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3D프린터의 세계] (2) 3D프린터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이문규 munch@itdonga.com

싣는 순서
(1) 3D프린팅은 뜬구름 같은 거품? Vs. 산업혁명의 기폭제? (http://it.donga.com/20140/)
(2) 3D프린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①
(3) 3D프린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②
(4) 3D프린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③
(5) 3D프린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④
(6) 3D프린팅 역사 제대로 알기
(7) 3D프린팅 이렇게 접근하라 ①
(8) 3D프린팅 이렇게 접근하라 ②
(9) 배워라. 새로운 배움만이 새로운 길을 연다.

3D프린터가 연일 화두다. 이미 예전부터 존재하던 기술이고 장비이건만 새삼스레 왜 그런 걸까?
가장 큰 이유는 3D프린터와 관련된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은 시기는 생태계가 탄생해서 무르익어 갈 때다. 지금이 바로 그 시기다.

근래 3D프린팅 붐은 크게 3가지 이유로 시작됐다. 첫 번째는 2012년 미국의 저널리스트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의 책 <메이커스, MAKERS>를 통해 확산됐다. 저자는 이 책에서 3D 프린터로 인해 새로운 산업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조의 민주화를 통해 누구나 기술을 대중화하고 공유하고 협업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두 번째로, 2012년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에서 3D 프린터가 미래 10대 기술 중 두 번째로 중요한 기술로 발표됐다. 이는 특정 환경이나 일부 선진국에 국한된 기술이 아니라 향후 전 세계적으로 범용화될 기술로 진단했음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13년 2월 집권 2기 첫 국정연설에서 3D 프린터를 통해 미국 제조업에 차기 혁명을 일으키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그는 이와 관련해 3D 프린터 허브15곳을 짓겠다고 의회에 제안했다.

오바마 대통령
오바마 대통령

<2013년 연두 연설 화면 캡쳐>

오바마 대통령의 언급이 있은 후, 2014년 1월에 열린 2014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국제가전박람회)에서 3D프린팅이 핵심 제품으로 전시됐다. 이쯤 되니 지금까지 3D 프린팅에 대해 별 관심이 없던 나라까지 난리가 났다. 3D프린팅에 투자하겠다는 제안들이 여러 나라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올해 2015년 300억 원을 상회하는 투자가 3D프린팅에 집행될 예정이다.

그래도 일반 사람들에게 3D 프린터는 아직까지 신기하지만 정작 자신과는 별 상관없는 물건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3D프린터를 직접 보거나 경험한 사람이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가 3D 프린팅 생태계를 제대로 보고 느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에디슨이나 스티브잡스 등을 위대한 인물로 여긴다. 그저 전구를 발명하고 아이폰을 만들어서가 아니다. 생활 속에서 꼭 필요한 (바꾸어 말하면, 그에서 벗어나기 힘든) '생태계'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에디슨은 전구뿐만 아니라 전력의 공급, 생산 시스템까지 만들었다. 마찬가지로, 스티브잡스는 아이폰뿐만 아니라 아이튠즈를 통해 불법 다운로드가 판치던 세상을 합법적인 음원 시장으로 탈바꿈 시켰고, iOS 운영체제를 일반 개발자들에게 개방해 유용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의 종류와 개수를 폭발적으로 늘렸다. 이들은 단순히 제품 하나를 만든 게 아니다. 전기와 스마트폰이 확산될 수 있는 밑바탕, 즉 생태계를 만든 것이다. 에디슨과 스티브 잡스는 죽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들이 만든 생태계 속에서 산다.

세계적인 부자들은 이런 생태계 조성을 통해 큰 돈을 번다. 2014년 9월 뉴욕증시에 상장하여 단숨에 중국 부호 1위에 오른 '알리바바'의 마윈(馬雲) 창업자를 보자. 1964년 생인 마윈은 고작 월 12달러를 버는 영어강사였으며 게다가 컴맹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인터넷 전자상거래의 생태계를 확신하고, 1999년 기업간(B2B)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를 창업했다. 그리고 같은 이유로 소프트뱅크 창업자 손정의가 알리바바에 2,000만 달러를 투자하며 사업은 급성장했다. 마윈이 만든 인터넷 전자상거래 생태계는 마윈을 단숨에 중국 1위의 부자로 만들었다. 이렇듯 생태계 조성은 평범한 사람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부자로 만들 수 있는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마윈
마윈

< 알리바바 마윈 회장, 출처: 위키디피아 >

본론으로 들어가서, 3D프린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 현재 3D 프린팅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기와 스마트폰 생태계가 만들어질 때와 달리 각국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연두 국정연설에서 3D프린터 산업 육성을 언급한 것은 당연히 미국에 3D프린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함이다. 일본은 미국과 유럽에 비해 뒤쳐진 3D프린터 산업을 따라가기 위해 3D프린터 소재 분야에 5년간 총 30억 엔을 투자하고 있다. 또한 2020년까지 약 23조 규모의 재원을 마련하여 학교에 3D프린터 장비를 보급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3D프린팅 연구개발과 기술사업화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정부의 투자로 요소요소에 3D프린터가 구비되고, 도시 주요 위치에 체험 센터가 생기고 있다. 자연스레 3D 프린터 관련 교육, 장비, 소재 판매가 늘어 날 전망이다. 더불어 3D 프린터 장비 기술도 지속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수요의 증가와 기술의 발달은 3D프린터 가격을 급격히 내린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장비 성능이 향상될수록 장비 가격이 내려갈수록, 3D프린팅 생태계는 더 빠른 속도로 커져갈 수밖에 없다.

실제 예를 들어 3D프린팅에 관심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좀 더 이해해 보자.
카메라 제조업체인 올림푸스(Olympus) 사는 2014년 11월 '오픈 플랫폼 카메라'를 공개했다. 이는 'OPC Hack & Make Project'라는 명칭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카메라를 구동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키트(SDK : Software Developer’s Kit)와 외관 디자인 데이터(3D 모델링 데이터)를 누구나 내려받을 수 있게 했다.

올림푸스 3D 디자인 데이터
올림푸스 3D 디자인 데이터

<올림푸스 홈페이지의 OPC Project에 대한 요약 그림 : https://opc.olympus-imaging.com >

즉, 전세계 누구나 올림푸스 오픈 플랫폼 카메라의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고, 누구나 외관 모델링 데이터를 이용하여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올림푸스 카메라
올림푸스 카메라

< 3D데이터를 활용하여 다양하게 사용된 올림푸스 오픈 플랫폼 카메라 : https://opc.olympus- imaging.com/tools/3d >

올림푸스 카메라
올림푸스 카메라

< 레일 이동과 좌우 상하 동작이 가능한 카메라로 변신한 올림푸스 오픈 플랫폼 카메라: https://opc.olympus- imaging.com/project_report/201412/movement >

애플의 iOS나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도 공개형으로 전환되면서 해당 앱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앱의 증가는 iOS와 안드로이드 외 다른 운영체제의 발전을 막아 시장 지배력을 지속적으로 키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올림푸스가 원하는 것도 똑같다. 3D 모델링 데이터를 공개하여 타사보다 자사 제품 판매가 극대화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이제서야 이러한 시도(3D 데이터의 오픈소스화)가 줄을 잇게 된 걸까? 짐작하시다시피 3D프린터 생태계가 어느 정도는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3D데이터를 개방해 봤자 경쟁사나 제조 능력이 있는 기업들만 좋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3D프린터와 3D프린팅 소재 보급이 많이 늘어났다(물론 우리나라 3D프린팅 생태계는 이제 걸음마를 뗀 수준이지만).

그렇다면 향후 다른 기업들도 올림푸스와 같은 시도를 하게 될까? 당연히 시도할 것이라 예상한다. 3D프린터 보급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3D프린터 기술이 진보하면 할수록 3D 데이터를 이용한 다양한 마케팅 및 제품화 유도가 빈번해 질 수밖에 없다(사례로 언급한 내용은 추후 자세하게 다룰 예정이다). 이처럼 생태계의 위력은 실로 대단하다.

또 다른 예를 살펴보자. 지난 주 막을 내린 2015 CES에서 세계 최초 타이틀이 붙은 3D프린터가 공개됐다. 미국 메사추세츠 서머빌에 위치한 VOXEL8이라는 신생 기업에서 만든 'VOXEL8'이 그 주인공인데, 세계 최초로 전자제품을 인쇄하는 3D프린터다. 플라스틱과 도전성 실버 잉크를 2중 노즐을 통해 같이 3D프린팅 할 수 있다. 하버드 대학의 제니퍼 루이스 교수와 하버드대 박사 과정 2명 등이 포함되어 공통 설립된 VOXEL8은, 오토데스크 사의 'Project WIRE'라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전자제품 3D프린팅이 가능하도록 했다.

voxel8
voxel8

< VOXEL8 홈페이지에 소개된 세계 최초 3D 전자제품 프린터 : http://www.voxel8.co/printer >

현 VOXEL8 홈페이지에는 2015년 말이 되야 실제 3D 전자제품 프린터가 공급될 수 있다고 언급돼 있다. 이 3D프린터가 실제 상용화에 성공할 수 있는지는 좀더 지켜봐야 겠다. 그런데 이 업체는, 아직 판매 예정 시간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음에도 소프트웨어 업체와 협력해 제품화를 검토하고 있고, 3D프린팅 소재 개발도 지속 추진한다고 이번 CES를 통해 공개했다. 이는, 자신들이 3D 전자제품 프린터를 처음 고안했다고 명확히 알리고, 전자제품 3D프린팅의 생태계가 커진 이후에도 본인들이 전자제품 3D 프린팅 분야의 선두주자라는 것을 각인시키려는 의도로 판단된다.

앞서 올림푸스가 시도한 예처럼, 3D프린팅의 생태계가 커지면서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가 생기고 있다. 또한 VOXEL8과 같이 3D프린팅 생태계 중 특정 영역을 선점하려는 노력도 현재진행형이다. 우리가 전기 없이 살 수 없고 스마트폰을 손에서 내려 놓지 못하듯이, 이렇게 구축된 3D 프린팅 생태계는 상당 기간 우리 생활에 존재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어느 분야에 관심을 두어야 하겠는가? 생태계가 커지고 있고 신규 비즈니스 탄생 확률이 높은 분야에 관심을 가져야 옳겠는가? 아니면 정체 혹은 축소되고 있는 생태계에 관심을 둬야 하겠는가? 답은 이미 나와 있다.

글 / 김영준 (3dbiz@naver.com)
한국 3D프린팅비즈니스코칭센터(K3DBC) 대표 겸 창의 혁신 강사.
새로움에 도전하기를 즐거워 하는 사람. 20건이 넘는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18년 간 3D 설계 및 개발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 현재 3D프린팅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바로잡고자 3D프린팅 관련 서적을 출간했다(<3D프린팅 스타트업, 라온북>).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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