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SL 3D 프린터도 보급형 시대, 노벨 1.0
[IT동아 이상우 기자] 3D 프린팅 산업은 '21세기의 산업혁명'으로 불리며 제조업을 이끌 새로운 원동력으로 평가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올해 약 22만대의 3D 프린터가 출하될 것이라 예상했으며, 이후 매년 2배 이상 성장해 2018년에 230만대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가격이 2016년부터 2,000달러 이하로 떨어지리라 전망했는데, 최근 시장 동향을 보면 가트너의 예측보다 더 빠른 속도로 가격이 낮아지는 추세다.
가격은 100만 원 미만으로 낮아져 일반 가정에서 구매해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보급형 제품이 등장했고, 전문적인 3D 디자인을 배운 사람이 아니더라도 파일만 내려받으면 즉시 출력할 수 있을 정도로 접근성도 높아졌다. 이처럼 3D 프린팅에 관한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출력 품질에 관한 요구도 커졌다. 조금 더 정교하고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원하게 된 것이다.
XYZ프린팅이 선보인 노벨 1.0은 이러한 수요에 맞춘 제품이다. 보급형 3D 프린터가 주로 채택하는 방식인 FDM 대신 출력물의 품질이 우수한 SL 방식을 사용하면서도, 가격은 타사의 SL 방식 제품과 비교해 1/3 수준으로 낮은 것이 특징이다.
우선 3D 프린터의 출력 방식에 관해 잠깐 알아보자.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보급형 제품은 대부분 FDM(혹은 FFF라고도 부른다) 방식을 사용한다. 이 방식은 3D 프린터의 소재 중 하나인 '필라멘트'를 녹여서 출력물을 쌓아 올리는 방식이다. 가장 쉽고 간단하게 쓸 수 있는 방법이지만, 고열을 사용하기 때문에 화상의 위험이 있으며 결과물의 품질도 비교적 떨어진다.
이와 달리 SL 방식은 빛에 닿으면 굳어지는 액체(광 경화성 수지)를 이용한다. 투명한 수조에 이 액체를 담아놓고, 수조 바닥에서 자외선 레이저를 쏘면서 출력물을 쌓아 올리는 방식이다. FDM 방식과 달리 고열을 사용하지 않으며, 결과물의 표면도 더 매끈하다. 다만 FDM 방식과 비교해 가격이 상당히 비싸다.
XYZ프린팅이 내놓은 노벨 1.0은 기존 SL 프린터와 비교해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다른 제품에서는 보기 드문 부가기능까지 갖춘 것이 특징이다. 노벨 1.0만의 특징적인 기능은 수지 자동 공급이다. 대부분의 SL 프린터는 수조에 사람이 직접 수지를 부어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필요한 수지의 양은 사람이 직접 가늠해야 하며, 수조 크기가 작다면 출력물을 만드는 중간에도 수지를 계속 채워줘야 한다.
이와 달리 노벨 1.0은 수조에 있는 센서를 통해 수지의 양을 파악하고, 수지가 모자라면 필요한 만큼 자동으로 채운다. 이러한 자동공급 방식은 사용자의 번거로움을 줄임과 동시에 수지 낭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더 경제적이다.
수지 병 아래에는 NFC 태그가 있다. 이 태그에 프린터에서 수지를 사용한 정보를 입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색상이 다른 수지를 교체해가며 사용한다면, 수지가 담긴 병을 프린터에 삽입하는 것만으로 병에 수지가 얼마나 남아있는지를 인식하고, 이 정보를 LCD 창이나 전용 소프트웨어를 통해 표시해준다.
노벨 1.0에서 사용할 수 있는 파일은 널리 쓰이는 3D 모델 파일 중 하나인 STL이다. 전용 소프트웨어를 통해 이를 불러온 뒤, 전용 파일 형식인 3W로 변환해 출력할 수 있다. 3W 형식으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출력 중 모델이 무너지지 않도록 받쳐주는 지지대(서포트)를 설정할 수 있다. 바닥에 밀착한 부분이 많은 물체라면 별도의라면 별도의 지지대가 필요없지만, 아래 사진처럼 바닥과 떨어진 부분이 많은 물체라면 지지대가 필수다.
변환 작업을 마치고 출력 버튼을 누르면 작업이 시작된다. 다만, 변환 작업은 모델의 크기에 따라서 시간이 천차만별이다. 특히 성능이 낮은 PC라면 변환 작업이 더 오래 걸린다. 소프트웨어에서 프린터로 작업 명령을 내리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PC와 프린터를 연결한 케이블을 제거해도 된다. 프린터에 내장 메모리가 있기 때문에 케이블을 제거하더라도 작업이 지속된다. 다만, 작업 중 프린터에 전원 공급이 중단되면 모든 작업이 중지되고, 초기화된다. 출력 작업이 오래 걸리는 만큼 전원 중단에 대처하는 장비(예비 배터리 등) 등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소프트웨어에서 출력 버튼을 누른 뒤 사용자가 할 일은 아무 것도 없다. 앞서 말한 것처럼 수지를 자동으로 공급해주기 때문에 작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작업 중에 발생하는 소음은 약 55dB 정도다. 처음부터 끝까지 소음이 계속 나는 것이 아니라, 약 10~20초 간격으로 발생한다. 이는 수조가 움직이면서 나는 소리다. 수지가 수조 전체에 고르게 퍼지게 하기 위해서 한 겹을 맞추고 수조를 움직이고, 또 한 겹을 만들고 수조를 움직이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러한 작업의 반복으로 자외선 레이저가 수지 때문에 왜곡되는 것을 막고, 결과적으로 출력물의 품질을 높일 수 있다.
<동영상 링크: https://youtu.be/H5GLFiP7SEw>
작업에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반지 정도 크기의 물건을 만드는데 약 3시간 정도며, 주먹 정도 크기의 물건을 만드는 데는 20시간 정도 걸린다. XYZ프린팅이 내놓은 FDM 프린터와 비교하면 2배에서 3배정도 더 오래 걸린다.
작업 중에는 가능한 외부 케이스를 열거나 프린터 위치를 옮기지 않는 것이 좋다. 암갈색으로 된 케이스는 내부에서 나오는 자외선 레이저가 밖으로 나오는 것을 가려줌과 동시에 외의 잡광을 차단한다. 또한, 먼지 같은 이물질이 들어가 출력물의 품질을 떨어트리는 것도 막아준다.
<작업 시간이 긴 만큼 출력에 실패하지 않도록 외부에서 주는 영향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또한 수지의 냄새가 밖으로 나가는 것도 어느 정도 잡아준다. FDM 방식이 작업 중 플라스틱 타는 냄새가 나는 것과 달리, SL 방식은 주방용 세제 냄새가 난다. 특히 이 냄새는 출력 작업 중이 아니라도 계속 난다. 수조에 수지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완성한 출력물을 꺼낼 때를 제외하고는, 케이스를 덮어두는 것이 좋겠다(그리고 제품 후면에 센서가 있어서 케이스를 열면 작동이 자동으로 멈춘다).
노벨 1.0의 기본 구성품 중에는 플라스틱 통이 있다. 이 통은 출력물을 세척하는 용도다. FDM 방식과 달리, SL는 출력물을 수조에서 뽑아 올리는 방식이다. 따라서 완성된 후에도 끈적한 수지가 출력물 전체에 묻어있다. 이 수지는 물로 씻어서는 제거되지 않으며, 알코올을 사용해 닦아내야 한다. 또한, 수지를 맨손으로 만지면 이를 씻어내는 것이 상당히 번거롭다. 제품을 다룰 때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결과물의 표면은 FDM과 비교해 아주 매끈하다. 층층이 쌓인 모습이 눈에 보이기는 하지만, 손으로 만져보면 이 층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완성한 물건의 표면을 따로 다듬지 않아도 될 정도다. 한 겹의 두께는 최대 0.1mm에서 최소 0.025mm까지 설정할 수 있다. 두께가 얇을수록 표면이 부드러워진다. 한편으로는 제작 시간도 더 늘어나니 필요에 따라 선택하면 되겠다.
전반적인 결과물의 완성도는 높지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수지에 이물질이 섞이지 않도록 하는 것과 출력 중 프린터를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수지가 제대로 굳지 않아서 출력물 가운데에 작은 구멍이 생기고, 이 구멍을 시작으로 출력물 전체가 부서지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출력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결과물을 망칠 확률을 줄이려면 이러한 변수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노벨 1.0은 5월 중 출시 예정이며, 가격은 229만 9,000원이다. 이 가격이 과연 보급형인가 의문을 가질 사람도 있겠지만, 비슷한 사양의 타사 제품과 비교하면 아주 저렴한 가격이다. SL 방식의 경우 일반적으로 가격이 500만 원 정도에서 시작하며, 비싼 제품 중에는 1,000만 원에 이르는 것도 있다.
노벨 1.0의 강점은 가격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을 통해 일부 전문가나 사용하던 종류의 제품을 일반 사용자도 접해볼 수 있도록 한 것이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이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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