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논 변주곡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나요?

이상우 lswoo@itdonga.com

[IT동아 이상우 기자] 얼마 전 미국 팝 가수 데릭 블락이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소속 가수 태양의 노래 '눈, 코, 입'의 음원을 무단 사용해 물의를 일으켰고, YG는 이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자신의 음악에 다른 사람이 만든 음원의 일부를 그대로 쓰는 것은 엄연한 저작권법 위반이다. 물론 이를 허용하는 상황도 있다. 원저작자에게 사용료를 지급하거나 저작자의 허락을 얻으면 된다.

저작권
저작권
그런데 우리가 흔히 듣는 음악 중에는 아주 먼 옛날 만들어진 노래를 차용하거나 이를 재해석해 다시 부르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독일의 작곡가 요한 파헬벨(Johann Pachelbel)의 캐논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수많은 음악에 사용됐다. 이처럼 오래 전 세상을 떠난 작곡가의 음악을 사용한다면 저작권료는 누구에게 지급해야 하며, 어떻게 사용을 허락 받아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저작권(정확히는 저작재산권)이 소멸됐기 때문에, 별도의 사용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 이는 지난 1887년 12월 발효된 베른협약 때문이다.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은 저작자 사후 50년까지 저작재산권을 보호하며, 한국과 미국 등 일부 국가는 70년으로 조금 더 엄격하다. 현재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전세계 160여 개 국가가 이 협약에 가입했다.

베른협약 가입국
베른협약 가입국

<베른협약 가입국, 출처: 위키백과>

우리나라의 저작재산권 보호 기간에 잠깐 알아보자. 앞서 말한 것처럼 저작자 사망 후 70년간 존속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2013년 7월 1일 이후 적용, 이전까지는 50년), 공동 저작물인 경우에는 맨 마지막으로 사망한 저작자가 기준이다. 만약 저작자의 사망 시점을 알 수 없는 경우에는 이러한 원칙을 적용할 수 없다. 따라서 해당 콘텐츠가 공표된 시점을 기준으로 70년간 저작재산권을 보호한다.

앞의 사례처럼 저작재산권이 소멸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퍼블릭 도메인' 혹은 혹은 'CC0(Creative commons Zero)'라고 부른다. 특정 조건하에 콘텐츠를 자유롭게 가져다 쓸 수 있는 CCL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참고: CCL, http://it.donga.com/14685/).

퍼블릭 도메인
퍼블릭 도메인

퍼블릭 도메인이 되는 경우는 크게 3가지다. 앞서 말한 저작자 사망이 대표적인 사례며, 저작자 스스로 저작재산권을 포기한 경우, 법에 의해 자동 소멸되는 경우 등이 있다.

이제 저작자 스스로 저작재산권을 포기한 경우에 관해 알아보자. 자신의 블로그나 홈페이지에 올린 사진에 저작권을 포기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다른 누군가가 '이 사진 사용하고 싶은데 사용료는 얼마면 될까요?'라고 물으면 '그냥 사용하셔도 돼요'라고 대답하면 된다. 하지만 더 정확한 방법은 사진에 퍼블릭 도메인이라는 표시를 하면 된다(http://creativecommons.org/choose/zero/). 사진 게시물의 URL을 입력하고, 저작권 포기에 관한 항목에 동의하면 HTML 태그가 생성된다. 이 태그를 게시물 아래에 붙여넣으면 다음과 같은 마크가 생긴다.

퍼블릭 도메인임을 표시한
사진
퍼블릭 도메인임을 표시한 사진

<블로그 게시물이 퍼블릭 도메인임을 표시한 모습>

이런 퍼블릭 도메인을 모아놓은 사이트도 있다. 다양한 사례가 많지만, 필자가 활동하는 사이트는 픽사베이(http://pixabay.com/)다. 이 사이트는 저작권에서 자유로운 사진이나 이미지를 공유하는 곳이다. 사용자가 별도의 허가 요청이나 사용료 지급 없이 상업적 혹은 비상업적으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물론 콘텐츠에 따라 상표, 광고, 개인정보보호 등이 적용될 수도 있다). 심지어 출처나 저작자를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

마지막으로 법률에 의해 퍼블릭 도메인이 되는 경우를 알아보자. 우리나라의 경우 '저작권법'을 기준으로 특정 저작물의 저작성을 인정하되 누구나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제공한다. 대표적인 것이 헌법이다. 헌법은 일종의 저작물이지만, 누구나 그 내용을 자유롭게 인용할 수 있다. 같은 개념에서 법률, 조약, 명령, 조례, 규칙,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고시, 훈령, 공고, 법원의 판결, 결정, 명령 등의 심판이나 행정심판 절차 등도 해당한다.

언론사의 보도도 경우에 따라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콘텐츠다. 시사성이 있는 소재를 기자(혹은 기고자)가 주관적인 비평, 문체, 논평 없이 단순한 사실 전달에 불과하다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이 보도와 함께 게재된 사진은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경우 따로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다.

콘텐츠를 자유롭게 쓰는 것은 새로운 창작을 위한 발판이라 할 수 있다. 원저작자는 자신의 재능을 기부할 수 있으며, 콘텐츠 사용자는 번거로운 절차 없이 여러 콘텐츠를 확보하고 새로운 저작물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하지만 퍼블릭 도메인은 저작재산권에 관한 제한을 자유롭게 푸는 것이지, 저작인격권을 포기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저작인격권이란 저작자가 자신의 작품에 관해 가지는 인격적, 정신적 이익을 보호하는 권리다.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공개하고, 콘텐츠의 저작자임을 명시할 수 있는 권리라는 의미다. 저작인격권은 일신전속권으로, 오직 저작자 본인만 행사할 수 있는 권리다.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거나 상속할 수 없다.

앞서 블로그 사진 이용에 관한 예를 다시 떠올려보자. 원저작자가 사진을 자유롭게 사용해도 좋다고 허락했다고 해서, 콘텐츠 사용자가 '이 사진, 제가 찍었어요'라고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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