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3D프린터의 세계] (1) 3D프린팅은 뜬구름? 산업기폭제?

이문규 munch@itdonga.com

싣는 순서
(1) 3D프린팅은 뜬구름 같은 거품? Vs. 산업혁명의 기폭제?
(2) 3D프린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①
(3) 3D프린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②
(4) 3D프린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③
(5) 3D프린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④
(6) 3D프린팅 역사 제대로 알기
(7) 3D프린팅 이렇게 접근하라 ①
(8) 3D프린팅 이렇게 접근하라 ②
(9) 배워라. 새로운 배움만이 새로운 길을 연다.

최근 들어 3D프린팅(혹은 3D프린터)에 대한 장밋빛 기사가 우후죽순처럼 쏟아지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각종 매체를 통해 3D프린팅의 미래 예측이 전세계에 퍼진다. 하지만 이러한 3D프린팅을 부정적인 시각에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3D프린팅 기술은 30년 동안 존재하던 기술이다. 최근 언론에서 떠들어대는 건 거품일 뿐이다’라 주장하는 이들과, ‘3D프린터는 3차 산업혁명을 일으키기에 적합하다. 앞으로 어마어마한 발전이 있을 것이다’라 예측하는 이들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전자는 3D프린팅은 이미 산업계에 이전부터 존재했고 충분히 발전한 기술이기에 더 기대할 것이 없음에도 너무 작위적으로 붐을 일으키려 하고 있다는 견해다. 3D프린팅 붐을 관련 기업의 주식 투자나 언론 플레이 정도로 여긴다. 한편 후자는 3D프린팅을 긍정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고, 사례를 들어가며 우리나라 산업계가 지금보다 더 관심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과연 무엇이 옳은 판단일까?

팩트(fact)는 분명히 하나다. 그런데 왜 이렇게 극단적인 관점으로 나뉠까? 이는 부정적인 시각이 최근 들어 갑자기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다음의 두 가지에서 찾을 수 있다.

첫 번째는, 산업용 3D프린터를 이미 수 년 전부터 알고 있었으나, 최근 상황과 트렌드를 잘 알지 못한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까지도 우리나라에서는 산업용 3D프린터가 기업체의 시제품 제조용 혹은 학교나 국책 기관 등에서 연구용 등으로 한정적으로 사용되고 있다(산업용 3D프린터의 가격은 최소 몇 천 만원에서 몇 십억에 이른다. 반면 개인용 3D프린터는 최근 100만 원 이하 제품이 출시될 정도로 저렴하다). 산업용 3D프린터는 매우 비싸기에 일반인들은 접하기 어렵다. 또한 프린팅 재료비가 비싸고 구매 목적이 분명(시제품 제작용 등)하기에 선뜻 새로운 시도를 하기 어렵다. 이처럼 3D프린터는 여러 분야에서 응용할 수 없는 상태로 오랜 시간이 흘렀다. 더불어 최근의 렙랩(RepRap)을 기반으로 하는 개인용 3D프린터의 동작 원리나 상황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렙랩에 대해서는 뒤 연재에서 언급한다). 이런 시각에서 본다면 3D프린터는 과거에 비해 그다지 바뀐 게 없다.

3D프린터
3D프린터

산업용 3D프린터 사용 모습 <출처:위키피디아>

두 번째는, 3D프린터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사람들이 최근 3D프린터 관련 교육을 받으면서 부정적 언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온/오프라인에 걸쳐 3D프린팅 교육이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국비 지원 교육부터 사설 학원 교육, 대학 교육 등이 그러하다. 그만큼 교육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 수요에 비해 교육 강사가 부족한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강사의 상당수는 급조될 수 밖에 없다. 3D프린터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고 3D프린팅의 일부만 이해한 상태에서 교육이 진행된다.

특히 국내에는 산업용 3D프린터와 개인용 3D프린터를 모두 경험한 사람이 매우 드물다. 강사의 상당 수가 고가의 3D프린터를 접해보지 못한 것이다. 이런 강사들은 산업용 3D프린터와 개인용 3D프린터의 장단점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교육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3D프린팅 교육 후 강좌 만족도를 조사하면 만족도가 다른 교육대비 매우 낮다.기대감에 부풀어 참여한 수강생들이 교육 수료 후 오히려 실망하는 상황이다. 강사 스스로도 3D프린팅의 장점을 현실적으로 잘 설명하지 못하니 당연한 결과다. '제 3의 산업혁명'이니 '개인 생산의 시대'니 하며 원론적인 이야기만 할 뿐 더 이상 말문을 잇지 못한다. 3D프린터의 장점은 개인용 3D프린터로 실제 프린팅을 하면서 모두 잊혀진다. 상대적으로 저가인 개인용 3D프린터의 단점들이 고스란히 3D프린터 전체의 한계인 것처럼 왜곡되고 있다.

3D프린터
3D프린터

개인용 3D프린터의 프린팅 모습 <출처:위키피디아>

다만,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현 상황을 폄하하려는 게 아니다. 실제 수요 대비 강사가 부족하니 벌어진 현상이고, 산업용 3D프린터 응용에 대해 크게 고민하고 있지 않은 우리나라의 현 상황임을 이해하길 기대한다. 필자가 연재를 진행하는 취지는 '3D프린팅은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것이니 제대로 모색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례를 들어 3D프린팅 상황에 대해 좀 더 이해해 보자.

'3D프린터로 뭐든 만들 수 있다'는 사례 중 사람들이 놀라는 게 건축 분야다. 집, 건물 등의 건축물까지 3D프린터로 만든다 하니, 그럼 3D프린터로 만들 수 없는 게 무언지가 먼저 떠오른다.

3D프린터
3D프린터

3D프린팅 건축 계획을 언급한 네덜란드의 Universe Architecture
<출처: http://www.universearchitecture.com>

위 사진의 네덜란드 '유니버스 아키텍처'는 입체 곡면 형상이면서 끊김 없는 디자인을 채택했다. 기존에 없던 형상을 만들 수 있다는 3D프린팅의 일반적인 장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건축물을 3D프린터로 만든다는 것은 무얼 말하는 걸까? 일반적으로3D프린터는 형상을 입체 형태로 만들어 낸다. 층층이 형상을 쌓아 만드는 방식이다. 따라서 건축물을 3D프린터로 만든다는 것 또한 한층씩 한층씩 건축 재질을 쌓아서 완성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건축 방식과 3D프린터 제작 방식은 어떻게 다를까? 일반 건축 방식은 건축물 안에 철근을 세워 놓고 틀 안에 레미콘(굳지 않은 상태의 콘크리트)을 부어 만든다. 이때 레미콘은 틀 안에 꽉 차야 하므로 주르르 흘러 내릴 정도의 점도여야 한다. 반면 3D프린터로 한층씩 형상 쌓기로 건축물을 만드는 경우, 철근이나 틀 없이 만들어 낸 건물이 건축물 형상을 유지하려면 3D프린터에서 나온 레미콘이 흘러내림 없이 곧바로 안정적인 형태를 갖춰야 한다. 이렇게 만들면 외관이 울퉁불퉁할 수밖에 없고, 내부에 철근을 넣기가 곤란하다. 따라서 기존 건축물보다 내구성이 낮을 수 밖에 없다. 내부에 철근도 없고 재료를 쌓으면서 생긴 층층 간의 미세틈(gap)이 건물 강도를 낮게 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3D프린터로 건축물을 만들 경우 태생적인 한계가 드러난다.

이에 그 보완 방법에 대해 3D프린터로 건축물을 만드는 이들이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3D프린터로 집을 척척 지어내는 상황은 어떤 모습일까? 일반 건축물과 동일한 내구성을 얻기 위해서는 건축물 내부에 철근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철근까지 3D프린터로 만드는 동시에 콘크리트도 층층이 쌓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철근을 만들 때의 열 발생 문제, 메탈 3D프린터의 가격 문제 등 단순히 생각해도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현재로서는3D프린터로 건축물을 짓는다는 것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위 사진의 유니버스 아키텍처 속 건축물도 아예 외관에 철근을 노출시켰는데, 이 역시 여러 고민과 연구 끝에 나온 아이디어로 보인다. 실제로 사진과 같이 진행되는지 지속으로 관찰하면 흥미롭겠다.

여기서 또 하나의 재미 있는 포인트가 있다. 이런 3D프린터 건축 이슈를 최초로 만들어 낸 나라가 네덜란드다. 그 많은 나라 중 왜 네덜란드일까? 네덜란드는 유럽에서 3D 프린팅의 선두주자라 할 수 있다. 우선, 네덜란드에는 3명의 청년이 2011년에 창업한 얼티메이커(Ultimaker)라는 3D 프린터 제조사가 있다.

3D프린터
3D프린터

네덜란드의 얼티메이커 창업자 <출처: www.ultimaker.com>

얼티메이커는 제품 첫 출시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속도와 정밀도가 높아 출시 직후 인기를 끌었다. 이후 메이커봇(Makerbot, 스트라타시스에 인수됨)과 쌍벽을 이루며 성장했는데, 메이커봇은 미국을 기반으로 이미 유명한 회사였기에 얼티메이커가 그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것은 그 당시로서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얼티메이커는 네덜란드를 토대로 미국보다 미흡했던 유럽의 개인용3D 프린터 문화를 상당부분 주도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온라인 3D 프린팅 마켓으로 매우 유명한 쉐이프웨이즈(Shapeways)도 원래 네덜란드에서 출발했다. 지금은 본사를 미국으로 옮겼지만, 유럽 지사는 여전히 네덜란드에 있다. 쉐이프웨이즈에서는 3D프린팅 개인 마켓을 개설할 수 있다. 상품이 판매되면 3.5%의 수수료를 쉐이프웨이즈로부터 받는 형태로 운영된다. 3D프린터를 갖고 있지 않아도 모델링 데이터를 보내 제품으로 받을 수도 있다.

3D프린터
3D프린터

3D프린팅 마켓으로 유명한 쉐이프웨이즈 <출처: www.shapeways.com>

네덜란드는 인구 약 1,700만 명에 면적도 우리나라 경상도 정도의 크기다. 이런 나라에서 3D프린팅 이슈를 끊임 없이 만들어 내고 있고 또 성공하고 있다.

3D프린터는 현재진행형이다
산업용 3D프린터도 개인용 3D프린터도 수요의 증가로 가격이 점차 저렴해 지고 있다. 물론 산업용 3D프린터의 경우 상대적으로 가격 인하폭이 좁지만, 수요 증가와 기반 기술의 발전이 프린터 가격을 낮추고 있다. 재료비도 낮아지면서 새로운 3D프린팅 소재 개발도 시도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3D프린팅에 대한 고민과 연구가 이제 막 시작된 상황이다. 3D프린팅이 가능한 공작소를 여러 군데 만드는 것도 3D프린팅 붐을 위해 의미가 있겠지만, 3D프린팅 응용 분야에 대해서도 좀더 적극적이며 체계적인 시도가 있어야 한다.

갈피를 못 잡던 정부 정책, 우후죽순 생겨난 각종 협회와 단체들, 부족한 강사 수와 만족도가 낮은 교육 등으로 혼란한 상태지만, 이는 기본과 틀을 다져가는 과정으로 보면 좋겠다. 분명한 것은 3D프린팅은 우리가 주목해야 할 기술이라는 점이다. 네덜란드 사례에서 보듯, 3D프린팅에 대해 관심을 갖고 3D프린팅 응용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글 / 김영준 (3dbiz@naver.com)
한국 3D프린팅비즈니스코칭센터(K3DBC) 대표 겸 창의 혁신 강사.
새로움에 도전하기를 즐거워 하는 사람. 20건이 넘는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18년 간 3D 설계 및 개발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 현재 3D프린팅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바로잡고자 3D프린팅 관련 서적을 출간했음(<3D프린팅 스타트업, 라온북>).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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