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다른 앱 장터를 금지하는 이유

강일용 zero@itdonga.com

[IT동아 강일용 기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누구 것일까요?"

대부분의 사용자가 '구글'이라고 답할 듯하다. 윈도 운영체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것이고, OS X과 iOS는 애플의 것이니 합리적인 추론이다. 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온전히 구글의 것이 아니다. 구글은 단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개발을 주도하는 회사일 뿐이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관해 가지고 있는 권리는 직접 개발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원본 소스와 'Android'라는 상표 그리고 안드로이드 로봇 마스코트뿐이다.

구글 안드로이드
구글 안드로이드

왜 그런 걸까?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오픈소스(열린 소프트웨어)로 공개했기 때문이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출시하면서 오픈소스 라이선스 가운데 하나인 '아파치 라이선스 2.0 버전'을 채택했다.

오픈소스 라이선스의 형태는 다양하다. 단순히 저작권을 명시하고 원본에서 무엇을 바꿨는지 정도만 고지하면 되는 라이선스(즉, 제약이 적은 라이선스)부터, 수정한 부분의 프로그래밍 코드를 누구나 볼 수 있게 공개해야 하고 다른 이들에게 2차 라이선스를 주는 것을 금지하는 라이선스(제약이 많은 라이선스)까지.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채택한 아파치 라이선스 2.0 버전은 제약이 매우 적은 오픈소스 라이선스다. 일단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누구나 가져다가 상업적(영리 행위)으로 이용할 수 있고, 자유롭게 수정하고 배포할 수 있다. 이렇게 수정한 버전을 타인에게 다시 라이선싱 해주는 것(2차 라이선스)도 가능하다. 심지어 관련된 신기술을 개발하면 특허 신청도 할 수 있다(이 부분 때문에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진행될 수록 원 저작권자 개념이 모호해진다). 단지 운영체제 내부나 운영체제 배포처에 라이선스 형태 및 원 저작권자(구글)를 명시하고, 변경사항이 있을 경우 무엇을 바꿨는지 만 구체적으로 적어두면 된다. 이렇게 열려 있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라이선스 정책을 '안드로이드 오픈소스 프로젝트', 줄여서 AOSP라고 부른다. 다시 말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AOSP'인 것이다.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수정한 부분의 프로그래밍 소스 코드를 공개할 의무가 없다. 그렇게 제약이 심한 라이선스는 아파치 2.0 버전이 아니라 GPL이다)

즉,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원할 경우 언제나 뜯어고칠 수 있다는 것. 구글의 전략은 주효했다. 자유로움을 바탕으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급격히 점유율을 늘려나갔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한 스마트폰은 지난해(2014년) 총 10억 4,270만 대 판매됐다. 전체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이 12억 8,350만 대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비중이 81%에 이른다. 세계 스마트폰 사용자 5명 가운데 4명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AOSP
AOSP

안드로이드는 내 것이 아니어도 플레이 스토어는 내 것이지

그렇다면 구글은 온전히 자신의 소유도 아닌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왜 이리 열심히 개발하고 있는 걸까? 구글의 모바일 서비스(구글 앱스)를 사용자들에게 보급하기 위해서다. 대부분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는 구글의 서비스가 기본 탑재돼 있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 구글 검색, 지메일, 유튜브 등 스마트폰의 활용성을 더욱 크게 늘려주는 서비스들이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보급되면 보급될수록 구글 서비스의 사용자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다. 서비스의 사용자가 늘어나는 만큼 구글의 수익도 함께 증가한다. 이것이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수익구조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AOSP에 따라 열려있지만, 구글의 모바일 서비스는 그렇지 않다. 구글 만의 것이다. 구글의 모바일 서비스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탑재하려면 구글의 까다로운 인증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구글의 모바일 서비스 앱을 임의로 변조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처럼 구글의 모바일 서비스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만난 것을 우리는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라고 부른다. 오픈소스와 클로즈드 소스가 뒤엉켜있는 구글 만의 운영체제다.

실제로 갤럭시나 G 시리즈 등 국내에 출시된 스마트폰을 살펴보면 사용자 환경 및 몇 가지 기본 앱 같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영역에 속한 부분은 제조사만의 특징이 가미되어 있지만, 구글의 모바일 서비스는 아무런 변경 없이 순정 그대로 탑재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구글이 자신의 서비스에 손대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의 입김이 전혀 없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달리 구글의 모바일 서비스는 구글의 뜻대로 운영되고 있다. 때문에 구글과 개발사간에 몇 가지 마찰이 발생했다. 마찰을 불러일으킨 대표적인 정책이 자사의 앱 장터 '플레이 스토어'에서 다른 앱 장터 앱을 금지시킨 것이다. 플레이 스토어에는 앱을 판매하는 앱, 즉 앱 장터가 올라오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때문에 다른 앱 장터 사업자는 앱 장터 앱을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배포하거나,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하는 형태로 제공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러한 정책 덕분에 구글은 자신의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 사용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이지만, 구글의 모바일 서비스 역시 이에 못지 않게 절실하다. 앱 장터(플레이 스토어), 웹 브라우저(크롬), 이메일 클라이언트(지메일), 동영상 감상 앱(유튜브)이 없는 스마트폰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제조사들은 사용자들의 요구에 맞춰 구글의 모바일 서비스를 기본 탑재했다. 자연스럽게 대부분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됐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구글 플레이스토어
<구글 플레이 스토어>

구글의 권리냐, 횡포냐

얼핏 보면 구글의 정책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자사의 모바일 서비스를 자사의 정책에 맞춰 운영하는 것은 기업의 권리다. 하지만 그 권리가 남용돼서는 곤란하다. 현재 구글 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개발을 주도하는 회사란 점을 이용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속해 있던 것을 구글의 것으로 바꾸고 있다는 점. 쉽게 말해 '줬다가 도로 뺏어 가고 있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사례가 앞에서 언급한 플레이 스토어에서 앱 장터 앱을 금지시킨 것이다. 안드로이드 2.3(진저브레드) 시절까지만 해도 플레이 스토어는 구글의 것이 아니었다. '안드로이드 마켓'이라는 이름으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속해 있었다. 당연히 다른 회사들도 자유롭게 앱 장터 앱을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4.0(아이스크림 샌드위치)이 공개되며 안드로이드 마켓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플레이 스토어가 들어섰다. 앱 장터가 모두의 것에서 구글의 것으로 바뀌며 앱 장터 앱은 모조리 퇴출 당했다.

*해당 부분에 관해 사실 관계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구글에서 정정보도 요청이 왔습니다. 안드로이드 마켓 시절부터 구글의 소유로 제 3자 앱 장터는 금지 사항이었으며, 플레이 스토어로 이름을 바꾸면서 규정 적용을 더욱 강화했다는 내용입니다. 사실 관계 확인이 부족했던 점 독자 분들께 사과 드립니다.

물론 구글의 입장에서도 할말은 있다. 안드로이드 마켓 시절부터 앱을 올리기 위한 서버 호스팅을 모두 구글이 감당한 만큼 모두의 것이 아닌 구글의 것인 게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만약 자사의 앱 장터를 탑재하고 싶다면 그에 맞춰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뜯어 고치면 된다. 예를 들어 네이버가 자사의 앱 장터(네이버 앱스토어)를 사용자에게 제공하고 싶다면 구글의 모바일 서비스 대신 네이버의 모바일 서비스를 탑재한 '네이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개발하면 된다.

실제로 전세계 곳곳에서 구글의 모바일 서비스를 제거하고 자사의 모바일 서비스를 추가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속속 개발되고 있다. 우리가 흔히 '변종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라고 부르는 그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아마존 파이어OS(아마존 앱스 +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OPPO 컬러OS(중국 이동통신사의 앱 + Cyanogenmod), 샤오미 미우이(샤오미 앱스 +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등이다. 세 운영체제 모두 자신만의 앱 장터(아마존 앱스토어, 중국이동통신사의 앱 장터, 샤오미숍)가 플레이 스토어 대신 기본 탑재되어 있다. 변종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점유율 역시 급상승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ABI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2억 600만 대의 스마트폰에 탑재되어 출하됐고, 변종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8,500만 대의 스마트폰에 탑재되어 출하됐다. 둘의 판매 비율이 약 2:1 수준까지 따라 잡힌 것이다.

때문에 국내 앱 장터 사업자(네이버, SK플래닛, KT, LG U+)도 변종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출시하면 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변종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대부분 내수 시장에 기대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의 비호 하에 내수 시장에서 나름 탄탄한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는 중국 기업과 국내 기업을 같은 선상에 올려놓고 비교할 수는 없다. (파이어OS는 쫄딱 망했으니 논외로 하자)

원플러스 원
원플러스 원
<변종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컬러OS>

운영체제로 겨루던 시대는 끝나… 이제 앱 장터로 겨루는 시대

구글은 왜 앱 장터에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까. 앱 장터가 바로 모바일 운영체제 생태계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와 iOS가 기존 모바일 운영체제보다 우월한 점이 바로 앱 장터다. 앱을 편리하게 내려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모든 것을 바꿨다. 사용자의 스마트폰 활용도를 높였고, 개발사에게 큰 이익과 비즈니스 기회를 가져다 줬다. 이제 모바일 운영체제의 경쟁력은 앱 장터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iOS가 경쟁하던 시대는 끝났다. 서로가 서로를 닮는 지속적인 업데이트로 둘 다 훌륭한 운영체제가 됐기 때문이다. 이제 플레이 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가 경쟁하는 시대다. 하지만 구글은 애플 앱스토어뿐만 아니라 변종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탑재된 다른 앱 장터와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펼쳤던 AOSP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상황이 이런 만큼 구글의 폐쇄적인 앱 장터 정책은 한동안 변함이 없을 전망이다. 국내 앱 장터 사업자는 나름 활로를 개척하거나, 힘든 시기를 보낼 수밖에 없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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