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선생의 모두의 핀테크] (3) 핀테크는 '지킬박사와 하이드'다?

이문규 munch@itdonga.com

[IT동아]

이전 연재:

[목선생의 모두의 핀테크] (1) 핀테크, 나도 알아야 해? - http://it.donga.com/21142/

[목선생의 모두의 핀테크] (2) 핀테크는 15년 전부터 있었다? - http://it.donga.com/21213/

지난 2주에 걸쳐 핀테크에 관해 약간 다른 시선에서 설명했다. 두 연재를 읽은 독자는 어느 정도 이해했으리라 예상하는데, 필자는 이 연재를 통해 현재의 핀테크 적용 사례나 전자금융 관련 역사, 현실과의 접목, 핀테크의 필요성과 당위성, 나아가 핀테크로 인한 미래 변화 예측 등을 포인트로 다루려 한다. 때문에 어느 관점으로 바라 보느냐에 따라 핀테크의 접근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최근 비대면 인증(은행 등을 방문하지 않고 스마트 기기를 통해 금융 업무를 진행하는 인증 방식)을 통한 실명 계좌 개설을 허가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비대면 인증이 허용되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의 카메라를 통해 사용자 얼굴을 인식해 인증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물론 이 인증 방식을 악용한 부작용(대표통장 개설 등)도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렇게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가 등장하면, '산업 발전 및 팽창'이라는 관점과 '부작용으로 인한 사회 문제'라는 관점을 상충한다. 다행히 현재까지의 분위기는 산업 발전 관점이 조금 더 우세하게 작용하며 다양한 변화를 가져 왔다. 참고로, 비대면 실명 계좌 허용은 핀테크 육성에 있어 산업 발전 측면에 중점을 둔 의미 있는 결정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그동안 이를 준비해 온 유관 회사들에게는 단비같은 결과가 됐다.

최근뿐 아니라 예전부터 금융과 IT를 접목할 때 항상 논의되는 것으로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앞선 연재에서도 언급한 바 있는데, 이 세 가지 요소는 바로, '사람', '기술', 그리고 '제도'다. 어떤 업체나 산업군에서 추진하느냐에 따라서 시선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사람은 금융을 주체로 이야기하며, 그를 받쳐주는 기술은 IT를 토대로 하며, 제도는 정부 주도의 가이드라인으로 해당 산업의 가능 여부를 결정한다. 금융과 IT의 융합을 통해 탄생된 핀테크의 경우도 예전처럼 이 세 가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이는 크게 보면 핀테크의 '산업적 측면'과 금융이라는 속성이 적용된 '사회적 측면'에서 양면성을 보인다.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혹자들은 우리 나라가 여러 규제로 묶여 있기에 핀테크 산업이 제대로 육성되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기존 금융 제도를 무조건 불합리하고 안 좋은 것으로 몰아간다. 정말 그럴까?

그에 대해 필자의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다. 어떤 산업이 현재 잘 되고 있는 지를 가늠하는 기준은 해당 산업을 받쳐 주는 인프라가 얼마나 잘 형성되어 있는가다. 인프라 중에 하나가 사회적 의미에서는 금융 규제일 수 있고, 또는 그를 위한 IT 중심의 기술 기반일 수 있다. 중국의 경우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어느 누구도 중국이 금융, 특히 전자 금융에 있어서 선도 국가가 되리라 예상하지 못했다. 중국 여행 시 카드 결제가 힘들어 택시 탈 때 현금을 꼭 챙기던 게 그리 오래 전 모습은 아니다.

일본은 정반대이다. 10여 년 전 필자는 일본의 스위카(SUICA), 파스모(PASMO, 국내 티머니와 유사) 카드와 선불 결제 서비스의 선두 주자인 에디(Edy) 카드의 사업 현황 및 서비스를 이해하고, 국내 선불 결제 서비스와 제휴가 가능하도록 업무를 추진한 적이 있다. 당시 일본은 전자화폐 시대에서 가장 선진적 국가였고, 어느 곳을 가나 선불 충전 카드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물건을 살 수 있었다(선불 충전 카드 역시 티머니 선불형 카드와 유사). 또한 사업자들도 난무했던 상황이라 점차 그들끼리 연계 및 제휴하며 통합되기 시작했다.

그 당시 중국은 전자금융에 있어서 나름의 대비는 하고 있었으나, 우리나라나 일본과는 달리 카드로 물건을 사기도 힘들었다. 대중교통을 이용에 IT 기술을 접목한다는 것은 상상 조차 불가했다. 그러나 이제는 완전히 달라졌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거나 거주하는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중국 알리페이가 대단히 편리하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의 알리페이
중국의 알리페이

애초에 이러한 금융 서비스 망이 갖춰 지지 않았을 뿐더러 관련 규제도 없었기 때문에 알리페이와 같은 혁신적 시도가 이어질 수 있었고, 전세계 어느 국가와도 경쟁할 수 있는 여러 대기업이 과감히 투자함으로써 지금의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물론 몇 가지 근본적 이유가 더 있지만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핀테크는 아니지만 조금 더 이전 일을 예로 든다. 우리나라가 현 시점에서 인터넷 강국이라고 자칭하는데 여러 가지 지표에서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인터넷 망 속도 하나만 놓고 보면 전세계 상위권에 위치하는 건 분명하다. 15년 전부터 현재까지는 부동의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일본과 비교하면 일본은 인터넷이 보편화되기 전에 이미 광케이블 등을 지하에 매립하며 사회 인프라를 갖추어 놓은 상태였다. 당시에 향후 50년, 100년을 예측해서 대규모로 투자했지만, 세상은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너무나 크게 변화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그런 투자를 집행할 여력이 없었기에 일본과 같은 인프라를 갖춰 놓지 못했다. 그러다 초고속 인터넷 논의가 진행되고 대용량 동영상 다운로드 및 업로드 요구가 발생하자 그 때를 놓치지 않고 국가 주도의 투자, 기업의 적극적 사업화로 갑작스럽게 천지가 개벽할 정도의 인프라가 구축됐다. 이렇듯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기에 현 시점에서 볼 때 해당 사업에 어울리는 인프라가 아니라면, 이전에 아무리 수준 높은 인프라를 구성했을지라도 뒤쳐지거나 혹은 뒤쳐져 보일 수 밖에 없다.

자, 이제 다시 핀테크 이야기로 돌아가자. 우리는 명실공히 전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나라다. 필자 만의 생각이 아니라, 미국 은행들도 한국 은행들의 인터넷 뱅킹 서비스가 최고라고 인정한다. 또한 통합 이슈에 있어서도 한국은 국가 기관 주도로 상당히 잘 진척되고 있다. 다만 이러저러한 규제로 인한 소프트웨어 관련 사항은 한계에 부딪힌 상태다. 이 때문에 핀테크 산업에 어울리는 인프라, 그 중에서도 그에 부합하는 제도적 장치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최근 다른 나라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핀테크 산업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못해서라기 보다 그 동안 워낙 잘해왔기에 받는 반대급부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단순히 못한다'고 비난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변화의 패러다임 속에서 다음 단계를 밟는 것이다. 다행스러운 건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 우리가 규제 상에 있어서 현 상황의 문제점에 대해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매우 긍정적인 신호이다. 문제 인식에서 나아가 핀테크 발전을 위해 정책적인 가이드가 잘 정해져야 하는데, 이때 기존 금융 관점과 기술 관점 모두를 아우르는 통합 시선이 필요하다.

핀테크 관련 단체에 대한 교통 정리가
필요하다
핀테크 관련 단체에 대한 교통 정리가 필요하다

단적인 예로, 현재 핀테크 관련 단체에 대한 교통 정리가 안되어 있다. 민간 기업 차원에서 여러 핀테크 단체를 구성하고 있으며, 또한 국가 차원에서도 금융당국이 핀테크 지원 센터를 만들어 놨다. 물론 다양성 측면에서 여러 목소리를 수렴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나, 핀테크 지원 센터가 그 중심이 되고 그 곳에서 결정된 사항과 제대로 된 지원 사업이 산업군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여러 경험을 지닌 사람들과의 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그리고 그 협업을 토대로 핀테크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 놓치지 말아야 할 두 가지의 물리적 선행 조건도 있다. 금융권의 규제 중심 정책 개선과 정보통신기술 분야의 유연성 강화다. 이 선행 조건보다 어찌 보면 더 중요할 수 있는 건, 핀테크가 금융과 IT의 단순 결합 혹은 보조재 성격이 아닌,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의 산업이라는 우리 모두의 인식 전환이다.

미국, 영국, 중국 등으로 대표되는 핀테크 산업의 재편과 큰 흐름 속에서, 이제는 이 핀테크라는 산업 분야를 마냥 두고 볼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는 정부, 금융 및 IT 산업계는 서로를 인정하지 않고 비난하고 싸우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이제부터라도 분야간 융합 현상을 인정하고, 동등한 수준에서 힘을 모아 현 상황에 어울리지 않은 것들을 지혜롭게 벗어내야 한다. 그러나 IT 산업 쪽도 잠재적인 문제를 품고 있다. 충분한 역량을 보유하지 못한 신생 스타트업들이 무분별하게 핀테크에 뛰어 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 대부분은 핀테크 산업이 돈이 되겠다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막연하게 접근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핀테크 업체는 새로운 인프라에서 세상을 이롭게 하며 패러다임을 변혁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핀테크의 양면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 낼 산업 생태계에 관한 보편적 윤리의식과 기존 금융 업체의 보안성 획득 노력도 반드시 가미돼야 한다. 이러한 양방향 형태의 고민과 시도가 수반될 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핀테크 산업이 탄생되고, 그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 잡힐 수 있다.

글 / 목승환 (mlsh8318@naver.com)

현 티에이네트웍스(TA Networks, http://tanetworks.com) 총괄 임원 및 나무앤 대표이사.
티 에이네트웍스는 10년 이상 금융 소프트웨어를 개발, 공급하고 있는 핀테크 관련 전문 기업이며, 최근 비대면 인증 서비스와 약정 할인 서비스 등을 제공. 필자는 신사업 부분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2000년 초반부터 핀테크 관련 사업을 추진한 경험이 있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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