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웹 소설 작가의 등용문" 조아라 이수희 대표
인터넷이 우리 삶에 들어오면서 콘텐츠 소비 방식이 많이 달라졌다. 극장에서 못 본 영화나 지상파 TV 방송을 VOD로 구매해 원하는 시간에 볼 수 있으며, CD나 카세트테이프로 듣던 음악은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 스트리밍이나 음원을 내려받아 감상한다.
도서 콘텐츠 소비 방식도 예외는 아니다. 종이로 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만화는 '웹툰'이라는 형태로 탈바꿈했다. 물론 연재가 끝난 웹툰을 묶어 종이책으로 출간하기는 하지만, 이는 감상용이라기보다 소장용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이런 현상은 텍스트 위주의 소설에서도 나타난다. 이른바 웹 소설이다.
"사실 시작은 제 취미생활로 만든 웹 소설 커뮤니티였습니다. 그러다 규모가 커지고 사람들의 요구도 많아져, 아예 개인 사업자로 등록하고 웹 소설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국내 대표 웹 소설 사이트 중 하나인 조아라 이수희 대표의 말이다. 그의 전공은 화학, 부전공은 전자계산학으로, 웹 소설과는 거리가 있다. 현재 운영하는 조아라 사이트도 직접 개발했다.
조아라의 가장 큰 특징은 누구나 와서 글을 등록할 수 있고, 유료화 여부도 작가 본인이 결정할 수 있다. 이름있는 작가의 엄선된 작품을 위주로 서비스하는 다른 웹 소설 사이트와의 차이점이다. 즉 진입 장벽이 낮다는 의미다.
"이런 낮은 진입 장벽 덕분에 새로운 콘텐츠를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미 검증된 작가와 검증된 장르를 위주로 운영하는 다른 사이트와 비교해, 작가는 자신의 상상력을 펼치거나 새로운 도전을 하는데 제약이 적습니다. 때문에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낮은 진입 장벽 때문에 작품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선정적이거나 부적절한 내용을 다루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 법을 벗어난 작품에 대해서는 제재합니다. 다만 개인이 올리는 작품에 대해 사전 검토는 하지 않으며, 실시간 모니터링이나 독자 신고를 통해 불량한 작품을 제재합니다. 하지만 작품의 퀄리티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 퀄리티보다는 창의성이 우선이죠. 누구나 처음부터 '필력'이 좋은 것은 아니며, 계속된 연재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아라 CI를 보면 r을 새싹 모양으로 디자인했는데, 이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초보 작가의 등용문인 셈이죠"
현재 조아라에서 연재 중인 작품은 15만 개 정도다. 조아라 관계자는 이 중 작품성 있는 것만 해도 1만 개가 넘는다고 말했다. 전체 작품을 따졌을 때 인기작가 위주의 사이트와 비교하면 질이 낮은 편이지만, 작품성 있는 작품의 숫자만 따지면 다른 웹 소설 사이트와 비교했을 때 아주 많은 편이다. 비유하자면 올림픽에서 중국이 금메달을 많이 따는 것처럼.
"조아라의 기본 시스템은 새로운 작품과 작가가 주목받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인기 작품은 이름 그대로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신규 작품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죠. 이를 통해 스타 작가는 물론 신인 작가나 중견 작가도 돌볼 수 있습니다"
지난달부터 12월 22일까지 진행하는 공모전, 77페스티벌 역시 같은 맥락이다. 신규/기존 작가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공모전으로. 조회 수, 평점, 추천 등 독자들의 참여를 통해 선정하는 방식으로, 독창적인 작품을 발굴하는 것에 의의를 둔다.
장르나 소재에 제한을 두지 않는 만큼, 독특하고 새로운 작품도 많이 등장한다. 이런 이유에서 최근에는 텍스트만으로는 도저히 독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도 등장했다. 비주얼 노벨 DOWN이 대표적인 예다.
"DOWN의 경우 텍스트만으로는 캐릭터나 배경 설정, 장면 묘사 등을 표현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만든 것이 애플리케이션 형태의 비주얼 노벨입니다. 전통적으로 비주얼 노벨을 게임으로 보는 시각이 많지만, DOWN은 순전히 작품 위주의 비주얼 노벨입니다. 게임적 요소나 특수 음향 등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게임 보다는 '도서'라는 부분에 더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수희 대표는 인터뷰를 마치며 조아라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조아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찾아내는 플랫폼입니다. 어떤 작가든 제약없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곳이며, 작가와 독자의 소통을 통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곳입니다. 조아라가 꿈꾸는 비전은 창작하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방법과 장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세상 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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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