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엑스페리아Z3, 단통법 덕에 매력 상승
소니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엑스페리아Z3(이하 Z3)'가 이제야 갤럭시, G시리즈와 같은 출발선 상에 섰다. 아니,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만 놓고 보면 오히려 한 발 더 앞서 나간 상태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 때문이다. 경쟁 제품보다 약 10만 원 가량 Z3의 낮은 출고가가 이제야 빛을 보고 있는 셈이다(Z3 79만 9,000원, 갤럭시S5 86만 6,800원, G3 89만 9,800원).
10월 30일 KT 기준, Z3는 최대 요금 할인 적용 시 갤럭시S5보다 약 7만 원, G3보다 약 10만 원 저렴하다(2년 약정, 5만 2,000원짜리 요금제 이용 기준).
소니 스마트폰은 그동안 경쟁 제품보다 출고가가 낮아도 불법 보조금 대란만 터지면 '비싼폰'이 됐던 서러움을 겪고는 했다. 하지만 상황은 바뀌었다.
단통법 기자 간담회에서 "소비자들이 중국산이나 소니 등 성능대비 우수한 제품을 사서 요금 할인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는 경향을 보이는데 (국내) 제조사들이 이를 두 손 놓고 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방송통신위원회 최성준 위원장이 말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동안 가격 때문에 소니 스마트폰 구매를 망설였을 소비자라면 색안경을 벗고 제품을 찬찬히 들여다볼 만하다.
Z2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계승
<좌: 엑스페리아Z2, 우: 엑스페리아Z3>
전작인 엑스페리아Z2와 Z3를 나란히 뒤집어 놓았다. 어떤 게 Z3인지 찾을 수 있겠는가? 솔직히 기자도 아래에 스티커가 붙은 것이 Z3라는 것을 몰랐다면 감으로 골랐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Z3는 Z2와 많이 닮았다. Z2의 매끈한 뒷면 유리 패널과 옆면의 알루미늄 프레임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왔다. 소니의 검증받은 아이덴티티를 꾸준히 이어가는 제품이다.
<좌: 엑스페리아Z2, 우: 엑스페리아Z3>
물론 두 모델의 디자인이 완전히 같지는 않다. 흰색 모델의 경우 앞면 베젤도 흰색으로 바뀌었다. Z2는 흰색 모델이라도 앞면 전체가 검은색이었다. 아이폰처럼 앞뒤 모두 흰색인 디자인을 좋아하기에 개인적으로 반가운 변화였다.
스테레오 스피커도 위아래로 자리를 옮겼다. 스피커의 위치 덕에 영상 감상 시 소리에 조금 더 입체감이 느껴져 꽤 마음에 들었다.
<위: 엑스페리아Z2, 아래: 엑스페리아Z3>
옆면은 각진 직선 느낌에서 부드러운 곡선 형태로 변화했다. 덕분에 앞면과 뒷면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손에 잡았을 때 뒷면 유리패널의 매끄럽고 차가운 감촉이 단단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Z2와 마찬가지로 Z3는 사용자의 개성을 드러내기에 충분하다. 갤럭시, G 시리즈 일변도인 국내 시장에서 Z3의 깔끔하고 독특한 디자인은 단연 눈에 띈다. 조금 더 소니 제품이라는 티를 내고 싶다면 Z3에 새롭게 추가된 색상인 코퍼(동색)를 선택해보자. Z2 퍼플 모델과 마찬가지로 남다른 주목을 받을 것이다.
Z3는 아이폰과 마찬가지로 나노 유심을 쓴다. 대부분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마이크로 유심이다. 기존 마이크로 유심을 쓰다가 Z3 공기계를 구매해 기기 변경을 한다면 나노 유심 커터를 구매해 유심을 자르거나 새로 유심을 구매해 등록해야 한다.
Z2와 마찬가지로 Z3의 유심 트레이도 얇은 플라스틱 소재다. 지금껏 별문제는 없었지만, 유심 트레이를 손에 쥘 때마다 혹시 접히거나 찢어질까 걱정이 되기는 했다.
Z3는 Z2와 마찬가지로 5.2인치 풀HD(1,920 x 1,080) IPS 디스플레이를 채용했고, 퀄컴 스냅드래곤 801 프로세서와 3GB 램(RAM) 메모리를 탑재했다. 최근 출시되는 고급 스마트폰의 전형적인 사양을 따랐다.
대표적인 방수폰
방수/방진 기능은 이제 엑스페리아Z 시리즈의 대표적인 특징이 됐다.
방수 기능은 상상 이상으로 스마트폰의 활용도를 확장시킨다. 일단 더러운 스마트폰을 물에 씻을 수 있다는 것부터 말하고 싶다. 매일 손에 꼭 쥐고 다니는 스마트폰에 끔찍하리만치 세균이 많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기자는 최소 이틀에 한 번 비누 거품을 내어 Z3를 뽀득뽀득하게 씻었다(참고로 소니의 A/S 기준은 담수로만 제품을 세척하길 권하고 있다). 화장품 기름기, 손때 등이 묻어있는 스마트폰을 깨끗하게 목욕시킬 때면 기분까지 상쾌해졌다. 아마 흡연자이거나 아이를 둔 사용자라면 Z3의 방수 기능에 더 만족할 듯싶다.
집에 욕조가 있었다면 느긋하게 반신욕을 하며 Z3로 동영상을 보거나 음악을 들었겠지만, 아쉽게도 기자는 샤워하며 노래를 듣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흥겨운 배경 음악을 트는 것만으로도 샤워를 할 때 훨씬 기분 전환이 됐다. 이전에는 습기 때문에 전자 제품은 욕실 근처에 얼씬도 하지 못하게 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요리를 할 때도 유용했다. 평소 레시피를 검색해 따라 하곤 한다. 일반 스마트폰, 태블릿PC는 다음 요리 과정을 볼 때마다 손을 씻고 물기를 닦은 후 화면을 터치해야 하기에 시간도 더 걸릴뿐더러 귀찮았다. 하지만 Z3는 손에 조금 물기가 묻어 있어도 화면을 스크롤링할 때 부담이 적었다.
방수 기능 덕에 다양한 관점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도 묘미. 지금이 여름 철이었다면 가족과 물놀이를 가서 물장구 치는 사진이나 물속의 생물 등을 찍어봤겠지만 찬바람이 싸늘한 10월이라 세면대에 받아놓은 물속을 찍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수중 촬영 기능은 Z3 옆면에 카메라 버튼이 따로 있기에 가능하다. Z3를 물속에 넣은 후 옆면의 카메라 버튼을 반쯤 누르면 '반셔터' 상태가 되어 초점을 맞춘다. 이 상태에서 카메라 버튼을 꾹 누르면 수중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사실 방수 기능이 있더라도 물리 카메라 버튼이 없다면 물속에서 사진을 찍기가 쉽지 않다. 물속에서는 사용자의 의도대로 화면을 터치할 수 없기에 터치식 카메라 버튼을 누르기 힘들기 때문.
플레이모빌 장난감을 물에 담그고 Z3로 찍으니 수면에 비친 모습 덕에 독특한 느낌이 났다. 참고로 Z3를 물에 넣을 때는 제품 양옆의 덮개가 제대로 닫혀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제대로 덮개가 닫히지 않은 상태에서 침수된 제품은 A/S 시 사용자가 비용을 물어야 한다.
Z3의 방수 기능은 1.5m에서 30분간 버티는 8등급으로 Z2와 같고, 방진 기능만 5등급에서 6등급으로 향상됐다. 5등급은 먼지로부터 제품을 보호하고 6등급은 먼지로부터 '완벽하게' 제품을 보호하는 수준이니 참고하자.
2,070만 화소 카메라, 25mm 화각의 G렌즈, ISO 12800 지원
소니가 자신 있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카메라다. Z3의 카메라 기능은 소니의 광학 기술을 흡수했다.
화소 수는 전면이 220만, 후면이 2,070만이다. 특히 후면 카메라는 1/2.3인치 크기의 이미지 센서를 채택했다. 일반 콤팩트 디지털카메라 수준이다. 이미지 센서가 클수록 받아들이는 빛의 양이 많아져 좋은 화질의 사진을 기대할 수 있다.
렌즈 화각도 25mm로 넓어졌다. 화각이 넓을수록 같은 장소에서 사진을 찍었을 때 더 넓은 풍경을 담을 수 있다. ISO감도도 12800까지 지원해 빛이 부족한 촬영 환경에 대비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 Z3는 Z2보다 어두운 실내나 야간에 사진을 찍었을 때 더 나은 결과물을 보여줬다.
4K 영상 촬영도 여전히 가능하다. 경쟁 제품들이 촬영 가능한 동영상 길이에 제한을 두는 것과 달리 Z3는 저장 공간과 발열 수준이 허락하는 한 계속해서 찍을 수 있다.
기본적인 카메라 기능 외에 타임랩스 등 추가 기능은 사용자가 원할 때 내려받아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잘 쓰지 않는 기능을 이것저것 붙여 놓아 사용자를 혼란스럽게 하지 않는다. 기자는 마치 '빨리감기'한 것처럼 피사체의 변화를 빠르게 보여주는 타임랩스 기능을 내려받아 찍어봤다(영상 확인은 이곳). 한참을 찍어도 영상은 허무하리만치 짧은 게 이 모드의 특징이다.
최근 출시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들은 카메라 기능에 무척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대부분 1,000만 화소는 우습게 넘는다. 그럼에도 리뷰를 하다 보면 자주 사진을 찍지 않게 되는 스마트폰들이 있다. 카메라 UI가 불편하거나, 색감이 마음에 안 들거나, 표현이 거칠다는 등 그 이유도 가지각색. 바쁘게 사진을 찍을 때면 자주 쓰던 스마트폰에 자연스럽게 손이 가곤 했다. 정설이지만 카메라는 화소 수가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Z3는 무척 즐겁게 사진을 찍었던 카메라… 아니, 스마트폰이다. 그 카메라 성능은 낙산공원 정상에서 파노라마를 찍었을 때 여실히 발휘됐다. 어두운 곳과 밝은 곳이 모두 한 사진에 있지만 노출 부족이나 과다 없이 자연스럽다. 원본은 여기서 볼 수 있다.
사진 여러 장을 그저 이어 붙인다고 훌륭한 파노라마 사진이라 할 수는 없다.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노출을 제대로 분석해 사진에서 표현해야 매끄러운 파노라마 사진이 나온다. 기자가 낙산공원의 파노라마 사진을 찍기 시작한 왼쪽은 그늘이라 꽤 어두웠다. 반면 오른쪽 끝에는 해가 떠있는 위치라 무척 밝았다. 파노라마 사진의 노출이 왼쪽 그늘에만 치중되어 있었다면 오른쪽 끝은 허옇게 전부 날아갔을 것이다. 사실 같은 장면을 미러리스 카메라로도 찍었는데 앞에서 말한 대로 노출이 오버된 파노마라 사진이 나왔다.
지난 2주의 리뷰 기간 동안 Z3는 기자의 카메라 역할을 도맡아 했다. 항상 손에 들려있던 아이폰의 자리를 꿰찬 것이다. 찍을 때도 물리 카메라 버튼 덕에 편했고, 확인할 때도 쨍한 화면 덕에 시원시원했다. 아래에 그간 찍었던 사진을 몇 장 간추려 게재한다. 원본은 이곳에서 볼 수 있다.
아래는 어두운 촬영 환경에서 찍은 사진들이다.
밝은 디스플레이
Z3의 풀HD IPS 디스플레이는 Z2보다 더 밝아졌다. 색 표현이 풍부하고 대비가 강한 TRILUMINOS 디스플레이 덕에 사진을 확인할 때도, 동영상을 볼 때도, 웹 페이지를 탐색할 때도 눈이 만족스러웠다.
애플 아이폰5, LG G3와 Z3 모두 화면 밝기를 최대로 한 후 비교해봤다. 확실히 가운데의 Z3가 가장 밝다.
밝은 디스플레이를 말하자니 배터리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기자는 항상 화면 밝기를 최대로 하고 쓰는 사용자다. 그렇기에 항상 모자란 배터리 사용 시간을 감수해왔다.
Z3는 밝은 디스플레이 성능에도 놀라운 배터리 효율을 보여줬다. 완전히 충전했을 때 이튿날 오전 정도까지 배터리가 버텼다. 경쟁 제품들이 하루가 채 지나지 않은 저녁쯤이면 배터리가 모두 닳아있던 것과 대조적이다.
소니 자체 실험 기준으로 배터리를 한 번 완전히 충전했을 Z3는 2일간 사용할 수 있다.
사실 배터리 용량은 오히려 전작에 비해 100mAh 줄었다. Z3 배터리 용량은 3,100mAh다. 소니 관계자는 이에 대해 "소프트웨어 최적화에 따른 효율성 증가로 배터리 용량이 줄었음에도 사용 시간이 더 늘어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일상을 기록해주는 라이프로그
소니 스마트폰의 대표 기능, 바로 '라이프로그(Lifelog)'다. 라이프로그는 알아서 생활을 기록해주는 디지털 다이어리 앱이다. 그날 몇 시간을 잤고, 얼마를 걸었으며, 사진은 몇 장을 찍었는지, 전화는 얼마나 했는지 등을 시간 순서에 따라 그래픽으로 보여준다. 하루 일과를 마친 후 이 라이프로그를 확인하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니 꼭 챙겨볼 것. 하루치 라이프로그를 찍은 영상을 여기에 첨부한다.
한 가지 더, 선물 같은 기능이 있다. Z3는 특정 일자에 많은 사진과 동영상을 찍었다면 이를 알아서 배경음악까지 더한 동영상으로 만들어 사용자에게 알려준다. 바로 'Movie Creator' 기능이다. 아무 생각 없이 Z3를 사용하다 어제 갔던 나들이의 하이라이트를 모은 동영상이 만들어졌다는 알림을 봤을 때의 기분이란. '어떻게 이런 깜찍한 행동을'이란 생각이 절로 든다. 그야말로 감성적인 기능이다. 동영상을 보다 보면 '어제 참 재미있었는데'하며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이어폰은 조금 아쉬웠다. 소니의 프리미엄 이미지에 맞지 않은 소박한 기본 이어폰은 심지어 한쪽 선이 다른 쪽보다 더 긴 '추억의 디자인'을 갖췄다. 긴 선을 목 뒤로 돌려 이어폰을 꽂았던 90년대의 향수를 느끼고 싶다면 이 이어폰을 사용하자.
Z3는 SK텔레콤, KT의 LTE 및 3G 이동통신 서비스를 지원한다. LTE-A는 지원하지 않는다. 따라서 최근 이동통신사들이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광대역 LTE-A'도 이용할 수 없다. 다만, 광대역 LTE는 가능하다.
Z3의 출고가는 79만 9,000원이다. 자세한 정보는 소니코리아 공식 홈페이지(http://store.sony.co.kr/handler/ViewProduct-Start?productId=43010939)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