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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강의실] 배불뚝이 브라운관을 몰아낸 평판 디스플레이 대명사 - LCD

강형석

[용어로 보는 IT 2015 개정판] CRT(Cathode-Ray Tube: 브라운관)는 19세기 말에 처음 발명된 이후, 100년 넘게 TV나 컴퓨터 모니터와 같은 디스플레이 장치에 널리 쓰였다. 하지만 CRT는 전자총에서 음극 전자를 발사해 형광물질이 칠해진 유리면을 때리면 빛이 나는 원리를 이용한다는 구조적인 특성 때문에 장치의 부피를 줄이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화면 크기가 30인치 정도를 넘어가면 제품의 두께가 50cm에 달할 정도로 커지기 때문에 제품의 이동이나 배치에 어려움이 많았다.

CRT 방식(왼쪽)의 디스플레이 기기가 LCD 방식(오른쪽)으로 바뀌면서 TV나 모니터의 두께가 눈에 띄게 얇아졌다.
< CRT 방식(왼쪽) 디스플레이 기기가 LCD 방식(오른쪽)으로 바뀌면서 두께가 눈에 띄게 얇아졌다. >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기존의 CRT 디스플레이를 대신하는 ‘평판 디스플레이’가 본격적으로 대중화되기 시작해 TV 및 모니터 시장을 크게 바꿔놓았다. 평판 디스플레이는 벽걸이로 써도 될 정도로 두께가 얇은 것이 특징인데, 특히 평판 디스플레이 방식의 주역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LCD(Liquid Crystal Display: 액정 디스플레이)’다. LCD는 화면이 30인치 이상으로 커져도 10cm 이내로 제품 두께를 줄일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CRT에 비해 제품 소형화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이점을 앞세워 시계나 전자계산기, 휴대전화 등의 소형 기기에도 대거 채용되어 정보 통신 환경 전반의 모습을 바꾸는 데 큰 기여를 했다.

LCD의 화면 구현 원리

LCD의 핵심은 화면을 표현하는 소자인 액정(Liquid crystal: 液晶)이다. 수많은 액정을 규칙적으로 배열한 패널을 전면에 배치한 뒤, 그 뒤쪽에 위치한 백라이트(back light: 후방 조명)가 빛을 가하도록 한다. 각 액정 소자는 외부에서 가해진 전기 신호에 따라 내부적인 분자의 배열이 변화하며 각각 일정한 패턴의 방향성을 띄게 된다.

LCD의 대략적인 구조 및 화면 표시 원리를 간략화한 그림.
< LCD의 대략적인 구조 및 화면 표시 원리를 간략화한 그림. >

이에 따라 백라이트에서 전해진 빛은 각각의 액정을 통과하면서 각기 다른 패턴으로 굴절하며, 이 빛이 액정 패널 앞에 있는 컬러 필터와 편광 필터를 통과하면 굴절 패턴에 따라 각기 다른 색상과 밝기를띤 하나의 화소(pixel: 화면을 구성하는 하나의 점)가 되므로 이들이 모여 전체 화면을 구성하게 된다. 물론, 위와 달리 백라이트 없이 외부의 빛에 의존하는 경우도 있으며, 흑백 화면만 표시하는 경우도 있는 등, 제조사나 제품에 따라 세부 구조에 차이가 나기도 하지만 대체적인 원리는 오른쪽과 같다.

‘액정’의 발견에서 시작된 LCD의 역사

LCD의 개발은 전자공학이 아닌 생물학에서 시작되었다. 1888년, 오스트리아의 식물학자인 프리드리히 라이니처(Friedrich Reinitzer, 1857~1927)가 콜레스테롤 화합물을 가열하는 실험을 하다가 특정 물질이 2단계의 녹는점을 가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물질은 첫 번째 녹는점에서는 액체에 가까우면서도 결정(고체)과 같이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빛을 굴절시켜 불투명한 상태가 되었다가 두 번째 녹는점에서는 완전히 투명해지는 현상을 발견한 것이다.

현미경으로 관찰한 액정의 모습. <출처: (CC)Polimerek at Wikipedia.org>
< 현미경으로 관찰한 액정의 모습. (출처: (CC)Polimerek at Wikipedia.org) >

이 물질에 흥미를 가지게 된 독일의 물리학자인 오토 레만(Otto Lehmann, 1855~1922)은 연구를 계속하여 액체와 결정의 성질을 동시에 가진 물질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1904년에 논문을 발표하면서 이 상태에 ‘액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레만의 논문이 발표된 이후, 많은 학자들이 관심을 두고 연구한 결과, 여러 종류의 액정 물질이 개발되었다. 다만, 발견 당시의 액정은 별다른 응용 방법을 찾을 수 없어 한동안 일부 과학자들의 연구 대상에 머무르는 데 그쳤다.

하지만 1927년에 러시아의 물리학자인 브세볼로드 프레데릭스(Vsevolod Frederiks, 1885~1944)가 전기장을 이용해 액정의 분자 배열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발견, 액정의 응용 가능성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했으며, 1962년에는 미국 RCA사의 연구원인 리처드 윌리엄스(Richard Williams)가 액정 물질을 얇게 바른 패널에 전기적 자극을 가하면 광학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내용의 특허를 출원, LCD의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된다.

그리고 1964년, RCA의 조지 H. 헤일마이어(George H. Heilmeier, 1936~)가 리처드 윌리엄스의 원리를 응용, 실제로 액정을 이용한 흑백 표시의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으며, 1968년에는 세계 최초의 LCD를 시험 제작했다. 그리고 1973년부터는 LCD를 실제로 이용한 시계 및 전자 계산기가 본격적으로 출시되기 시작하여 전세계적인 붐을 일으켰다. 그리고 1983년에 일본의 세이코 엡손(Seiko Epson)사가 세계 최초의 컬러 LCD TV를 발표한 이후, LCD는 TV나 모니터에도 본격적으로 탑재되기 시작했다.

조지 H. 헤일마이어는 액정을 이용해 화면의 표시가 가능하다는 것을 최초로 증명했다.
< 조지 H. 헤일마이어는 액정을 이용해 화면의 표시가 가능하다는 것을 최초로 증명했다. >

세계 최초의 컬러 LCD TV인 세이코 엡손 ET-10.
< 세계 최초의 컬러 LCD TV인 세이코 엡손 ET-10. >

구동 방식에 따른 LCD의 구분

1. 수동형(passive-matrix)

수동형 LCD는 전자계산기나 시계에 주로 쓰인다.
< 수동형 LCD는 전자계산기나 시계에 주로 쓰인다. >

액정이 배열된 패널의 가로축과 세로축에 전압을 가해 그 교차점에 있는 액정을 구동시키는 방법으로 화면을 구성한다. 수동형 LCD에는 각 소자별로 270도까지 선회가 가능한 STN(Super Twisted Nematic) 방식의 액정을 사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구조가 단순해서 생산성이 높고 생산 단가도 싼 것이 장점이지만 화질이 낮고, 응답 속도도 느려서 빠르게 움직이는 영상을 표시할 때 잔상이 심하게 발생하는 것이 단점이다. 전자계산기나 시계와 같은 소형 제품에 주로 쓰인다.

2. 능동형(active-matrix)

독립적으로 제어가 가능한 액정을 배열하는 방식으로 화면을 구성한다. 대표적인 능동형 LCD는 각 화소를 박막 트랜지스터로 제어하는 TFT(Thin Film Transistor) 방식이다. 수동형 LCD에 비해 한층 높은 화질을 구현할 수 있으며 응답속도가 빨라서 움직이는 화면을 표시할 때의 잔상도 적다. 다만, 구조가 복잡한 편이라 생산단가가 높은 편이다. 시중에 쓰이는 절대 다수의 LCD TV나 모니터가 바로 능동형, 그 중에서도 TFT 방식이다. TFT LCD는 패널의 액정 배열 방식에 따라 다시 몇 가지로 구분이 된다.

IPS나 VA 패널(왼쪽)은 TN 패널(오른쪽)과 달리, 측면에서 봐도 화면의 왜곡이 적다.
< IPS나 VA 패널(왼쪽)은 TN 패널(오른쪽)과 달리, 측면에서 봐도 화면의 왜곡이 적다. >

①TN(Twisted Nematic) 방식 TFT 패널

평소에 수평 방향을 향하고 있는 액정 입자가 전압이 들어오면 수직으로 방향이 전환되며 화면을 표시한다. 가장 오래되었고 또 많이 쓰이는 TFT-LCD 방식이다. 반응 속도가 빨라서 잔상이 적다. 상대적으로 생산 단가도 낮고 전력 소비도 적다. 다만, 색상 표현 능력이 떨어지는 편이고 시야각이 좁아서 좌우나 상하 방향에서 보면 화면이 왜곡된다. 보급형 TV나 모니터에 주로 쓰인다.

②IPS(In Plane Switching) 방식 TFT 패널

수평 방향의 액정 입자를 옆으로 회전시키며 화면을 표시한다. TN 방식의 단점을 개량한 것으로 색상 표현력이 높고 다양한 각도에서 보더라도 화면 왜곡이 적은 것이 최대의 장점이다. 시야각이 넓다고 하여 광시야각 패널로 불린다. 다만, TN 방식에 비해 화면 응답 속도가 늦은 편이며 전력 소비가 많고 생산 단가도 높은 것이 단점이다. 주로 디자이너와 같은 전문가용 디스플레이 기기에 많이 쓰인다.

③VA(Vertical Alignment) 방식 TFT 패널

평소에 수직을 향하고 있는 액정 입자가 수평으로 방향이 전환되며 화면을 표시한다. IPS와 함께 광시야각 LCD 패널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방식이다. 색상 표현 능력은 TN과 IPS의 중간 정도 수준이며, 응답 속도는 느린 편이지만 화면의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을 구분하는 명암비가 우수해 사진 감상에 유리하다. 가격도 TN과 IPS의 중간 정도다.

LED-LCD-OLED-QD 등 LCD의 미래

초기의 LCD는 CCFL(Cold Cathode Fluorescent Lamp: 냉음극 형광램프) 방식의 백라이트를 사용했다. CCFL은 생산 단가가 낮은 장점이 있는 반면, 수명이 짧고 소비 전력이 높은 것이 단점이다. 하지만 2010년을 즈음에 LED(Light Emitting Diode: 발광 다이오드) 방식의 백라이트를 탑재한 LCD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LED 백라이트는 수명이 길고 소비 전력이 낮으며 화면 전체에 균일한 빛을 뿌려 줄 수 있어 주로 고급형 디스플레이 기기에 탑재된다.

LCD는 백라이트의 종류에 따라 CCFL(왼쪽) 방식과 LED(오른쪽) 방식으로 나뉘기도 한다.
< LCD는 백라이트의 종류에 따라 CCFL(왼쪽) 방식과 LED(오른쪽) 방식으로 나뉘기도 한다. >

LCD는 평판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나, 최근 들어 OLED(Organic Light-Emitting Diode) 방식의 디스플레이가 보급을 시작하고 있어 LCD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OLED는 백라이트가 필요 없이 자체적으로 빛을 낼 수 있는 유기 발광 다이오드 소자를 이용해 화면을 구성하며, LCD에 비해 시야각이나 응답속도, 명암비(화면의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이 구분되는 비율) 등에서 높은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LCD 역시 꾸준한 성능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생산 능력이나 단가 면에서 OLED에 비해 우위에 있다.

참고로, 시중에서 'LED TV'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는 제품들은 기존 LCD에서 백라이트만 LED로 바꾼 것이다. 이는 'LED 백라이트의 LCD TV'라고 표기하는 것이 정확하며, OLED와는 다른 것이다.

퀀텀닷 디스플레이는 원자 덩어리에 전류를 흘려 불안정하게 하고 이를 안정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빛으로 화면을 구현한다.
< 퀀텀닷 디스플레이는 원자 덩어리에 전류를 흘려 불안정하게 하고 이를 안정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빛으로 화면을 구현한다. >

한편, UHD 시대와 함께 주목 받고 있는 것이 ‘퀀텀닷(Quantum-Dot)’ 기술이다. 양자점을 의미하는 퀀텀닷은 빛을 받으면 다른 색상을 내는 양자를 나노미터 단위로 미세하게 주입한 반도체 결정이다. 이를 필름 형태로 만들어 부착하거나 진공유리튜브에 증착해 제품화하면 퀀텀닷 디스플레이가 된다.

퀀텀닷은 실제 수백에서 수천 개의 원자가 뭉친 덩어리지만 지름이 10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로 매우 작아 다양한 양자역학적 특성을 보인다. 이 때문에 별도 광원 없이도 전압을 가하면 스스로 빛을 내 다른 디스플레이 재료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장점은 LCD의 가격 경쟁력과 OLED 특유의 화질, 수명이다. 먼저 기본적으로 LED 백라이트를 장착한 LCD 기반 TV이기에 생산라인을 새로 만들 필요가 없다. 물론 일부 생산 설비를 교체해야 하지만 OLED 생산 라인을 새로 추가하는 것보다 낫다는 평이다. 그 다음은 색재련력이다. OLED TV 못지 않은 100%에 가까운 색상을 구현하기 때문에 디스플레이로 적합한 것이다. 이는 OLED가 RGB 형광물질에 전류가 흐르면 빛을 내는 유기화합물인 반면, 퀀텀닷은 에너지를 받아 내부가 불안정한 내용물이 다시 안정적인 상태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다양한 빛을 사용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화학적으로 합성된 무기물인 퀀텀닷은 수명도 긴 편이다.

2015년 현재, 퀀텀닷 기술이 적용된 디스플레이 장치가 UHD 바람을 타고 세를 넓혀가고 있다. 삼성과 LG 등 주요 TV 제조사도 이를 적용한 UHD TV를 선보였으며,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도 퀀텀닷 기술이 적용됐거나 적용 초읽기 단계에 들어와 있다. 이 때문에 당분간은 LCD와 LED, OLED, 퀀텀닷 등이 다양한 장치에 적용되면서 경쟁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본 기사는 네이버캐스트(http://navercast.naver.com/)의 '용어로 보는 IT' 코너에도 함께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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