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의 세계] 대중적 전쟁게임의 고전, '액시스 앤 얼라이즈'
겪어보지 못한 자에게 전쟁이란 달콤한 것이다. (Dulce bellum inexpertis).
- 에라스뮈스
국내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액시스 앤 얼라이즈 1941] <출처: divedice.com>
전쟁을 소재로 각종 유희가 만들어진 것은 오래된 일이다. 장기는 한나라와 초나라의 대결구도를 모티브로 삼고 있으며, 바둑이나 체스 역시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보드게임이다. 이런 고전 게임들 이외에도 많은 게임들이 전쟁을 테마로 하고 있을 만큼 전쟁은 게임에 자주 쓰이는 소재다. 전쟁은 코에이(KOEI)의 [삼국지 시리즈], 블리자드(Blizzard)의 [스타크래프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라이엇 게임즈(Riot Games)의 [리그 오브 레전드] 등 턴(turn)제 전략 시뮬레이션에서부터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 1인칭 슈팅게임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게임 소재로 다루어져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전 인류사를 통틀어 다시 없을 가장 큰 전쟁이 바로 '제2차 세계대전'이다. 제2차 세계대전은 독일, 이탈리아, 일본의 추축군과 미국, 영국, 소련의 연합군 진영이 맞서 싸운 전쟁이다. 사망자만 5천만 명 이상이 발생하고, 아직 그 후유증이 가시지 않은 민감한 주제이기도 하다.
이 전쟁을 배경으로 1981년 미국에서 출판돼 현재까지 200만 개 가까이 팔린 대표적인 전쟁 테마의 게임이 있는데, 바로 '액시스 앤 얼라이즈(Axis & Allies, 이하 A&A)'다.
1981년 노바게임즈 초판, 종이 유닛이 들어 있었다. <출처: Boardgamegeek.com>
[A&A]는 [리스크(Risk)], [디플로머시(Diplomacy)]와 함께 미국 보드게임 산업을 대표하는 보드게임 중 하나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미국에서 [A&A] 등의 전쟁 게임이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동안, 보드게임 산업의 종주국인 독일에서는 전쟁을 다룬 보드게임이 거의 출판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독일이 2차 대전의 패전국이기도 하고, 독일 내의 사회적 분위기가 전쟁에 관한 담론을 다루기 민감하기 때문이라고 풀이된다.
게임의 진행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한 번쯤 접해 본 유저라면 이 게임의 규칙을 부담 없이 이해할 수 있다. 게임의 모든 자원은 공업생산력(IPC: Industrial Production Credits 혹은 Industrial Production Certificates)이라는 화폐로 환산된다. 게임맵 상의 각 영역에 공업생산력이 부여되어 있으며, 이는 천연자원 비중이나 산업화 수준에 따라 다르다. 점유한 공업생산력만큼 화폐를 획득해 사용할 수 있다. 각 국가는 이렇게 획득한 자원으로 보병, 전차, 수송선과 전함 등의 유닛을 구입하고, 전투를 위해 유닛들을 이동시킨다.
[A&A 1941] 독일군이 모스크바를 침공하고 있다. <출처: divedice.com>
전투는 각 유닛에게 주어진 공격력과 방어력에 따라 주사위를 굴려 진행한다. 예를 들어 전차의 공격력이 3이라면, 전차의 개수만큼 주사위를 굴려 3 이하가 나온 주사위는 적중한 것이고, 적중된 만큼 방어자는 유닛을 제거해야 한다. 이러한 전투방식 때문에 능력을 잘 확인해서 부대를 구매하고 배치해야 한다. 보병의 경우, 공격력이 1이지만 방어력은 2라서 방어에 더 유리한 유닛이다.
[A&A 1941] 전투의 한 장면. 각 유닛의 능력치가 다르다. <출처: divedice.com>
수비 측의 전멸, 혹은 공격 측의 전멸이나 퇴각으로 한 지역의 전투가 끝나면, 다른 지역의 전투를 진행한다. 모든 지역의 전투가 끝나면 전투에 참가하지 않은 유닛들을 이동시킨다. 이후, 구입한 유닛들을 공장이 있는 지역에 배치한다. 유닛들을 배치해 점령지의 공업생산력만큼 자원을 획득하면 한 국가의 차례가 끝난다. 한 국가가 차례를 마치면, 순서에 따라 다른 국가가 마찬가지 방식으로 게임을 진행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상대방 국가의 목표 도시를 점령하고, 점령지를 유지할 수 있으면 게임에서 승리한다.
시리즈
1984년 첫 A&A가 출시된 이후로 지역별, 시기별로 다양한 시리즈들이 발매됐다. 계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Axis & Allies의 계보
전세계를 무대로 하는 A&A
1984년 초판과 2004 Revised판, 2008 50주년 기념판 ⓒAvalon Hill
1981년 노바 게임즈(Nova Games)에서 초판을 출판한 뒤, 1984년 밀튼 브래들리(Mlton Bradley)에서 A&A를 출판했다. 국내에서는 밀튼 브래들리의 A&A를 초판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 A&A 밀튼 브래들리 판은 게임마스터 시리즈(The Gamemaster Series) 중 하나로 발매되었는데, 이 시리즈에는 [퀀퀘스트 오브 디 엠파이어(Conquest of the Empire)], [포트리스 아메리카(Fortress America)], [쇼군(Shogun, 후에 사무라이 소드 Samurai Sword, 이쿠사Ikusa로 재판됨)] 등이 있다. 이 게임마스터 시리즈는 '하룻밤에 즐길 수 있는 전쟁 게임'을 표방해, 전쟁 게임 입문자를 대상으로 했다. 당시의 전쟁 게임은 하루나 이틀 안에 끝나는 게임이 드물었다. 그런 만큼 게임마스터 시리즈의 짧은 게임시간은 혁신적이기도 했다.
이 밀튼 브래들리판 A&A는 초판과 달리 플라스틱 피겨가 대량으로 들어 있어 큰 인기를 끌었다. 2004년에 전략 보드게임의 명가인 아발론 힐(AVALON HILL)에서 새로운 디자인과 수정된 규칙으로 재판하면서, 밀튼 브래들리 판은 국내에서 'A&A 구월드', 'A&A 클래식' 혹은 'A&A 오리지널'로 불리기도 한다.
[A&A 클래식]에서 독일군과 소련군은 모스크바를 두고 치열한 전투를 벌인다. 소련-독일-영국-일본-미국 순서로 턴이 주어진다. 따라서 소련은 진열을 정비해 독일의 공세를 막아야 하며, 독일은 모스크바로 향하는 길을 만들어야만 한다. 영국은 독일의 후방에서 폭격기와 함대를 이용해 교란을 시도해야 하며, 미국은 생산력을 총동원해 전쟁물자를 생산, 빠르게 참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일본은 인도네시아와 중국을 점령해 소련을 압박해야 하며, 태평양을 통해 미국을 견제해야 한다.
2004년에 아발론 힐이 재판한 [A&A 리바이즈드 에디션]은 이 [A&A 클래식]을 바탕으로 국가별 특성을 추가했다. 러시아의 시베리아 횡단 철도나 일본의 가미카제와 같은 규칙이 추가돼, 각 국가별 특색이 더 살아나 이전 판보다 더 호평 받았다.
2008년에 나온 [50주년 기념판]은 제작사 아발론 힐의 50주년을 기념해서 내놓은 게임이다. 게임맵의 크기를 2004년에 비해 2배로, 유닛의 숫자도 2배로 키웠으며, 중국과 이탈리아가 추가됐다. 게다가 1941년 봄과 1942년 봄 2개의 시나리오가 제공돼, 원하는 시나리오로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2개의 시나리오는 서로 다른 초기 배치와 승리 조건을 가지고 있다.
2009년 [A&A 리바이즈드 에디션]이 절판되면서, [50주년 기념판]을 베이스로 저렴한 염가판인 [A&A 1942]가 발행됐다. 색으로 구획이 나뉘었던 게임맵에 산과 강 등의 지형을 녹여 예전 판본과 다른 컬러풀한 지도를 선보였고, 새로운 규칙, 변경된 유닛 특성 등 예전부터 지적되어온 진영 간 밸런스를 맞췄다. 염가판이긴 하지만 [50주년 기념판]에 비해 저렴할 뿐, 많은 피겨가 들어있어 일반 보드게임 가격보다 비싼 편이었다. 이 판본은 2012년에 규칙을 한번 더 개정해, 2판으로 판매되고 있다.
Axis & Allies: 1941 <출처: divedice.com>
2012년에 발매된 [A&A 1942]를 더 쉽게 개정해 초심자들이 즐기기 쉽도록 제작된 것이 [A&A 1941]이다. [A&A 1941]은 칸 배분을 더 크게 나누어서 베를린에서 모스크바까지 거리가 3칸으로 줄어들어 빠른 전개가 가능하다. 또한 각 국의 경제력 수치가 전체적으로 감소돼 유닛 구입 및 배치에 걸리는 시간도 줄어들었다. 이전 판본이 세팅에 1시간 정도 소요됐다면, 이 판본은 1시간 정도의 시간 동안 게임을 한 판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 미국, 소련, 영국, 일본 5개 열강이 모두 등장하는 점이나, 다른 판본에 비해 절반 가량 저렴한 가격은 이 판본의 장점이다. 진정한 의미에서 A&A시리즈 최초의 염가판이다.
A&A 퍼시픽과 유럽
A&A Pacific(좌), Axis & Allies : Pacific 1940(우) ⓒAvalon Hill
[A&A 퍼시픽]은 2001년 발매된 게임으로 태평양 전역을 배경으로 한다. 중일 전쟁이 한창 진행 중인 시기이며, 진주만 공습(1941)이 아직 일어나기 전 상황이다. 이전 A&A 게임들과 달리 해전 중심으로 진행되며, 군사적 승리 외에 경제적 승리가 존재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과 미국을 중심으로 중국, 영국, 안잭(ANZAC, 호주와 뉴질랜드 연합군)군이 등장한다. 일본군은 강력한 육상, 해상 전력을 보유하고 게임을 시작하며, 이를 저지하기 위한 중국, 영국, 미국의 전력은 매우 미약하다. 이 버전에서 시작 시 미국의 생산력은 넉넉하지 못하지만, 일본이 미국을 공격하거나 3턴이 지난 후부터는 강력한 생산력을 획득할 수 있다. 초반 병력의 열세를 미국의 강력한 재원을 바탕으로 차차 극복해 나가야 한다.
[A&A 퍼시픽 1940]은 이 [A&A 퍼시픽]의 재판으로, 2009년에 발매됐다. [A&A 유럽 1940]과 시기를 맞추기 위해 배경을 1940년으로 조정했다. 새로운 유닛의 추가, 공장의 크기 구분, 국가 이벤트에 따른 규칙 변경 등 이전과 비교해 획기적으로 변화한 작품이다.
특히 국가 이벤트의 존재는 특정 국가와의 개전상황, 특정 지역의 점유상황에 따라서 공업생산력을 추가로 획득할 수 있으므로, 이를 잘 활용하는 것도 중요해졌다. [A&A퍼시픽 1940]은 수도 점령이 목표가 아닌, 일부 특별 도시들을 접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추축군은 승리 조건에 맞추어 진출방향을 결정해야 하며, 연합군은 주 공세 지역을 잘 파악해 방어해야 한다.
Axis & Allies: Europe, Axis & Allies: Europe 1940 ⓒAvalon Hill
독일은 1941년 6월 22일, 독소 불가침 조약을 파기해 소련을 침공한다. 이 기습공격으로 소련군은 전면적으로 패퇴해 많은 병력과 물자를 잃고, 수도 모스크바가 함락될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러시아의 넓은 영토와 추운 겨울이 모스크바의 함락을 가까스로 막아냈다. 바로바로사 작전으로 불리는 이 작전은 단일 작전으로 역사상 가장 거대한 인력을 동원한 군사 작전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작전에서 독일군은 엄청난 전과를 올렸지만 작전의 목표 달성에는 실패, 독일의 파멸을 앞당기게 됐다.
[A&A 유럽]은 이 바르바로사 작전 직전의 유럽을 배경으로 한다. A&A 클래식을 기본으로 야포와 구축함이 추가됐고, 규칙이 다른 판본에 비해 쉽다는 것이 장점이다.
2009년에 발매된 [A&A 유럽 1940]은 [A&A 유럽]보다 1년 앞선 1940년 됭케르크 철수 직전의 유럽을 배경으로 한다. 1940년 노르웨이와 프랑스를 침공한 독일군은 프랑스 뒹케르크까지 연합군을 몰아내면서 승리를 거두지만, 괴멸 직전에 처한 연합군은 어선까지 동원하며 기적적인 철수 작전을 수행해 33 만여 명을 퇴각시키면서 반격의 발판을 만든다. 이것이 됭케르크 철수 작전이다.
[A&A 유럽 1940]에서 플레이어는 독일, 소련, 미국,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의 6국가로 플레이 할 수 있으며, 일정 승리도시를 점령하고 유지하면 승리한다. 프랑스군은 파리를 점령당하고 붕괴한 상태다. 독소불가침 조약, 대조국 전쟁, 미국의 무기대여법인 랜드리스 등 IPC를 획득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들이 존재해, 이를 이용하여 전황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
[1940년 유럽] 버전과 [1940년 퍼시픽] 버전을 둘 다 가지고 있다면, 가장 큰 스케일의 1940 글로벌 버전을 즐길 수 있다. 두 버전을 합친 [A&A 글로벌] 버전은 178 X 81cm의 거대한 크기와 물량을 실감할 수 있는 버전이다.
1940 두 버전을 합체시켜 만드는 A&A: Global <출처: axisandallies.org>
국지전 배경의 A&A
2004년 이후 아발론 힐은 3개의 A&A 국지전 게임을 발매했다.
A&A: D-day ⓒAvalon Hill
[A&A: D-day]는 최초의 국지전 시리즈로,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다루고 있다. 총 10턴의 제한 시간이 있으며, 카드로 게임을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카드와 주사위의 조합으로 함포 사격의 조준도가 좋아지거나, 전투기의 정찰에 영향을 주는 등 전장에서의 운적인 요소가 포함됐다. 또 전세를 단번에 바꿀 수 있는 카드가 있어 적절한 타이밍을 노려야 한다는 점이 전략적이다. 10턴 이내에 연합군이 험난한 상륙작전을 펼쳐 셸부르, 생로, 캉 3 거점을 장악하고 1턴을 버티면 게임에서 승리한다.
A&A: battle of the Bulge ⓒAvalon Hill
1944년 연합군이 노르망디에 상륙한 이후, 독일군은 서부 전선에서 차츰차츰 밀려나기 시작했다. 히틀러는 이를 반전시키기 위해 서부전선에서의 대공세를 계획했는데, 이것이 '벌지 전투'다.
[A&A 벌지 전투]는 1944년 12월 독일군의 벌지 전투(아르덴 대공세라고도 한다)를 배경으로 하는 국지전 시리즈이다. 독일과 미국을 축으로 하고 있으며 통제 구역(Zone of Control), 트럭 유닛과 보급이라는 개념이 새로 추가됐다. 제한 시간 이내에 일정 수의 도시를 점령하는 것이 승리 조건이다.
A&A: Guadalcanal ⓒAvalon Hill
미드웨이 해전에서 일본군이 참패하면서 일본군의 전력이 한풀 꺾이긴 했지만, 서 태평양에서 일본군의 지위는 여전히 굳건했다. 일본군은 주요 섬과 요충지를 장악하면서 점령해갔는데, 일본군이 솔로몬 제도의 과달카날에 거점을 두고 비행장을 건설하려 하자, 연합군은 미국과 ANZAC사이의 연결선을 유지하고자 탈취 작전을 실행한다. 연합군과 일본군의 첫번째 대규모 전투가 이 과달카날 전투다.
2007년에 발매된 [A&A 과달카날]은 순양함을 처음으로 추가하고, 주사위 굴림을 통해 파괴될 유닛을 랜덤으로 정하는 등 새로운 요소를 포함했다. 상륙전과 공중전의 재미가 쏠쏠하며, 국지전 게임 중 가장 높은 완성도와 게임성을 자랑한다. 하지만, 2008년 환율의 악화로 국내에 수입이 거의 되지 않아 잘 알려지지 않은 게임이기도 하다.
1차 세계대전을 다룬 첫 작품
제1차 세계 대전을 다룬 A&A 1914. ⓒAvalon Hill
A&A 시리즈는 약 30년 가까이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었는데,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새로운 게임, [A&A 1914]가 2013년에 발매됐다. 삼국 동맹(독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오스만투르크)과 삼국 연합(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미국)의 3:4 구도가 특징이다. 1차 대전의 주요 양상이 소모전, 장기전이었던 만큼 규칙이 완전히 새롭게 변경됐다. 유닛의 이동력이 줄어들어 기동전을 보기가 어려워졌으며, 승패만 있었던 전장에 '교착 상태'가 추가돼, 참호전의 느낌을 그대로 살렸다. 미국의 고립주의나 러시아 혁명, 무제한 잠수함 작전과 같은 역사적 사건이 이 게임을 더 흥미있게 만든다.
A&A의 다른 버전
A&A 미니어처 게임 ⓒAvalon Hill
[매직: 더 개더링(Magic: The gathering)]으로 유명한 제작사 위자드 오브 더 코스트(Wizards of the Coast)와 아발론 힐이 합작해, 2005년 [A&A 미니어처 게임]을 발매했다. 콜렉터블 미니어처 게임(Collectable Miniature Game)으로, 기존 A&A 시리즈와 같이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한 미니어처가 랜덤으로 부스터 팩에 들어있다. 따라서 좋은 등급의 유닛을 얻기 위해서는 여러 팩을 구매해야 한다.
플레이어들은 추축군과 연합군으로 나뉘어 유닛을 조합해 군대를 구성한다. 게임은 국지전을 다룬다. 지도상의 목적지를 점령하거나, 적의 유닛을 많이 파괴하는 플레이어가 게임에서 승리한다.
국내에서는 미니어처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가 소수일뿐더러 전쟁 게임 마니아도 적어, 이 미니어처 게임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소수의 마니아들과 A&A의 일률적인 미니어처에 질린 몇몇 플레이어들 덕분에 국내에서도 간간히 소개됐다.
A&A를 PC로 즐길 수 있는 Triple A.
A&A의 아쉬움 중에 하나가 게임 준비가 번거롭고 오래 걸린다는 점인데, 아날로그적 요소를 포기하면 A&A의 전략적인 부분만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 2000년대에 출시된PC게임 [A&A 아이언 블리츠(Axis & Allies Iron Blitz)]나 오픈소스로 개발된 [Triple A] 솔루션을 통해 A&A를 즐기는 플레이어도 종종 있다. 다만, 게임 중 가장 오래 걸리는 주사위를 굴리고 판정하는 시간이 아날로그 게임에서 가장 흥미진진 부분임을 생각한다면 아쉬움이 있다.
리스크(Risk)의 변형
Risk <출처: hasbrogames.com>
[리스크]는 1959년에 발매된 가장 대중적인 전쟁게임 중 하나다. 리스크 오리지널의 경우, 1812년 나폴레옹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또한 1,2차 세계대전만 다루고 있는 A&A 시리즈와 달리 영화 반지의 제왕,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게임, 미래, 신화의 세계 등 다양한 테마를 다루고 있다.
A&A는 전세계를 무대로 한다는 점에서 Risk와 비슷하다. <출처: hasbrogames.com>
[리스크]와 [A&A]는 자주 비교되는데, 둘 다 파커 브라더스, 밀튼 브래들리라는 해즈브로의 계열사에서 판매됐고, 아발론 힐을 통해 재판이 나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리스크]는 [A&A]와 달리 병종의 구분이 없다. 보병이 5개가 모이면 기병, 10개가 모이면 포병이 되는 형식으로 숫자의 싸움일 뿐, 유닛에 능력이 부여되어 있지 않다. [A&A]와 달리 초기 배치가 매 게임마다 달라지며, 게임 내에 카드가 있어 카드를 통해 징집을 하는 것도 차이점이다. 규칙상으로는 [리스크]가 [A&A]보다 더 쉽지만,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 한 게임을 끝내는데 걸리는 시간은 비슷하고, 주사위를 단순 반복해 굴린다는 점에서 아쉬운 평가가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단점을 개선하고 새로운 시도를 한 [리스크 AD2201], [리스크 레거시]와 같은 게임이 출시돼 다시 호평받기도 했다.
Risk의 디자이너이자 영화감독, 알베르 라모리스 <출처: cinema.encyclopedie.personnalites.bifi.fr>
한편, 리스크의 작가 알베르 라모리스가 황금 종려상을 2번이나 받은 유명 영화감독이었다는 사실은 또 다른 재미난 이야기다.
작가 래리 해리스
작가 래리 해리스 <출처: harrisgamedesign.com>
A&A 시리즈의 작가인 래리 해리스(Larry Harris, 1948~)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그는 군에 입대해 미 제82공수사단에서 복무했으며, 프랑스에서 복무를 마치고 소르본 대학에서 프랑스어와 유럽사를 공부했다.그는 노르망디를 비롯한 많은 제2차 세계대전 전적지와 기념관들을 찾아보기도 하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각 국가들의 무기체계나 지정학적 현실을 게임으로 반영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이 노력의 결실이 바로 [A&A] 다. 래리 해리스는 게임 디자이너로서 아무런 경험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프랑스에서 곧장 인정받고 전문적인 게임 디자이너가 되었다.
래리 해리스는 미국으로 돌아와 1981년 노바 게임 디자인즈(Nova Game Designs)에서, 이어 1984년에는 밀튼 브래들리(Milton Bradley)에서 [A&A]를 출판한다. 밀턴 브래들리 사가 해즈브로에 인수된 이후에는 해즈브로(Hasbro)의 자회사인 아발론 힐을 통해 최근까지 시리즈를 발매하고 있다.
클래식 전략게임의 명가, 아발론 힐 ⓒAvalon Hill
이 외에도 래리 해리스는 다양한 카테고리의 200여 종의 보드게임을 개발했으나, 그의 대표작은 역시 A&A시리즈다.
어른들의 병정놀이
A&A 시리즈는 전쟁 게임에 익숙한 플레이어들에게는 쉬운 전쟁 게임으로 분류된다. 다른 전쟁 게임들과 비교해 자원, 기후, 보급 등의 요소가 단순화됐기 때문이다.
소련군의 피겨 <출처: divedice.com>
이 게임의 기본 형태는 1980년대에 완성되었으므로, 최근 등장하고 있는 다른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등과 비교해 볼 때 더 참신한 요소는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유닛의 효율과 확률, 가격 대비 성능, 물량으로 승부를 보는 란체스터의 법칙이 약간의 주사위 운과 결합돼, 입문용 전쟁 게임으로 적격이다. 게다가 제2차 세계대전의 전장과 구도가 게임판 위에서 실제로 전략을 짜듯이 표현되기 때문에 시각적인 만족감도 크다. 특히 게임의 구성물이 당시 국가별 무기체계를 반한다. 예를 들어 소련 보병의 파파샤 PPSh-41, 독일 88mm 대공포, 독일의 판터, 미국의 셔먼, 소련의 T-34, 일본의 경전차 하고 등, 실감나는 피겨가 들어 있어 몰입감을 더한다.
세계를 무대로 전략을 구상하자 <출처: divedice.com>
제2차 세계대전의 전장을 경험하고 싶고 이를 경험하기 위한 시간이 충분하다면, A&A시리즈는 좋은 디딤돌이 될 것이다.
글 / IT동아 보드게임 필자, 코리아보드게임즈 이병찬
편집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본 기사는 네이버캐스트 게임대백과(http://navercast.naver.com/list.nhn?cid=195&category_id=195)에 함께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