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3D프린터의 세계] (3) 3D프린터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②

이문규 munch@itdonga.com

싣는 순서
(1) 3D프린팅은 뜬구름 같은 거품? Vs. 산업혁명의 기폭제? (http://it.donga.com/20140/)
(2) 3D프린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① (http://it.donga.com/20186/)
(3) 3D프린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②
(4) 3D프린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③
(5) 3D프린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④
(6) 3D프린팅 역사 제대로 알기
(7) 3D프린팅 이렇게 접근하라 ①
(8) 3D프린팅 이렇게 접근하라 ②
(9) 배워라. 새로운 배움만이 새로운 길을 연다

[IT동아] 모든 사물은 입체다.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든 게 아니라면 자연스러운 형태는 3D 형태의 사물이다. 산에 가면 등반로 입구에 세워져 있는 '그림 지도'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지도를 한눈에 알아보지 못해 한참 동안 쳐다본 기억이 한번쯤 있을 것이다. 평면에 그려진 지도는 한번에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원래 산은 입체 형태다. 입체 형태로 되어 있는 산을 인위적으로 평면화해 놓았다. 등산객들은 이런 평면 지도를 보며 다시 입체 형태로 상상하게 된다. 평면 지도를 한눈에 파악하기 어려운 이유다. 하지만, 입체 형태로 만든 산 모형을 보면 어떤가? 본인의 현 위치만 알면 산의 높고 낮음, 등산로 위치를 순식간에 파악한다. 네이버나 다음 등의 지도 서비스에 입체 지도 서비스가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반적으로 제조업체들은 제품 개발 프로세스 상에 시제품(목업, mock-up) 제작 단계가 있다. 시제품을 만들어 제품의 디자인, 신뢰성, 사용성을 평가한다. 특히 제품의 디자인 콘셉트를 정하는 단계에서는 제품 내부 설계를 생략하고 제품 외관만 디자인한 시제품을 만든다. 이걸 갖고 주요 관계자들이 모여 디자인 품평회(어떤 디자인 콘셉트가 좋은지 토론하고 결정하는 회의)를 실시한다.

이 부분에서 독자들께 질문 하나 하겠다. 왜 굳이 내부 설계도 안된 외관 디자인 확인을 위한 시제품을 만드는 걸까? 디자인만 확인한다면 3D 소프트웨어로 3D 모델링 형상을 만들어 모니터 상에서 이리저리 돌려가며 마음껏 확인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런데 왜 시간과 비용을 들여 기능 동작이 안 되는 깡통 상태의 디자인 시제품을 제작할까?

이는, 모니터 상의 3D 형상과 실제 실물과 디자인 감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럴듯하게 3차원 모델링을 해도 '모델링 상태로 모니터로 보는 것'과 '실제 3D 사물로 보는 것'은 확연히 다르다. 오히려 근래 들어서는 3D 모델링 상태가 실제보다 더 그럴 듯해 보이는 경우가 많다. 3D 소프트웨어의 입체 표현력이 실제보다 과장되기에 우리 눈이 속게 된다. 이에 대부분의 제조사에서는 디자인 목업을 반드시 만든다.

내용을 정리하면, 지도와 같은 2D 표현도 심지어는 정밀한 3D 모델링도 사람의 눈으로 보면 실물과 다르게 여긴다는 것이다. 디자인 시제품을 만들어 실물 확인하는 제조업계처럼, 의료업계에서 3D프린터로 모형을 만들어 수술의 질을 높이는 사례를 확인해 보자.

3D프린터
3D프린터

신장암 수술에 효과적으로 사용되는 일본 FASOTEC사의 신장 모형, 수술실 모습, 모형 암과 실제 암 비교 사진(http://biotexture.com/service/recommender/komai.html)

일본의 FASOTEC사에서 3D프린터로 제작한 신장 모형이 유용하게 사용되는 사례다. 신장은 간처럼 재생이 되지 않는 장기다. 신장암에 걸렸을 경우 정상 신장이 최대한 많이 남도록 시술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시도를 하기에는 신장에 동맥이 많아 자칫 잘못하면 출혈이 크게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암 부위와 동맥을 입체적으로 파악해야 효과적인 수술을 할 수 있다.

신장 모형을 사용하기 이전에는 CT나 MRI결과를 2차원 모니터로 보며 수술 방법을 머릿속으로 떠올려 시술에 들어갔다. 효과적인 수술에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환자의 신장 부위를 3D 데이터로 만들어 수술에 활용하면서 수술의 질이 높아졌다. 종양 제거 시 정상 신장을 최소로 잘라낼 수 있게 되었으며 동맥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 출혈을 최소화했다. 더불어 머릿속으로 상상한 신장과 실제 환자의 몸을 절개하여 바라본 신장의 모습의 차이 때문에 받는 의사의 부담감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그러니 제조사들이 디자인 목업을 지속적으로 만들고 있듯이, 의사들도 모형 적용 시술을 더욱 확대하지 않겠는가? 환자도 좋고 의사에게도 좋은 3D프린팅 모형 제작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3D프린터
3D프린터

백화점 수산물 코너의 물고기 3D 장식

위 사진은 백화점 수산물 코너에 갔다가 입체 조형이 보기 좋아 찍은 것이다. 물고기 장식을 입체 형상으로 만들어 벽에 붙여 놓았다. 매우 단순한 디자인과 색이지만 입체로 표현을 하니 생동감이 넘친다. 만약 2D 그림이나 사진으로 표현했다면 어땠을까? 나름의 느낌을 전달할 수는 있겠지만, 생동감을 표현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최근 이와 같은 입체 조형물 들이 크게 늘고 있다. 벽을 타고 올라가는 듯한 3D 고릴라 모형을 건물 외벽에 고정시켜 놓은 극장도 있고, 킹크랩 요리를 파는 식당에서는 사람만한 킹크랩 3D 모형을 건물 외벽에 붙여 놓는다. 2D 형태보다 3D로 표현하면 사람들에게 더 쉽고 친근하게 어필할 수 있기 때문에 돈을 들여서라도 모형을 만든다.

3D프린터
3D프린터

페라리(Ferrari)와 BMW

위 사진은 카페 2층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눈에 확 들어오는 광경을 목격하여 촬영했다. 좌측의 페라리와 우측의 BMW가 외관적으로 극명하게 대비된다. 페라리는 번쩍번쩍 광택이 나며 근육질 느낌의 도장 질감이 살아 있다. 반면 BMW는 매우 평면적이며 차분한 느낌이다. 또 하나 큰 특징으로 페라리는 뒤 유리창을 통해 엔진이 보인다. 일반차라면 사람이 앉아야 하는 자리에 엔진이 떡 하니 놓여있다. 그리고 유리창을 통해 엔진 외관을 그대로 보여준다. 사람으로 치면 마치 심장을 보여주는 듯하다. 필자는 페라리를 보면서 근육질 남성의 심장이 뛰는 걸 바로 연상했다. 그것도 매우 강렬하게! 달리고 있는 페라리를 본 게 아니다. 가만히 서 있는 차를 보고 이런 느낌을 받았다. 페라리는 엔진과 외관을 입체적으로 보여주어 다른 차들과 격이 다르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존에 없던 '입체 형상 아이디어 상품'을 보자.

3D프린터
3D프린터

얼굴 측면을 형상화한 꽃병(GIF 애니메이션: https://www.kickstarter.com/projects/1748775367/fahz-its-your-face-in-a- vase)

미국 뉴욕에 위치한 스타트업 기업인 Fahz사는 사람의 측면 얼굴을 형상화한 꽃병을 선보였다. 꽃병은 3D프린터로 제작했다. 얼굴 측면 라인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2명의 얼굴을 한 꽃병에 형상화한 것이다. 의뢰 고객만을 위한 맞춤형 상품이다. 프로포즈에 사용할 수도 있고 결혼식에도 사용할 수 있겠다. 단순한 사람의 측면 라인을 입체화해 기존에 없던 형상을 고객에게 전달한다.

우리는 3D 형상을 2D보다 자연스럽게 여긴다. 장기 모형을 활용한 수술은 의사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환자에게 이롭다. 때문에3D프린터를 이용해 만든 모형 활용 수술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실제 2015년 3D프린터 관련 정부 예산 중 약 30%가 환자 맞춤형 의료를 위해 책정됐다. 제대로 결과를 만들어 낸다면 당장 효과내기에 적합한 투자로 보인다). 또한 고객들은 그림이나 시시한 간판 등 2D 평면 일색의 홍보 수단에 식상해 한다. 고객을 모이게 하려면 기존과 달리 입체 형상물을 만들고, 입체 형상에 아이디어를 더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대가 왔다.

입체 형상을 만드는데 매우 유용한 3D프린터.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각광을 받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3D 프린터는 나와 상관이 없는 기계가 아니라, 내 사업에 도움이 되는 창의적 발상 도구다. 하지만 누구는 이 도구를 이용해서 고객을 모으고 누구는 관심조차 없다.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글 / 김영준 (3dbiz@naver.com)
한국 3D프린팅비즈니스코칭센터(K3DBC) 대표 겸 창의 혁신 강사.
새로움에 도전하기를 즐거워 하는 사람. 20건이 넘는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18년 간 3D 설계 및 개발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 현재 3D프린팅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바로잡고자 3D프린팅 관련 서적을 출간했다(<3D프린팅 스타트업, 라온북>).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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