용 블랙박스 모두 사고에 관한 정확한 정황을 분석하는데 쓰인다는 점은 같다. 하지만 EDR은 차량 제조사가 직접 개발해 차량의 제조 과정 중 탑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상당수 차량 운전자들은 EDR 탑재 여부를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대시캠은 외부의 전문 업체가 개발, 구매 고객의 요청에 의해 이미 출고된 차량에 추가로 탑재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EDR에 기록된 데이터는 차량 제조사의 도움 없이는 데이터를 열람하거나 분석하기가 어렵지만, 대시캠을 통해 기록된 동영상 데이터는 비교적 손쉽게 접근이나 열람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차량용 블랙박스라고 한다면 대시캠을 연상하는 경우가 더 많다.

블랙박스
<대시캠 형식의 차량용 블랙 박스는 차량 전방이나 후방을 촬영하며 동영상을 기록, 사고 발생 시 시시비비를 가리는데 주로 쓰인다>

대시캠 중에는 2대 이상의 카메라를 설치하며 전면 뿐 아니라 후면, 측면도 동시에 촬영하는 제품도 있다. 그 외에도 충돌에 관계없이 주행 중에 상시 촬영을 하는 제품, 차량의 갑작스러운 움직임을 감지하여 충돌 순간 만을 촬영하는 제품, 혹은 주차 시에만 작동하는 제품 등이 있으며 위와 같은 기능 중 여러 가지를 동시에 갖추고 있는 경우도 많다.

블랙박스
<EDR과 대시캠의 특성을 함께 갖춘 일부 차량용 블랙박스는 동영상 뿐 아니라 운행 정보도 함께 기록할 수 있다>

일부 차량용 블랙박스의 경우, EDR과 대시캠의 특성을 동시에 갖춘 경우도 있다. 2000년대 이후 출고된 차량 중에는 차량의 현재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차량 정비용 인터페이스인 OBD(On Board Diagnostics)를 갖춘 경우가 많은데, 일부 대시캠은 이 OBD와 연동, 동영상을 촬영하는 동시에 OBD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각종 운행 정보까지 함께 기록하는 기능을 갖췄다. 이러한 차량용 블랙박스는 동영상 뿐 아니라 차량의 속도나 브레이크의 전개 여부, 스티어링 휠의 각도와 같은 데이터까지 열람이 가능하므로 좀 더 체계적인 사고 분석이 가능하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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