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애정남] 게임 화면 갈라짐, 수직동기화만 답인가요?
IT 전반에 관한 의문, 혹은 제품 선택 고민이 있는 네티즌의 문의 사항을 해결해드리는 'IT애정남'입니다. 이번에는 종종 게임 화면이 갈라지는 이유, 그리고 이를 방지하는 수직동기화(V-Sync) 기술에 관련한 문의가 들어왔네요. 이에 관련한 내용을 이미 잘 알고 있는 분도 많은 것 같지만, 그래도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이를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사연을 보내신 aruhi9xx님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수고가 많으십니다! 주로 노트북 같은 물건 중에 뭐가 좋은지에 대해서 상담해주시는 것 같은데, 혹시나 그 외의 궁금증에 대해서도 가르쳐주시나 싶어 이렇게 메일을 보냅니다.
제가 게임을 너무 좋아합니다. 특히 배틀필드 같은 FPS나 아이온 같은 MMORPG 많이 하고요. 근데 가끔 화면이 종이 찢어지듯 갈라집니다.
특히 유닛이 많이 나오는 장면에서 자주 그런 것 같고요... 첨에는 모니터나 컴퓨터 고장인 줄 알았는데 검색을 해보니 그래픽 옵션에서 수직동기화라는 옵션을 켜면 된답니다.
그래서 이걸 켜니까 화면 갈라짐은 없어졌습니다. 근데 움직임이 뚝뚝 끊어집니다; 산지 좀 된 컴퓨터라서 그런 거 같기도 한데 업그레이드를 하면 괜찮아지나요? 그리고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원리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화면 갈라짐 현상은 그래픽카드와 모니터 사이의 표현능력 차이 때문
안녕하세요 IT동아입니다.
일단 말씀하신 대로 화면 전체가 찢어지듯 갈라지는 현상은 테어링(tearing)이라고 합니다. 동영상을 구동할 때도 간혹 일어나지만, 게임을 할 때 압도적으로 많이 발생하죠. 일단 테어링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을 간단히 이야기 하자면, 모니터의 표현 능력과 컴퓨터(정확히는 그래픽카드의 핵심 칩인 GPU)의 표현 능력의 차이 때문이라고 말씀 드릴 수 있겠네요.
현재 이용하는 대부분의 모니터는 60Hz의 주사율(화면 재생 빈도)로 구동합니다. 1초당 60프레임으로 영상을 전환하며 화면의 움직임을 구현한다는 뜻이죠. 그래픽카드에서도 마찬가지로 초당 60프레임씩 정확하게 영상을 보내준다면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요즘 나오는 그래픽카드 중에는 순간적으로 초당 60프레임을 넘는 성능을 발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모니터는 꾸준하게 초당 60프레임씩 처리를 하고자 하는데, 그래픽카드에서 보내주는 영상은 그렇지 않으니 화면 처리에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모니터에서 표현하는 영상과 그래픽카드에서 보내주는 영상의 타이밍이 어긋나는 구간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참고로 우리가 사용하는 모니터는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순차적으로 화면을 묘사하며 작동하는데, 모니터와 그래픽 사이의 표기 타이밍이 어긋나는 순간, 화면이 좌우로 갈라지듯 경계면이 나타나곤 합니다. 이게 바로 테어링 현상입니다. 게임을 할 때 상당히 거슬리죠.
수직 동기화로 테어링 현상 제거 가능하지만 부작용도 있어
질문자님이 말씀하신 '수직동기화(Vertical Synchronization)' 라는 그래픽 옵션을 적용하는 것이 해결책 중에 하나 입니다. 게임에 따라서는 V-Sync라고 표기되기도 하죠. 대부분의 PC 게임이 이 옵션을 제공합니다. 환경설정 메뉴의 그래픽 품질 조정 항목에서 체크가 가능하죠.
수직동기화는 쉽게 말해 그래픽카드의 표시 프레임 고정 기능입니다. 그래픽카드가 초당 80프레임이나 100프레임을 구현할 수 있는 성능을 가지더라도 수직동기화를 켜면 항상 일정 수준(60프레임이나 30프레임, 혹은 15프레임)으로 유지가 됩니다. 당연히 테어링 현상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지요.
다만, 수직동기화로 테어링 현상은 해소할 수 있지만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바로 초당 프레임이 순간적으로 급격하게 변해버리는 현상이죠. 그래픽카드가 항상 초당 60프레임을 유지할 수 있는 성능을 가졌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초당 50프레임이나 45프레임 정도밖에 구현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만약 이런 상황에서 수직동기화가 걸려있다면 화면 프레임이 초당 60프레임에서 갑자기 30프레임으로, 혹은 15프레임으로 변합니다. 초당 60프레임에서 50프레임 정도로 순간적으로 변한다면 별로 이질감이 없겠지만, 갑자기 초당 30프레임, 15프레임으로 널뛰기를 한다면 사용자는 당연히 큰 이질감을 느끼게 됩니다. 게다가 사용자의 조작 속도를 화면이 제대로 따라오지 못할 수도 있고요.
특히 게임을 하다가 갑자기 적 유닛이 쏟아지듯 등장하는 장면, 혹은 화면 움직임이 갑자기 빨라지는 장면이 되면 당연히 화면 움직임이 뚝뚝 끊어지는 것으로 느껴질 것입니다. 게다가 수직동기화는 기본적으로 그래픽카드의 최대 성능을 일정 수준 이하로 묶어두는 것이기 때문에 고성능 PC를 쓰는 사용자라면 불만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프레임의 급격한 변화를 억제하는 '삼중버퍼링'이라는 그래픽 옵션까지 추가하면 어느 정도 이질감을 줄일 수 있습니다만, 이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죠.
그래픽카드 및 모니터 업그레이드로 어느 정도 해소는 가능
수직동기화를 켜지 않자니 화면이 찢어지고, 켜자니 화면이 뚝뚝 끊기고… 이거 고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도 몇 가지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일단 PC 자체, 혹은 모니터를 업그레이드 하는 것도 방법이긴 합니다.
일단 수직동기화를 켜더라도 항상 초당 60프레임 이하로 떨어지지 않을 정도의 고성능 그래픽카드로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 첫 번째 방법이죠. 다만, 이건 투자 비용 대비 효율이 그다지 좋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수직동기화라는 옵션 자체를 선호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래픽카드 업그레이드로 인해 테어링이 더 심해질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 방법이라면 120Hz~240Hz와 같이 높은 주사율을 발휘하는 모니터로 바꾸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굳이 수직동기화를 켜지 않더라도 테어링 현상을 줄일 수 있죠. 다만, 그런 모니터로도 커버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프레임을 구현하는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쓰거나 게임의 요구 성능 자체가 너무 낮다면 역시 테어링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주사율이 높을수록 모니터 값도 비싸지고요.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제시된 엔비디아 G싱크, AMD 프리싱크 기술
이 정도까지 설명을 하면 이건 뭐 대책이 없어 보입니다만, 다행히 관련 기업들도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건 엔비디아의 'G싱크(G-Sync)' 기술과 AMD의 '프리싱크(FreeSync)' 기술입니다. G싱크와 프리싱크는 개발사가 다르긴 하지만 맥락은 비슷합니다. 그래픽카드의 프레임에 따라 모니터의 주사율을 실시간으로 계속 바꿔 동기화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초당 프레임이 계속 변해도 테어링 현상이 일어나지 않으며, 수직동기화처럼 프레임이 순간적으로 널뛰기를 하지도 않습니다. 말 그대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공하는 것이죠.
다만, G싱크를 이용하려면 지포스 GTX 650Ti Boost 이상의 엔비디아 그래픽카드, 그리고 프리싱크를 이용하려면 라데온 R7 270 이상의 AMD 그래픽카드나 A6-7400K 이상의 AMD APU(CPU와 GPU의 통합 프로세서)를 탑재한 PC가 필요합니다. 게다가 기존의 모니터가 아닌 G싱크 지원, 혹은 프리싱크 지원 모니터를 이용해야 이 기능을 쓸 수 있죠. 다만, G싱크 지원 그래픽카드 + 프리싱크 지원 모니터의 조합이나 그 반대의 경우는 안됩니다. 위에 해당하는 그래픽카드나 APU는 이미 상당부분 보급이 된 상태라 지금도 많은 분들이 쓰고 있습니다. 문제는 지원 모니터의 보급이겠네요.
일단 G싱크 지원 모니터가 한 발 먼저 작년부터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제품 종류가 그다지 많지 않은데다 출시된 제품도 가격이 상당합니다. 에이수스(ASUS)의 PG278Q 같은 제품이 대표적인데, 2015년 5월 현재 기준 인터넷 최저가가 100만원을 넘습니다. 물론 이 제품은 G싱크 지원 외에도 전반적인 사양이 상당히 높긴 합니다. 게다가 G싱크 지원모니터를 생산하려면 내부에 전용 하드웨어를 탑재해야 하고 엔비디아에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이 또한 가격 상승의 요인이 되고 있죠.
반면, 프리싱크 지원 모니터는 출시가 1년 정도 늦어지긴 했지만 향후 좀더 쉽게 구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프리싱크 기술은 모니터에 별도의 하드웨어를 탑재할 필요 없이 펌웨어의 변경만으로 구현 가능한데다 이를 개발한 AMD에서 프리싱크 기술은 별도의 라이선스 비용 없이 무료로 쓸 수 있다고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각종 디스플레이 규격을 정하는 단체인 VESA에서 AMD 프리싱크를 DP(디스플레이 포트) 1.2a 인터페이스의 표준에 포함되는 어댑티드 싱크(Adaptive-Sync) 기술로 받아들인 것도 주목할 만합니다.
앞으로 출시되는 신형 모니터들은 대부분 DP 1.2a를 탑재할 것으로 보이니, 앞으로 프리싱크의 저변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미 삼성전자나 LG전자, 에이수스, 벤큐, 에이서와 같은 대부분의 주요 모니터 생산업체들이 프리싱크 지원 모니터를 최근 출시했거나 조만간 출시할 예정이고요. 국내 출시 일자와 가격이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해외에서 팔리는 프리싱크 모니터의 가격을 보면 G싱크 모니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제품의 종류도 더 많습니다. 엔비디아에서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도 주목할 만 하네요.
내용 요약 및 정리
이 정도면 의문점에 대한 대답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쓰다 보니 너무 길어졌는데, 요약하자면
1. 게임 중 화면이 갈라지는 테어링 현상은 그래픽카드와 모니터 사이의 표현능력 차이 때문에 생긴다.
2. 수직동기화를 이용하면 테어링 현상이 없어지지만, 대신 초당 프레임이 오락가락할 수 있다.
3. 그래픽카드를 업그레이드 하거나 120Hz 모니터를 이용하면 완화되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
4. 엔비디아 G싱크나 AMD 프리싱크 기술을 이용하면 문제 해결이 가능하지만, 아직 보급 초기단계다.
5. 비용과 접근성 면에서 유리한 프리싱크 기술 쪽이 상대적으로 더 빠르게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도로 볼 수 있겠습니다. 추가적인 질문 사항이 있으면 메일을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IT애정남'은 IT제품의 선택, 혹은 사용 과정에서 고민을 하고 있는 독자님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PC, 스마트폰, 카메라, AV기기, 액세서리 등 어떤 분야라도 '애정'을 가지고 맞춤형 상담을 제공함과 동시에 이를 기사화하여 모든 독자들과 노하우를 공유할 예정입니다. 도움을 원하시는 분은 IT동아 김영우 기자 앞으로 메일(pengo@itdonga.com)을 주시길 바랍니다. 사연이 채택되면 답장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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