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3D 프린터의 세계] (최종) 배워라! 배움 만이 새 길을 연다!

이문규 munch@itdonga.com

[IT동아]

싣는 순서
(1) 3D프린팅은 뜬구름 같은 거품? Vs. 산업혁명의 기폭제? (http://it.donga.com/20140/)
(2) 3D프린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① (http://it.donga.com/20186/)
(3) 3D프린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② (http://it.donga.com/20251/)
(4) 3D프린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③ (http://it.donga.com/20300/)
(5) 3D프린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④ (http://it.donga.com/20352/)
(6) 3D프린팅 역사 제대로 알기 (http://it.donga.com/20408/)
(7) 3D프린팅 이렇게 접근하라 ① (http://it.donga.com/20495/)
(8) 3D프린팅 이렇게 접근하라 ② (http://it.donga.com/20565/)
(9) 배워라! 새로운 배움만이 새로운 길을 연다.

이제 마지막 연재다. 목차를 정하고 기고를 시작했다. 9개의 연재 목차 중 제일 먼저 확정한 것이 이번 연재인 '배워라. 새로운 배움만이 새로운 길을 연다'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가 세계 주요 나라보다 3D프린팅 분야에 뒤쳐져 있고, 이런 분위기로는 3D프린팅 분야 외에서도 밀릴 것이라는 불길한 확신이 들어서다.

삶은 연속이다. 어제의 생각으로 오늘을 살고, 오늘 행동을 기반으로 내일을 맞이한다. 이러다 보니 관성적으로 큰 변화 없는 삶을 살기 십상이다. 하지만 근래의 기술 발달과 환경 변화는 너무나 빠르다. 연재를 진행한 3개월 동안에도 '전자제품을 만들 수 있는 3D프린터', '기존보다 100배 빠른 3D프린터' 등 새로운 3D프린터가 소개됐으며, 3D프린팅이 활발하지 않았던 나라(인도 등)에서도 그럴싸한 3D프린팅 마켓이 탄생했다. 물론 우리나라도 실용적인 3D프린팅 연구 및 활용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남이 성공한 사례를 바탕으로 따라가기 급급한 면이 많은 게 사실이다. 게다가 효율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투자대비 시간에 따른 수익률 관점으로 대부분의 비즈니스를 바라본다. 성공 확률이 높은 사업에 대해 수익률이 보장되는지 면밀히 따져본다는 관점이기에 그리 문제 될 건 없지만, 이런 생각이 지배적인 사회 분위기에서는 현재의 경제 위기를 돌파하기 어렵다. 시장 선도자(First Mover)의 장점을 고스란히 해외에 퍼주기 때문이다.

3doodler 홈페이지
3doodler 홈페이지

< 3doodler 홈페이지 : www.the3doodler.com >

'3Doodler(쓰리두들러)'라는 3D프린팅 펜이 있다. 2년 전에 펀딩을 받아 정식 상품으로 출시됐다. 이 3D프린팅 펜의 모습은 위 사진처럼 뚱뚱하다. 어린이가 잡기에는 좀 크다. 하지만 조만간 손으로 잡기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크기를 줄인 개선 상품이 출시될 예정이다. 신규 상품 제작을 위한 자금 마련도 공개 펀딩으로 진행하고 있다.

3두들러 3D프린팅 펜
3두들러 3D프린팅 펜

< 3doodler 홈페이지 : www.the3doodler.com >

이 펜을 처음 본 사람은 재미있고 신기해 한다. 그렇다면 이런 제품을 고안한 사람은 어떤 생각과 재치가 있었을까? 스티브 잡스처럼 영감이 있고 통찰력이 있는 사람이였을까? 그렇다면 일반 사람은 애초에 불가능한 건가? 이걸 만들어 낸 사람들의 동기는 생각보다 간소하다.

“We wanted to design a 3D printing device that could be used within minutes, without needing any technical knowledge, software or computers. “

3D프린팅 원리를 몰라도, 3D프린팅 노하우, 모델링 능력, 컴퓨터 등이 없어도 3D프린팅이 가능하기를 바랐다는 것.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도 누구나 몇 분 안에 3D프린팅을 할 수 있기를 원한 것이다. 처음 3D프린터를 접하고 배울 게 많아 힘들어 했던 걸 해소하고자 했다. 그런 순수한 의도는 투자자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고객들의 구매를 촉진시켰다. 어린이가 잡기에는 불편했지만, 그 정도는 기존의 부족함에 비하면 얼마든지 감수할 만했다. 결국 이 제품은 1년 만에 10만 개가 팔렸다.

만약 일반 전자제품 업체에서 이 제품을 기획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필자의 판단으로는, 제품화 진행이 어려웠을 것이다. 잠깐만 생각해도 단점이 한두 개가 아니다. 우선, 일반 3D프린터에 비해 프린팅 결과물이 매우 울퉁불퉁하다. 거기다가 저가 3D프린터의 경우 50만 원 미만의 제품도 있기에 가격적인 이점도 없다. 타겟 고객도 애매하다. 어른들도 이제 막 3D프린터를 알아가는 판에 어린이용으로 판매가 가능하리라 여겼겠는가.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펜은 전세계에 걸쳐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출시 예정인 날씬한 3Doodler 2.0은 사용하기가 더 편하다. 아래 문구는 이 업체(WobbleWorks)의 궁극적인 목표를 내포한다.

'The creation of fun innovative toys and small robots'

재미있고 혁신적인 장난감과 작은 로봇의 창조다. 그들의 다음 제품이 몹시 기대된다.

기존에 없던 제품이 탄생하려면 새로운 배움이 있어야 한다. 새로움을 접해야 또 다른 새로움을 창조할 수 있다. 혹시 '쿠키 커터'라는 물건을 아는가? 쿠키를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틀을 말한다. 필자는 2년 전 쿠키 캐스터(Cookie Caster)의 홈페이지를 보고 이런 게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다만 당시에는 특별한 감흥은 없었다.

쿠키 캐스터의 쿠키 틀 모델링
쿠키 캐스터의 쿠키 틀 모델링

< 쿠키 캐스트 홈페이지에는, 원하는 모양의 쿠키 커터를 웹에서 직접 그려서 모델링 할 수 있고, 이를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다 - www.cookiecaster.com >

일단 우리나라에서 모방하기는 매우 쉬워 보였다. 콘텐츠가 간단할 뿐만 아니라 쿠키를 직접 만들어 먹는 사람이 미국보다 매우 적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 도구를 당최 본적이 없으니... 때문에 국내 스타트업 업체에서 이를 응용하기에는 그다지 적합하지 않다고 최종 판단했다. 그 후로는 이 사이트는 가끔 참고하는 정도였다. 바뀐 게 거의 없어 특이 사항도 없었다.

그런데, 며칠 전 3D프린팅 관련 강연이 있었다. 강연과 3D프린팅 전시회가 동시에 열리는 행사였다. 필자는 강연을 마치고 전시회에 들렀는데, 거기서 쿠키 커터를 아이템으로 하는 스타트업 업체의 전시물을 보게 됐다. 전시를 보면서도 '이게 수익이 날까'하는 강한 의구심이 들었다.

마이쿠키디어의 쿠키 커터
마이쿠키디어의 쿠키 커터

<마이쿠키디어社에서 전시한 쿠키커터와 쿠키 : 2015 국회 3D프린팅 메이커스 페스티벌 >

필자 나름대로 국내에서는 어렵다고 판단한 아이템이기에 마이쿠키디어(www.mycookidea.com)의 CEO 설명을 직접 들으면서도 사실상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전시회를 나와 해당 블로그와 홈페이지를 가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아기자기하게 고객과 소통하고 있는 게 정확히 느껴졌다. 궁금한 게 생겨 잠깐 이야기 나눠보니, 놀랍게도 그들은 미국에 유사 스타트업이 먼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대신 자신들이 고안한 고객 맞춤 쿠키 커터를 들고, 쿠키 커터를 많이 사용하는 공방에 찾아가 직접 소개했다고 한다. 공방 주인들은 처음 보는 맞춤형 커터를 매우 신기해 하고 좋아했다고 한다.

마이쿠키디어 홈페이지
마이쿠키디어 홈페이지

< 마이쿠키디어 홈페이지 : www.mycookidea.com >

동일한 아이템이 이미 3년 전에 미국에 존재했고, 얼핏 보면 비전도 그다지 있어 보이지 않는다. 모방도 쉬운 아이템이기도 하다. 하지만 CEO와 구성원이 고객만족을 목표로 열심히 노력하며 꿈을 키우고 있다. 아직 큰 돈을 벌고 있지는 않지만, 성장을 목표로 새로운 아이템에도 조금씩 조금씩 도전을 모색하고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새로운 시도를 하라', '배워라', '도전하라'는 말이 넘쳐난다. 그 말대로, 어학, 말하기, 자격증, 사진 등 배울 거리는 대단히 많다. 그렇다면 자신을 위해, 그리고 몸담고 있는 회사의 발전을 위해 그 많은 것 중 뭘 배워야 할까? 대학생 이하의 나이라면 3D프린팅을 비롯해, 자신과 적성이 맞는 새로운 아이템이면 뭐든 배워보길 권한다. 다만 직장을 다니고 있거나 새로운 직업을 모색하고 있다면 3D프린팅 등의 새로운 아이템에 접근할 때 주의 깊게, 조심스럽게 진행하길 당부한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당장 수익을 내지 않으면 안되기에), 자신이 알고 있고 경험한 것과 지금 배우려는 것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즉 하나에 하나를 더해 '둘'이 아니라 '셋 이상'의 효과를 얻어야 한다. 물론 일반인들, 특히 기계(?)에 막연한 두려움이 있는 이들에게 3D 프린팅을 배운다는 건 인생의 큰 도전이다. 두려움이 앞서니 시너지 효과는커녕 자신이 덤벼 볼 분야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2014년 9월 독일의 지멘스가 독일의 보쉬에 가전 분야 지분을 모두 넘겼다. 지멘스의 가전 사업부문이 적자를 내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거의 같은 시기에 미국의 GE는 스웨덴 일렉트로룩스에 역시 가전 분야를 매각했다. 매각 대금이 무려 3조 원이다. 흑자를 내는 사업 분야를 파는 회사가 있고, 거금을 들여 이를 사들이는 회사가 있다. 인수 및 매각에 참여한 회사 중 손해라고 생각하는 회사는 없을 것이다. 양쪽 모두 충분히, 신중히 고려한 후 협상을 추진한다. 중요한 것은 흑자 구조임에도 미래 전략상 사업부서를 매각한다는 점이다. 흑자를 내고 있더라도 그 분야보다 더 매력적이고 미래적인 분야에 매진하기 위해서다(지멘스와 GE는 모두 에너지 사업에 전념하기 위해 사업부 매각을 추진했다).

과거에는 한 우물만 파는 걸 현명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지금은 한 우물을 파긴 파되, 기술 변형과 사회 흐름을 읽어 적절한 변신을 지속하는 기업만이 살아 남는다. 대기업이든 소상공인이든 마찬가지다. 새로운 배움이 없다면 변신 자체가 불가능하다. 자신과 자신의 회사에 새로운 핵심 역량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어떻게든 그 핵심 역량을 배우거나 사와야 한다.

지금 우리는 위태위태한 다리를 건너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제조업으로 성공하기란 불가능하다는 말도 나온다. 중국 등지의 모방이 두려워 새로운 일을 벌이기를 주저한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에서는 제도권 교육에서 창의창조 교육을 활성화시키고 있다. (앞선 연재 참조)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당장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 내지 못하면 영원한 'Fast Follower'로 전락하고 만다.

이제 연재를 마무리한다. 연재를 진행하며 메일이나 전화로 여러 조언과 문의를 받았다. 필자는 '좀 더 신중히 3D프린팅에 접근하기를 권한다'는 답변을 자주 했다. 꿈을 꺾으려는 게 아니라 준비가 거의 안된 도전으로 보여서다. 필자는 3D프린팅 스타트업을 막연하게 부추기고 싶지 않다. 남과 다른 창조를 하려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혀서 나만의 것으로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다음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전달한다는 순수한 의도가 꾸준히 이어진다면, 우리나라에서도 3Doodler와 같은 글로벌 신제품이 나올 수 있다. 앞서 예로 든 마이쿠키디어는 CEO가 대학생 때 창업해서 이제 2년 된 스타트업이고 현재 구성원은 5명이다. 직장인도 아닌 대학생이면 그야말로 미생 중의 미생이다. 미생이라 취급 받을 5명이 옹기종기 즐겁게 꿈을 키우고 있다. 얼마나 멋지고 훌륭한가?

스마트폰을 들고 무의미하게 흘러 보내는 시간을 줄이고,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고 익혀라. 그리고 나만의 생각 공장에서 나만의 새로운 창조물을 만들어 내보자.

글 / 김영준 (3dbiz@naver.com)
한국 3D프린팅비즈니스코칭센터(K3DBC) 대표 겸 창의 혁신 강사.
새로움에 도전하기를 즐거워 하는 사람. 20건이 넘는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18년 간 3D 설계 및 개발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 현재 3D프린팅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바로잡고자 3D프린팅 관련 서적을 출간했다(<3D프린팅 스타트업, 라온북>)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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