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오디오도 쉽고 간편해야 합니다" - 오디오 평론가 오승영
오디오 평론가 오승영이 평가한 LG전자 '스마트 오디오'
하이파이클럽 한창원 대표(http://it.donga.com/19868/)가 자신 있게 천거한 국내 대표 오디오 평론가 오승영. 그는 다양한 오디오 관련 행사에 참여하며 이름 석자를 알렸다. 오디오 분야에 약간의 관심만 있는 본 기자도 그 이름이 낯설지 않다. 공식적인 타이틀이 존재하지 않는 오디오 평론 분야에서 이만큼 확실한 유명세(?)를 얻기까지 여러 애환과 고충이 있었으리라 짐작한다. 더구나 그는 오디오 평론이 본업이 아니다.
고가(高價)의 하이파이 기기를 주로 섭렵하는 오승영 평론가에게 LG전자 '스마트 오디오'는 일종의 여가활동이다. 고급 기기 다루느라 이래저래 고민도 생각도 많을 텐데, 스마트 오디오로 그냥 마음 편하게 듣고 사용하고 즐겨 보라는 의도다. 하지만 한창원 대표를 만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제품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릴지 기대되면서 긴장도 된다(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참고로 '스마트 오디오'는 LG전자가 출시한 무선 오디오 플레이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과 블루투스 혹은 와이파이로 연결해 음악을 들을 수 있으며, 스마트폰 등에 스마트 오디오 전용 앱(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음악 자동 분류(무드 스테이션), 올서치 음악 검색 기능, 인터넷 라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스마트'라는 이름에 걸맞게 두 대 이상의 스마트 오디오를 서로 연결하여(그룹핑) 서라운드 모드 등의 출력 형태를 구성할 수 있다.
그래서 어찌 보면 오디오라기 보다는 생활가전에 가깝다. 하지만 태생은 오디오니 오승영 평론가에게 평가를 의뢰할 명분은 된다.
오승영 평론가와의 품평 인터뷰는 아래 구성처럼 신속간결하게 진행됐다.
IT동아 > 하이파이클럽 한창원 대표가 주저 없이 오 평론가를 추천했다. 왜 그랬다고 생각하나?
오승영> 오디오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와 지식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한다. 나는 한 대표를 전적으로
지지한다(주먹 쥠)! 안 그래도 최근 LG전자의 행보에 관심이 있던 터였다.
IT동아 > 협력 관계가 훈훈한 게 보기 좋다. 본업이 따로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어쩌다가(?) 오디오 평론가라는 가시밭길(??)을 걷게 됐나?
오승영> 전업 평론가로 활동하시는 분들이 더러 계시는데, 나는 본업(일반 월급쟁이다)은 따로 있고 부업겸 취미활동겸 오디오 평론가로 겸사겸사 활동하고 있다. 다만 이전에 유명 오디오 잡지를 인수해 2년 정도 발행한 바 있고, 음반회사에서도 10년 이상 근무하다 보니 오디오 쪽으로 몰입할 수 있게 됐다. 그래도 아마추어 오디오 애호가에 지나지 않는데, 주변에서 (고맙게도) 자주 불러주고 있다. 현재는 오디오 관련 매체에 리뷰 등의 기사를 제공하거나, 해외 오디오 기기를 수입하려는 업체에게 사전 품평 후 의견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순전히 오디오에 대한 내 관심으로 96년부터 지금까지 이 바닥에 버티고 있다.
IT동아 > 거의 20년 동안 오디오 관련 일을 한 셈이다. 요즘 오디오 시장 트렌드는 어떤 것 같나. 예전과 많이 달라졌나?
오승영> 디지털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편의성만을 위해 음질을 희생하던 아날로그-디지털 전환기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이다. 이제는 하이파이 음향도 입체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기술도 상용화됐다. 그러나 음향은 장비뿐 아니라 사용 공간의 환경에 따라 음질이 크게 좌우된다는 것이 문제다. 일반 소비자의 가정에서 하이파이 시스템을 완벽하게 뒷받침하는 청음 공간을 마련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오디오 트렌드도 음질 개발에 맹목적으로 집중하기 보다는, 소비자의 공간 특성이나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된 오디오 기기를 출시하는 추세다. 심지어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도 이와 같이 음질 이외의 조건을 고려한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트렌드 따라잡기에 안간힘이다. 그런 면에서 와이파이나 블루투스 등 무선 연결로 집안 어디에서나 편리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스마트 오디오가 최근의 오디오 트렌드를 잘 반영했다고 할 수 있겠다.
IT동아 > 앞서 오디오 업체가 해외 기기를 수입하려 할 때 품평을 의뢰한다고 했다. 그럼 그때 기기의 어떤 점을 중심으로 평가하나?
오승영> 전문 오디오 기기라 해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법한 제품을 눈 여겨 본다. 오디오는 문화적 트렌드가 반영된 제품이기에, 일종의 '문화상품'으로 사고 싶어하는 욕구를 일으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음질 측면에서는 나무랄 데 없으나, 디자인이나 구성이 국내 사용자에게 먹히지 않을 기기라면 수입을 고민해야 한다. 음질, 디자인 다음으로 편의성을 살핀다. 얼마나 쉽게 음원을 재생, 출력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요즘에는 오디오 비전문가라 하더라도 큰 어려움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오디오가 각광을 받는다.
IT동아 > 자, 인터뷰의 화두가 던져졌다. 음질, 디자인, 편의성 측면에서 '스마트오디오'는 어떤 평가를 내릴 수 있나?
오승영> 개인적으로 스마트 오디오는 무엇보다 디자인 측면을 인정하고 싶다. 과거 금성사 시절부터 시작된 오디오 노하우와 디자인 철학이 현재의 기기에 잘 반영됐다고 평가한다. 특히 간결한 디자인에 그레이 실버 컬러, 그리고 윗면의 조그셔틀 기능은 적절한 선택이었다 생각한다.
한편 음질 측면에서는 무선 스피커로서는 고개를 끄덕일 만한 수준은 들려 준다고 평가한다. 물론 하이파이 오디오 시스템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수백 만원 이상 호가하는 제품들과 음질만으로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한다. 별도의 스피커, 앰프, 리시버 등이 없는 올인원 제품임은 고려했을 때, 완전히 특출나진 않더라도 LG전자의 노하우가 담긴 나름대로 깔끔한 사운드가 특징이라 할 만하다. 특히 중~고음역대가 적절히 구현돼 대중가요나 뉴에이지 장르를 듣기에 좋았다.
편의성 측면에서는, 무선 연결로 집안 어디서나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와이파이 네트워크 시스템을 갖춰 최근까지도 유행했던 도킹 오디오에서 네트워크 오디오로 넘어가는 현재 시장의 흐름을 정확하게 캐치한 제품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특히 가격대도 합리적인데다 세 가지 사이즈로 다양하게 제작한 것도 공간 활용성이나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고려하는 등 다양한 장점을 갖췄다.
IT동아 > 이처럼 가전제조사가 오디오 기기를 생산, 판매하는 흐름에 대해 오디오 평론가로서 어떻게 바라보나? 왠지 탐탁지 않게 여길 듯하다.
오승영> 아니다. 절대 그렇지 않다. 특히 LG전자의 경우 금성사 시절부터 TV 개발, 생산을 통해 쌓은 '비주얼' 기술력이 휴대폰/스마트폰 사업분야로 내려가면서 '비주얼' 기술과 '사운드' 기술의 접목을 이뤄냈다. 그런 기술력이 바탕이 됐기에 스마트 오디오와 같은 쓸만한 오디오 가전을 만들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스마트폰, 태블릿PC 사용자의 음악 이용 패턴에 대해서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듯하다.
IT동아 > 한창원 대표에게도 질문한 내용인데, 최근에는 그래도 LG전자가 '양질의 사운드'에 적극 대응하기 시작했고, 시장 및 소비자 반응이 나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음향기기 분야 내 국내 기업의 움직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오승영> 무엇보다 LG전자와 같이 자본력이 든든한 국내 업체에서 음향/사운드 기기를 생산한다면 오디오 마니아로서 더 바랄 나위가 없다. 더구나 LG전자는 이전부터 TV에 화질과 음질을 함께 추구하려 했던 걸로 기억한다. 이처럼 대형 가전업체에서 음질에 관심을 갖게 되면 자연스레 사용자들의 청음력도 고급스러워 질 것이고, 그로 인해 우리와 같은 오디오 마니아들도 더 신나게 활동할 수 있을 것이다.
IT동아 > 역시 훈훈하다. 듣고 있자니 가슴 한 켠이 따스해 진다. 그렇다면, 이 스마트 오디오의 '타겟 사용자'는 누구일까?
오승영> 두말 할 것 없이 '여성'이다. 여성 사용자를 잡아야 한다. 하이엔드/하이파이 시장이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여성 사용자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라 본다. 즉, 오디오에 대한 여성의 관심을 높이지는 못하더라도, 남자(남자친구 혹은 남편)의 오디오 구매를 반대하지 않을 만큼의 호감은 갖도록 해야 한다. 외국 오디오 바닥에서는 이를 'WAF(Wife Acceptance Factor)'라 한다. 결국 아내가 구매를 허용할 수 있는 결정적 요소가 있어야 한다. 어쨌든 스마트 오디오는 WAF가 명확하게 존재하니 여성 사용자를 집중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콕 집어 '주부'와 '여학생'이다.
IT동아 > 스마트 오디오에 대해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해 주셨다. 독자들을 위해, 이 제품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어떻게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오승영> 결론적으로 '일반 소비자가 가정에서 구현하기에 최적화된 적절한 고음질과 편의성을 갖춘 오디오' 정도로 평가할 수 있겠다. 과거 60~80년대 시절의 아날로그 오디오가 오로지 사운드 그 자체에 매달렸다면, 90~2000년대에는 디지털화되면서 가격효율과 편의성을 바탕으로 보급에만 주력한 탓에 퀄리티 측면에서의 희생이 컸다. 그러나 이제는 간편하게 음악을 접할 수 있으면서도 고음질로 즐길 수 있는 HD 오디오 기술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스마트 오디오는 단순히 음질만이 아닌, 그 연장선상에서 판단해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IT동아 > 만약 이 인터뷰를 LG전자 내부에서 읽고 오승영 평론가를 차기 제품 기획에 섭외한다면, 어떤 조언을 하고 싶은가?
오승영> 지금의 외형과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내부 스피커 유닛에 조금 더 투자해 개량하면 어떨까 한다. 그래서 지금보다 넓은 음대역을 출력할 수 있다면 좋겠다. 물론 지금의 음대역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사운드를 들을 수 있지만, 음향기기로서 넓은 음대역을 커버한다는 건 대단히 중요한 조건이다.
IT동아 > 마지막 질문이다.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은 늘 똑같다. 오디오 평론가로서 앞으로 어떤 계획을 하고 있으며, 어떤 꿈을 꾸고 있나?
오승영> 아무래도 평론가를 본업으로 하고 있지 못하니, 감을 잃지 않도록 꾸준히 공부하고 정보 습득하며 지낼 생각이다. 개인적인 욕심? 바람?이 있다면, '오승영 평론가가 평가한 제품은 믿고 산다'는 공신력이 생기는 것 정도?
IT동아 > 업무 중일 텐데 인터뷰에 응해 주어 감사하다. 본 기자 '오승영'이라는 이름만 보고 바로 구매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