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10 개봉박두] IE가 아닙니다, '스파르탄'입니다

강일용 zero@itdonga.com

[IT동아 강일용 기자] 마이크로소프트(MS)는 윈도10과 함께 새로운 웹 브라우저를 공개할 예정이다. 코드네임 '스파르탄(Spartan)'. MS의 인기 게임 프렌차이즈 '헤일로 시리즈'의 주인공이 소속된 특수 부대의 이름이다. MS의 음성 비서 서비스 '코타나'가 헤일로 시리즈의 여주인공 이름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주인공과 여주인공의 이름을 모두 프로젝트의 코드네임으로 투입한 것이다. 그만큼 MS가 스파르탄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파르탄
스파르탄

IE (X), 스파르탄 (O)

스파르탄은 인터넷 익스플로러12(IE12)가 아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IE)에서 독립한 완전히 새로운 웹 브라우저다. 왜 MS는 IE 대신 스파르탄을 시장에 투입하는 걸까.

미국의 IT전문지 지디넷(ZDNet)의 MS 전문기자 매리 조 폴리에 따르면 스파르타의 출시 목적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윈도 운영체제에서 벗어나 다른 운영체제와 플랫폼에도 공급하기 위해서다. 둘째는 기존 IE의 잔재를 벗어 던지고 새로운 웹 브라우저로 거듭나려는 것이다.

IE는 윈도만을 위한 웹 브라우저다. 구글 크롬, 모질라 파이어폭스 등 경쟁 웹 브라우저는 윈도뿐만 아니라 OS X, 리눅스 등 다른 운영체제로도 출시됐다. 반면 IE는 꾸준히 윈도의 기본 웹 브라우저 자리를 지켰다. '윈도=IE'라는 공식을 성립시킬 정도로.

물론 윈도 외에 다른 운영체제로 외도(?)한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MS와 애플의 계약에 따라 1997년부터 2000년까지 OS X용 기본 웹 브라우저로 채택된 바 있다. 하지만 애플이 자체 웹 브라우저 사파리를 개발함에 따라 MS는 OS X용 IE 개발을 중단하고 철수를 선언한다. 이후 IE는 윈도 전용 웹 브라우저의 자리를 고수했다.

IE는 윈도에 종속적인 웹 브라우저다. 윈도98에 '액티브 데스크탑'이라는 기능이 추가된 이래 윈도와 IE는 한 몸처럼 움직였다. IE가 웹 페이지를 표시하기 위해 사용하는 명령어 가운데 IE만 접근할 수 있는 윈도 전용 명령어가 섞여 있을 정도다. 당연히 웹 표준과는 담을 쌓았지만, IE의 점유율이 워낙 높아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모바일 시대가 도래하고 윈도의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IE의 영향력도 덩달아 감소했다. 특히 크롬의 비상이 치명적이었다. 때문에 한때 90%를 육박하던 IE의 시장점유율은 2014년 기준 55% 내외로 주저앉았다(넷애플리케이션즈 조사). 그나마 이것도 윈도의 영향력이 아직은 건재한 PC 시장 얘기다. 모바일 시장에서 IE의 점유율은 기타로 집계될 만큼 형편없다.

스파르탄은 이러한 IE의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해결책이다. 윈도의 종속적이던 IE 대신 플랫폼에서 자유로운 스파르탄을 출시해 윈도뿐만 아니라 OS X, 리눅스, 안드로이드, iOS 등 다른 컴퓨터/모바일 운영체제로 진출을 꾀하려는 것이다.

스파르탄은 윈도 전용 명령어를 제거하고, 웹 표준을 철저히 준수해 어떤 플랫폼에서든 실행될 준비를 마쳤다. 먼저 윈도10용을 선보이고, 이후 여러 플랫폼으로 그 범위를 확장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사용자들은 곧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애플 아이폰에서도 MS의 웹 브라우저를 만나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기존 IE의 잔재를 벗어 던지고 새로운 웹 브라우저로 거듭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크롬스러운(Chrome-Like)' 웹 브라우저가 되겠다는 것이다. 스파르탄은 복잡하고 어려워 보이는 기존 IE의 사용자환경(UI) 대신 크롬처럼 간결하고 쉬워 보이는 UI를 채택해 사용자의 접근성을 높일 예정이다.

스파르탄
스파르탄

<중국의 IT 매체 CN베타를 통해 유출된 스파르탄의 모습>

'크롬스러운'은 단순히 사용자환경에 머무르지 않는다. 웹 브라우저 관리 방식도 크롬처럼 바꿀 예정이다. IE는 6~11까지 다양한 버전이 혼용되고 있다. 각 버전은 IE의 이름을 달고 있다 뿐이지 실은 전혀 다른 웹 브라우저다. IE8용으로 제작된 웹 페이지가 IE11에선 이상하게 보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렇다고 구형 웹 브라우저를 사용하지 못하게 강제로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최근 예외적으로 IE6 사용을 강제로 막은 바 있다). '파편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크롬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답은 자동 업데이트다. 크롬은 사용 도중 업데이트 파일을 조금씩 내려 받아, 어떤 사용자든 웹 브라우저를 최신 상태로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IE는 6~11까지 버전 별로 집계하지만, 크롬은 단일 웹 브라우저로 집계되는 이유다.

스파르탄은 이러한 크롬의 자동 업데이트를 도입한다. 스파르탄 사용자는 웹 브라우저를 언제나 최신 상태로 유지할 수 있고, 언제나 최신 웹 표준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스파르탄만의 독특한 기능 세 가지

스파르탄은 사용자 편의를 위한 다양한 기능이 추가된다. 미국의 유력 IT 매체 더버지에 따르면 스파르탄에는 다른 웹 브라우저에서 찾아볼 수 없는 편의 기능 세 가지가 추가된다.

먼저 웹 페이지에 글이나 그림을 추가할 수 있는 기능이 제공된다. 번거롭게 화면을 캡처하지 않아도 이 필기 기능을 통해 웹 페이지를 편집하고 MS 원노트에 저장할 수 있다. 전자펜을 포함한 태블릿PC 또는 컨버터블PC(그러니까 사실 MS 서피스)의 활용성을 한층 높여주는 기능이다.

구글 나우처럼 사용자의 주소록, 달력, 검색 이력을 수집해 사용자에게 맞춤 정보도 제공한다. 스파르탄을 실행하면 오늘 해야 할 일, 가야 할 장소, 가는 방법, 보고 싶은 영화를 예매하는 방법 등 사용자가 궁금해하는 것을 찾기도 전에 미리 알려줄 전망이다.

유연한 탭 기능도 추가된다. 개인용 탭, 업무용 탭, 비밀 탭 등을 분리해서 관리할 수 있다.

스파르탄은 IE와 동일한 차크라 자바스크립트 엔진과 트라이던트 렌더링 엔진(HTML, XML, CSS 등 웹 페이지 구성요소를 조합해 완성된 웹 페이지를 구현하는 엔진)을 탑재한다. 사용자 환경이나 기능은 크롬처럼 변하지만, 웹 브라우저의 근간만은 IE의 혈통을 고스란히 유지한다.

스파르탄이 출시된다고 해서 IE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IE는 여전히 윈도의 기본 웹 브라우저다. 윈도10에도 IE11이 기본 탑재될 예정이다. MS는 사용자에게 IE와 스파르탄을 함께 제공하는 투 트랙 전략을 취한다. 스파르탄은 윈도 스토어에서 따로 내려받을 수 있다. (아마도) 곧 다른 앱 장터에서도 만나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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