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3D프린터의 세계] (4) 3D프린터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③
싣는 순서
(1) 3D프린팅은 뜬구름 같은 거품? Vs. 산업혁명의 기폭제? (http://it.donga.com/20140/)
(2) 3D프린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① (http://it.donga.com/20186/)
(3) 3D프린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② (http://it.donga.com/20251/)
(4) 3D프린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③
(5) 3D프린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④
(6) 3D프린팅 역사 제대로 알기
(7) 3D프린팅 이렇게 접근하라 ①
(8) 3D프린팅 이렇게 접근하라 ②
(9) 배워라. 새로운 배움만이 새로운 길을 연다.
[IT동아] 2015년 1월 현재 일본에서는 일본 광고 사상 최초로 3D프린터 CF가 지상파를 통해 방송되고 있다. 30초의 짧은 광고지만, 일본 최초이기에 일본 사람들도 CF를 유심히 쳐다본다. 흥미로운 점은 3D프린터 제조사가 만든 CF가 아니라는 것이다. 전자제품 회사에서 냉장고나 에어컨을 광고하듯 3D프린터 회사에서 CF를 제작했을 거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데아고스티니(DeAgostini)'라는 출판사에서 만들었다.
<데아고스티니사 홈페이지 캡쳐 -
www.deagostini.jp/mtp/pretop>
도대체 출판사에서 왜 3D프린터를 광고하는 걸까? 그것도 일본 최초의 3D프린터 광고이거늘. 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이번 연재에서는 '3D 프린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중 3D프린터의 대중성에 대해 알아보자.
3D프린팅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어린이면 어린이가 접근 가능한 수준에서, 어른이면 어른에 어울리는 수준으로 3D프린팅을 즐길 수 있다. 이 때문에 '누구나 생산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3D 프린터를 제3의 산업혁명을 일으킬 도구'라고 부른다. 무엇이 그리 대단하길래 이리 칭송하는지 핵심만 간단히 살펴보자.
우리나라에서 3년 전만 하더라도 3D프린터라는 명칭을 들어본 사람이 거의 없었다. 언론에서도 언급이 없었고 대충이라도 아는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보통 RP(Rapid Prototype)라 부르는 시제품 제작을 위한 비싼 기계 정도로 취급됐다. 그 당시 쓸만한 수준의 시제품 결과물을 얻으려면 1억 원 이상을 들여 RP(3D프린터)를 사야 했다. 그러니 3D프린터를 접해본 사람은 대기업 아니면 정부 연구기관에 다니는 일부에 불과했다. 더구나 그들의 사용 빈도도 그리 높지 않았다. 막상 몇 억을 들여 도입했지만 새로운 시제품을 항상 제작하는 것도 아니고, 프린팅 재료비도 비싸 자주 활용하기에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연구소의 연구용 장비일 뿐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 거의 매일 3D프린터에 관련된 이야기가 뉴스에 등장한다. 해외에서는 '자동차를 3D프린터로 만들었다', '집을 3D프린터로 만들었다'는 둥 듣기만 해도 신기한 소식이 나오고, 국내에서도 '연골 이식을 했다', '초콜릿 3D프린터를 국내 기업이 출시했다'는 등 이슈가 끊임없이 흘러 나온다. RP라고 부르던 연구소 한 켠의 비싼 장비, 그래서 아무나 만지기 어려운 장비였던 3D프린터가 산업계의 화두가 됐다. 왜냐하면, 3D프린터를 만들고자 마음 먹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기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이에 영국 바스 대학의 아드리안 보이어(DR. Adrian Bowyer) 교수는 3D프린터 역사상 매우 훌륭한 생각을 실천했다.
아드리안 보이어 박사 <위키피디아>
누구나 3D프린터를 만들 수 있도록, 2004년부터 렙랩(Raprep)이라는 프로젝트을 운영했고, 그 연구 결과를 인터넷에 모두 공개한 것이다. 이는 GPL(General Public License)로 일컫는 공개 소스 라이선스를 말한다. 이로써 렙랩의 결과물은 상업적으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 3D프린터 업체인 스트라타시스(Stratasys)가 보유한 FDM 방식의 특허권이 2009년 만료되면서, 2004년부터 연구해 온 렙랩 프로젝트가 빛을 발하게 됐다. 이 시점부터 독자 여러분들이 한번 쯤은 들어본 국내외 주요 3D프린터 메이커부터 중국산 3D프린터 제품까지 개인용 3D프린터가 봇물 터지듯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미국, 네덜란드 등 앞선 나라들에 비해 약 1~2년 뒤에 붐이 일었다. 음식, 건축 등 다양한 재료의 다양한 시도가 가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3D프린터의 역사는 이후 연재에서 자세하게 다룬다).
즉 대단히 어려운 기술은 아니기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면 누구나 3D프린터를 만들 수 있다. 대부분의 산업 기술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진입/접근 장벽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렇게 유용한 결과물을 내면서 일반인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기술이 또 있을까?
다시 일본의 3D프린터 CF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그렇다면 3D프린터 제조사가 아니라 출판사에서 왜 3D프린터 광고를 하고 있을까?
<2015년 1월 5일부터 매주 발간되고 있는 DeAgostini 출판사의 3D프린터 잡지>
이 출판사에서는 위와 같이 매주 잡지를 구독자에게 배송하여 3D프린터 정보를 준다. 모델링 하는 방법과 3D프린터의 부속물을 부분부분 배송하여 55주가 지나면 실제 자신이 조립한 프린터를 갖게 되고, 이를 통해 모델링과 출력을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는 수준이 되도록 한다. 다시 말해 1년 간 매주 조금씩 미션 달성을 하면, 1년 후 3D프린터 전반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필자는 한 가지 의아한 점이 생겼다. 55주나 걸려서 3D프린터를 만드는 잡지를 과연 누가 볼까?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이 출판사에서는 '로비(Robi)'라는 귀여운 로봇과 드론도 같은 방식(잡지와 실물의 연계)으로 판매하고 있다(드론은 2월부터 제공 예정). 학생들이나 직장인 등 3D프린터, 로봇, 드론과 직접 관계없는 사람들에게 차근차근 정보를 주어 실제 제품을 자신이 조립하는 기쁨을 주려는 의도다.
여기서 흥미로운 부분이 하나 더 있다. 데아고스티니 출판사는 일본 회사가 아닌 이탈리아 회사다. 일본은 글로벌 지사 중 하나라는 점이다. 영국의 한 교수에 의해 3D프린터가 대중화됐고, 이를 이용해 이탈리아 출판사가 모형과 잡지를 연계하여 일본에서 수익을 내고 있는 것이다. 현재 데아고스티니 홈페이지 페이스북의 '좋아요' 개수 중 일본인이 등록한 게 14만 8천 건이다.
여담이지만 최근 일본의 개방성에 매우 놀란다. 작년부터 일본 내 인기 스마트폰 판매량 탑5는 모두 아이폰(아이폰 64기가, 32기가 등등)이다. 샤프와 소니에게는 위기의 상황이다. 개인용 3D프린터도 이탈리아 기업이 TV CF를 통해 일본에서 초반 생태계를 휘어 잡을 것으로 보인다(글로벌 시대이긴 하지만 일본의 폐쇄성이 이렇게 한 순간에 사라진다는 게 참 놀랍다). 이처럼 3D프린터의 대중적 보급은 파괴적인 상황(3차 산업혁명 운운하는)을 연출하게 된다.
우리나라 출판사를 예로 들어보자. 필자는 책을 좀 폭넓게 보는 편이다. 거의 매주 일요일 서점에 간다. 3D프린터 대중화에 관심이 많기에 책을 보면 주제에 상관없이 3D프린터와 연계해 고민하곤 한다. 또한 아이들 책부터 어른들 책까지 두루두루 본다. 지나가다 아주 귀여운 캐릭터가 있는 어린이 책이 눈에 뜨였다. 제목이 <혼자노는 심심이>라 혹시 '심심이'라는 스마트폰 앱(카카오톡과 유사한 UI로 무상무념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앱)과 연관된 것인지 확인했다. 물론 그와 아무 관계 없었지만, 책 속의 캐릭터를 클레이점토로 예쁘게 만든 사진에 시선이 멈췄다.
<생각벌레 블로그 캡쳐 : http://blog.naver.com/thinkingbug>
심심이 캐릭터 인쇄를 넣어 만든 머그컵과 캐릭터를 자수로 표현한 것들이다. 캐릭터를 부각하려 다양한 방법을 고민했고 그 결과물도 나름대로 예쁜 듯하다. 3D프린터가 있다면 여기서 한단계 더 발전할 수 있다. 캐릭터 모델링(3D 데이터)을 고객에게 팔 수도 있고, 더불어 우수 고객에게는 그 사람만을 위한 캐릭터를 3D프린터로 만들어 줄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캐릭터를 3D화하여 책과 함께 부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
그렇다고 3D프린팅 설비를 바로 도입할 필요는 없다. 3D프린팅이 가능한 업체와 계약을 맺고 의뢰 및 판매를 같이할 수 있고, 제작만 업체에 의뢰하고 판매는 직접해도 좋다. 시간을 좀 낼 수 있다면 3D프린팅 기술을 하나둘 배우고 익히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3D프린팅이 내 사업에 '쏘옥' 들어와 있을 것이다. 3D프린터를 통한 캐릭터 수익이 도서 판매 수익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
2008년 미국에서 애플 아이폰이 선풍적인 인기를 모을 때 우리나라에서는 피쳐폰(일반 2G 휴대폰) 판매가 한창이었다. 심지어 국내 한 대기업은 외부 유명 컨설턴트로부터 '스마트폰이 대세를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답을 듣고서 스마트폰 개발을 소홀히 했다가 큰 낭패를 보기도 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지금 주변에 3D프린터를 쉽게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대비를 안하고 있다가는 큰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아니 기회를 얻기는커녕 현재의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3D프린터의 보급은 앞서 언급한 캐릭터 산업을 급속도로 키울 것이며, 반면에 전통적인 완구 제조업을 크게 위협하게 될 것이다.
앞서 출판사를 예로 들어 설명했지만 3D프린터로 인한 기회와 위협은 다양하게 존재한다. 컴퓨터를 이용하는 방법에 제한이 없는 것과 다름 아니다. 이제 막 보편화로 들어서는 3D프린터의 세계를 그냥 구경만 하겠는가? 아니면 기회와 위협을 알아보고 대처하는 게 옳겠는가?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글 / 김영준 (3dbiz@naver.com)
한국 3D프린팅비즈니스코칭센터(K3DBC) 대표 겸 창의 혁신 강사.
새로움에 도전하기를 즐거워 하는 사람. 20건이 넘는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18년 간 3D 설계 및 개발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 현재 3D프린팅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바로잡고자 3D프린팅 관련 서적을 출간했다(<3D프린팅 스타트업, 라온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