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야생 산양의 접지력을 트레킹화에, 머렐 카프라

이문규 munch@itdonga.com

[IT동아 이문규 기자] 5월, 신록의 계절이면서 가족의 달이다. 월초 황금연휴는 지났지만, 매주말 5월의 싱그러움을 접하기에 딱 좋은 시기다. 거창할 거 없이 인근에 있는 작은 산이나 계곡을 오르면 된다. 챙길 것도 딱히 없다. 목마름을 해소할 물 한 병과 안전한 산행을 담보할, 제대로 잘 만들어진 트레킹화 한 켤레면 족하다. 35년 전통의 아웃도어 브랜드 머렐(Merrell)의 매력적인 트레킹화 '카프라(Capra)'다.

머렐 카프라
머렐 카프라

참고로 등산 형식과 관련된 용어로 하이킹(hiking), 트레킹(trekking), 클라이밍(climbing), 백패킹(back packing) 등이 통용되고 있다. 하이킹은 잘 닦여진 등반로를 따라 터벅터벅 걸으며 등반하는 정도이며, 트레킹은 하이킹보다 거칠고 험한 길(바위, 돌 산)을 타고 산에 오르는 형태다. 클라이밍은 암벽이나 빙벽을 기어 오르는 전문 등반가의 등반 형태며, 백패킹은 1박 일정의 간단한 캠핑을 뜻한다. 등반의 어려움에 따라 하이킹 < 트레킹 = 백패킹 < 클라이밍 순이 되며, 하이킹 시에는 일반 운동화 등을 신어도 괜찮지만 트레킹과 클라이밍에는 안전 등반을 위해 전문 트레킹화나 등산화가 필요하다.

머렐은 1981년 랜디 머렐(Randy Merrell)이 창립한 아웃도어 신발 제조사로, 미국 유타 주의 험난한 지형에 적합한 카우보이용 부츠를 제작, 판매하기 시작하여, 현재까지 전세계에 연간 1,500만 켤레 이상의 등산화를 제작, 판매하고 있는 글로벌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다. 현재는 등산화, 트레킹화 외 등산의류, 등산용품 등 다양한 아웃도어 제품을 전세계에 공급하고 있다. 아울러 2006년 이후 전세계 등산화(풋웨어) 부분에서 9년 연속 판매 1위를 기록한 믿을 만한 브랜드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르까프의 '화승'이 정식 수입, 판매하고 있다.

머렐 로고
머렐 로고

머렐이 최근 출시한 '카프라' 시리즈는 절벽을 자유자재로 오르내리는 산양을 모티브로 개발된 등산화 및 트레킹화로, 트레킹 유형이 많은 국내 산행에 적합한 신발이다. 카프라는 발목 부분이 긴 중등산화 모델인 '미드컷'과 일반 트레킹화 모델인 '로우컷'으로 나뉜다. 해발 1,000미터 내외의 흙산, 바위산을 가볍게 등반한다면 목 짧은 로우컷을, 그보다 높거나 험난한 지형이라면(클라이밍 수준) 카프라 미드컷을 선택하면 된다. 이 글에서는 카프라 로우컷을 다룬다(이하 카프라로 통일). 참고로 카프라 시리즈에는 신발 외에 자켓, 티셔츠, 배낭 등의 등산의류 및 용품도 포함돼 있다.

카프라 후면
카프라 후면

머렐 카프라에는 현 시점에 거론되는 아웃도어 전문 소재공학 및 제조기술이 모두 들어 있다. 가장 유명한 게 '고어텍스(Gore-Tex)'와 '비브람(Vibram)'이다. 고어텍스는 등산 의류나 신발 등에 적용되는, 방수/방습/방풍 기능의 고급 소재며, 비브람은 1937년 이탈리아에 설립된 신발 밑창(아웃솔) 전문 제조 기술(메가그립-MegaGrip)이다. 아웃도어 용품을 좀 써본 사람들에게 이 두 제조사/브랜드는 '믿음, 소망, 사랑'이다.

카프라에 적용된
고어텍스+비브람
카프라에 적용된 고어텍스+비브람

이외에 머렐에서 독자 개발한 쿠셔닝 기술인 '머렐 에어 쿠션(Merrell Air Cushion)', 역시 머렐에서 독자 개발한 무봉제 외피 제조 기술인 '스트라타퓨즈(Stratafuse)', 고탄력 중창(미드솔)을 통해 발 앞꿈치와 뒷꿈치 충격을 흡수하는 '유니플라이(Unifly)' 기술, 인체에 무해한 친환경 박테리아를 통해 발바닥의 땀과 악취를 흡수, 분해나는 깔창인 '엠 셀렉트 무브(M Select Move)' 등도 적용됐다. 결론적으로, 산행에 꼭 필요한 주요 기술은 다 가져다 넣은 셈이다.

카프라 아웃솔
카프라 아웃솔

유니플라이 중창 적용
유니플라이 중창 적용

개인적으로 전반적인 디자인은 마음에 든다. 다른 등산화/트레킹화와 달리 요란함과 화려함은 최대한 배제하고, 어느 등산바지와도 잘 어울리도록 독특하지만 차분한 디자인과 컬러를 채택했다. 일상복 바지를 입어도 그리 부자연스러워 보이진 않으니 산행이 아니더라도 가볍게 오가며 신을 만하다.

카프라 측면, 후면
카프라 측면, 후면

목 짧은 트레킹화라 끈을 단단히 묶은 상태에서 신고 벗을 수 있어 좋다. 또한 뒷꿈치 쪽과 발등 쪽에 고리가 각각 붙어 있어 이를 이용하면 서 있는 상태에서도 신속하게 신을 수 있다. 산행 시 신발 내부에 흙이나 돌이 들어가는 경우 바로바로 대응할 수 있겠다. 카프라는 발끝 부분부터 뒷꿈치 부분까지 구석구석이 튼튼하고 야무지게 만들어졌다. 중창, 밑창, 외피 등의 접착 상태, 박음질 상태, 제조 마무리 상태 등에서 흠 잡을 데가 없다. 비브람 밑창 역시 신어 보지 않더라도 미끄럼 없는 산행을 보장할 만큼 견고해 보인다.

카프라 엠 셀렉트 무브 깔창
카프라 엠 셀렉트 무브 깔창

참고로 본 리뷰어는 구두든 운동화든 265mm를 신는데, 카프라 역시 265mm가 정확하게 딱 들어맞는다. 등산화/트레킹화는 등산양말을 신은 상태에서 꼭 맞는 사이즈를 선택해야 하기에, 인근 머렐 매장을 들어 직접 신어보고 구매하는 것이 좋다.

카프라를 신고 청계산(경기도 과천 소재, 해발 615m)에 올랐다. 앞서 언급한 대로, 카프라에는 머렐 에어 쿠션이나 유니플라이 쿠셔닝 기술이 적용됐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산행 안전을 위한 트레킹화이기에 러닝화, 워킹화와 같은 푹신한 중창 쿠션감은 확실히 덜하다. 대신 깔창은 어느 정도 탄력이 있으며, 특히 발바닥 굴곡에 따라 정확히 밀착되어 착화감이 상당히 좋은 듯하다. 발 전체를 단단히 조여주는 듯한 안정감도 안전 산행에 도움이 된다.

청계산 등반
청계산 등반

비브람 밑창은 특히 물기 있는 바위를 딛고 오를 때 확실한 접지력을 발휘한다. 웬만한 경사의 바위에서도 두 발로 안정적으로 버티고 서 있을 수 있도록 한다. 이런 접지력은 하산 시에 유용하다(등산보다 하산에 훨씬 주의해야 한다).

비브람의 바위 접지력
비브람의 바위 접지력

정상 봉우리인 만경대까지 총 4시간에 걸친 산행이었는데, 시종일관 편안하고 안전하게 오르내렸다. 신고 벗기가 간편해 바위에 앉아 쉬면서 벗어둘 수 있었고, 완전 방수라 계곡물에 발등까지 담가도 당연히 물 한 방울 스며들지 않았다.

머렐 카프라는 단 한번의 산행으로도 제품의 모든 것을 체험하기에 충분한 트레킹화라 평가한다. 등산의류는 어떤 것을 입든지 등산화만큼은 '제대로 된 제품'을 골라 신어야 한다는 사실도 다시 확인했다. 1년에 한두 번 억지로 산에 오르는 이가 아니라면, 카프라 한 켤레 즈음은 신발장 한 켠에 마련해 두는 것도 좋다. 카프라는 반드시 산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단 구기 스포츠 종목 제외)에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머렐 카프라 로우컷은 19만 원대, 카프라 미드컷은 21만 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카프라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이곳'을 클릭/터치하면 볼 수 있다.

머렐 카프라
머렐 카프라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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